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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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 올가 토카르축(Olga Tokarczuk)
• 옮긴이 : 이지원
• 그린이 : 요안나 콘세이요
• 가격 : 18,000원
• 책꼴/쪽수 :
195×264mm, 52쪽
• 펴낸날 : 2018-10-24
• ISBN : 9791160944020 77890
• 십진분류 : 문학 > 기타 제문학 (890)
• 도서상태 : 정상
• 태그 : #영혼 #휴식
저자소개
지은이 : 올가 토카르축(Olga Tokarczuk)
폴란드의 대표적인 소설가로 201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자신의 전공인 심리학을 기반으로 소설, 에세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의 실존적 문제와 소통이 없는 현대의 모습을 섬세하게 다뤄 대중과 평단으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서사적 상상력을 마음껏 펼치며 인간 내면에 가닿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소개된 작품으로 소설 『방랑자들』 『태고의 시간들』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와 에세이 『다정한 서술자』가 있다.
옮긴이 : 이지원
폴란드어 번역가이자 그림책 연구가. 학생들을 가르치며 유럽의 뛰어난 작가들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두 사람』 『잃어버린 영혼』 『아름다운 딱따구리를 보았습니다』 등이 있다.
그린이 : 요안나 콘세이요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이며 2018년 『잃어버린 영혼』으로 픽션 부문 볼로냐 라가치 상을 수상했다. 얇은 연필 선을 쌓아 올려 완성하는 작가의 그림은 이야기를 가장 섬세하게 포착하여 은유적으로 표현해낸다. 특유의 고요하고 다정한 감성이 담긴 작품들은 출간될 때마다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으며, 국내에서도 그림책을 비롯해 여러 전시 활동으로도 소개된 바 있다. 국내 소개된 그림책으로 『빨간 모자』 『백조 왕자』 『천사의 구두』 『잃어버린 영혼』 『과자가게의 왕자님』 『어서 오세요』 『바다에서M』 『꽃들의 말』 『세네갈의 눈』 등과 그림 에세이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가 있다.
편집자 추천글
춤추는 사람들, 낡은 레스토랑
스산한 겨울 공원, 식물이 피어오르는 작은 방
인간의 속도로 흐르던 시간에 대한 그리움
『잃어버린 혼』
스산한 겨울 공원, 식물이 피어오르는 작은 방
인간의 속도로 흐르던 시간에 대한 그리움
『잃어버린 혼』
2018 볼로냐 라가치 픽션 수상작
2018 화이트 레이번즈 수상작
『잃어버린 영혼』이 출간되었다. 섬세하고 부드러운 연필 선 밑으로 고요하며 쓸쓸하고, 동시에 온기 어린 아름다움이 매력적인 그림책이다. 2018년 봄,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열린 명망 있는 그림책 북페어 현장에서는 『잃어버린 영혼』이 올해 라가치 픽션 분야 수상작임을 알렸고, 요안나 콘세이요와 올가 토카르축에 따듯한 찬사가 이어졌다. 폴란드 출신의 두 작가는 폴란드 포르맛 출판사를 통하여 첫 인연을 맺고, 소설가인 올가에게는 첫 그림책인, 『잃어버린 영혼』을 출간했다.
2018년 맨부커상 수상작가기도 한, 올가 토카르축은 영혼을 잃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이 시대의 비정상적인 속도와 자극에 대한 질문을 던졌고, 요안나 콘세이요는 특유의 감수성으로 낡은 것들이 전하는 아늑한 위안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더욱 짙어지는 고요함이 가만히 마음을 건드린다.
영혼을 기다리는 고요한 시간
얇은 연필 선 끝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순간들
틀에 박힌 일상을 바쁘게 살아가던, 사실은 평범한 한 남자가 어느 날 출장길 호텔방에서 숨이 막힐 듯한 통증을 느낀다. 그리고 순간, 그 어떤 것도 기억해내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자기가 누구인지, 어디에 무슨 일로 와 있는지, 그리고 자기 이름마저도. 다음 날, 그는 의사에게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듣는다.
실은 지금 그의 안에는 영혼이 없다는 것. 영혼을 잃어버렸다는 것. 미처 주인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어디선가 떠돌고 있을 그의 영혼. 그날부터 남자는 도시 변두리의 작은 집에서 천천히 자신의 영혼을 기다리기 시작한다.
그림은 글이 서술하지 않고 열어놓은 이야기의 여백을 차근차근 채워 간다. 어린 영혼이 들러 오는 과거의 공간들. 어떤 날의 파티장과 낡은 레스토랑, 겨울의 빈 공원과 스치듯 흘러가는 기차의 풍경들. 책의 왼쪽은 오고 있는 영혼의 공간이고, 오른쪽은 머물러 기다리는 남자의 공간이다. 그리고 그 두 공간은 낡고 빛바랜 바탕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 바탕의 재료는 실제로 요안나 콘세이요가 벼룩 시장에서 구한 회계장부의 속지여서 사용 당시의 숫자 스탬프가 찍혀 있고, 마치 반복적인 일의 속성을 보여주듯 가지런하고 일정한 모눈이 그어져 있다.
낡고 오래된 것들이 품고 있는 편안한 느낌은 이 책의 외연에까지 확장되어 이어져 있는데, 이를 테면 근사한 종이책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촉들이다. 책을 감싸는 표지는 까슬한 종이의 맛을 직접 쓰다듬어 느낄 수 있게끔 언코티드(un-coated)로 처리되어 있으며, 내지의 종이 또한 매끈한 코팅지보다 덜 매끈해도 특별히 손으로 만졌을 때의 질감이 잘 전해지는 종이로 선택되어 있다. 두어 군데 반투명한 트레이싱 지가 곁들어 은근히 비치는 그림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낡아서 해지고 뜯긴 듯한 느낌의 빈티지한 모티프들로 그림책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를 연출했다. 그 위로 영혼과 남자의 시간이 세밀하고도 조심스럽게 그려진다. 연필 선이 만들어내는 모노톤의 장면들은 먹먹하고 때로는 불안하지만, 그럼에도 그 간절한 순간들을 아름답게 포착했다.
“안녕한가요?”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나의 영혼에게 전하는 안부
출장, 일, 시계, 트크와 도시 그리고 지친 하루. 애석하게도 남자를 설명하는 표현들은 조금도 낯설지 않다. 마치 반투명한 종이를 덧댄 듯 남자의 모습 위로 우리의 모습이 겹쳐진다. 책의 첫 장면, 땀 흘리고 지치고 바쁘게 뛰어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은 결국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모습인 셈이다. 반복적인 삶을 살다보면 누구나 만나게 되는 공허한 순간들. 어쩌면 틀에 박힌 하루 속에서 영혼을 잃어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쳐버린 나에게 그리고 답답하고 힘겨웠을 영혼에게, 한 마디 위로의 말처럼 건네고픈 그림책이 나왔다. 오늘은 영혼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책장을 넘겨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