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가미에 손을 넣으면> 김나은 작가
- 2025-07-18 11:24:22
-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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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미에 손을 넣으면』은 작가님의 첫 책이지요. 독자분들에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소설 쓰는 김나은입니다. 표제작 「아가미에 손을 넣으면」은 지구 밖 행성인 ‘케토라’의 청소년 ‘나’가 어느 날 케토라에 불시착한 지구인 ‘유나’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행성 전체가 물에 잠긴 케토라에서 아가미로 숨을 쉬며 살던 ‘나’는, 폐로 직접 호흡하며 자신과 친구를 맺으려는 ‘유나’를 만나며 외계의 아름다움을 발견합니다. 놀라움과 두려움 사이에서 우정과 사랑은 어떻게 발생하는지, 독자 여러분께서도 함께 관찰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아가미로 호흡하는 케토라인 ‘나’와 지구인 ‘유나’의 만남이 환상적으로 그려졌습니다. SF에서 주로 지구인의 시선으로 외계 생명체를 다뤄 왔다면, 이 작품은 그 둘의 위치가 바뀌어서 신선했어요. 이 작품은 어떻게 쓰게 되었나요?
작년 여름, 조카와 아쿠아리움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유리 상자 속 바다 벌레와 해파리, 색색의 물고기와 고래를 구경하는데, 문득 조카가 바닷가재만큼 작다는 걸 깨달았어요. 동시에 제 몸이 엄청나게 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작은 조카와 너무 큰 나, 그리고 다른 생물들. 아쿠아리움을 채운 존재들이 다르게 보인 건 그때였습니다.
‘내 몸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존재가 나를 들여다보는 기분은 어떨까?’
‘이토록 작은 존재가 나와 눈을 맞추고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처음에는 굉장히 무서웠는데, 오래 생각해 보니 그렇게 무섭지는 않더라고요. 그냥 신기하고 궁금할 것 같았습니다. 한 번 생각의 물꼬를 트니 바다 생물의 입장도 궁금했습니다. 놀랍고 무서울까? 아니면 궁금해서 다가가고 싶을까? 바다 생물에게 답변을 듣긴 어려우니, 제 마음대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너무 신기해서 더 알고 싶어졌을 거라고요. 「아가미에 손을 넣으면」은 이 생각을 구체화하던 과정에서 케토라인 ‘나’와 지구인 ‘유나’를 떠올리며 쓰게 되었습니다.
지구인의 인사가 악수라면, 케토라인은 아가미에 손을 넣는 것으로 마음을 표현합니다. 우주 세계에는 정말 다양한 교류 방식이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지점이었는데요. 아가미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제가 ‘알쓸신잡’이라는 예능 TV 프로그램 시리즈를 정말 좋아하는데요. 고등학생 때 그 프로그램을 보다가 정재승 박사님이 소개하는 ‘이순신 장군 숨결 계산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옛날 이순신 장군님이 쉬었던 숨결을 오늘날의 우리도 느낄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에서 시작된 계산법인데, 호흡을 계산한다는 점에서 인상이 깊게 남았나 봐요. 처음 케토라라는 행성을 구상하고 그곳의 생명체가 교류하는 방식을 상상할 때, 문득 ‘이순신 장군 숨결 계산법’이 생각났고, 이거다 싶었습니다.
숨은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섞이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이 숨결이 오가는 곳을 느끼는 일은 이 숨을 쉬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아차리고, 알아보고자 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했어요. 인간이 이미지에 영향을 받고 고래가 초음파로 대화를 하듯이, 우주나 심해의 어딘가에 있는 생물은 호흡으로 서로에게 반가움을 표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정을 표하는 방법으로 호흡을 느끼는 일을 선택한 건 그래서였고, 자연스럽게 아가미에 손을 넣는 교류 방식을 글로 쓰게 되었습니다.
나와 유나는 서로가 낯선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첫 만남부터 상대를 온전히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심지어는 ‘아름답다’고 여기고요. 반면에 「나란한 두 그림자」에서는 주인공이 저승에서 살아 돌아온 친구를 이전과 다르게 대했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후회하기도 합니다. 작가님은 새로운 존재를 만났을 때 어느 쪽에 더 가까운가요?
타인을 대하는 제 태도는 「나란한 두 그림자」의 주인공에 더 가깝습니다. 낯선 것을 정말 정말 두려워해요. 그래서 뜻하지 않게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도,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그리고 자주 후회합니다. 상대방을 조금만 더 알아보려고 노력할걸, 내 입장만 너무 생각해 보지 말걸,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신작 「나란한 두 그림자」에는 제가 겪었던 후회의 경험을 담았고, 「아가미에 손을 넣으면」은 앞으로의 다짐을 담았습니다. 새로운 존재를 만날 때는 호기심을 갖고 다가가 보자, 너무 무서워하지 말자, 하는 다짐을요. 덧붙이면, 제가 그랬기 때문에 독자분들께도 그런 마음이 닿길 바라고 있습니다.
평생 케토라 행성에서만 지내던 ‘나’가 유나를 만나기 위해 다른 행성으로 떠날 결심을 하게 되는 장면도 인상 깊었어요. 유나처럼 작가님의 삶에 영향을 끼친 인물 혹은 작품이 있을까요?
정말 여러 인물과 작품이 있지만, 딱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김소영 작가님의 『어린이라는 세계』를 꼽겠습니다.
저에게는 20살 차이가 나는 사촌 동생이 있는데요(나이 차가 커서 동생이라고 불러도 될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그 친구가 태어나고 처음 눈을 맞춘 후, 하루빨리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1년 동안 온갖 어린이 서적을 찾아본 적이 있습니다. 좋은 말, 좋은 행동만 들려주고 보여 주고 싶어서요. 김소영 작가님의 『어린이라는 세계』는 그 시기에 읽은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린이를 동료 시민으로 대우하며 함께 나아가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금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어쩌면 제가 청소년소설을 쓰게 된 것도 이 책 덕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린이라는 세계』에서 알려 준 대로 사촌 동생의 눈높이에 맞게 몸을 기울이고 가만히 시선을 보내자, 옹알이를 막 시작하던 그 친구가 저를 안아 준 순간은 평생 못 잊을 것 같습니다. 그 순간을 포함해 정말 많은 순간에 어린이를 만날 때마다 이 책의 도움을 얻었어요. 「아가미에 손을 넣으면」과 신작을 썼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도 평생 이 책은 책장에 두고 계속 읽으며 영향을 받을 것 같습니다.
「나란한 두 그림자」에서 저승에서 돌아왔을 뿐인 이들을 두고 유령이라는 둥 이전과 다른 사람이니 저승으로 돌아가라는 둥 그들에게 사회가 가하는 비난은 현 시대를 대변하는 듯 보였어요. 이 작품을 집필하면서 고민되었던 점도 많았을 것 같아요.
말씀해 주신 것처럼 정말 걱정과 고민이 많았습니다. 제가 뭐라고 지금 사회를 대변하는 듯한 작품을 쓰나, 죽음의 무게가 청소년들에게 너무 무겁게 다가가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이 컸어요.
하지만 처음 초고를 쓰고, 친구에게 그 작품을 보여 주었을 때, 네가 두렵다고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를 쓰지 않으면 영영 그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작품이 나오지 않을 거라는 피드백을 들었습니다. 청소년은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죽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말도요.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청소년은 제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사회적 약자에 관심이 많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합니다. 또 사회 구성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존재들입니다. 물론 타인의 죽음에 대해서도 깊은 이해가 있고요. 그들에게 청소년소설로 닿을 기회가 생겼는데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건 무례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소설에 나타난 비난의 수위가 너무 강하지 않게, 누군가 이 소설을 읽고 또 한 번 상처를 받지 않게, 그러나 초고에서 말하고자 했던 바는 정확히 남도록, 여러 번 글을 다듬었습니다. 제목도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한 어조의 단어였는데, 연대와 이해가 더 강조되도록 「나란한 두 그림자」라는 제목을 썼고요. 그렇기에 여러 번 말씀드리지만, 제가 말하는 연대와 이해, 사랑이 독자분들께도 잘 가닿기를 바랍니다.
「아가미에 손을 넣으면」의 ‘나’가 유나를 만나 난생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있어요. 또 「나란한 두 그림자」의 연우는 저승에서 돌아온 윤화를 짝사랑하기도 했고요. 작품 전면에 인물들의 성별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더 눈길이 갔습니다. 계속해서 ‘사랑’에 주목한 이유가 있을까요?
사랑에 관해 말할 기회가 생기면 언제나 신이 납니다. 제가 가장 재밌어 하는 감정이기 때문인데요. 사랑은 어떤 사람이 특정한 행동을 할 때,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를 설명해 주는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성적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행동들을 우리는 무엇을 혹은 누군가를 사랑하기 때문에 하고, 그렇게 벌어지는 이상한 장면들과 행동들을 저는 좋아합니다.
사랑은 다른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우정, 우애, 환대, 연대, 연민. 때로는 아름다움과 분노도 사랑에 포함됩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있고, 저는 그걸 표현하는 일이 재밌습니다. 인물들의 성별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유는 그 때문이에요. 어떤 특정한 사랑만이 사랑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을 온전히 그 사람으로 대우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도 저는 사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가미에 손을 넣으면」과 「나란한 두 그림자」를 사랑에 관한 이야기로 쓴 건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지금도 사랑에 관해 쓰는 일이 가장 재밌기에, 앞으로의 작품에서도 사랑에 대해 쓸 것 같아요.
두 작품 중 가장 마음을 쏟은 장면 또는 문장은 무엇인가요?
“지금 나는 유나를 위해 특별 설계된 공간에서, 물이 채워진 우주복을 입고 이 애의 생김새를 알아보려 애쓰고 있다.” 「아가미에 손을 넣으면」을 집필하면서 제가 가장 마음을 쏟은 문장은 바로 첫 문장입니다.
이 작품에서 저는 ‘나’가 유나의 얼굴을 짚어 가는 장면에 가장 공을 들였는데요. 독자분들이 정말 ‘나’가 그 공간에서 유나의 얼굴을 만져 보는 것처럼 자신의 얼굴을 새롭게 생각해 보기를 바랐습니다. 우리는 지금 다른 세계에 도착했고, 외계인의 외계인이 되어보는 체험을 시작할 거예요,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소설의 분위기를 잡는 대목일 뿐만 아니라 독자분들을 소설로 초대하는 장면이기 때문에 금방 썼지만 고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처음 쓸 때부터 지금까지 가장 마음을 쏟은 장면이라 여러분께도 사랑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작가님은 첫 책을 청소년소설로, 그중에서도 청소년SF소설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청소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여러분, 사랑을 멈추지 마세요.’
저는 모든 사랑이 가능한 세계를 꿈꾸고 있습니다. SF는 그 점에서 저에게 가장 재밌고 적합한 장르라고 생각해요. 청소년소설은 저보다 훨씬 더 많은 세계를 꿈꿀 수 있는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장르고요. 두 가지가 합쳐진 청소년SF소설은, 그래서 제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마음을 쏟으며 쓰고 싶은 장르입니다. 지금도 청소년SF소설을 준비하고 있고요. 앞으로도 여러분에게 멈추지 않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여러분, 사랑을 멈추지 마세요. 이 말에 담긴 진심이 전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