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인터뷰] 『똑같은 얼굴』 조규미 작가


『똑같은 얼굴』 조규미 작가 인터뷰
 

Q. 청소년 소설집 『똑같은 얼굴』이 출간되었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쓰셨나요?

원래 『너의 유니버스』와 『똑같은 얼굴』에 실린 작품들은 하나의 소설집으로 구상을 했었는데요. 출판사에서 청소년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짧은 소설 시리즈를 기획하면서 『너의 유니버스』 한 편은 독고독락 시리즈로 먼저 출간하고, 그 이후에 한 편을 더 써서 『똑같은 얼굴』로 새로이 묶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들은 하나의 줄기를 가지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에 출판사에 원고를 제출할 때 붙인 제목이 ‘친구를 소개할게’ 였는데요. 청소년 독자들에게 친구를 소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실제로 원고를 쓸 때도 ‘조금 특별하고 새로운 친구’를 독자들에게 소개한다는 생각으로 썼어요.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 그 친구이기도 한 동시에 작품 하나하나가 독자들에게 친구가 될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집필에 임했습니다.
 

Q. 『너의 유니버스』에 이어 이번 『똑같은 얼굴』에서도 장르물의 느낌이 물씬 나더라고요!

제 작품들이 다 그런 건 아니고요...^^ 『너의 유니버스』나 『똑같은 얼굴』이 장르적 특성이 가미된 작품들입니다. 조금 특별한 친구를 소개하겠다는 마음으로 한 작품, 한 작품 썼다고 말씀을 드린 것처럼, 친구들의 정체가 바로 그런 장르적인 느낌을 주는 핵심적인 이유가 되죠. 「너의 유니버스」에서는 시간 여행자, 표제작인 「똑같은 얼굴」에서는 도플갱어, 「행운의 별」에서는 저승사자 혹은 수호령, 「그 애의 사물함」에서는 귀신입니다. 말하자면, 이런 상상에서 출발한 건데요. 우리 교실에 외계인도 있고 귀신도 있고 시간 여행자도 있고 저승사자도 있다면? 그런 특별한 존재들이 여기저기 끼어 있는 교실이라면 어떨까? 이런 생각을 한다면 내가 설사 조금 외롭더라도 큰 문제는 아니겠구나, 싶더라고요.
만약 내가 이 작은 교실 안에서의 친구 관계로 힘들다면 조금만 시선을 달리해 보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외로움, 소외감, 열등감, 이런 감정들이 큰 문제가 아니겠구나……. 이렇게 달리 생각하다 보면 아이들의 힘든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지 않을까 싶었어요. 결국엔 아이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Q. 이번 소설집에는 작품마다 ‘친구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이유가 있으실까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글을 쓰면서 저의 청소년 시절을 많이 되돌아보게 되더라고요. 저는 아주 평범한 청소년 시절을 보냈고 교우 관계도 크게 문제를 겪었던 적은 없어요. 그래서 그럭저럭 잘 지내 온 편이라고 생각하는데도, 친구가 없어서 고민을 한 적이 있었고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때를 기억하고 있어요. 주변의 청소년들을 봐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교실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친구를 만드는 일이더라고요. 아이들에게 친구가 없는 상황이 가장 큰 공포인 것이죠. 그래서 저는 친구가 없는 상황을 다르게 해석하고 싶었어요. 독자들이 친구가 없어도 그 상황을 조금이라도 가볍게 받아들이도록 하고 싶었어요.
 

Q. 작품을 쓰면서 독자들 모르게 숨겨 둔 부분이 있으실까요?
 
단편에서는 짧은 분량으로 핵심적인 정보를 전해야 하기 때문에 상징적인 장치들을 이용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 되는데요. 이번 소설집에 등장하는 이름에도 그런 의도를 담았습니다. 「행운의 별」에 ‘황가람’이라는 친구가 등장하는데요. 이 친구의 이름에는 인간을 저세상으로 인도하는 존재라는 의미를 담았어요. 「축구공과 응원봉」에 등장하는 ‘송미단’과 ‘차우현’이라는 이름에도 캐릭터를 상징하는 글자를 넣었는데요. 힌트를 드리자면 각자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대상을 한 글자씩 이름에 담았습니다.
 

Q. 다섯 편의 소설 중 가장 마음이 가는 작품이 있으실까요?
 
이 이야기들이 시작하게 된 출발점에 있는 작품이 「행운의 별」입니다. ‘이런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써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해서 친구의 정체를 조금씩 바꿔 가면서 여러 편의 작품을 쓰게 되었습니다. 등장인물, 이야기 전개 방식, 주제 등, 어떻게 보면 프로토타입이 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 작품에 대한 변주를 만들 듯이 다른 작품들을 이어서 썼습니다. 때문에 「행운의 별」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그 뒤에 쓴 작품들도 태어나지 않았을 테니까,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작가님은 청소년에게 어떤 이야기를 건네주고 싶으신가요?
 
저는 주로 청소년기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이야기하고자 했어요. 용기, 기짜 욕망, 자신을 사랑하는 일의 소중함 같은 이야기를 써 왔던 것 같아요. 그런데 최근에 쓴 『페어링』과 『똑같은 얼굴』은 위로하는 이야기를 쓰려고 했습니다. 넓게 보아 마음이 단단해지는 이야기라고 할까요? 어른이 되어서 청소년 시절을 돌이켜보면 사실 별거 아닌 일인데 그게 세상의 전부인 양 힘들어했던 것 같아요. 그 마음의 무게를 덜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쓴 이야기가 독자의 마음속에 알게 모르게 남아 있다가 어떤 고민이나 힘든 일에 부딪혔을 때 완충 작용을 했으면 좋겠다……. 그런 바람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똑같은 얼굴』을 읽은 청소년 독자들의 반응이 상당히 궁금합니다.
 

Q. 앞으로 어떤 작품을 쓰고 싶으신가요?
 
우리를 둘러싼 사회가 강요하고 있는 잘못된 가치관을 비판하고 진실을 전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동시에 조금 다른 층위의 이야기지만, ‘이상한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이상하지만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이상하지만 뭔가 좋다는 생각이 드는 이야기. 여기에서 생기는 긴장감이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