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서평] <어쩌다 영웅? - “건물주가 꿈이라고? 진정한 영웅이 되어 보면 어때?”

  • 안광복 교사가 권하는 
  • 요즘 청소년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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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 원더우먼, 배트맨, 슈퍼맨 등등, 청소년들은 ‘슈퍼히어로’들에 열광한다. 정의의 주먹으로 악당들을 단숨에 때려눕히는 모습은 가슴 후련하다. 하지만 만약 아이들이 영화나 만화 속 슈퍼히어로들처럼 되면 어떨까? 이들은 과연 청소년들의 ‘롤 모델’이 될 만할까? 
 
심리학자 이남석은 이 물음에 고개를 가로젓는다. 슈퍼히어로들은 법과 질서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자신의 복수심과 정의감에 온몸을 맡길 뿐이다. 이들은 자기가 무조건 옳으니 뭐든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중2병 환자’들과 다를 게 없다. 이남석이 그들을 ‘반영웅(antihero)’이라 부르는 이유다. 그렇다면 진정한 영웅은 어떤 모습일까?
 
어쩌다 영웅은 이 물음의 답을 찾아가는 소설이다.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영웅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동영은 이혼하고 사업도 풀리지 않아 지방 도시로 이사해 북 카페를 차린 중년 남자다. 동영의 아들인 서준은 낯선 환경에 적응 못해 겉도는 고2 청소년이고, 그의 동생 준석은 컴퓨터 게임에 빠져든 중학생이다. 그들의 영웅 스토리(?)는 지역 공동체 운동인 ‘꿈의 학교’에서 꾸린 ‘우리 마을 영웅 찾기 프로젝트’에 뛰어들면서 시작된다.
 
과연 그들 마을에도 영웅이 있을까? 영웅을 찾으려면 먼저 영웅을 가려낼 잣대부터 세워야 한다. 소설은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Joseph Campbell, 1904~1987)의 ‘영웅 모험의 12단계’를 소개한다. 오디세우스 같은 신화 속 인물들, 공자, 석가모니 같은 성인(聖人)들, 쿵푸 팬더 같은 대중 영화의 주인공들 이야기를 떠올려 보라. 세세한 부분은 다를지라도 큰 얼개는 다음의 단계를 따라가게 되어 있다.
 
영웅은 원래 평범한 사람이다. 세상을 구해야 할 과제가 주어졌을 때, 영웅은 자신에게는 이럴 능력도 의지도 없다며 손사래 친다. 그러다 마침내 위기를 넘기려면 자신이 나서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이후에 자기의 능력을 키워 줄 스승이나 친구를 만나고, 도저히 넘지 못할 듯한 시련을 하나씩 넘어서며 조금씩 강해진다. 사람들과의 갈등과 숱한 고민 과정을 거치며 인격 또한 단단해질 테다. 영웅은 많은 고난을 이겨내며 승리를 거두지만, 스토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한 뼘 자라난 능력과 인품으로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 나아갈 뿐이다. 


 
  • 위대함에 대한 감각을 잃어가는 청소년들에게
  • 『어쩌다 영웅』(이남석 지음)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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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속 주인공들, 성인들, 대중 영화의 영웅 이야기는 대부분 이런 식이다. 반면, 영웅인 듯 보여도 영웅이 아닌 반영웅의 특징은 무엇일까? 소설 속에서 동영은 반영웅의 특징을 이렇게 풀어낸다.
 
“영웅은 진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성장의 고통을 참아 내. 그렇지만 반영웅은 성장의 고통을 참기보다는 그 고통을 피하려 일탈을 하지. 그러다가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거나 운 좋게 스스로 해결되기도 해. 하지만 행동의 목적이 영웅처럼 진정한 문제 해결은 아니라는 점에서 차이가 나지…… 영웅은 평범한 사람이었던 경우가 많고 나중에 자기 약점을 보완하는 데 비해, 반영웅은 처음부터 특별한 장점과 단점이 확실하고 그런 면이 끝까지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 배트맨을 보면 악당과 여러 번 싸운다고 해서 돈을 다 잃거나 암울한 성격이 바뀌거나 하지 않잖아?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지.”
 
윤봉길 의사는 살아생전 조국 독립을 보지 못했다. 그렇다 해서 그를 실패한 사람으로 여기는 사람은 없다. 반면, 경제 발전이란 성과를 거두었어도 독재를 펼친 자는 어떨까? 사람들은 그를 흔쾌히 영웅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기고 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영웅이 되는 데 결정적인 것은 어려움을 이겨 내며 성숙해지고 단단하게 거듭나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마을의 영웅은 누구였을까? 어쩌다 영웅을 읽는 내내 독자들은 자신의 삶도 영웅적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건물주’가 꿈인 아이들이 늘어나는 요즘이다. 어쩌다 영웅을 위대함에 대한 감각을 잃어가는 청소년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안광복 | 중동고 철학 교사 

*이 글은 <사계절 통신> 2017년 가을호에 실렸습니다. 
 
 
  •  『어쩌다 영웅』-십대를 위한 영웅의 심리학   이남석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