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의 무능한 탐정들
- 165
• 지은이 : 김혜빈, 김사사, 공현진, 하가람, 신보라
• 가격 : 14,000원
• 책꼴/쪽수 :
130x224mm, 192쪽
• 펴낸날 : 2024-02-29
• ISBN : 979-11-6981-180-4 03810
• 십진분류 : 문학 > 한국문학 (810)
• 도서상태 : 정상
• 태그 : #신춘문예 #신작소설집 #관계 #진실 #위계
저자소개
지은이 : 김혜빈, 김사사, 공현진, 하가람, 신보라
김혜빈
202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레드볼」로 등단. 같은 해 박화성소설상 수상 및 『그라이아이』 출간.
김사사
202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체조합시다」로 등단.
공현진
202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녹」으로 등단. 『소설 보다: 여름 2023』과 『미안해 솔직하지 못한 내가』에 단편 수록. 2024년 젊은작가상 수상.
하가람
202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수박」으로 등단. 『소설 보다: 여름 2023』에 단편 수록.
신보라
202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휠얼라이먼트」로 등단.
202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레드볼」로 등단. 같은 해 박화성소설상 수상 및 『그라이아이』 출간.
김사사
202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체조합시다」로 등단.
공현진
202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녹」으로 등단. 『소설 보다: 여름 2023』과 『미안해 솔직하지 못한 내가』에 단편 수록. 2024년 젊은작가상 수상.
하가람
202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수박」으로 등단. 『소설 보다: 여름 2023』에 단편 수록.
신보라
202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휠얼라이먼트」로 등단.
책정보 및 내용요약
박화성소설상·젊은작가상 수상 작가 신작 수록!
한국문학에 새롭게 호명될 이름들,
신춘문예 등단 작가 5인의 신작 소설집
지난해 신춘문예로 등단한 다섯 작가들의 신작 소설들을 엮었다. 소설집에는 동아일보 중편 당선자 김혜빈, 단편 당선자 공현진과 서울신문 당선자 김사사, 세계일보 당선자 하가람, 경향신문 당선자 신보라가 저자로 함께 했다. 그 가운데 김혜빈이 박화성소설상을, 공현진이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등단 일 년 만에 들려온 이 소식은 신진 작가들의 가능성과 믿음을 의심치 않게 하는 소중한 결실이다. 작년에 출간된 같은 콘셉트의 소설집 『두 번째 원고』 저자들 역시 이상문학상 우수상과 젊은작가상 수상이라는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오늘날의 현실을 가장 예민하게 감각하는 다섯 작가들의 신작은 지금 우리 곁에 필요한 사랑하려는 흔적들을 담아낸다. 진짜와 가짜, 남겨진 자와 떠나는 자의 자리를 비틀고, 타인과 가족 사이에서 빚어지는 관계의 위계를 포착해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한국문학에 새롭게 호명될 이름들,
신춘문예 등단 작가 5인의 신작 소설집
지난해 신춘문예로 등단한 다섯 작가들의 신작 소설들을 엮었다. 소설집에는 동아일보 중편 당선자 김혜빈, 단편 당선자 공현진과 서울신문 당선자 김사사, 세계일보 당선자 하가람, 경향신문 당선자 신보라가 저자로 함께 했다. 그 가운데 김혜빈이 박화성소설상을, 공현진이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등단 일 년 만에 들려온 이 소식은 신진 작가들의 가능성과 믿음을 의심치 않게 하는 소중한 결실이다. 작년에 출간된 같은 콘셉트의 소설집 『두 번째 원고』 저자들 역시 이상문학상 우수상과 젊은작가상 수상이라는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오늘날의 현실을 가장 예민하게 감각하는 다섯 작가들의 신작은 지금 우리 곁에 필요한 사랑하려는 흔적들을 담아낸다. 진짜와 가짜, 남겨진 자와 떠나는 자의 자리를 비틀고, 타인과 가족 사이에서 빚어지는 관계의 위계를 포착해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목차
김혜빈 소설 솔리터리 크리처
에세이 이리저리 엉망진창 짠짜라짜잔
김사사 소설 정원사
에세이 24시간 점포
공현진 소설 권능
에세이 달라지지 않을
하가람 소설 하지의 무능한 탐정들
에세이 거리에서 온더록스
신보라 소설 이주
에세이 ‘도’와 ‘든’으로 살기
에세이 이리저리 엉망진창 짠짜라짜잔
김사사 소설 정원사
에세이 24시간 점포
공현진 소설 권능
에세이 달라지지 않을
하가람 소설 하지의 무능한 탐정들
에세이 거리에서 온더록스
신보라 소설 이주
에세이 ‘도’와 ‘든’으로 살기
편집자 추천글
다섯 소설가가 꺼내 보이는
지금 우리 곁에 필요한 사랑하려는 흔적들
“기억해. 외로운 사람은 모두 늑대인간이 될 수 있어.”
〈두 번째 원고〉는 신춘문예 등단 작가 5인의 신작 소설과 에세이를 엮어 펴낸다. 작년에 출간된 『두 번째 원고』 의 저자들은 이상문학상 우수상과 젊은작가상 수상이라는 반가운 소식을 전했으며, 올해 저자들 역시 등단 일년 만에 박화성소설상과 젊은작가상 수상이라는 믿음직한 소식을 들려주었다. 이 결실은 신진 작가들의 가능성과 작품에 대한 신뢰를 의심치 않게 한다. 에세이에는 이제 막 스타트라인을 넘어선 작가들의 창작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그럼에도 쓸 수밖에 없는 소설에 대한 애정이 담뿍 묻어난다. 앞으로 더 많은 세계를 선보일 작가들이 지금, 들려주는 고민은 꼭 글쓰기뿐만 아니라 창작 분야에 매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해준다.
책에는 다섯 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작가들에게는 자유 주제로 원고를 의뢰했고, 그렇게 모인 소설들은 신기하게도 작품마다 교집합을 보이며 서로 멀어졌다 가까워지는 흐름을 보인다. 늑대인간으로 우리 사회가 소수자를 바라보는 모습을 그린 「솔리터리 크리처」, 사라진 가족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통해 남겨진 자의 자리를 보여주는 「정원사」, 한 사람의 죽음 곁에 머물며 함께 고통을 나누는 사람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권능」, 허공에서 이뤄지는 랠리처럼 비어버린 관계를 조명하는 「하지의 무능한 탐정들」, 서로의 곁을 지키는 두 사람의 섬뜩한 마음들을 드러내는 「이주」까지. 작품에는 다섯 소설가가 포착한 우리 사회의 그늘진 자리들이 새로운 풍경으로 펼쳐진다.
누구보다 그해를 예민하게 감각하여 새로운 시선을 보여주는 다섯 작가들의 신작은 지금 우리 사회가 미처 바라보지 못한 장면들을 차분하게 그러나 숨김없이 꺼내어놓는다. 때로는 헤매고, 휘청거릴지언정 자기에게 주어진 여정을 끝까지 이어나가는 인물들의 행적은 곧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들의 도무지 포기할 수 없는 삶에 대한 애정 어린 시도는 아닐까? 그 시도들을 엮은 소설집 『하지의 무능한 탐정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한 번은 필사적으로 사랑해보려는 흔적들이기도 하다. 소설집 말미에 실린 작가들의 짧은 에세이 역시 작가로서 글쓰기와 소설을 바라보는 저마다의 분투가 담겨 있다. “실패에 압도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실패를 확인하며 써나가는 것이 곧 소설을 쓰는 일임을 안다.”(79p) 실패를 넘어서 앞으로 나아가려는 다섯 작가들의 이야기는 한국문학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이다.
진짜와 가짜, 남겨진 자와 떠나는 자의
자리를 비트는 새로운 시선들
소설집의 첫 번째 수록작 「솔리터리 크리처」에는 자신이 늑대인간임을 고백하는 명우와 모형 제작소에서 일하는 ‘나’와의 만남이 그려진다. 명우는 어느 순간 자신이 다른 존재가 되었음을 알게 되었는데, 자신 외에 누구도 그 사실을 인정해주지 않아 현아에서 명우로 이름을 바꾼 터였다. 그 고백을 들은 나는 건너편에 앉은 이가 현아인지, 명우인지 골몰한다. 의외로 모형은 실제보다 엉성할 때 사랑받는다. 실제를 구현하지만, 완벽히 실제다워서는 안 되는 모형의 세계에서 실제는 필연적으로 어떤 기울기를 내포한다. 언제나 현아였지만 어느 순간 새로운 현아가 된 자신을 인정받기 위해, 결국 이름을 바꾼 명우가 사는 세계에도 기울기는 존재한다. 이 단편은 계속해서 작품의 기울어진 세계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동시에 질문한다. 우리 세계가 품은 기울기는 무엇인지, 나아가 그 기울어진 자리가 모두 반듯해져야 하는지까지도.
두 번째 수록작 「정원사」는 세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제는 여기에 없는 떠나간 가족을 마음에 품은 인물들이 한 집에 모인다. 영이는 동생의, 승수는 남편의, 해조는 언니의 부재를 안고 승수네 집 너른 마당에서 각자의 기억을 꺼내놓는다. 여기에 없는 사람을 기억하는 일은 세 사람이 서 있는 곳을 남겨진 자의 자리로 만든다. 그런데 그들이 겪은 부재는 모두 떠나는 순간을 보지 못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생략된 사라짐의 순간은 떠올리는 이가 서 있는 자리에 따라 다른 기억으로 메워진다. 이 소설은 여기에 있는 사람들의 발화를 통해 독자가 저기에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게 한다. 떠난 사람들의 자리에서는 어쩌면 그들이 남겨진 사람일 수도 있기에.
세 번째 수록작 「권능」은 솔의 죽음을 둘러싼 이모와 ‘나’의 관계를 보여준다. 힘들게 임신을 한 이모는 아이를 낳자마자, 언젠가 무당에게 들은 말을 떠올린다. ‘남자를 조심해야 해. 아이의 명이 짧아.’ 그 말에 휩싸인 이모는 나의 엄마이자 권사인 동생과 함께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다. ‘강대상 앞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두 사람은 매일’ 기도를 올린다. 허상일지도 모를 무당의 말을 믿음으로써 그 말에 힘을 부여한 이모는, 이제 그 힘을 무너뜨리기 위해 또 다른 믿음으로 향해간다. 이 소설은 그 믿음, ‘믿음을 믿는 일이 아니고서는 살 수 없는 마음’ 의 한가운데를 천천히 그리고 집요하게 들여다본다. 과연 우리는 그 믿음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이어질 타인과의 관계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시도들
네 번째 수록작 「하지의 무능한 탐정들」은 추리소설가 지망생 기우와 이혼한 호정의 이야기를 그린다. 수차례 공모전에서 떨어지며, 이야기의 끝을 맺지 못한다는 평을 받는 기우는 호정에게 자신이 쓰려는 탐정 이야기를 들려준다. 기우가 들려주는 추리소설은 어느 순간 두 사람이 성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를 듣고 마치 탐정이 된 듯 행동하면서, 자연스럽게 해당 소설 속 이야기로 넘어온다. 소설 속 인물이 말하는 소설과 그 인물이 서 있는 소설 앞에서 독자는 기묘한 지점에서 두 이야기를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작품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아무려나. 이야기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로 끝을 맺으며 비로소 다시 시작될 이야기 속으로 또다시 독자를 끌고 간다. 그 흐름은 ‘허공에 하는 랠리’처럼 비어버린 타인과의 관계를 직면하게 되는 호정의 순간과 맞닿으며, 계속될 인물의 내일을 생각하게 한다.
다섯 번째 수록작 「이주」는 그림을 그리는 이주와 그 곁을 지키는 ‘나’의 이야기를 담는다. 남자와 헤어질 때마다 살이 찐 이주는 이제 아무도 믿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살이 찔수록 세상에서 지워지는 이주와 그 곁에서 이주의 그림을 파는 나의 관계는 어딘가 기이해 보인다. 여대생, 이십 대 여자, 그림 밑에 설명을 추가하자 남자들에게서 연락이 온다. 이 소설은 다소 가학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두 여성의 관계를 통해, 사회에서 말하는 여성성이라는 상대성을 꼬집는다. 무엇을 기준에 두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여성성의 의미 사이에서, 인물들은 저마다 고민하면서도 서로의 곁에 남는다. 이주와 나의 연대에 무조건적인 믿음은 없다. 오히려 필요와 생존이 두드러지는 모습을 통해 연대의 또 다른 결을 엿볼 수 있다.
다섯 소설들은 우리가 의심 없이 받아들였던 의미들 진짜, 허상, 진실, 관계, 연대가 서 있던 자리를 옮겨 익숙한 것의 또 다른 속살을 들춰 보인다. 이 시대의 새로운 작가를 만나고 싶은 독자들에게, 지금 우리의 현실을 낯설게 보여주는 작가들의 패기 넘치는 소설과 끝없이 이어지는 글쓰기에 대한 고민과 애정을 엿볼 수 있는 에세이를 함께 전한다.
♦ 책 속으로
“늑대인간이든 뭐든, 오랜만에 본 친구면 한 번은 더 만나.”
“어색한 게 싫어도요?”
“그래, 싫어도.” _「솔리터리 크리처」, 17~18p
“기억해. 외로운 사람은 모두 늑대인간이 될 수 있어!” _「솔리터리 크리처」, 19p
“혹시 평범한 인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거야?”
“아니, 난 늑대인간이 된 내가 좋아. 그걸 부정하고 싶지 않아.” _「솔리터리 크리처」, 35p
집 안에서는 하늘 자전거를 오래 탔다. 훅, 훅, 훅, 훅, 바닥에 등을 납작하게 붙이고 허공에다 발을 크게 휘저으면 무언가 그럴싸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훅, 훅, 훅, 훅, 허공을 향해 센 발차기를 날릴 수 있었으며, 훅, 훅, 훅, 훅, 시간을 잘 흘려보낼 수 있었다. _「정원사」, 48p
정말 빌어먹을 유머집. 철이는 애초에 그런 걸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철이가 사라진 건 한밤중이었으므로 잠든 영이는 철이가 떠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영이는 철이에 대해 자주 생각하지 않았고 그리워하지 않았지만, 철이가 떠나던 때의 모습만큼은 보고 싶었다. _「정원사」, 57~58p
이모에게 내가 필요하듯 나에게도 이모가 필요하다고 여겨왔다. 우리는 알았다. 솔의 죽음에 대해 서로를 탓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바로 그 사실이 우리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이유였다. _「권능」, 95p
내가 말렸더라면… 하는 마음이 불쑥 일어날 때면 동시에 나는 이모를 원망했다. (…) 결국 솔을 죽인 것은 당신이라고. 당신이 금기들로 솔을 얽매었기 때문이라고. 무당의 말을 믿음으로써 그 말에 힘을 부여한 거라고. _「권능」, 97p
“그리고 이야기는 어떻게 되나요?”
기우가 재차 물었다. 호정은 다음 장면을 떠올려보았다. 트렌치코트를 입은 채 거리를 거니는 탐정. 탐정은 그다음 어디로 향하는가. 길에서 주운 살구를 어떻게 하는가. _「하지의 무능한 탐정들」, 106p
다만 깊은 밤 어느 산책자가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면 기괴하다고, 앞뒤가 안 맞고 어쩐지 얼굴이 붉어지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여겼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려나. 이야기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_「하지의 무능한 탐정들」, 130p
나중에는 망토를 벗어도, 내가 뭔 짓을 해도 아무도 신경을 안 써. 그런데… 그게 얼마나 무서운 건 줄 아니. 내가 정말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_「이주」, 146p
이주는 반복적으로 가루를 퍼먹기 시작했다. 나는 지독한 허기를 느꼈다. 이주의 손에서, 이주의 입에서 저 것을 뺏는 일은 쉬운 일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주를 그냥 놔두었다. _「이주」, 160p
지금 우리 곁에 필요한 사랑하려는 흔적들
“기억해. 외로운 사람은 모두 늑대인간이 될 수 있어.”
〈두 번째 원고〉는 신춘문예 등단 작가 5인의 신작 소설과 에세이를 엮어 펴낸다. 작년에 출간된 『두 번째 원고』 의 저자들은 이상문학상 우수상과 젊은작가상 수상이라는 반가운 소식을 전했으며, 올해 저자들 역시 등단 일년 만에 박화성소설상과 젊은작가상 수상이라는 믿음직한 소식을 들려주었다. 이 결실은 신진 작가들의 가능성과 작품에 대한 신뢰를 의심치 않게 한다. 에세이에는 이제 막 스타트라인을 넘어선 작가들의 창작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그럼에도 쓸 수밖에 없는 소설에 대한 애정이 담뿍 묻어난다. 앞으로 더 많은 세계를 선보일 작가들이 지금, 들려주는 고민은 꼭 글쓰기뿐만 아니라 창작 분야에 매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해준다.
책에는 다섯 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작가들에게는 자유 주제로 원고를 의뢰했고, 그렇게 모인 소설들은 신기하게도 작품마다 교집합을 보이며 서로 멀어졌다 가까워지는 흐름을 보인다. 늑대인간으로 우리 사회가 소수자를 바라보는 모습을 그린 「솔리터리 크리처」, 사라진 가족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통해 남겨진 자의 자리를 보여주는 「정원사」, 한 사람의 죽음 곁에 머물며 함께 고통을 나누는 사람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권능」, 허공에서 이뤄지는 랠리처럼 비어버린 관계를 조명하는 「하지의 무능한 탐정들」, 서로의 곁을 지키는 두 사람의 섬뜩한 마음들을 드러내는 「이주」까지. 작품에는 다섯 소설가가 포착한 우리 사회의 그늘진 자리들이 새로운 풍경으로 펼쳐진다.
누구보다 그해를 예민하게 감각하여 새로운 시선을 보여주는 다섯 작가들의 신작은 지금 우리 사회가 미처 바라보지 못한 장면들을 차분하게 그러나 숨김없이 꺼내어놓는다. 때로는 헤매고, 휘청거릴지언정 자기에게 주어진 여정을 끝까지 이어나가는 인물들의 행적은 곧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들의 도무지 포기할 수 없는 삶에 대한 애정 어린 시도는 아닐까? 그 시도들을 엮은 소설집 『하지의 무능한 탐정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한 번은 필사적으로 사랑해보려는 흔적들이기도 하다. 소설집 말미에 실린 작가들의 짧은 에세이 역시 작가로서 글쓰기와 소설을 바라보는 저마다의 분투가 담겨 있다. “실패에 압도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실패를 확인하며 써나가는 것이 곧 소설을 쓰는 일임을 안다.”(79p) 실패를 넘어서 앞으로 나아가려는 다섯 작가들의 이야기는 한국문학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이다.
진짜와 가짜, 남겨진 자와 떠나는 자의
자리를 비트는 새로운 시선들
소설집의 첫 번째 수록작 「솔리터리 크리처」에는 자신이 늑대인간임을 고백하는 명우와 모형 제작소에서 일하는 ‘나’와의 만남이 그려진다. 명우는 어느 순간 자신이 다른 존재가 되었음을 알게 되었는데, 자신 외에 누구도 그 사실을 인정해주지 않아 현아에서 명우로 이름을 바꾼 터였다. 그 고백을 들은 나는 건너편에 앉은 이가 현아인지, 명우인지 골몰한다. 의외로 모형은 실제보다 엉성할 때 사랑받는다. 실제를 구현하지만, 완벽히 실제다워서는 안 되는 모형의 세계에서 실제는 필연적으로 어떤 기울기를 내포한다. 언제나 현아였지만 어느 순간 새로운 현아가 된 자신을 인정받기 위해, 결국 이름을 바꾼 명우가 사는 세계에도 기울기는 존재한다. 이 단편은 계속해서 작품의 기울어진 세계를 보여준다. 그러면서 동시에 질문한다. 우리 세계가 품은 기울기는 무엇인지, 나아가 그 기울어진 자리가 모두 반듯해져야 하는지까지도.
두 번째 수록작 「정원사」는 세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제는 여기에 없는 떠나간 가족을 마음에 품은 인물들이 한 집에 모인다. 영이는 동생의, 승수는 남편의, 해조는 언니의 부재를 안고 승수네 집 너른 마당에서 각자의 기억을 꺼내놓는다. 여기에 없는 사람을 기억하는 일은 세 사람이 서 있는 곳을 남겨진 자의 자리로 만든다. 그런데 그들이 겪은 부재는 모두 떠나는 순간을 보지 못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생략된 사라짐의 순간은 떠올리는 이가 서 있는 자리에 따라 다른 기억으로 메워진다. 이 소설은 여기에 있는 사람들의 발화를 통해 독자가 저기에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게 한다. 떠난 사람들의 자리에서는 어쩌면 그들이 남겨진 사람일 수도 있기에.
세 번째 수록작 「권능」은 솔의 죽음을 둘러싼 이모와 ‘나’의 관계를 보여준다. 힘들게 임신을 한 이모는 아이를 낳자마자, 언젠가 무당에게 들은 말을 떠올린다. ‘남자를 조심해야 해. 아이의 명이 짧아.’ 그 말에 휩싸인 이모는 나의 엄마이자 권사인 동생과 함께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다. ‘강대상 앞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두 사람은 매일’ 기도를 올린다. 허상일지도 모를 무당의 말을 믿음으로써 그 말에 힘을 부여한 이모는, 이제 그 힘을 무너뜨리기 위해 또 다른 믿음으로 향해간다. 이 소설은 그 믿음, ‘믿음을 믿는 일이 아니고서는 살 수 없는 마음’ 의 한가운데를 천천히 그리고 집요하게 들여다본다. 과연 우리는 그 믿음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이어질 타인과의 관계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시도들
네 번째 수록작 「하지의 무능한 탐정들」은 추리소설가 지망생 기우와 이혼한 호정의 이야기를 그린다. 수차례 공모전에서 떨어지며, 이야기의 끝을 맺지 못한다는 평을 받는 기우는 호정에게 자신이 쓰려는 탐정 이야기를 들려준다. 기우가 들려주는 추리소설은 어느 순간 두 사람이 성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를 듣고 마치 탐정이 된 듯 행동하면서, 자연스럽게 해당 소설 속 이야기로 넘어온다. 소설 속 인물이 말하는 소설과 그 인물이 서 있는 소설 앞에서 독자는 기묘한 지점에서 두 이야기를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작품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아무려나. 이야기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로 끝을 맺으며 비로소 다시 시작될 이야기 속으로 또다시 독자를 끌고 간다. 그 흐름은 ‘허공에 하는 랠리’처럼 비어버린 타인과의 관계를 직면하게 되는 호정의 순간과 맞닿으며, 계속될 인물의 내일을 생각하게 한다.
다섯 번째 수록작 「이주」는 그림을 그리는 이주와 그 곁을 지키는 ‘나’의 이야기를 담는다. 남자와 헤어질 때마다 살이 찐 이주는 이제 아무도 믿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살이 찔수록 세상에서 지워지는 이주와 그 곁에서 이주의 그림을 파는 나의 관계는 어딘가 기이해 보인다. 여대생, 이십 대 여자, 그림 밑에 설명을 추가하자 남자들에게서 연락이 온다. 이 소설은 다소 가학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두 여성의 관계를 통해, 사회에서 말하는 여성성이라는 상대성을 꼬집는다. 무엇을 기준에 두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여성성의 의미 사이에서, 인물들은 저마다 고민하면서도 서로의 곁에 남는다. 이주와 나의 연대에 무조건적인 믿음은 없다. 오히려 필요와 생존이 두드러지는 모습을 통해 연대의 또 다른 결을 엿볼 수 있다.
다섯 소설들은 우리가 의심 없이 받아들였던 의미들 진짜, 허상, 진실, 관계, 연대가 서 있던 자리를 옮겨 익숙한 것의 또 다른 속살을 들춰 보인다. 이 시대의 새로운 작가를 만나고 싶은 독자들에게, 지금 우리의 현실을 낯설게 보여주는 작가들의 패기 넘치는 소설과 끝없이 이어지는 글쓰기에 대한 고민과 애정을 엿볼 수 있는 에세이를 함께 전한다.
♦ 책 속으로
“늑대인간이든 뭐든, 오랜만에 본 친구면 한 번은 더 만나.”
“어색한 게 싫어도요?”
“그래, 싫어도.” _「솔리터리 크리처」, 17~18p
“기억해. 외로운 사람은 모두 늑대인간이 될 수 있어!” _「솔리터리 크리처」, 19p
“혹시 평범한 인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거야?”
“아니, 난 늑대인간이 된 내가 좋아. 그걸 부정하고 싶지 않아.” _「솔리터리 크리처」, 35p
집 안에서는 하늘 자전거를 오래 탔다. 훅, 훅, 훅, 훅, 바닥에 등을 납작하게 붙이고 허공에다 발을 크게 휘저으면 무언가 그럴싸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훅, 훅, 훅, 훅, 허공을 향해 센 발차기를 날릴 수 있었으며, 훅, 훅, 훅, 훅, 시간을 잘 흘려보낼 수 있었다. _「정원사」, 48p
정말 빌어먹을 유머집. 철이는 애초에 그런 걸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철이가 사라진 건 한밤중이었으므로 잠든 영이는 철이가 떠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영이는 철이에 대해 자주 생각하지 않았고 그리워하지 않았지만, 철이가 떠나던 때의 모습만큼은 보고 싶었다. _「정원사」, 57~58p
이모에게 내가 필요하듯 나에게도 이모가 필요하다고 여겨왔다. 우리는 알았다. 솔의 죽음에 대해 서로를 탓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바로 그 사실이 우리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이유였다. _「권능」, 95p
내가 말렸더라면… 하는 마음이 불쑥 일어날 때면 동시에 나는 이모를 원망했다. (…) 결국 솔을 죽인 것은 당신이라고. 당신이 금기들로 솔을 얽매었기 때문이라고. 무당의 말을 믿음으로써 그 말에 힘을 부여한 거라고. _「권능」, 97p
“그리고 이야기는 어떻게 되나요?”
기우가 재차 물었다. 호정은 다음 장면을 떠올려보았다. 트렌치코트를 입은 채 거리를 거니는 탐정. 탐정은 그다음 어디로 향하는가. 길에서 주운 살구를 어떻게 하는가. _「하지의 무능한 탐정들」, 106p
다만 깊은 밤 어느 산책자가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면 기괴하다고, 앞뒤가 안 맞고 어쩐지 얼굴이 붉어지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여겼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려나. 이야기는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_「하지의 무능한 탐정들」, 130p
나중에는 망토를 벗어도, 내가 뭔 짓을 해도 아무도 신경을 안 써. 그런데… 그게 얼마나 무서운 건 줄 아니. 내가 정말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_「이주」, 146p
이주는 반복적으로 가루를 퍼먹기 시작했다. 나는 지독한 허기를 느꼈다. 이주의 손에서, 이주의 입에서 저 것을 뺏는 일은 쉬운 일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주를 그냥 놔두었다. _「이주」, 16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