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인터뷰] 우리의 정원


인터뷰로 만나는 작가의 세계
 
제20회 사계절문학상 수상 작가
《우리의 정원》 김지현

 
#1
Q. 《우리의 정원》을 소개해 주신다면?
 
A. 《우리의 정원》은 ‘친한 친구’란 무엇인지 정의 내리는 것조차 어려워하던 주인공이 직접 눈을 바라보며 대화할 수 있는 많은 인물을 만나 관계 맺기를 배워 가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 속에서 인물들은 섣불리 상대방을 다 안다고 말하거나 자기가 원하는 바를 강요하지 않아요. 같은 것을 공유하면서 똑같이 느끼고 생각하려고 애쓰지도 않고요. 인연이 닿는 데는 조건이 없지만, 그 인연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 어떤 마음가짐과 태도가 필요한지, 주인공과 친구들을 보며 저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2
Q. 등장인물은 어떻게 구상하셨나요?
 
A. 교실에서 느낄 수 있는 여러 감정을 생각하다가, 외로움, 소외감, 거리감 같은 단어들이 제 안에서 자꾸 맴돌았어요. 사회과학을 공부해서 그런지, 《우리의 정원》을 구상하는 초반에는 아이돌 덕질, 팬덤 문화나 SNS 관계에 몰두하는 청소년들의 심리적 특성을 다룬 논문들을 한참 뒤져 보기도 했어요. 연구 논문을 쓰는 것도 아닌데, 논리적으로 설득시킬 수 있는 인물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 거죠. 그러다 꼭 보편적인 특성을 보여 주지 않아도 주인공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 내면 얼마든지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고,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에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3
Q. 어떤 계기로 청소년소설을 쓰게 되셨나요?
 
A. 출판사 신인상 공모에 여러 차례 도전하다가, 문득 친한 친구들에게 청소년소설을 쓸 거라고 말했더니 친구들이 정말 잘 쓸 것 같다고 답해 준 게 기억나요. 그때는 친한 친구들이니 무조건 나를 응원하고 좋게 말해 주나 보다, 생각했는데 이제야 무슨 의미인지 조금 알 것 같아요. 《우리의 정원》 원고를 사계절출판사에 보내고 돌아오면서, 바로 다음 응모작은 어떻게 쓸지 고민했어요. 청소년기에 대해서라면,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4
Q. 사계절문학상에 공모하게 된 이유
 
A. 최근에 사계절문학상 20주년 기념 라이브 방송을 시청하다가, ‘청소년문학에 대한 합의’라는 키워드가 나와 노트에 적어 놓았어요. 청소년문학이 그저 청소년 주인공이 나오는, 목표 독자층을 청소년으로 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청소년기 아이들과 그 삶을 대하는 데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가치를 고민하고 답을 찾아 나가는 길에, 제가 20회 수상자로서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다행스럽고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5
Q. 임상심리사 김지현이 본 청소년
 
A. 제가 하는 일은 심리검사를 통해 수검자의 상태를 평가하는 일이다 보니 현실적인 잣대로 봤을 때는 그만한 일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려야 할 때도 있어요. 제3자이자 어른인 저의 눈에는 심각하지 않아 보이지만, 지금 그 친구에겐 무엇보다 크고 무겁게 느껴지는 일일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는 저를 조금 내려놓고, 그들이 하는 얘기를 얼마든지 들어 주고 싶어요. 청소년기 아이들은, 생각보다 명확한 답이나 판단을 대신 내려 주기를 원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하는 게 맞아, 이렇게 해, 하는 조언보다는 그저 자기 얘기를 진지하게 들어 줄 상대가 필요한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6
Q. 우리 모두의 정원에게
 
A. 제가 청소년기에 대해 가지고 있는 한 가지 신념은, 어쩌면 잘못된 길로 나아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방향을 다잡을 수 있는 시기라는 거예요. 가치관과 삶의 태도가 형성되는 시기인 만큼, 선하고 옳은 가치들을 접하고 좋은 친구, 어른들을 많이 만나면 좋겠어요. 그 과정에서 저도 사회의 좋은 어른으로 기능하고 싶다는 기대와 책임감을 가지고 청소년소설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열 명이 읽으면 열 명 모두 재밌다고 극찬하는 이야기를 쓰는 건 무척 어렵겠지만, 조금이라도 더 선하고 옳은 것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말할 자신이 있으니까요.
 
#7
Q. 독자님들께 한마디
 
A. 이 소설을 쓰는 동안 인연, 이어짐과 같은 단어를 자주 떠올렸어요. 단어가 가진 힘이 있잖아요. 그 말들을 마음속에 심어 놓으니, 조금 더 곁을 돌아볼 여유가 생기고 평온해지는 느낌이었어요. 저는 이 소설이 굵직하고 극적인 사건보다는, 인물과 관계가 이끌어가는 이야기라고 느껴져요. 그렇기에 저는 내용이 재밌다는 평가를 듣는 것도 정말 감사하고 좋겠지만, 많은 분이 《우리의 정원》을 읽고 나서 그저 주변의 사람들, 소중한 관계들을 마음껏 떠올려 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면 가장 기쁠 것 같아요. 《우리의 정원》이 내 곁을 조금 더 돌아보게 하고, 가까운 곳에서 친절과 다정함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