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영웅 십대를 위한 영웅의 심리학
- 1384
• 지은이 : 이남석
• 가격 : 12,000원
• 책꼴/쪽수 :
145×220mm, 240쪽
• 펴낸날 : 2017-05-31
• ISBN : 9791160940879 44180
• 십진분류 : 철학 > 심리학 (180)
• 태그 : #영웅 #반영웅 #자아팽창 #청소년심리 #자아성장
저자소개
지은이 : 이남석
1971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났고,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어렸을 때 학교 공부는 뒷전이었지만, 교실 뒤에 놓여 있던 학급 문고는 꼭 읽었다. 뿐만 아니라 책을 읽다 질문이 생기면 다른 책에서 답을 찾는 것을 즐겼다. 그러다 16살 무렵 책을 읽지만 말고 아예 책을 쓰는 작가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후 학교에서 장래 희망을 조사할 때마다 항상 작가라고 답했다.
하지만 2․30대를 보내며 직업 칸에는 다른 것이 더 많이 채워졌다. 사업 기획자, 콘텐츠 기획자, 학습 애니메이션 기획자, 번역가, 도서 기획자, 과학․경영 칼럼니스트, 다큐멘터리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했다.
현재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기관인 전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에서 정보운영실장으로 일하고 있고, 서강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인지심리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성군관대학교 대학원 인지과학 박사 과정에서 창의성을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작가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글 쓰는 일도 계속하고 있다.
펴낸 책으로는 『생각의 족보를 파는 책방』, 『타임머신 없는 시간여행』, 『마인드 해킹』, 『무삭제 심리학』 등이 있다.
하지만 2․30대를 보내며 직업 칸에는 다른 것이 더 많이 채워졌다. 사업 기획자, 콘텐츠 기획자, 학습 애니메이션 기획자, 번역가, 도서 기획자, 과학․경영 칼럼니스트, 다큐멘터리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했다.
현재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기관인 전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에서 정보운영실장으로 일하고 있고, 서강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인지심리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성군관대학교 대학원 인지과학 박사 과정에서 창의성을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작가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글 쓰는 일도 계속하고 있다.
펴낸 책으로는 『생각의 족보를 파는 책방』, 『타임머신 없는 시간여행』, 『마인드 해킹』, 『무삭제 심리학』 등이 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중2병, 오디세우스, 돈키호테, 슈퍼맨, 아이언맨, 촛불 집회,
그리고 어쩌다 영웅이 된 형제까지…
영웅을 통해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모험!
마블 히어로 영화와 게임을 사랑하는 고2 서준과 중3 준석 형제의 금쪽같은 여름 방학! 망했다. 매주 수요일에 꿈의 학교에 끌려가 우리 동네 영웅 찾기 ‘따위’를 해야 하다니. 하지만 영웅 이야기의 일정한 패턴, 영웅의 조건, 우리가 왜 힘세고 나쁜 영웅에 끌리는지에 관한 말들은 재미있다. 꿈의 학교가 아니라면, 어떻게 나영, 태희, 준완 같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을까? 두 형제가 어쩌다 영웅이 되어 버리는 일은? 영웅을 둘러싼 신화, 영화, 게임, 사회 현상 등을 탐험하며 나와 세상의 심리를 파헤치는, 꿈의 학교가 시작된다!
그리고 어쩌다 영웅이 된 형제까지…
영웅을 통해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모험!
마블 히어로 영화와 게임을 사랑하는 고2 서준과 중3 준석 형제의 금쪽같은 여름 방학! 망했다. 매주 수요일에 꿈의 학교에 끌려가 우리 동네 영웅 찾기 ‘따위’를 해야 하다니. 하지만 영웅 이야기의 일정한 패턴, 영웅의 조건, 우리가 왜 힘세고 나쁜 영웅에 끌리는지에 관한 말들은 재미있다. 꿈의 학교가 아니라면, 어떻게 나영, 태희, 준완 같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을까? 두 형제가 어쩌다 영웅이 되어 버리는 일은? 영웅을 둘러싼 신화, 영화, 게임, 사회 현상 등을 탐험하며 나와 세상의 심리를 파헤치는, 꿈의 학교가 시작된다!
목차
1 중2병에서 탈출?
2 꿈의 학교
3 영웅 이야기에는 패턴이 있다!
4 조력자 또는 여신과의 만남
5 시련을 겪다
6 돈키호테는 영웅일까?
7 돈키호테는 반영웅일까?
8 멋있는 반영웅은 좋은 것 아닐까?
9 멋없는 영웅은 나쁜 것 아닐까?
10 나는 내 삶의 주인공일까?
11 위험한 슈퍼히어로
12 어쩌다 영웅
13 우리의 영웅이 되어 줘
14 우리, 영웅
저자 후기 나의 영웅 도전기
2 꿈의 학교
3 영웅 이야기에는 패턴이 있다!
4 조력자 또는 여신과의 만남
5 시련을 겪다
6 돈키호테는 영웅일까?
7 돈키호테는 반영웅일까?
8 멋있는 반영웅은 좋은 것 아닐까?
9 멋없는 영웅은 나쁜 것 아닐까?
10 나는 내 삶의 주인공일까?
11 위험한 슈퍼히어로
12 어쩌다 영웅
13 우리의 영웅이 되어 줘
14 우리, 영웅
저자 후기 나의 영웅 도전기
편집자 추천글
영웅들의 전성시대, 영웅 붐에 의문을 던지다
요즘 청소년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대중문화는 무엇일까? 그것은 게임, 슈퍼히어로 영화, 힙합, 아이돌 문화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대중문화 전반에는 영웅처럼 대접받는 인물들이 넘쳐나는데, 그중에는 뻔뻔하고 부도덕한 영웅들도 존재한다. 우리는 목적 없이 전쟁과 파괴에 몰두하는 게임 캐릭터들에 익숙하고, 재력을 바탕으로 무기를 만들고 개인의 분노와 원한을 풀려고 싸우는 아이언맨에 열광하며, 래퍼들의 자극적인 디스와 스왜그에 환호한다. 또한 사회 공동체에 미치는 파장은 가볍게 무시하며 SNS 팔로워 수를 늘리려고 자기 멋대로 소비하고 자랑하는 아이돌 스타들을 선망한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러한 영웅들에 매혹되는 것일까? 특정한 유형의 영웅들이 인기 있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대중문화를 넘어 정치·사회·경제 등에서조차 우리는 영웅 만들기 신화에 쉽사리 유혹당하곤 한다. 왜 우리는 영웅을 필요로 할까? 초인적인 영웅이 나타나 구원자처럼 모든 것을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이 책 『어쩌다 영웅』은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단번에 뭔가를 바꿀 수 있다는 비현실적인 생각을 자신감이라고 여기는 소위 ‘중2병’ 아이들, 때로는 주목받기 위해 학생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나쁜 일을 하는 아이들, 불만족스러운 현실이나 사회 문제를 해결해 줄 영웅을 바라는 어른들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를 떠올렸고, 이 책을 썼다. 이 책은 저자 역시 한때 영웅 심리에 사로잡힌 적 있었다는 진솔한 고백과 함께, 영웅을 둘러싼 폭넓은 문화·심리학적 분석에 기반한 대답을 담았다.
소설로 읽는 영웅의 심리학
『어쩌다 영웅』은 마블 히어로 영화와 게임을 사랑하는 서준과 준석 형제가 영웅에 대해 자기만의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게 되는 성장소설이자 우리 시대의 문제적 현상인 영웅을 통해 마음을 들여다보는 심리학 교양서이다. 이 책은 청소년인 두 형제의 시선으로 영웅을 둘러싼 신화, 영화, 게임, 사회 현상들을 탐험하며 나와 세상의 심리를 파헤친다. 특히, 동네 북카페와 마을학교 ‘꿈의 학교’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구성은 리얼하고 생생한 현장감을 주며, 독자들이 바로 그 장소에 함께하는 것 같은 효과를 낸다. 꿈의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강의와 토론, 그리고 작품 분석을 따라 가며, 독자들은 우리 주변의 대중문화와 문화 현상들을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는 능력도 기를 수 있다.
남양주 작은 마을로 이사 온 첫 여름방학, 고2 서준과 중3 준석은 아빠의 계략(?)에 말려 ‘꿈의 학교’에 참여하게 된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 동네 영웅 찾기를 주제로 10주에 걸쳐 진행되는데, 처음 다섯 번은 영웅에 관한 강연을 듣고 조별 토론을 하고, 나머지 다섯 번은 우리 동네 영웅을 찾는 현장 조사와 발표를 해야 한다.
꿈의 학교에서 강사는 영웅 이야기의 원형인 오디세이아 신화, 영웅 이야기에 존재하는 열두 단계의 일정한 패턴을 들려주고, 아이들은 이 열두 단계에 맞추어 <쿵푸 팬더>와 <맨 오브 스틸>을 분석한다.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과 정신분석학자 카를 융의 이론을 종합한 가상의 책 『영웅의 무의식』, 마르틴 부버의 『너와 나』를 읽고 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관람 후에 영웅과 반영웅에 관해 토론하며 그 조건을 짚어 보기도 한다. 주몽과 궁예의 건국 신화, 아기장수 설화를 통해 영웅을 향한 한국인들의 태도, 오늘날 영웅을 바라는 사람들의 복잡한 심리도 알게 된다. 그리고 이처럼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들을 오가며 결국 아이들은 영웅이란 무엇인지 저마다 다른 이해에 도달하고, 게임과 영화, 현실에서 자신들의 영웅을 찾아낼 수 있게 된다.
영웅을 통해 마음을 들여다보다
어쩌다, 영웅에 대해 배우는 꿈의 학교에 참여하고, 어쩌다, 영웅까지 되어 버린 두 형제의 이야기 『어쩌다 영웅』은 청소년들이 영웅을 향한 기존의 통념과 자신의 영웅관을 점검하며, 건강한 자존감을 갖도록 격려한다. 이 책은 형제가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자기 안에 있는 영웅의 모습을 긍정하고 키워 나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또한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인물들을 내세워 쉽게 감정이입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혼한 아빠와 함께 살고 있는 서준과 준석은 현실에 불만이 많지만 명확한 목표나 소중한 꿈이 있는 것도 아니다. 딱히 좋아서라기보다 다른 할 일이 없어 게임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청소년들이다. 이런 두 사람이 꿈의 학교에서 토론과 발표를 하고, 친밀감을 느끼는 여러 영웅들을 찾으며 조금씩 변해 나간다. 가령, 서준은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알돈자에게 영웅성을 발견하며 힘을 얻는다. 여관 종업원인 알돈자는 농부의 딸로 태어나 거친 삶을 살고 있지만, 돈키호테는 그녀를 목숨 바쳐 지킬 만한 아름다운 숙녀 둘시네아라고 믿으며 깍듯이 대한다. 그리고 그런 돈키호테에게 자극을 받아 알돈자도 자신을 귀하게 여기며 당당하게 성장한다. 서준에게도 돈키호테처럼 자신에게 용기를 주는 아빠가 있지만, 자신은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뭐든지 해도 안 될 것 같은 두려움 사이에서 혼란스러웠다. 두려운 현실 앞에서 꿈은 사치인 것 같았다. 하지만 서준은 알돈자라는 존재를 통해, 이기고 지는 결과에 상관없이 자기 길을 떠나야만 주어진 운명답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한편, 준석은 어느 학교에나 있지만 가까이할 수 없었던 똑똑한 누나인 나영과 가까워지면서 영웅 공부에 열의를 보이고, 형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개학을 앞둔 어느 날, 두 형제는 기차역 선로로 떨어진 일본인 아저씨를 우연히 구하게 되고, 이 일이 언론을 타서 서준은 졸지에 영웅이라 불리게 된다. 서준은 자신을 영웅으로 포장하려는 세상이 부담스럽고, 서준이 우상화되는 사이에 형에게 밀려 주목받지 못한 준석은 속상한 마음을 감춘다. 그리고 어느덧 다가온 우리 동네 영웅 찾기 발표 날. 준석과 서준의 친구들은 영웅의 기준에 맞는 사례를 차례로 발표하는데……. 과연 누가, 왜, 영웅일까?
『어쩌다 영웅』은 이처럼 영웅은 무엇이며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영웅을 신격화하고 완벽함의 허상으로 만드는 일에 반대한다. 실천 없이 영웅에게 자신의 욕망을 투사하는 일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동시에, 역할 모델로서 영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독자들에게 외부에 존재하는 어떤 영웅을 닮으라고 마냥 부추기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저마다 다른 영웅의 정의를 내리고, 그에 따라 각자 영웅의 길을 가기를 제안한다. ‘영웅은 나’라는 ‘중2병’과 달리, 의로운 일을 해서 자신에게 당당하다면, 작은 발걸음이라도 자기의 길을 간다면 ‘우리가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이 책은 ‘촛불’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특별한 공감과 울림의 순간을 제공할 것이다.
◼책 속에서
그렇다고 용기가 나지는 않았다. 자신이 충분한 능력과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믿어 버리자니 돈키호테처럼 미친 것 같고, 도전하면 결국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자니 지금 이 모양 이 꼴로 살고 있는 자기 모습은 뭔가 싶어 더 혼란스러웠다. 꿈을 높이 꾸다가 추락하면 더 상처받을 것 같아 무섭기도 했다. 이런 생각에 빠진 서준이 가장 감동받은 장면이 있었다. 돈키호테가 서준 자신에게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던 장면. 그 장면에 집중하자 답이 보였다. 서준은 팸플릿에 나온 글귀를 보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돈키호테가 자극을 주긴 했지만 결국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기 때문에 나중에 멋지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겁니다.”
“좀 더 풀어서 이야기해 줄 수 있겠어?”
김미경이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물었다. 서준은 혀를 한 번 차고는 말했다.
“현실이 너무 힘들고 두려우니까요. 알돈자에게 꿈은 사치인 것 같고 그냥 어떻게든 버티자, 어떻게든 살아남자는 생각이 더 컸어요. 그렇게 꿈을 버리고 현실에 집중하면서 살아남아도 행복하지 않지만, 꿈을 좇는 것도 실패하면 상처받을까 봐 무서워해요.” _115쪽
“이쯤에서 질문해 볼게요. 착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 모두 공통으로 두려워하는 존재가 있어요. 그게 누구일까요?”
(……)
“그건 바로 ‘다른 사람’이에요.”
“엥? 착한 사람이 왜 다른 사람을 무서워해?”
준석이 코맹맹이 소리로 삐죽거리며 말하자 사람들이 웃었다. 오직 강사만 심각했다. 강사는 준석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한 걸음씩 다가가며 말했다.
“그 사람이 진짜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니까. 다른 사람, 즉 타자는 지옥이라는 말도 그래서 있는 거예요. 다른 사람은 우리가 그 속을 완벽하게 다 알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어떤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여겨 웬만해서는 거부하게 되거든요. 그리고 거부하는 이유가 그냥 다른 사람이어서라고 하면 모자라 보이니까, 그 다른 사람이 나와는 달리 더 탐욕스럽거나 부도덕하다고 생각함으로써 부담감을 회피하는 거예요. 그렇게 다른 사람에 대한 마음이 쌓여 극단적으로 악당의 형태가 나타나는 거지요.” _144~145쪽
“반영웅이 나와서 휘젓는 영화의 엑스트라들은 완전히 물건 취급을 받아도 좋은 수동적인 존재들로 나오지. ‘나’는 철저히 ‘그것’을 관리하고, 다루고, 자르고, 부수고, 깨고, 변형할 수 있어. ‘나’는 ‘그것’ 앞에서 신이 되지. 심지어 동료였던 슈퍼히어로도 겉으로는 ‘친구’라고 부르지만 ‘그것’으로 대하는 영화도 있었어.” _180쪽
“영웅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사람들의 잠재의식에 깊이 도사린 이름 모를 불안감과 콤플렉스가 객관화해서 만들어진 환상이다.”
서준과 준석은 다른 조원들이 왜 자기들을 영웅으로 뽑았는지 함께 토론하면서 이 말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바라는 일이 이뤄지지 않을까 싶으면 불안하지요. 또 콤플렉스는 현실 상황에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쉽게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뭔가를 꼭 이루고 싶거나 얻고 싶어 하는 것을 멈추지 않지요. 즉 원하긴 하지만 원하는 대로 할 수 없는 답답함이 있는 사람들은, 능력자가 나타나서 그 답답함을 대신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거예요. 그런 능력자의 모습에서 대리 만족이라도 느끼려고 하지요. 그래서 영웅 이야기가 역사적으로 넘쳐나는 겁니다.” _221~222쪽
요즘 청소년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대중문화는 무엇일까? 그것은 게임, 슈퍼히어로 영화, 힙합, 아이돌 문화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대중문화 전반에는 영웅처럼 대접받는 인물들이 넘쳐나는데, 그중에는 뻔뻔하고 부도덕한 영웅들도 존재한다. 우리는 목적 없이 전쟁과 파괴에 몰두하는 게임 캐릭터들에 익숙하고, 재력을 바탕으로 무기를 만들고 개인의 분노와 원한을 풀려고 싸우는 아이언맨에 열광하며, 래퍼들의 자극적인 디스와 스왜그에 환호한다. 또한 사회 공동체에 미치는 파장은 가볍게 무시하며 SNS 팔로워 수를 늘리려고 자기 멋대로 소비하고 자랑하는 아이돌 스타들을 선망한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러한 영웅들에 매혹되는 것일까? 특정한 유형의 영웅들이 인기 있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대중문화를 넘어 정치·사회·경제 등에서조차 우리는 영웅 만들기 신화에 쉽사리 유혹당하곤 한다. 왜 우리는 영웅을 필요로 할까? 초인적인 영웅이 나타나 구원자처럼 모든 것을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이 책 『어쩌다 영웅』은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단번에 뭔가를 바꿀 수 있다는 비현실적인 생각을 자신감이라고 여기는 소위 ‘중2병’ 아이들, 때로는 주목받기 위해 학생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나쁜 일을 하는 아이들, 불만족스러운 현실이나 사회 문제를 해결해 줄 영웅을 바라는 어른들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를 떠올렸고, 이 책을 썼다. 이 책은 저자 역시 한때 영웅 심리에 사로잡힌 적 있었다는 진솔한 고백과 함께, 영웅을 둘러싼 폭넓은 문화·심리학적 분석에 기반한 대답을 담았다.
소설로 읽는 영웅의 심리학
『어쩌다 영웅』은 마블 히어로 영화와 게임을 사랑하는 서준과 준석 형제가 영웅에 대해 자기만의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게 되는 성장소설이자 우리 시대의 문제적 현상인 영웅을 통해 마음을 들여다보는 심리학 교양서이다. 이 책은 청소년인 두 형제의 시선으로 영웅을 둘러싼 신화, 영화, 게임, 사회 현상들을 탐험하며 나와 세상의 심리를 파헤친다. 특히, 동네 북카페와 마을학교 ‘꿈의 학교’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구성은 리얼하고 생생한 현장감을 주며, 독자들이 바로 그 장소에 함께하는 것 같은 효과를 낸다. 꿈의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강의와 토론, 그리고 작품 분석을 따라 가며, 독자들은 우리 주변의 대중문화와 문화 현상들을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는 능력도 기를 수 있다.
남양주 작은 마을로 이사 온 첫 여름방학, 고2 서준과 중3 준석은 아빠의 계략(?)에 말려 ‘꿈의 학교’에 참여하게 된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 동네 영웅 찾기를 주제로 10주에 걸쳐 진행되는데, 처음 다섯 번은 영웅에 관한 강연을 듣고 조별 토론을 하고, 나머지 다섯 번은 우리 동네 영웅을 찾는 현장 조사와 발표를 해야 한다.
꿈의 학교에서 강사는 영웅 이야기의 원형인 오디세이아 신화, 영웅 이야기에 존재하는 열두 단계의 일정한 패턴을 들려주고, 아이들은 이 열두 단계에 맞추어 <쿵푸 팬더>와 <맨 오브 스틸>을 분석한다.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과 정신분석학자 카를 융의 이론을 종합한 가상의 책 『영웅의 무의식』, 마르틴 부버의 『너와 나』를 읽고 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관람 후에 영웅과 반영웅에 관해 토론하며 그 조건을 짚어 보기도 한다. 주몽과 궁예의 건국 신화, 아기장수 설화를 통해 영웅을 향한 한국인들의 태도, 오늘날 영웅을 바라는 사람들의 복잡한 심리도 알게 된다. 그리고 이처럼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들을 오가며 결국 아이들은 영웅이란 무엇인지 저마다 다른 이해에 도달하고, 게임과 영화, 현실에서 자신들의 영웅을 찾아낼 수 있게 된다.
영웅을 통해 마음을 들여다보다
어쩌다, 영웅에 대해 배우는 꿈의 학교에 참여하고, 어쩌다, 영웅까지 되어 버린 두 형제의 이야기 『어쩌다 영웅』은 청소년들이 영웅을 향한 기존의 통념과 자신의 영웅관을 점검하며, 건강한 자존감을 갖도록 격려한다. 이 책은 형제가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자기 안에 있는 영웅의 모습을 긍정하고 키워 나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또한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인물들을 내세워 쉽게 감정이입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혼한 아빠와 함께 살고 있는 서준과 준석은 현실에 불만이 많지만 명확한 목표나 소중한 꿈이 있는 것도 아니다. 딱히 좋아서라기보다 다른 할 일이 없어 게임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청소년들이다. 이런 두 사람이 꿈의 학교에서 토론과 발표를 하고, 친밀감을 느끼는 여러 영웅들을 찾으며 조금씩 변해 나간다. 가령, 서준은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알돈자에게 영웅성을 발견하며 힘을 얻는다. 여관 종업원인 알돈자는 농부의 딸로 태어나 거친 삶을 살고 있지만, 돈키호테는 그녀를 목숨 바쳐 지킬 만한 아름다운 숙녀 둘시네아라고 믿으며 깍듯이 대한다. 그리고 그런 돈키호테에게 자극을 받아 알돈자도 자신을 귀하게 여기며 당당하게 성장한다. 서준에게도 돈키호테처럼 자신에게 용기를 주는 아빠가 있지만, 자신은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뭐든지 해도 안 될 것 같은 두려움 사이에서 혼란스러웠다. 두려운 현실 앞에서 꿈은 사치인 것 같았다. 하지만 서준은 알돈자라는 존재를 통해, 이기고 지는 결과에 상관없이 자기 길을 떠나야만 주어진 운명답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한편, 준석은 어느 학교에나 있지만 가까이할 수 없었던 똑똑한 누나인 나영과 가까워지면서 영웅 공부에 열의를 보이고, 형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개학을 앞둔 어느 날, 두 형제는 기차역 선로로 떨어진 일본인 아저씨를 우연히 구하게 되고, 이 일이 언론을 타서 서준은 졸지에 영웅이라 불리게 된다. 서준은 자신을 영웅으로 포장하려는 세상이 부담스럽고, 서준이 우상화되는 사이에 형에게 밀려 주목받지 못한 준석은 속상한 마음을 감춘다. 그리고 어느덧 다가온 우리 동네 영웅 찾기 발표 날. 준석과 서준의 친구들은 영웅의 기준에 맞는 사례를 차례로 발표하는데……. 과연 누가, 왜, 영웅일까?
『어쩌다 영웅』은 이처럼 영웅은 무엇이며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영웅을 신격화하고 완벽함의 허상으로 만드는 일에 반대한다. 실천 없이 영웅에게 자신의 욕망을 투사하는 일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동시에, 역할 모델로서 영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독자들에게 외부에 존재하는 어떤 영웅을 닮으라고 마냥 부추기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저마다 다른 영웅의 정의를 내리고, 그에 따라 각자 영웅의 길을 가기를 제안한다. ‘영웅은 나’라는 ‘중2병’과 달리, 의로운 일을 해서 자신에게 당당하다면, 작은 발걸음이라도 자기의 길을 간다면 ‘우리가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이 책은 ‘촛불’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특별한 공감과 울림의 순간을 제공할 것이다.
◼책 속에서
그렇다고 용기가 나지는 않았다. 자신이 충분한 능력과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믿어 버리자니 돈키호테처럼 미친 것 같고, 도전하면 결국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자니 지금 이 모양 이 꼴로 살고 있는 자기 모습은 뭔가 싶어 더 혼란스러웠다. 꿈을 높이 꾸다가 추락하면 더 상처받을 것 같아 무섭기도 했다. 이런 생각에 빠진 서준이 가장 감동받은 장면이 있었다. 돈키호테가 서준 자신에게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던 장면. 그 장면에 집중하자 답이 보였다. 서준은 팸플릿에 나온 글귀를 보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돈키호테가 자극을 주긴 했지만 결국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기 때문에 나중에 멋지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겁니다.”
“좀 더 풀어서 이야기해 줄 수 있겠어?”
김미경이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물었다. 서준은 혀를 한 번 차고는 말했다.
“현실이 너무 힘들고 두려우니까요. 알돈자에게 꿈은 사치인 것 같고 그냥 어떻게든 버티자, 어떻게든 살아남자는 생각이 더 컸어요. 그렇게 꿈을 버리고 현실에 집중하면서 살아남아도 행복하지 않지만, 꿈을 좇는 것도 실패하면 상처받을까 봐 무서워해요.” _115쪽
“이쯤에서 질문해 볼게요. 착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 모두 공통으로 두려워하는 존재가 있어요. 그게 누구일까요?”
(……)
“그건 바로 ‘다른 사람’이에요.”
“엥? 착한 사람이 왜 다른 사람을 무서워해?”
준석이 코맹맹이 소리로 삐죽거리며 말하자 사람들이 웃었다. 오직 강사만 심각했다. 강사는 준석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한 걸음씩 다가가며 말했다.
“그 사람이 진짜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니까. 다른 사람, 즉 타자는 지옥이라는 말도 그래서 있는 거예요. 다른 사람은 우리가 그 속을 완벽하게 다 알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어떤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여겨 웬만해서는 거부하게 되거든요. 그리고 거부하는 이유가 그냥 다른 사람이어서라고 하면 모자라 보이니까, 그 다른 사람이 나와는 달리 더 탐욕스럽거나 부도덕하다고 생각함으로써 부담감을 회피하는 거예요. 그렇게 다른 사람에 대한 마음이 쌓여 극단적으로 악당의 형태가 나타나는 거지요.” _144~145쪽
“반영웅이 나와서 휘젓는 영화의 엑스트라들은 완전히 물건 취급을 받아도 좋은 수동적인 존재들로 나오지. ‘나’는 철저히 ‘그것’을 관리하고, 다루고, 자르고, 부수고, 깨고, 변형할 수 있어. ‘나’는 ‘그것’ 앞에서 신이 되지. 심지어 동료였던 슈퍼히어로도 겉으로는 ‘친구’라고 부르지만 ‘그것’으로 대하는 영화도 있었어.” _180쪽
“영웅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사람들의 잠재의식에 깊이 도사린 이름 모를 불안감과 콤플렉스가 객관화해서 만들어진 환상이다.”
서준과 준석은 다른 조원들이 왜 자기들을 영웅으로 뽑았는지 함께 토론하면서 이 말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바라는 일이 이뤄지지 않을까 싶으면 불안하지요. 또 콤플렉스는 현실 상황에서 자기가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쉽게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뭔가를 꼭 이루고 싶거나 얻고 싶어 하는 것을 멈추지 않지요. 즉 원하긴 하지만 원하는 대로 할 수 없는 답답함이 있는 사람들은, 능력자가 나타나서 그 답답함을 대신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거예요. 그런 능력자의 모습에서 대리 만족이라도 느끼려고 하지요. 그래서 영웅 이야기가 역사적으로 넘쳐나는 겁니다.” _221~22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