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있는 문화공간

책이 있는 문화공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동네책방, 강맑실, 사계절, 2022

사계절 강맑실 대표는 동네책방의 고마움을 표현하고자 초청장을 보내 답신을 보내온 23곳을 방문했다. 그리고 책방대표들의 글을 편집해서 책을 엮었다. 강맑실대표가 동네책방 그림을 그렸다. 책방들의 이름도 특이하고 아름답다.

동네책방은 영세하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도서관들이 많다. 대부분 동네책방은 적자를 면하지 못한다. 그래서 식당과 카페 문화공간 독서모임장소로 활용한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동네책방을 여는 것은 그들의 사명감이다. 동네책방은 책만 있는 곳이 아니라 사람이 만나는 문화공간이다.

그들은 도서정가제를 주장한다. 출판사가 대형서점에는 싸게 주고 전자책방(인터넷 서점)도 싸게 하고 적립금도 준다. 동네책방은 경쟁력에서 뒤지게 된다. 여기에 쓰인 글은 23명의 동네책방 주인들이 쓴 글이다. 그들의 이력은 화려하다. 언어재활사 통번역가 목사 시인 작가다. 그래서 여기에 실린 글은 책방의 애환과 삶을 소개하는 에세이다. 특별히 제주도에 동네책방이 많다. 거기에는 대형서점이 없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목포에 시립도서관 밑에 동네산책이라는 동네책방을 가보았다. 윤소희 동화작가가 운영하는 곳이다. 서울에서 내려와 연고가 없는 목포에 집을 얻어 책방을 열었다. 높은 언덕위에 있는 곳이지만 이제는 목포 관광객들의 코스가 되었다. 전에 내가 살았던 복길 텁석골에 독립서점 책마당이 있다. 전직 지서장이 주인이다.

동네책방에서 책을 많이 사주어야 하는데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책을 보게 된다. 어려운 환경속에서 책방을 운영하는 그들이 존경스럽다. 책방이 살아야 마을이 사는 것이다. 동네책방은 책만 파는 곳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장소요 문화공간이다. 그래서 동네가 활기를 띠고 새로워지고 아름다워진다. 책방이 없는 곳은 삭막한 장소가 된다. 동네 어린이들이 성장하기까지 동네책방은 그들의 삶과 같이하게 된다. 동네에 식당이 즐비한 것처럼 동네책방은 마음의 양식을 제공하는 식당이다.

오픈 마켓에서 팔리는 책과 동네책방에서 팔리는 책은 동일하지만, 유독 책방에서 팔리는 책에서만 체취가 느껴지는 이유는 거기에는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이 있고, 알고리즘이 아니라 사람의 뜻과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눈으로 읽지만, 눈으로 읽다 보면 자꾸 동네책방의 체취를 맡고 싶어집니다. 이 책에 담긴 체취는 한동안 잊고 있던 사람의 얼굴을 다시 생각나게 합니다. 서점 냄새 너무 좋군요.(p.289 노명우)

두다리를 움직여 동네책방에 책을 사러 간다는 것은, 책이 내 삶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김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