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가족] 명탐견 오드리 수사는 발끝에서부터

“내가 눈 뜨고 자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우리 집 강아지가 눈 뜨고 자면 아이와 신기하게 쳐다봤었다.
책에서는 개집 안에 있을 때 한쪽 눈만 감고 잔다고 하는데 <명탐견 오드리>를 읽고 보니 자면서도 주변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그랬는지 여느 때와 킁킁거림이 탐정 놀이하듯 대견하게 느껴진다.

반려견과의 생활 2년째. 반려견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강아지를 주인공으로 하는 동화책이 나오면 너무 반갑게 펼쳐 들게 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속담과 사자성어를 교묘하게 ‘오드리’ 식으로 써놨는데, 원래의 뜻을 정리해줘서 속담을 알아가는 또 다른 재미도 얻을 수 있다.

강아지들의 입장에서 코믹하게 그려진 <명탐견 오드리>는 오드리 시리즈 2번째 책이다.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으시고, 불의를 외면하지 않는 정은숙 작가님의 목소리를 오드리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편은 “놀이터의 귀신” 편이었다.

놀이터에 귀신이 출몰했다고?
호기심 많은 범이와 친구들은 오드리와 함께 현장을 목격한다. 하지만 귀신이 아닌 기웅이를 만나게 되고, 사연이 있어 보이는 기웅이에게 친구들은 마음을 놓지 못하고 지켜보게 된다.

“그 아이 이름은 조기웅이야. 얼마 전에 우리 옆 반으로 전학 온 아이였어.”
“김동진도 조기웅이랑 같은 반이야. 그러니까 그날 밤 기웅이는 김동진의 실내화를 찾은 거야.”(p.41)

“오드리, 너라면 어떻게 하겠니?”(p.45)

힘세고 교묘하게 친구를 괴롭히는 동진이의 행동은 학부모 입장에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궁금하던 차에 아이에게 물어보니, 아이 역시 같이 화가 난다며 똑같이 해주겠다고 말한다.

마침내 든든한 친구들과 강아지의 도움으로 기웅이는 용기를 얻게 된다.

“아무도 나를 괴롭히지 않아. 나는 괜찮아. 오드리, 이제 그만해.”(p.50)

이 말은 인상 깊었던 부분이기도 했다.
기웅이는 오드리에게 말했지만, 사실 기웅이 자신에게, 동진이에게 말한 것과 다름없는 용기의 말이었다.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용기 내어 주변에 알렸고, 상황에 맞섰던 점이 학부모의 입장에서 마음이 놓였다. 한 편의 동화였지만, 그런 기웅이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이의 인상 깊었던 부분은,
“오드리, 너는 학교도 안 가고, 학원도 안 다녀 좋겠다. 하루 종일 집에서 편하게 뒹굴 수 있는 네가 정말 부럽다.”(p.113)

글쓰기가 있을 때면 단골 주제로 나왔던 내용이다.
학교 다니고 숙제 많은 자신보다 집에만 있는 강아지가 부럽다며 강아지가 되고 싶다는 말을 농담처럼 하곤 했는데, 문장으로 나오니 너무 재미있었다며 공감했다.

강아지 특징을 살려서 탐정견으로 표현한 부분이 아이들의 흥미를 끌었다. 벌써부터 다음 편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