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의 도시(사계절 1318문고 90)
- 892
• 지은이 : 장징훙(張經宏)
• 옮긴이 : 허유영
• 가격 : 11,800원
• 책꼴/쪽수 :
225×145mm, 418쪽
• 펴낸날 : 2014-01-29
• ISBN : 9788958287186
• 십진분류 : 문학 > 중국문학 (820)
• 도서상태 : 절판
• 추천기관 :
* 대만 구가 문학상 대상 수상작
저자소개
지은이 : 장징훙(張經宏)
1969년 대만 타이중에서 태어났다. 대만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 중문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대만 교육부 문예상, 연합문학 소설 신인상, 시보 문학상, 니쾅 SF소설상 등을 수상했다. 추악하고 위선적인 어른의 세계를 열일곱 살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모텔의 도시로』로 구가 문학상의 영예를 안았다. ‘글쓰기도 교육의 일부’라는 신념을 가지고 타이중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옮긴이 : 허유영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했다. 같은 대학 통번역대학원 한중과를 나온 뒤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쉽게 쓰는 나의 중국어 일기장』이 있으며, 『화씨 비가』, 『길 위의 시대』, 『신해혁명』, 『저우언라이 평전』, 『디테일의 힘』, 『다 지나간다』 등 육십여 권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사계절 1318 문고 시리즈 90권. 남들보다 유난히 예민한 촉수를 지닌 열일곱 살 소년의 성장기를 통해 대만 사회의 맨얼굴을 사실감 넘치는 필체로 그려낸 작품으로, 대만판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극찬과 함께 200만 대만 달러 고료 구가 문학상을 받았다. 주인공 우지룬을 비롯한 청소년들의 방황과 혼란, 나아가 폭력과 섹스 등으로 얼룩진 타이중의 복잡한 현실을 날카롭게 묘사했다.
무엇보다 작가 자신이 고등학교 국어 교사이기 때문에 학교의 분위기와 학생들의 생활,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 등을 작품 안에 생생하고 유머러스하게 구현해내고 있다. 특히 주인공의 눈에 비친 ‘머저리(동급생)’와 ‘꼰대(교사)’의 지극히 현실적인 묘사는 가히 압권이라 할 수 있다.
자칭 ‘불쾌증후군’ 환자인 우지룬은 반에서 일어난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꼰대와 머저리가 득시글거리는 학교를 박차고 나온다. 당장 먹고 지낼 걱정에 막막해하는 그에게 같은 반 유일한 대화 상대였던 아카오가 일자리와 잠잘 곳을 소개해 준다. 하지만 레스토랑과 모텔에서 일을 하며 바라본 어른들의 세계는 배신과 욕망으로 들끓는 무간지옥.
오직 약육강식의 논리로만 움직이는 도시 한가운데에서 그의 유일한 안식처는 김용의 무협소설뿐이다. 문제아에 자퇴생으로 낙인찍힌 우지룬은 무협소설보다 더 복잡하고 어지러운 현실 속 무림의 세계를 평정할 고수로 거듭날 수 있을까? 그가 세상을 향해 펼쳐 보일 신공, 독고구검의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무엇보다 작가 자신이 고등학교 국어 교사이기 때문에 학교의 분위기와 학생들의 생활,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 등을 작품 안에 생생하고 유머러스하게 구현해내고 있다. 특히 주인공의 눈에 비친 ‘머저리(동급생)’와 ‘꼰대(교사)’의 지극히 현실적인 묘사는 가히 압권이라 할 수 있다.
자칭 ‘불쾌증후군’ 환자인 우지룬은 반에서 일어난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꼰대와 머저리가 득시글거리는 학교를 박차고 나온다. 당장 먹고 지낼 걱정에 막막해하는 그에게 같은 반 유일한 대화 상대였던 아카오가 일자리와 잠잘 곳을 소개해 준다. 하지만 레스토랑과 모텔에서 일을 하며 바라본 어른들의 세계는 배신과 욕망으로 들끓는 무간지옥.
오직 약육강식의 논리로만 움직이는 도시 한가운데에서 그의 유일한 안식처는 김용의 무협소설뿐이다. 문제아에 자퇴생으로 낙인찍힌 우지룬은 무협소설보다 더 복잡하고 어지러운 현실 속 무림의 세계를 평정할 고수로 거듭날 수 있을까? 그가 세상을 향해 펼쳐 보일 신공, 독고구검의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편집자 추천글
“꼰대와 머저리가 득시글거리는 학교를 뒤로한 채
오늘도 나는 모텔의 도시로 향한다.”
자칭 ‘불쾌증후군’ 환자인 우지룬은 반에서 일어난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꼰대와 머저리가 득시글거리는 학교를 박차고 나온다. 당장 먹고 지낼 걱정에 막막해하는 그에게 같은 반 유일한 대화 상대였던 아카오가 일자리와 잠잘 곳을 소개해 준다. 하지만 레스토랑과 모텔에서 일을 하며 바라본 어른들의 세계는 배신과 욕망으로 들끓는 무간지옥. 오직 약육강식의 논리로만 움직이는 도시 한가운데에서 그의 유일한 안식처는 김용의 무협소설뿐이다. 문제아에 자퇴생으로 낙인찍힌 우지룬은 무협소설보다 더 복잡하고 어지러운 현실 속 무림의 세계를 평정할 고수로 거듭날 수 있을까? 그가 세상을 향해 펼쳐 보일 신공, 독고구검의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남들보다 유난히 예민한 촉수를 지닌 열일곱 살 소년의 성장기를 통해 대만 사회의 맨얼굴을 사실감 넘치는 필체로 그려낸 작품으로, 대만판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극찬과 함께 200만 대만 달러 고료 구가 문학상을 받았다.
대만판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극찬을 받은 구가 문학상 대상 수상작
구가 문학상은 2007년에 대만의 구가출판사가 창립 30주년을 맞이해 제정한 문학상으로, 200만 대만달러(우리 돈으로 약 7,000만원)를 고료로 내걸어 중국어권 문학계에 큰 화제를 모았다. 1년 동안 총 212편이 접수되었지만 대상을 줄 만한 걸출한 작품을 찾지 못해 결국 2차 공모에 들어갔고, 156편의 추가 응모작 가운데 대만 출신 젊은 작가 장징훙의 『모텔의 도시』가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심사위원들은 “대만판 『호밀밭의 파수꾼』의 탄생”이라는 극찬과 함께 이 작품에 기꺼이 손을 들어 주었다. 작가 또한 실제로 『호밀밭의 파수꾼』을 매우 좋아하며, J. D. 샐린저의 타계가 작품을 끝맺는 데 큰 자극을 주었다고 밝힌 바 있다.
『모텔의 도시』는 대만의 내륙 도시 ‘타이중’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과거 타이중은 푸른 강물 위로 버들가지가 드리운 아름다운 도시 풍경과 역사 깊은 서점 중앙서국(中央書局) 등으로 ‘문화의 도시’라 불리었지만, 지금은 조직폭력배들의 세력 다툼과 2011년에 일어난 나이트클럽의 대형 화재 등으로 더 유명해진 곳이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작가 장징훙은 바로 전통과 개발의 불균형으로 질병을 앓고 있는 오늘날의 타이중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았다. 그는 탄탄한 서사와 인상적인 묘사로 현재와 과거의 기억 사이를 수없이 오가며 학교(교육), 레스토랑(식욕), 모텔(성욕) 등의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내는 동시에, 주인공 우지룬을 비롯한 청소년들의 방황과 혼란, 나아가 폭력과 섹스 등으로 얼룩진 타이중의 복잡한 현실을 날카롭게 묘사했다. 무엇보다 작가 자신이 고등학교 국어 교사이기 때문에 학교의 분위기와 학생들의 생활,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 등을 작품 안에 생생하고 유머러스하게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주인공의 눈에 비친 ‘머저리(동급생)’와 ‘꼰대(교사)’의 지극히 현실적인 묘사는 가히 압권이라 할 수 있다.
『모텔의 도시』는 열일곱 살 소년 우지룬의 눈으로 관찰한 추악하고 위선적인 어른의 세계에 관한 보고서로, 우지룬에게 학교란 희망이라고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한심한 공간이다. 교사들은 오로지 명문대 진학률과 명품 가방에만 혈안이 되어 있고, 반 친구들은 “책상에 푹 고꾸라져 침을 바닥에 질질 흘리며 곯아 떨어져 있”거나 “양말을 벗고 발바닥의 각질을 뜯어내는 데 온몸의 신경을 집중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그에게 도시는 동경의 대상이자, 이 지긋지긋한 현실에서 탈출할 수 있는 도피처이다. 결국 학교를 뛰쳐나온 우지룬은 오랫동안 자신을 보살펴 준 큰아버지에게 독립을 선언한 뒤 ‘모텔의 도시’로 당당히 입성한다. 하지만 그곳 역시 ‘교육’이라는 명목 아래 가장 비인간적인 일이 빈번히 일어나는 학교와 별반 다른 것이 없음을 깨닫는다.
모텔 카운터에서 우지룬이 바라보는 세상은 하루에도 수십 대씩 드나드는 고급 외제차와 그 안에 숨어 짙은 선글라스로 눈을 가린 채 들끓는 욕정을 풀어내려는 인간들의 이중적인 모습에 다름 아니다. 작가는 위선과 부조리로 무장한 타이중과 대만, 나아가 인간 사회의 맨얼굴을 지독하리만치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대만의 소설가이자 출판인인 천위항(陳雨航)은 “만약 소설이 시대를 반영하고 역사를 담는 역할을 해야 한다면, 『모텔의 도시』는 최고의 모범 답안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이 작품의 문학적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모텔의 도시』는 최근 한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되어 우리에게도 더욱 친숙해진 대만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매력을 지닌다. 작가는 “들러리 중의 들러리”인 보잘 것 없는 어느 청춘의 성장을 그리는 한편, ‘대만’이라는 국가의 공기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소설을 읽다 보면 김용의 무협소설, 서민들의 의식주와 그들이 향유하는 대중문화, 정치적인 이슈 등 대만의 오늘을 읽어낼 수 있는 유행이나 사건, 유명인의 이름을 쉽게 만날 수 있다. 21세기의 첫 십 년을 살아낸 대만 사회의 다양한 문화사회적 코드가 마치 배경음악처럼 자연스럽게 행간을 흐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가수 비, 소녀시대와 슈퍼주니어의 노래들, 드라마 [가을동화] 등 대만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한류의 흔적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울러 같은 중국어권임에도 중국 문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접할 기회가 적었던 대만 문학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위선과 부조리로 무장한 ‘어른의 세계’에 맞서는 열일곱 살 소년의 독고구검 필살기!
얼마 후면 열여덟 살이 되는 우지룬(‘나’)은 얼마 전 다니던 고등학교를 그만둔 뒤 타이중 중심가에 위치한 한 모텔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엄마 얼굴은 본 적도 없고 아버지마저 아홉 살 때 사고로 잃었다. 그동안 잡화점을 운영하는 큰아버지 가족의 보살핌 속에서 부족함 없이 지내왔지만, 학교를 그만두면서 집에서도 독립했다. 무엇보다 혼자의 몸으로 세상 앞에 당당히 서고 싶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당장 먹고 살 길이 없어 막막했지만, 지금은 잠자리도 마련했고, 친구의 소개로 레스토랑과 모텔에서 일하며 돈도 벌고 있다.
우지룬이 다녔던 학교는 타이중에서 나름 유명한 명문이다. 매년 높은 대학 진학률을 기록하지만, 어차피 그런 건 그에게 중요하지 않다. 한 선생의 비유처럼 퍼스트클래스와 비즈니스, 이코노미 좌석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우지룬은 학교를 그만둔 건 백 번 생각해도 잘한 일이라고 믿는다. 그곳엔 자신과 같은 인간이 꿀 수 있는 희망 따윈 없다. 선생들은 교무실에 모여 명품 가방이나 해외여행 다녀온 자랑을 늘어놓고,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선생 몰래 아랫도리에 스마트폰을 올려놓고 게임 삼매경에 빠져 있을 뿐이다.
학교와 관련된 모든 것이 허무하기 짝이 없다. 머저리들은 기껏해야 그 허무함 중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할 뿐이다. 내가 언제부터 이런 생각을 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1년, 2년, 아니면 그보다 더 오래되었는지도 모른다. 나 말고 또 누가 이런 병에 걸렸을까. 어쩌면 머지않은 장래에 의사들이 나와 같은 이런 증상에 ‘불쾌증후군’이라는 병명을 붙이진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내가 이 병명으로 보고된 첫 사례가 되겠지. (17쪽)
이제는 나도 조금 알 것 같다. 내가 바로 들러리 중의 들러리라는 것을. 꼰대들은 자신의 모든 번뇌와 고통이 학생들을 향한 극진한 관심에서 나온다고 믿으며, 이 사실을 아주 자랑스럽게 떠들어 댄다. 심지어 구찌파 세 여자와 대머리까지도 그렇다. 그들이 학부모의 전화를 받으며 허공을 향해 연방 살가운 미소를 발사하다가 수화기를 내려놓음과 동시에 얼마나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돌변하는지 당신 두 눈으로 직접 봤으면 좋겠다. 게다가 우리는 그들에게 욕을 듣는 대가로 학비까지 냈다. 가끔 그들은 나한테 욕한 걸로는 직성이 풀리지 않는지 집으로 전화를 걸어 고자질을 해서 큰아버지와 큰어머니에게 공손한 사과와 함께 고맙다는 말까지 받아 냈다. 세상에 그보다 더 황당한 일은 없다. (52~53쪽)
우지룬은 매일 오후 모텔로 출근한다. 그는 자신의 직장이 썩 마음에 든다. 모텔을 드나드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도 재미있고, 혼자 생각할 시간도 많다. 무엇보다 모텔 조경이 아주 멋지다. 인공으로 만든 절벽과 폭포, 그리고 “스무 개 남짓한 객실들이 구불구불한 정원 조경 뒤편에 수줍게 감추어져 있다”. 분수 주위에는 오솔길이 나 있고 석등 그림자가 잔디 위에 길게 드러누워 있다. 짙게 선팅을 한 외제차를 타고 “은밀한 의식을 치르러 오는 듯한” 남녀들을 객실로 안내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하지만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아이러니하게도 손님이 뜸한 시간에 모텔의 정원을 한가롭게 거니는 것이다.
이 모든 게 다 아카오 덕분이다. 두 사람은 학교에서 만났다. 하지만 우지룬은 아카오를 보자마자 그가 다른 머저리들과는 다른 분류의 인간이라는 걸 눈치 챘다. 아카오는 집을 나온 우지룬에게 잠자리와 일자리를 구해 주었다. 또 살면서 도움이 될 만한 사람들을 소개시켜 주었다. 루시와 에밀리, 그리고 묘령의 여인 줄리아까지……. 아카오는 우지룬을 이 도시로 이끈 뒤 지금껏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거대한 세계의 이면을 보여준 존재다. 물론 최근에 아카오와 주변 사람들을 둘러싼 어마어마한 비밀을 알았을 때 우지룬은 꽤 큰 충격을 받기도 했다. 그는 이 세상이 김용의 무협소설과 무척 많이 닮아 있다고 느낀다. 우지룬이 생각하기에 이 세상은 비정한 무림의 세계이며, 그가 만난 갖가지 인물군상은 모두 무협소설 속 인물로 설명되기 때문이다.
그가 요새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독고구검(獨孤九劍)이다. 독고구검은 김용의 소설 『소오강호』에 등장하는 검법으로, 영호충이 무림의 절대고수 풍청양에게 전수 받은 필살기이다. 독고구검은 앞으로 나아갈 뿐 결코 뒤로 물러나지 않는다. 우지룬은 꿈꾼다. 이 세상의 위선과 부조리를 단번에 날려 버릴 자신만의 독고구검을.
“여기 오는 손님 중 열의 아홉은 섹스하러 오지만 나머지 한 명은 자살하러 와. 자살하러 온 손님 열 명 중 대략 한 명만 진짜로 자살을 시도하고, 진짜로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 중 최소한 아홉 명은 죽기 전에 살릴 수 있어. 그러니까 눈을 크게 뜨고 잘 살펴야 해. 무턱대고 빈방으로 들여보내기만 하면 그걸로 내 일은 끝이다 생각하면 안 돼.” (278쪽)
원래는 그냥 가려고 했지만 포스터 속 ‘독고구검’과 ‘운명’이라는 두 단어에서 눈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것이 모종의 암시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나를 잡아끌었다. 어쩌면 진정한 풍청양이 나를 계속 기다리고 있는지도 몰라. 내가 그를 찾아내기만 하면 평생 갈고닦은 필살기를 전수해 주려고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준비가 부족해서 수많은 중생들 속에서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282~283쪽)
21세기 대만 사회의 맨얼굴에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다
대만 문단이 주목하는 작가 장징훙은 시종일관 적의와 불쾌함으로 가득 찬 소년 우지룬의 눈을 통해 학교와 사회를 향해 날선 비판을 가한다. 비상식적인 학교 교육, 정치인과 조직폭력배의 결탁, 자본과 권력의 틈새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는 무형 유형의 폭력 등이 주인공의 비판적인 시각을 통해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하지만 작가는 그것을 단지 고발하고 분노하는 선에서 이야기를 마무리 짓지 않는다. 우지룬이 소설 마지막에서야 조심스레 내비치는 ‘꿈’은 결국 인간에게 받은 상처는 인간을 통해 치유된다는 삶의 빛나는 진리를 다시 한 번 일깨운다. 말수 적고 표현에 서툰 큰아버지와 그 가족이 보여주는 무조건적인 사랑과 배려, 아버지와의 짧지만 강렬했던 추억 덕분에 우지룬은 무자비한 세상의 풍파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잃지 않았다. 그렇기에 욕망을 해소하는 공간인 ‘모텔’을 인간과 인간이 대화로 소통하고 배우는 진정한 ‘학교’로 만들고 싶다는 우지룬의 희망은 우리에게 큰 울림을 안겨 준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문학에게, 그리고 이 땅의 모든 청소년에게 쉽사리 희망을 거둘 수 없는 이유이다.
교육과 폭력, 섹스는 결코 신선한 소재가 아니다. 그것들은 어느 도시에나 존재한다. 단지 문제의 심각성이 다를 뿐. 『모텔의 도시』는 작가가 『호밀밭의 파수꾼』의 J. D. 샐린저에게 바치는 작품이자, 21세기의 첫 십 년을 지나온 이 세계의 모습을 오롯이 담아낸 풍속화이다. 이 그림 속 풍경은 타이중의 것이기도 하고 대만 전체의 것이기도 하다. ‘불쾌증후군’을 가진 소년 우지룬. 사실 그는 오늘날 방황하고 있는 수많은 청소년의 축소판이다. 그들 모두 마음속에 불쾌감과 함께 미래를 향한 희망을 품고 있을 것이다. _ 제1회 구가 문학상 심사평에서
오늘도 나는 모텔의 도시로 향한다.”
자칭 ‘불쾌증후군’ 환자인 우지룬은 반에서 일어난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꼰대와 머저리가 득시글거리는 학교를 박차고 나온다. 당장 먹고 지낼 걱정에 막막해하는 그에게 같은 반 유일한 대화 상대였던 아카오가 일자리와 잠잘 곳을 소개해 준다. 하지만 레스토랑과 모텔에서 일을 하며 바라본 어른들의 세계는 배신과 욕망으로 들끓는 무간지옥. 오직 약육강식의 논리로만 움직이는 도시 한가운데에서 그의 유일한 안식처는 김용의 무협소설뿐이다. 문제아에 자퇴생으로 낙인찍힌 우지룬은 무협소설보다 더 복잡하고 어지러운 현실 속 무림의 세계를 평정할 고수로 거듭날 수 있을까? 그가 세상을 향해 펼쳐 보일 신공, 독고구검의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남들보다 유난히 예민한 촉수를 지닌 열일곱 살 소년의 성장기를 통해 대만 사회의 맨얼굴을 사실감 넘치는 필체로 그려낸 작품으로, 대만판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극찬과 함께 200만 대만 달러 고료 구가 문학상을 받았다.
대만판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극찬을 받은 구가 문학상 대상 수상작
구가 문학상은 2007년에 대만의 구가출판사가 창립 30주년을 맞이해 제정한 문학상으로, 200만 대만달러(우리 돈으로 약 7,000만원)를 고료로 내걸어 중국어권 문학계에 큰 화제를 모았다. 1년 동안 총 212편이 접수되었지만 대상을 줄 만한 걸출한 작품을 찾지 못해 결국 2차 공모에 들어갔고, 156편의 추가 응모작 가운데 대만 출신 젊은 작가 장징훙의 『모텔의 도시』가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심사위원들은 “대만판 『호밀밭의 파수꾼』의 탄생”이라는 극찬과 함께 이 작품에 기꺼이 손을 들어 주었다. 작가 또한 실제로 『호밀밭의 파수꾼』을 매우 좋아하며, J. D. 샐린저의 타계가 작품을 끝맺는 데 큰 자극을 주었다고 밝힌 바 있다.
『모텔의 도시』는 대만의 내륙 도시 ‘타이중’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과거 타이중은 푸른 강물 위로 버들가지가 드리운 아름다운 도시 풍경과 역사 깊은 서점 중앙서국(中央書局) 등으로 ‘문화의 도시’라 불리었지만, 지금은 조직폭력배들의 세력 다툼과 2011년에 일어난 나이트클럽의 대형 화재 등으로 더 유명해진 곳이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작가 장징훙은 바로 전통과 개발의 불균형으로 질병을 앓고 있는 오늘날의 타이중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았다. 그는 탄탄한 서사와 인상적인 묘사로 현재와 과거의 기억 사이를 수없이 오가며 학교(교육), 레스토랑(식욕), 모텔(성욕) 등의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내는 동시에, 주인공 우지룬을 비롯한 청소년들의 방황과 혼란, 나아가 폭력과 섹스 등으로 얼룩진 타이중의 복잡한 현실을 날카롭게 묘사했다. 무엇보다 작가 자신이 고등학교 국어 교사이기 때문에 학교의 분위기와 학생들의 생활,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 등을 작품 안에 생생하고 유머러스하게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주인공의 눈에 비친 ‘머저리(동급생)’와 ‘꼰대(교사)’의 지극히 현실적인 묘사는 가히 압권이라 할 수 있다.
『모텔의 도시』는 열일곱 살 소년 우지룬의 눈으로 관찰한 추악하고 위선적인 어른의 세계에 관한 보고서로, 우지룬에게 학교란 희망이라고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한심한 공간이다. 교사들은 오로지 명문대 진학률과 명품 가방에만 혈안이 되어 있고, 반 친구들은 “책상에 푹 고꾸라져 침을 바닥에 질질 흘리며 곯아 떨어져 있”거나 “양말을 벗고 발바닥의 각질을 뜯어내는 데 온몸의 신경을 집중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그에게 도시는 동경의 대상이자, 이 지긋지긋한 현실에서 탈출할 수 있는 도피처이다. 결국 학교를 뛰쳐나온 우지룬은 오랫동안 자신을 보살펴 준 큰아버지에게 독립을 선언한 뒤 ‘모텔의 도시’로 당당히 입성한다. 하지만 그곳 역시 ‘교육’이라는 명목 아래 가장 비인간적인 일이 빈번히 일어나는 학교와 별반 다른 것이 없음을 깨닫는다.
모텔 카운터에서 우지룬이 바라보는 세상은 하루에도 수십 대씩 드나드는 고급 외제차와 그 안에 숨어 짙은 선글라스로 눈을 가린 채 들끓는 욕정을 풀어내려는 인간들의 이중적인 모습에 다름 아니다. 작가는 위선과 부조리로 무장한 타이중과 대만, 나아가 인간 사회의 맨얼굴을 지독하리만치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대만의 소설가이자 출판인인 천위항(陳雨航)은 “만약 소설이 시대를 반영하고 역사를 담는 역할을 해야 한다면, 『모텔의 도시』는 최고의 모범 답안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이 작품의 문학적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모텔의 도시』는 최근 한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되어 우리에게도 더욱 친숙해진 대만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매력을 지닌다. 작가는 “들러리 중의 들러리”인 보잘 것 없는 어느 청춘의 성장을 그리는 한편, ‘대만’이라는 국가의 공기를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소설을 읽다 보면 김용의 무협소설, 서민들의 의식주와 그들이 향유하는 대중문화, 정치적인 이슈 등 대만의 오늘을 읽어낼 수 있는 유행이나 사건, 유명인의 이름을 쉽게 만날 수 있다. 21세기의 첫 십 년을 살아낸 대만 사회의 다양한 문화사회적 코드가 마치 배경음악처럼 자연스럽게 행간을 흐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가수 비, 소녀시대와 슈퍼주니어의 노래들, 드라마 [가을동화] 등 대만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한류의 흔적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울러 같은 중국어권임에도 중국 문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접할 기회가 적었던 대만 문학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위선과 부조리로 무장한 ‘어른의 세계’에 맞서는 열일곱 살 소년의 독고구검 필살기!
얼마 후면 열여덟 살이 되는 우지룬(‘나’)은 얼마 전 다니던 고등학교를 그만둔 뒤 타이중 중심가에 위치한 한 모텔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엄마 얼굴은 본 적도 없고 아버지마저 아홉 살 때 사고로 잃었다. 그동안 잡화점을 운영하는 큰아버지 가족의 보살핌 속에서 부족함 없이 지내왔지만, 학교를 그만두면서 집에서도 독립했다. 무엇보다 혼자의 몸으로 세상 앞에 당당히 서고 싶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당장 먹고 살 길이 없어 막막했지만, 지금은 잠자리도 마련했고, 친구의 소개로 레스토랑과 모텔에서 일하며 돈도 벌고 있다.
우지룬이 다녔던 학교는 타이중에서 나름 유명한 명문이다. 매년 높은 대학 진학률을 기록하지만, 어차피 그런 건 그에게 중요하지 않다. 한 선생의 비유처럼 퍼스트클래스와 비즈니스, 이코노미 좌석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우지룬은 학교를 그만둔 건 백 번 생각해도 잘한 일이라고 믿는다. 그곳엔 자신과 같은 인간이 꿀 수 있는 희망 따윈 없다. 선생들은 교무실에 모여 명품 가방이나 해외여행 다녀온 자랑을 늘어놓고,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선생 몰래 아랫도리에 스마트폰을 올려놓고 게임 삼매경에 빠져 있을 뿐이다.
학교와 관련된 모든 것이 허무하기 짝이 없다. 머저리들은 기껏해야 그 허무함 중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할 뿐이다. 내가 언제부터 이런 생각을 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1년, 2년, 아니면 그보다 더 오래되었는지도 모른다. 나 말고 또 누가 이런 병에 걸렸을까. 어쩌면 머지않은 장래에 의사들이 나와 같은 이런 증상에 ‘불쾌증후군’이라는 병명을 붙이진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내가 이 병명으로 보고된 첫 사례가 되겠지. (17쪽)
이제는 나도 조금 알 것 같다. 내가 바로 들러리 중의 들러리라는 것을. 꼰대들은 자신의 모든 번뇌와 고통이 학생들을 향한 극진한 관심에서 나온다고 믿으며, 이 사실을 아주 자랑스럽게 떠들어 댄다. 심지어 구찌파 세 여자와 대머리까지도 그렇다. 그들이 학부모의 전화를 받으며 허공을 향해 연방 살가운 미소를 발사하다가 수화기를 내려놓음과 동시에 얼마나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돌변하는지 당신 두 눈으로 직접 봤으면 좋겠다. 게다가 우리는 그들에게 욕을 듣는 대가로 학비까지 냈다. 가끔 그들은 나한테 욕한 걸로는 직성이 풀리지 않는지 집으로 전화를 걸어 고자질을 해서 큰아버지와 큰어머니에게 공손한 사과와 함께 고맙다는 말까지 받아 냈다. 세상에 그보다 더 황당한 일은 없다. (52~53쪽)
우지룬은 매일 오후 모텔로 출근한다. 그는 자신의 직장이 썩 마음에 든다. 모텔을 드나드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도 재미있고, 혼자 생각할 시간도 많다. 무엇보다 모텔 조경이 아주 멋지다. 인공으로 만든 절벽과 폭포, 그리고 “스무 개 남짓한 객실들이 구불구불한 정원 조경 뒤편에 수줍게 감추어져 있다”. 분수 주위에는 오솔길이 나 있고 석등 그림자가 잔디 위에 길게 드러누워 있다. 짙게 선팅을 한 외제차를 타고 “은밀한 의식을 치르러 오는 듯한” 남녀들을 객실로 안내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하지만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아이러니하게도 손님이 뜸한 시간에 모텔의 정원을 한가롭게 거니는 것이다.
이 모든 게 다 아카오 덕분이다. 두 사람은 학교에서 만났다. 하지만 우지룬은 아카오를 보자마자 그가 다른 머저리들과는 다른 분류의 인간이라는 걸 눈치 챘다. 아카오는 집을 나온 우지룬에게 잠자리와 일자리를 구해 주었다. 또 살면서 도움이 될 만한 사람들을 소개시켜 주었다. 루시와 에밀리, 그리고 묘령의 여인 줄리아까지……. 아카오는 우지룬을 이 도시로 이끈 뒤 지금껏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거대한 세계의 이면을 보여준 존재다. 물론 최근에 아카오와 주변 사람들을 둘러싼 어마어마한 비밀을 알았을 때 우지룬은 꽤 큰 충격을 받기도 했다. 그는 이 세상이 김용의 무협소설과 무척 많이 닮아 있다고 느낀다. 우지룬이 생각하기에 이 세상은 비정한 무림의 세계이며, 그가 만난 갖가지 인물군상은 모두 무협소설 속 인물로 설명되기 때문이다.
그가 요새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독고구검(獨孤九劍)이다. 독고구검은 김용의 소설 『소오강호』에 등장하는 검법으로, 영호충이 무림의 절대고수 풍청양에게 전수 받은 필살기이다. 독고구검은 앞으로 나아갈 뿐 결코 뒤로 물러나지 않는다. 우지룬은 꿈꾼다. 이 세상의 위선과 부조리를 단번에 날려 버릴 자신만의 독고구검을.
“여기 오는 손님 중 열의 아홉은 섹스하러 오지만 나머지 한 명은 자살하러 와. 자살하러 온 손님 열 명 중 대략 한 명만 진짜로 자살을 시도하고, 진짜로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 중 최소한 아홉 명은 죽기 전에 살릴 수 있어. 그러니까 눈을 크게 뜨고 잘 살펴야 해. 무턱대고 빈방으로 들여보내기만 하면 그걸로 내 일은 끝이다 생각하면 안 돼.” (278쪽)
원래는 그냥 가려고 했지만 포스터 속 ‘독고구검’과 ‘운명’이라는 두 단어에서 눈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것이 모종의 암시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나를 잡아끌었다. 어쩌면 진정한 풍청양이 나를 계속 기다리고 있는지도 몰라. 내가 그를 찾아내기만 하면 평생 갈고닦은 필살기를 전수해 주려고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준비가 부족해서 수많은 중생들 속에서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282~283쪽)
21세기 대만 사회의 맨얼굴에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다
대만 문단이 주목하는 작가 장징훙은 시종일관 적의와 불쾌함으로 가득 찬 소년 우지룬의 눈을 통해 학교와 사회를 향해 날선 비판을 가한다. 비상식적인 학교 교육, 정치인과 조직폭력배의 결탁, 자본과 권력의 틈새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는 무형 유형의 폭력 등이 주인공의 비판적인 시각을 통해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하지만 작가는 그것을 단지 고발하고 분노하는 선에서 이야기를 마무리 짓지 않는다. 우지룬이 소설 마지막에서야 조심스레 내비치는 ‘꿈’은 결국 인간에게 받은 상처는 인간을 통해 치유된다는 삶의 빛나는 진리를 다시 한 번 일깨운다. 말수 적고 표현에 서툰 큰아버지와 그 가족이 보여주는 무조건적인 사랑과 배려, 아버지와의 짧지만 강렬했던 추억 덕분에 우지룬은 무자비한 세상의 풍파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잃지 않았다. 그렇기에 욕망을 해소하는 공간인 ‘모텔’을 인간과 인간이 대화로 소통하고 배우는 진정한 ‘학교’로 만들고 싶다는 우지룬의 희망은 우리에게 큰 울림을 안겨 준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문학에게, 그리고 이 땅의 모든 청소년에게 쉽사리 희망을 거둘 수 없는 이유이다.
교육과 폭력, 섹스는 결코 신선한 소재가 아니다. 그것들은 어느 도시에나 존재한다. 단지 문제의 심각성이 다를 뿐. 『모텔의 도시』는 작가가 『호밀밭의 파수꾼』의 J. D. 샐린저에게 바치는 작품이자, 21세기의 첫 십 년을 지나온 이 세계의 모습을 오롯이 담아낸 풍속화이다. 이 그림 속 풍경은 타이중의 것이기도 하고 대만 전체의 것이기도 하다. ‘불쾌증후군’을 가진 소년 우지룬. 사실 그는 오늘날 방황하고 있는 수많은 청소년의 축소판이다. 그들 모두 마음속에 불쾌감과 함께 미래를 향한 희망을 품고 있을 것이다. _ 제1회 구가 문학상 심사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