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힘
- 781
저자소개
지은이 : 강상중
일본 사회에 대해 비판적이고 날카로운 분석을 제시하며 비판적 지식인으로 활동하고 있고,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고민하는 힘』을 비롯해 인문서, 에세이, 소설 등을 발표하며 지식인, 교수, 작가로서 일본 사회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또 신문과 방송 등 언론매체를 통해서 보여주는 냉정한 분석과 세련되고 지적인 분위기, 호소력 강한 목소리로 많은 팬을 가지고 있다.
이번 책 『마음』은 일본 근대 문학의 대문호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과 독일 문학의 거장 괴테의 『친화력』의 구조와 이야기를 모티프로 강상중 개인의 경험과 대참사로 이어진 동일본대지진 사건을 중층적으로 엮어내며 삶과 죽음, 사랑과 관계, 자연과 개발에 대해 성찰하는 독특하고 두터운 소설이다. 특히 죽음으로 인한 상처, 구원과 치유 그리고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절박한 물음을 이야기하며 동일본대지진으로 상처받은 수많은 일본인들에게 위로가 되었고, 30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재일 한국인 최초로 도쿄대학 정교수가 되었고, 도쿄대학 대학원 정보학환 교수를 거쳐 현재 세이가쿠인대학 총장을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 『재일 강상중』 『내셔널리즘』 『세계화의 원근법』 『20세기를 어떻게 넘을 것인가』 『오리엔탈리즘을 넘어서』 『두 개의 전후와 일본』 『동북아시아 공동의 집을 향하여』 『고민하는 힘』 『청춘을 읽는다』 『반걸음만 앞서 가라』 『어머니』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 『살아야 하는 이유』 『사랑할 것』 등이 있다.
옮긴이 : 노수경
책정보 및 내용요약
비판적 지식인에서 인생의 탐구자로 거듭나다
‘고민 끝에 얻은 힘이 강하다’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일본의 백만 독자, 한국의 수많은 청춘들에게 큰 울림을 안긴 『고민하는 힘』의 저자 강상중이 신작 『마음의 힘』을 펴냈다. 방황하던 재일 한국인 청년이 일본 사회의 유력 지식인으로 자리 잡기까지, 많은 상처를 극복하고 치열하게 고민해온 당사자로서 이제 넓은 마음의 바다로 나아가 인생론을 이야기한다. 『마음의 힘』은 100년 전에 쓰인 두 소설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과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을 실마리 삼아 시대와 마음의 관계를 밀도 높게 파고든 작품으로, 시대의 아픔과 공명하면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굳건히 살아가기 위한 두텁고도 유연한 ‘마음의 힘’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추천사를 쓴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이 강상중 ‘힘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책이라고 말한 것처럼, 『마음의 힘』은 전작 『고민하는 힘』 『살아야 하는 이유: 불안과 좌절을 넘어서는 생각의 힘』에 이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보편적 결함과 그로 인한 고민을 어떻게 끌어안고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강상중의 생각을 완결하는 저작이라고 할 수 있다.
목차
서장 ‘마음의 힘’을 키운다는 것 _13
불안 속에 느끼는 찰나의 행복 _14
이야기 인생론 _18
한스 카스토르프와 ‘가와데 이쿠로’ _20
두 개의 다보스 _23
『속·마음』 진주군 _26
1장 현대라는 무기 없는 전쟁터 _37
왜 『마음』인가 _38
토마스 만이 그린 20세기의 유럽 _41
‘마의 산’에 사는 사람들 _43
제3의 ‘아프레게르’ _47
『속·마음』 뺨에 상처를 가진 남자 _52
2장 왜 살기 어려운가 _65
대안이 없다 _66
‘이웃’이 없다 _69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_72
시대와 마음 _76
『속·마음』 비밀상자 _81
3장 ‘마의 산(이니시에이션)’의 힘 _101
모라토리엄을 권함 _102
졸업장을 받았다 한들 _106
‘선생님’을 찾아서 _110
‘비의 전수(이니시에이션)’라는 것 _113
탈세계화 _119
『속·마음』 세례반 _125
4장 한가운데로 가자 _135
위대한 평범 _136
물들지 않는다는 것 _140
인생의 애물단지 아들 _144
『속·마음』 산 위의 호텔 _148
5장 이야기를 계승한다는 것 _157
데스 노블 _158
죽음으로 인해 삶이 빛난다 _160
내던지는 힘, 받아들이는 힘 _163
사라지지 않는 생명의 불빛 _166
『속·마음』 만년필 _172
종장 지금이야말로 ‘마음의 힘’ _183
글을 마치고 _188
글을 옮기고 _191
부록
『마음』 줄거리 _198
『마의 산』 줄거리 및 등장인물 _200
참고문헌 _205
편집자 추천글
이야기를 계승한다는 것 - 세월호, 그 후 1년
사람은 생물이기 때문에 죽어 버리면 당연히 그걸로 끝입니다. 하지만 그 끝나 버린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 받은 누군가가 있어서 그것을 다른 이에게 전하고, 그 사람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걸 떠맡은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물려주는 일이 계속된다면, 죽은 사람의 인생이 그냥 끝났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야말로 영원이 되는 것이지요. 이야기가 계승됨으로써 그저 사라질 줄 알았던 누군가의 삶에, 다시 한 번 생명의 등불이 켜지는 것입니다. _ 166쪽
강상중은 이 책에서 과거의 이야기를 받아안아 다른 이에게 전하는 이야기의 계승자가 되고자 한다. 방황하던 자신의 청년 시절과 그때의 그에게 버팀목이 되어준 두 고전, 그리고 세상을 떠난 자신의 아들이나 동일본대지진의 희생자들처럼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사람들이 남긴 많은 이야기를 글로 쓰고 말로 전하는 충실한 전달자의 역할을 자임한다. 지나온 날들과 떠나간 사람들이 무의미한 과거로 잊히지 않고,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삶의 든든한 바탕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그는 과거와 단절한 채 미래만을 바라보는 사회, 서로 아무것도 주고받지 않으려는 파편화된 인간관계 속에서 이야기를 통해 이어가는 삶의 연속성을 말한다. 불안을 안길 뿐인 미래보다는 확실하게 존재하는 과거가 현재를 이끌어가는 힘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침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는 시점에 출간되는 이 책은 안타깝게 과거가 되어버린 사람들의 소중한 이야기를 모으고, 전하고, 이어가는 일에 무심한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세키의 『마음』에서 주인공 ‘나’는 선생님의 죽음 이후 그의 이야기를 글로 써 세상에 전한다. 거기서 영감을 얻은 강상중은 죽은 아들에 대한 기억을 전작 『마음』이라는 소설에 담아 영원히 살아 있는 이야기로 남겼다. 이번 책 『마음의 힘』에서는 죽은 사람들은 모두 ‘선생님’이라며, 그들에게서 전수받은 인생의 진실 혹은 비의秘義를 통해 ‘마음의 힘’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수백 명의 어린 생명을 한순간에 잃고도 의미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못한 우리는 과거와 죽은 이들에게 보이는 강상중의 진심 어린 태도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과 토마스 만의 『마의 산』
100년 전의 고전에서 ‘마음의 힘’을 길어 올리는 이야기 인생론
『마음의 힘』은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과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의 이야기에 저자의 문제의식을 결합한 ‘이야기 인생론’이라는 독특한 글쓰기를 선보인다. 『마음』과 『마의 산』은 공통적으로 100년 전 제1차 세계대전을 전후한 시기를 배경으로, 한 젊은이가 고민과 방황의 시기를 거쳐 성장해가는 과정을 기록한 소설이다. 강상중은 전쟁과 폭력적인 자본주의가 이끄는 근대화, 세계화가 시작된 100년 전의 두 젊은이가 맞닥뜨린 현실과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 다르지 않다는 생각으로, 소설 속 인물들의 고민과 인생행로에서 황폐해진 우리 시대와 우리 마음을 치유할 근원적인 힘을 길어 올린다. 강상중은 사람의 마음은 그가 걸어온 인생, 그에게 의미 있는 이야기를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소설 속 인물들이 평생에 걸쳐 붙들고 있던 질문, 그 답을 찾기 위해 뚜벅뚜벅 걸어간 길에 그들의 마음이 있고, 우리는 그 마음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내 삶을 이끌어갈 ‘힘’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음이란 것은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지금까지 어떤 인생을 걸어왔는지, ‘그리고, 그래서’ 어떻게 살아갈 건지에 대한 나름의 자기 이해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습니다. 따라서 마음은, 인생에 의미를 부여해 주는 ‘이야기’를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습니다. _ 20쪽
‘그리고, 그래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아쉽게도 두 작품 모두 주인공들이 방황하던 청년기를 지나 ‘그 후’ 어떻게 살았는지, 시대와 함께 그들의 마음이 어떻게 변해갔는지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이야기를 맺는다. 그래서 강상중은 ‘마음의 힘’의 원천에 다가가기 위해 『마음』과 『마의 산』 두 작품의 주인공이 만나 이야기를 이어가는 후일담 소설을 직접 창작하는 과감한 시도를 한다. 『마음의 힘』은 각 장마다 강상중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담은 ‘에세이’와 그가 고전의 후일담을 상상해 그려낸 ‘소설(〈속?마음〉)’이 짝을 이뤄 배치된 매우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에세이와 소설, 즉 논픽션과 픽션이 서로 스며들고 넘나드는 이 강상중식 이야기 인생론은 독자들에게 저자의 메시지에 자연스럽게 젖어드는 매력적인 독서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마음은 시대와 함께 있다
강상중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심원한 내면세계인 ‘마음’ 안에 시대의 질병과 고민이 함축되어 있다고 말한다. 오늘날 우리의 삶이 안정감 없이 휘청대고, 믿고 의지할 사람 없이 외로워하며, 한 번의 실수로도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리게 된 것은 우리 시대가 병들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나 시대와 무관하게 존재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 사회에 희망이 없으면 그 속을 살아가는 인간의 인생에도 희망이 없어지고, 사회가 풍요롭고 활력이 있으면 인간의 인생도 풍요로워집니다. 시대가 병들어 있는데 인간에게 건강하게 살라는 것은 잘못입니다. 더욱이 사람은 그 사회가 작동하는 이상으로 작동할 수 없는 법입니다. _ 76쪽
소세키의 『마음』과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을 택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마음』은 20세기 초엽, 메이지라는 새로운 시대와 함께 서구식 근대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강고한 자의식으로 정신적인 병을 얻은 사람들, 변해가는 사회의 흐름으로부터 방치된 사람들의 마음을 담아낸 작품이다. 한편 『마의 산』은 주인공이 스위스 다보스의 결핵 요양소에서 7년간 머물며 접하는 다양한 국적과 성격의 사람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유럽의 사상과 분위기,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마지막 장면을 통해 시대와 마음의 관계를 밀도 높게 묘사하고 있다. 강상중은 이 두 작품이 그려낸 이른바 ‘마음을 상실하기 시작한 시대’의 마음에 비추어, 그로부터 100년 후 글로벌 경제 전쟁이 ‘악마의 맷돌’(칼 폴라니)처럼 모든 인간적, 사회적 가치를 분쇄해버린 ‘마음 없는 시대’의 마음을 깊숙이 들여다보며 우리의 위태로운 마음을 헤아리고 있다.
주요 내용
왜 살기 어려운가
모두가 살기 힘들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기대나 희망보다는 체념의 정서가 일반화되었고, 삶을 포기하는 사람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강상중은 세 가지 본질적인 이유를 제시하며, 우리의 삶이 힘겹고 마음이 병들어가는 것은 결국 우리의 시대가 병들어 있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첫째, 대안이 없다. 세계화의 진행과 더불어 사람들의 가치관이 획일화된 탓에 많은 사람들이 손에 쥐고 있던 단 하나의 가치관이 무너졌을 때 도망칠 곳을 찾지 못한다. 삶을 리셋하는 용기, 지금 쥐고 있는 것을 버리고 떠나도 인생은 계속된다는 확신이 없는 것이다. 강상중은 이를 ‘체력이 없는 마음’이라고 표현하며, 복수의 선택지를 상정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자기가 사는 세상이 살아가기 힘들다고 느낄 때 오히려 그런 세상을 따라잡지 못하는 자신을 부정하곤 합니다. 세상이 이상하고 틀린 것 같아도 자기를 굽혀서 세상에서 성공하려 듭니다. 언제부터 우리가 이렇게 세상 물정에 밝아졌다고 이러는 걸까요? …… 마음의 풍요로움이라는 것은 궁극적으로 복수의 선택지를 상정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지금 눈앞에 있는 것만을 현실이라고 보지 않고, ‘또 하나의 현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_ 68~69쪽
둘째, 이웃이 없다. 살면서 위기에 처했을 때 도움의 손길을 기대하기 어렵다. 사람들은 가능하면 타인의 일에 엮여 들어가지 않으려 하고,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돌린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실패하면 끝장이라는 불안감이 팽배해 누구도 모험을 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사회는 점점 위축될 수밖에 없다.
셋째,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고, 실패해도 도와줄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막연한 불안과 공포를 느끼며 무턱대고 달리고 있다. 어디를 향해 가는지도 알지 못한 채 승패와 손익이라는 개념에 끌려 다니며 자신을 소진시킬 뿐이다.
모라토리엄을 권함
오랜 시간 대학에서 학생들을 만나온 강상중은 종종 “지금의 대학은 다보스가 되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다보스는 매년 세계경제포럼의 연차총회가 열리는 세계 자본주의의 ‘태풍의 눈’인 다보스가 아니라 『마의 산』의 배경이 되는 장소, 즉 주인공 한스 카스토르프가 아무런 목적이나 의무감 없이 몸과 마음의 병을 치료하며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배울 수 있었던 ‘모라토리엄’의 공간을 뜻한다. 단 한 번의 실수, 잠시 동안의 지체로도 ‘정상 궤도’에서 영원히 탈락할지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어떤 것도 추구하지 않고, 아무것도 생산해내지 못하는 ‘모라토리엄’의 공간 혹은 시간은 너무 한가한 소리가 아닐까?
인생의 어느 한 시기에 생산성이나 합리성 같은 것과는 인연이 없는 세계에 풍덩 뛰어드는 것이 결코 무의미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는 마음의 성장기이며 충전 기간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효과가 금방 나타나지 않을지는 몰라도 길게 보면 반드시 그 사람의 인생에 필요한 양식이 됩니다. 만일 그러한 기간을 가지지 않은 채 갑자기 실전의 자리에 나가게 되면 눈 깜짝할 사이에 자기 안에 쌓아둔 것을 다 써 버리고 완전히 소모되어 몸도 마음도 바짝 말라 버리지 않을까요? _ 103~104쪽
강상중은 대안을 생각하고 예행연습을 할 수 있는 ‘모라토리엄’의 시기 없이 청년기를 보낸다면, 세상의 지배적인 가치관과 다른 자신만의 가치관을 갖지 못한 채 시대의 병폐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다보스에서 7년의 시간을 보낸 『마의 산』의 한스, 도쿄제국대학을 나온 수재였지만 안정된 직장에 들어가기보다는 ‘선생’에게서 인생의 지혜를 구하려 했던 『마음』의 ‘나’, 그리고 ‘자이니치在日’ 학생들의 서클에서 토론하고 고민하며 정체성을 찾아갔던 젊은 날의 자신처럼, 그는 누구의 인생에나 계산에 들어가지 않는 특별한 시간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선생님’을 찾아서
『마음』과 『마의 산』의 또 하나의 공통점은 ‘선생님 찾기’에 관한 책이라는 것이다. 『마음』의 ‘나’는 특별히 하는 일도 없는 ‘고등유민高等遊民’일 뿐인 ‘선생’을 찾아가 끈질기게 인생의 진실을 알려 달라 조르고, 『마의 산』의 한스는 다보스의 결핵 요양소에 모인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어울리며 자신의 삶에 평생에 걸쳐 영향을 미칠 경험을 한다. 강상중은 미숙한 청년이 어른이 되고, 시대의 공격에 휘둘리지 않는 단단한 자아를 갖기 위해서는 앞서 경험한 이들이 전하는 이니시에이션initiation, 즉 비의 전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비의 전수란 인생의 깊숙한 곳에 숨겨진 가르침을 받는다는 뜻이다
.
사람은 청춘의 어느 시기에 이르러 인생의 수수께끼 같은 것을 알게 되고, 이를 통해 ‘어른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이때 그를 이끌어 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선생’입니다. …… 선생님의 고백은 그 이상으로 충격적인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나’의 정신을 강하게 흔들어 놓았지요. 그리고 아마도 이것 하나 때문에 ‘나’는 크게 변한 것 같습니다.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어둠을 접하고 한걸음에 어른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바로 이러한 경험을 ‘비의 전수’라고 합니다. _ 114~116쪽
강상중은 자신이 나쓰메 소세키와 토마스 만의 작품과 사상에서 이니시에이션을 받았듯 이 책이 혹은 자신이 누군가에게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그 누군가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그런 선생, 스승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는 선배로서, 멘토로서 청년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우리 모두가 연결된 존재라는 사실을 전제로 서로가 서로에게 의미 있는 이야기를 전하며 병든 시대를 살아갈 ‘마음의 힘’을 키우자고 제안한다.
위대한 평범 - 한가운데로 가자
강상중은 『마의 산』의 한스와 『마음』의 ‘나’에게서 평범함을 배우자고 말한다. 여기서의 평범은 지표적인 평균치가 아니라 토마스 만이 말한 ‘폭넓은 선택지 중에서 가장 최적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고른다’는 뜻이다. ‘이게 안 되면 저것도 있다’며 다른 선택지를 떠올릴 수 있는 폭과 깊이와 여유가 있는 평범, 강상중은 이를 ‘위대한 평범’이라고 표현했다.
세상에서 말하는 하나의 방정식을 좇아 단 하나의 높은 이상을 꿈꾸고, 그것을 이루지 못하면 끝장이라며 두려워하지는 마십시오. 일단 자기가 좋다고 생각하는 길을 가 보고 그게 잘 안 되면 몇 번이고 뻔뻔하게 방향을 바꾸면 됩니다. 마음의 풍요라는 것은 결국 내 안에 얼마나 넓은 선택의 폭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니까요. _ 138쪽
‘위대한 평범’에는 한 가지 중요한 요소가 더 있다. 그것은 다른 사람의 의견을 귀담아 들으면서도 쉽게 물들지 않는 것이다. 다양한 의견을 마음속에 계속 집어넣으면서도 어느 한쪽에 쉽게 동화되지 않고 자기 길, 즉 ‘마이 웨이’를 가는 것이다. 『마음』의 ‘나’가 ‘선생’을 그토록 추종하면서도 때때로 차가운 평가를 내리거나 그가 곤란해 하는 질문을 끝끝내 물고 늘어졌던 것처럼 말이다. 강상중은 쉽사리 물들지 않고 자기 머리로 진지하게 고민하며 살아가는 것이야 말로 평범함 가운데 위대함을 발휘하는 것이라며, 시대가 우리를 공격하거나 유혹해 오더라도 무심한 듯 냉정한 듯 자기 길을 가기를 권한다.
추천의 글
나는 감히 이 책들을 ‘강상중의 힘 3부작’이라고 부르려 한다. 강상중 교수의 책을 몇 년 동안 읽어 온 충성 독자로서 『고민하는 힘』 『살아야 하는 이유』 『마음의 힘』을 순서대로 차근차근 읽어 보기를 권한다. 3부작인 <스타워즈> <대부> <반지의 제왕>의 각 편이 모두 독립적인 명작이지만 첫 편부터 정주행하면 감동의 울림이 커지듯이, 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
이다. _ 하지현(정신과 전문의, 『소통, 생각의 흐름』 저자)
사상가는 시대와 마음의 병의 근원을 탐구하는 사람이다. 때로 지식인은 마음을 엄습한 질병을 치료하는 ‘사회-의사’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의 마음은 응급실에 있다. 그 응급실에서 ‘사회-의사’ 강상중은 마음의 고통에 대해 묻는다. 그리고 세속의 언어로 쓰인 처방전을 우리에게 전한다. 다행이다.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이해할 수 있는 처방전이라서. _ 노명우(아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세상물정의 사회학』 저자)
몇 살이 되었든 자신의 삶의 방식을 돌이켜 보고 다져 나가는 일, 타인들의 가치관에 쉽게 영합하지 않고 스스로를 지키는 일은 소중하다. 요즘처럼 희망이 쉽지 않은 시대에 나를 내던지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버텨 내고 의연할 수 있는 힘이야말로 마음의 힘일 것이다. 『마음의 힘』은 나다운 인생을 살아갈 용기의 힌트를 선사한다. _ 임경선(작가, 『태도에 관하여』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