[작가 인터뷰] <프레드가 옷을 입어요> 피터 브라운

 

『프레드가 옷을 입어요』
피터 브라운 인터뷰

언제나 유쾌하고 사랑스런 이야기를 짓는 작가 피터 브라운이 오랜만에 그림책 독자들을 찾아왔습니다. 『프레드가 옷을 입어요』는 자유를 사랑하는 어린이, 프레드가 자신이 좋아하는 ‘나’의 모습을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이번 신작 출간을 기념하여 피터 브라운과의 서면 인터뷰를 처음으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프레드 이야기의 탄생부터 작가의 개인 취향까지, 미국에서 전한 반가운 인사와 함께 책에 담긴 재밌는 이야기를 들어 보세요.

*인터뷰 진행_사계절출판사 그림책 편집부
 

오랜만에 한국에서 작가님의 그림책이 나왔어요.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담으셨나요?
이 책의 아이디어는 제 어릴 적 경험에서 출발했어요. 다섯 살 때였죠. 어느 날 부모님 방에 들어가 엄마 화장품을 가지고 놀았어요. 저는 그림 그리는 걸 아주 좋아하는 아이였어요. 엄마가 얼굴에 칠하는 ‘물감’이 무척 궁금했을 법도 하죠! 엄마가 절 발견했을 때, 제 얼굴에는 화장품이 번져 있었어요. 엄마는 혼내거나 하지 않으셨어요. 그저 얼굴을 가만히 닦아 주곤 화장하는 법을 알려 주셨죠. 그렇게 같이 화장 놀이를 하면서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그게 엄마에 대한 소중한 기억 중 하나예요. 자유롭게 탐색하고 경험했던 시간 그리고 엄마가 옆에서 함께해 주었다는 것이 참 좋았어요. 저는 그때 느낀 사랑과 호기심과 재미를 이 그림책에 담고 싶었고, 그렇게 『프레드가 옷을 입어요』가 탄생했답니다.


벌거벗은 프레드의 다양한 포즈가 정말 귀엽고 재밌어요. 특히 당당하게 등장하는 첫 모습이요.
저는 프레드가 어리고 순수해서 아무것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설정이 마음에 들었어요. 정말로 프레드는 자기 몸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죠. 그런 프레드가 벌거벗은 채 집 안 곳곳을 신나게 뛰어다니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면 무척 사랑스럽고 재밌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우린 프레드가 엄마 옷을 입는 걸 보게 되지요. 전 프레드가 처음부터 벌거벗고 있길 바랐지만 은밀한 부분은 보여 주고 싶지 않았어요. 프레드의 알몸이 너무 많이 보여지지 않게 하려고 이런저런 포즈를 구상했지요.


 


이 책에 대한 편견의 시선들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그들을 향해 어떤 말을 하고 싶으신가요?
정말 안타깝게도 이 이야기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들은 남자아이가 ‘여자 옷’을 입는 것이 부적절하며, 책이 그런 행동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아이들이 호기심을 갖고, 탐험하고, 실험하고, 놀이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프레드도 그저 그렇게 자연스럽게 노는 어린이예요. 그리고 어떤 일이 있어도 부모님이 자신을 사랑하고 이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답니다. 이 그림책이, 독자들이 친구와 이웃을 사랑하고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요.


특별히 많이 고민하고 수정하신 장면이 있나요?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 중 하나는 프레드의 부모님이 엄마 옷을 입은 프레드를 발견하는 장면이에요. 그 묘한 순간의 느낌을 정확히 담아야 했지요. 이 장면에 어울릴 만한 적절한 글을 계속 고민했지만, 그 어떤 말도 어울리지 않음을 느꼈어요. 여러 시행착오 끝에 여기에는 아무런 글도 없을 때가 가장 좋다는 걸 깨달았지요. 프레드와 부모님이 말없이 서로를 마주보는 이 꽉 찬 그림을 보며, 독자들은 이 순간 세 인물이 어떤 생각, 어떤 감정인지 궁금해하게 될 거예요. 독자마다 느끼는 것이 다를 테지만 괜찮아요. 감상에는 맞고 틀림이 없으니까요.


이 책을 어머니께 헌정하셨어요. 지금의 프레드를 있게 해 준 어머니는 어떤 분이었나요?
저희 엄마는 따뜻하고 다정하며, 세심하고 지적인 분이었어요. 언제나 저의 독창성과 예술가를 향한 꿈을 응원해 주셨죠. 몇 년 전에 돌아가셨지만, 살아 계신 동안 제가 작가로서 성공하는 걸 보신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해요. 엄마를 자랑스럽게 해 드릴 수 있었죠.


 


프레드네 인테리어가 참 자연 친화적이에요. 작가님도 식물 가꾸는 걸 좋아하세요?
식물은 집 안 어디에 두어도 생명력, 생기를 가져다줘요. 다만 식물을 잘 가꾸기 위해서는 많은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죠. 프레드 부모님은 살뜰하고 자상한 사람들이에요. 저는 둘의 인격을 짐작할 수 있는 시각적 상징으로써 프레드네를 식물들로 채웠답니다. 저 역시 집에서 식물 키우는 걸 좋아하지만, 유능한 식물 집사는 아니에요. 프레드의 부모님에게서 한 수 배울 수 있었지요.


톡톡 튀는 핑크, 작가님이 제일 좋아하는 색깔이죠?
맞아요, 핑크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색깔이에요. 핑크는 그 자체로도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핑크 야구모자를 즐겨 쓰지만! 제가 제일로 꼽는 핑크의 매력은 바로 다른 색깔과의 어울림입니다. 핑크는 어떤 배색에서든 생기를 더하고, 특히 이번 작품에서 함께 주조색으로 쓰인 초록색과 잘 어울려요. 저는 보통 이 핑크를 포인트 컬러로 쓰지만, 『프레드가 옷을 입어요』에서는 메인 컬러로 잡았고, 덕분에 그림이 책장 밖으로 튀어나올 듯 생기 넘치지요.

 

 

몇 년 전 이사하신 필라델피아에서의 생활은 어떤가요?
브루클린에는 많은 어린이책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를 포함해 똑똑하고 창의적인 사람들이 모인 멋진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어요. 그곳에서 16년을 살고 나니 제게 변화가 필요해졌어요. 그래서 아내와 함께 필라델피아로 이사했지요. 필라델피아에도 훌륭한 창작자 커뮤니티가 있지만 브루클린보다는 작은 도시예요. 오히려 저희에게 더 잘 맞는 곳이에요. 아침이면 개를 데리고 시내를 지나 저희 부부의 아름답고 커다란 작업실로 향해요.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면서 하루를 보내곤 하죠. 이렇게 멋진 삶을 살게 된 것이 제게 큰 행운이랍니다.

『프레드가 옷을 입어요』가 한국에서 출판된다니 정말 기쁩니다!
한국 독자분들이 프레드의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즐겁게 봐 주셨으면 해요. 프레드와 함께 행복한 시간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