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 숙제 조작단』 함께하는 교실 라이브 수업 후기

우리가 만든 ‘숙제’로 진짜 원하는 여름방학을 즐겁게 보낼래요.

『여름 방학 숙제 조작단』
일주일의 행복했던 시간

글 ✽ 황미영(한마음초등학교 교사)


‘방학 숙제’ 하면 여러분은 어떤 기억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저는 개학날이 다가오면 밀려 있던 일기의 날씨를 기억해 내느라 머리를 싸맸던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힘겹게 밀린 일기를 다 쓰고 제가 내린 결론은 ‘일기를 밀리지 말자’가 아니라, ‘일기를 안 쓰더라도 날씨는 꼭 쓰자!’였지요. 그렇게 밀린 일기를 쓰던 제가 교사가 되어 이제는 아이 들에게 매일 일기를 써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참 아이러니합니다. 요즘의 아이들에게도 방학 숙제의 일기는 꼭 필요한 숙제이지만 꾸준히 하기에는 참 어려운 일로 남아 있습니다. 핸드폰을 열어 엄지손가락을 몇 번 두드리면 글자가 써지고, 검색되는 세상에 사는 아이들에 게 특히나 종이로 된 책을 읽고 자기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과정은 무척이나 낯설고 고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이런 아이들에게 글을 읽고 생각을 나누고 그것을 글로 남기는 것의 기쁨을 맛보게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반가운 문자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바로 ‘함께하는 교실 라이브’ 행사 신청 안내 메시지였어요.
 
 
이번 ‘함께하는 교실 라이브’ 신청 안내에 유독 눈에 들어온 책 한 권이 있었습니다. 바로 여름 방학 숙제 조작단이었습니다. 작년에 초등학생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일기 쓰기 특강에서 만나 뵈었던 작가님 의 작품이라 익숙하기도 하고 이번 기회에 아이들에게 조금 더 의미 있는 여름 방학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이번 행사를 신청했습니다. ‘함께하는 교실 라이브’가 우리 반 아이들에게 더욱 뜻 깊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책을 중심으로 하는 온책읽기 프로젝트를 계획해 보기로 했습니다. 프로젝트 설계에 앞서 먼저 책을 찬찬 히 읽어 보았습니다. 책 속에는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하기에 좋은 소재와 활동들이 제법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떠올랐던 프로젝트 활동 속에 사계절출판사 홈페이지에 마련되어 있던 온책읽기 지도안과 활동지의 내용 중 필요한 부분을 골라 프로젝트 계획을 완성 했습니다.
 
책을 읽기 전, 아이들과 함께 작가님에 대해 알아보고, 책의 목차를 라벨지에 출력해 펼쳐질 이야기를 미리 상상해 보는 활동을 했습니다. 각자 상상한 이야기를 모둠별로 모여 앉아 함께 나누었고, 재미있는 상상을 모두와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친구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나니, 아이들 눈에서 얼른 책을 읽고 싶어 하는 열기 가 느껴졌습니다. 이제 책을 읽을 준비가 다 된 것 같아 얼른 책을 꺼내 들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준보, 영수, 구봉이가 함께 해 나간 숙제를 우리도 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여름’ 하면 떠오르는 낱말을 이용한 동시 이 어 짓기, 지하철 할아버지의 붓글씨 작품처럼 멋지게 솜씨 낸 캘리그래피로 부채 꾸미기, 뜨거운 여름 외출 필수품인 물병을 담아 줄 텀블 러 주머니 꾸미기, 4학년 사회의 ‘우리 고장의 중심지’ 단원과 연계한 우리 동네 미술관 전시 답사와 우리 마을 버스 탐사 활동, 친구 관찰 일지를 활용한 마니또 발표 활동 등은 아이들에게 책 속 인물들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 주었고, 이야기 속에 깊이 빠져들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책에서 뽑은 논제 ‘여름 방학 숙제는 꼭 필요한가?’를 가지고 아이들과 짝토론도 해 보았습니다. 토론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아이들 이라 다른 활동보다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하여 천천히 진행했습니다. 먼저 짝토론의 의미와 방법을 알아보고, 논제 분석을 통해 입안문 쓰기의 기초 과정을 거쳤습니다. 함께 분석한 내용을 칠판에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입안문을 쓰도록 하니 처음 시도한 활동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 모두 큰 어려움 없이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토론에 참여한 아이들의 입에서는 여름 방학 숙제는 무조건 싫고 필요 없는 것이라 여겼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여름 방학 ‘숙제’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된 아이들과 우리가 진짜로 원하는 숙제가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 보았습니다. 포스트잇에 이번 여름 방학에 자신이 하고 싶은 숙제를 세 가지 적게 하고 칠판에 비슷한 종류끼리 유목화하는 활동을 통해 우리 반만의 여름 방학 숙제 리 스트를 만들었습니다. ‘나만의 북큐레이션’, ‘내가 쓰는 그림책’, ‘우리 마을 탐방하기’, ‘새로운 체육 놀이 만들기’, ‘버스 타고 우리 마을 탐사하기’ 등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해 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참신하고 재미있는 숙제들이 순식간에 쏟아졌습니다. 우리는 이 숙 제 리스트를 이번 여름 방학 계획서의 선택 과제로 선정했습니다. 
 

여름 방학 추천 도서는 ‘도서관 보물찾기’ 활동으로 채웠습니다. 학교 도서관을 다 같이 방문하여 친구들의 여름 방학을 즐겁게 해 줄 책 한 권을 정성껏 고르고 추천하는 이유를 메모지에 적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가 만드는 여름 방학 계획서에는 이제 필요 없고 싫은 ‘숙제’는 없었습니다. ‘우리가 진짜 원하는’ 여름 방학 계획서가 된 것이지요.
 
이번 프로젝트의 마지막은 ‘함께하는 교실 라이브’였습니다. 라이브 시작에서 참여하는 학교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 주시고, 패들릿에 남긴 아이들의 질문에 자세하게 답변해 주신 작가님 덕분에 한 시간이 무척이나 짧게 느껴졌습니다. 어린 시절 일기장 이야기, 작품과 관련된 재미있는 퀴즈까지 준비해 주신 정성에 아이들은 정신없이 라이브 방송에 푹 빠졌습니다. 특히나 동화책 속에 있던 작은 삽화 등을 이용한 퀴즈 시간은 열심히 책을 읽은 우리 반 친구들에게 무척이나 보람된 순간이었습니다. 패들릿에 남겨진 전국의 많은 학생들 질문을 살펴보며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새로운 시각을 발견하고, 작품을 더욱 폭넓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함께하는 교실 라이브’ 행사로 온책읽기 프로젝트가 더욱 풍성해졌습니다. 행사를 열심히 준비해 주신 작가님과 좋은 기획으로 책읽기를 즐겨하는 학급 문화를 조성하는 데 도움 주시는 사계절출판사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아이들에게도, 학부모님들에게도 선생님과 함께하는 온책읽기 프로젝트가 즐겁고 행복하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습니다. 혹시 아직 행사를 몰라 신청하지 못하신 선생님들이 계신다면 주변에 많이 알려 주세요. 다음 학기에는 전국의 더 많은 학생이 ‘함께하는 교실 라이브’를 통해 책을 온전히 읽는 기쁨과 즐거움을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