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인터뷰] <똑같을까?> 이희은 작가


 

“같으면서 다르고, 다르면서 같은 것에 호기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사계절 그림책

『똑같을까?』

이희은 작가 인터뷰

Q. 그림책을 펼치면 색이 눈에 들어옵니다. 색을 책에서 중요하게 쓰신 것 같아요.
 

오래전부터 형광색에 대한 로망이 있었습니다.(웃음) 그림 그릴 때 형광색을 쓰는 걸 좋아하는데, 책 인쇄 과정에서는 색을 구현하기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형광색을 구현하려면 별색 인쇄를 해야 하는데요. 기회가 닿으면 꼭 작업해 보고 싶은 방식이었는데 이번에 하게 되었어요.

이 그림책은 포인트 컬러로 두색을 정하면서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더 명쾌하게 보이는 지점이 있었어요. 색이 이미지 전체 흐름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요. 색감에서 느껴지는 발랄하고 톡톡 튀는 느낌도 살리고 싶었어요. ‘이 책은 제가 원하는 형광색을 꼭 써야만 하는 책이다!’라는 확신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색을 쓰고 싶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어요. 하하.

별색 인쇄는 원래 보통의 인쇄 작업보다 공정이 까다롭고, 인쇄소에서 아주 세세하게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았어요. 그래도 인쇄소에서 감리를 열심히 본 만큼 색이 예쁘게 나와서 만족스럽습니다.


 






 

 





Q. 이번 그림책을 작업하게 된 계기는?

 

제가 자주 하던 말에서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아요. “왜? 다를 수도 있지.”

우리는 많은 것들을 공유하며 살아가지만, 인간이라는 존재로서 그 무엇 하나 똑같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예를 들면 맛집에 가서 밥을 먹을 때 우리는 ‘맛있다.’라는 단어로 맛을 공유하지만, 세세하게 느끼는 개인의 미각은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도 우리는 맛있었어!’ ‘나도 맛있어!’ 라고 같은 느낌을 공유하면서 즐기잖아요.

같으면서 다르고, 다르면서 같은 것에 호기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같음과 다름에 대한 질문이 늘 머릿속에 맴돌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다른 동료들과 작업 이야기를 나누다가 쌍둥이라는 단어를 듣고, 질문들이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착 달라붙는 느낌을 받았어요. 같음과 다름에 대한 질문을 풀 수 있는 열쇠를 찾은 것 같은 기분이었죠. 오랫동안 생각했던 내용이라 그런지 더미가 순식간에 만들어졌어요.


 

Q. 동그라미 캐릭터는 어떻게 나오게 되었나요?

 

처음에는 사람 형태의 캐릭터였어요. 그런데 감정이나 상상, 상황을 표현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몸이 붙은 상태로는 캐릭터가 자유롭지 못한 것 같아서 과감하게 몸을 빼게 되었습니다. 두 캐릭터가 자유자재로 변신하기도 하고 책 속에서 통통 튀어 다니며 자유롭게 자기 이야기를 하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동그란 탱탱볼을 연상하면서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Q. 동그라미 둘의 주고받는 대화를 보고 있으면 사이가 궁금해져요. 둘은 어떤 관계인가요?
 

처음 설정한 것은 쌍둥이였습니다. 겉모습이 같은 둘이 나와서 다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재밌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작업할수록 둘의 관계가 친구, 가족, 연인까지 확장되어서 읽힐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친구와 연인 버전을 따로 그려 보기도 했다가 지금 그림책의 장면으로 마무리하게 되었는데요. 동그라미 둘이 어떤 정해진 관계로 읽히기보다 독자들이 자기가 공감하는 상황에 맞게 폭넓게 해석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Q. 색감과 대칭 구조를 활용해서 둘의 대화를 보여 주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내용을 최대한 쉽고 재밌게 풀고 싶어서 색을 몇 가지 정해 놓았고, 이미지도 단순하게 다듬었습니다. 색이 많고 형태가 복잡해지면 시선이 분산되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림책에서 단순하고 직관적인 이미지로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대칭 구조는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었고요. 하나의 질문에 캐릭터 둘이 대답하는 것을 그리다 보니 왼쪽과 오른쪽이 동그라미 각자가 말하는 공간이 되더라고요. 그 공간을 활용하여 반복과 변주를 하면서 즐겁게 장면을 연출하게 된 것 같습니다.





 



 







 




 



 




Q. 그림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하나 고른다면?

 

어느 한 장면만 꼽기가 참 어려운데요. ‘스윽스윽 뱀’과 ‘쭈욱쭈욱 기지개’가 나오는 장면입니다. S자 형태의 그림을 놓고 ‘어떤 모양일까?’ 질문했을 때 다양한 이미지들이 연상되었지만 딱 이거다 하는 장면을 찾지 못해서 고민이 많았어요. 식상한 것은 식상해서 매력이 없었고, 독특하다 생각된 이미지들은 너무 억지로 끼워 맞춘 느낌이 들었거든요. 누구나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이미지 하나와 정말 상상하지도 못한 이미지가 같이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제일 많이 그린 끝에 마음에 들게 나온 장면이라 기억에 남아요.

 




 

 

Q. 사과의 맛은 상큼한가요? 달콤한가요? 캐릭터에게 했던 질문을 돌려 드리면?(웃음)

 

사과를 먹으면 가장 강렬하게 느끼는 맛이 있는데요. 전 상큼한 맛도 아니고 달콤한 맛도 아닙니다. 저는 사과를 먹으면 요구르트 맛이 나더라고요. 사과를 한 입 베어서 씹으면 씹을수록 요구르트 맛이 나요. 사과가 꼭 상큼하고 달콤한 것만은 아니랍니다.(웃음)


 



 



 




Q. 다음 작품에 대해 살짝 알려 주신다면?

 

작업이 끝나면 다음 작품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하기 시작하는데요. 노트에 적은 것들 중에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을 발전시켜 보는데, 이것저것 하다가 아예 새로운 것을 하기도 하고, 아주 오래전에 풀지 못한 숙제처럼 남겨 둔 이야기를 풀기도 합니다.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도 다음 작업은 색에 관한 책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