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욱이 선생 승천 대작전 (사계절 중학년문고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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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지은이 : 김영주
지금은 가톨릭대학교에서 후배들을 가르치며 어린이책을 쓰고 있다.
실험용 쥐가 주인공인 『하얀 쥐 이야기』로 제17회 MBC 창작동화대상을 받았다. 그동안 『뼈 없는 동물 이야기』, 『뼈 있는 동물 이야기』, 『누가 누가 대장일까?』, 『누가 누가 범인일까?』 등을 썼다.
그린이 : 이경석
쓰고 그린 만화책으로 『속주패王전』, 『전원교향곡』, 『좀비의 시간』, 『을식이는 재수 없어』 등이 있으며, 『너구리 판사 퐁퐁이』, 『빨간 날이 제일 좋아!』, 『오메 돈 벌자고?』, 『서울 샌님 정약전과 바다 탐험대』, 『동물원이 좋아?』 등에 그림을 그렸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중편 「하얀 쥐 이야기」로 제17회 MBC 창작동화대상을 받은 김영주 작가의 첫 장편동화이다.
용이 되기만을 오매불망 꿈꿔 온 천 년 묵은 이무기 ‘임욱이 선생’의 파란만장 승천 도전기를 그렸다.
‘이무기의 승천’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용이 되고자 하는 임욱이 선생을 통해 무조건 목표만을 향해 달려가는 요즘 아이들에게 한 번쯤 멈춰 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선사한다.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잘 알려진 이경석의 그림은 마치 만화영화를 보듯 이야기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목차
1. 용 치과 협회
2. 낙천동 사람들
3. 맛있는 강아지
4. 우리 동네 진철이
5. 손님 모으기
6. 그 손자에 그 할머니
7. 노인정이 된 치과
8.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9. 꽝순이와 임욱이 선생
10. 아무것도 모르면서
11. 안녕, 내 친구
12. 임욱이 선생, 하늘을 날다
편집자 추천글
천 년 묵은 이무기, 치과 의사가 되다!
이무기는 우리나라 전설이나 민담 속에 자주 등장하는 상상의 동물로, 어떤 저주로 인해 용이 되어 승천하지 못하고 땅에 남아 사는 오래된 구렁이를 일컫는다. 간절한 꿈을 이루지 못해 생긴 ‘한’을 품고 사는 존재여서일까. 예로부터 이무기는 분노와 복수심에 휩싸인 나머지 사람들에게 해를 가하는 무서운 대상으로 여겨져 왔다. 그렇다고 이무기의 부정적인 면만 부각된 것은 아니다. 오랜 세월 동안 참고 기다리다가 결국 허물을 벗어던지고 용으로 변신한다는 점에서 ‘인내와 노력의 상징’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이렇듯 이무기가 지닌 다양한 매력과 그에 따른 해석의 여지는 오늘날 우리가 만나는 옛이야기와 창작동화에서도 고스란히 투영되고 있다.
사계절 중학년문고 서른 번째 책인 『임욱이 선생 승천 대작전』은 ‘이무기의 승천’이라는 고전적인 모티프를 현대로 가져와 작가만의 고유한 시선으로 새롭게 그려낸 창작동화이다. 작가는 이무기가 전설로 전해 내려오는 동물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며 지금도 여전히 우리 안에 있다는 설정 아래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하늘로 올라가지 못한 이무기들은 ‘용 치과 협회’를 만든 뒤 치과 의사로 행세하며 사람들 틈에 숨어 산다. 여의주를 완성하려면 아이들의 마지막 젖니가 필요하기 때문.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 ‘임욱이 선생’에게 용이 되는 일이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 그 누구보다 용이 되길 간절히 바라고 노력하지만, 무심한 하늘은 “용용 죽겠지.” 놀릴 뿐이다. 작가는 까칠하기론 둘째가라면 서러울 치과 의사 임욱이 선생의 좌충우돌 승천 도전기를 통해, 과정보다는 결과가 더 우선시되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살아 팔딱거리는 에피소드와 캐릭터 들이 안겨 주는 웃음은 보너스다.
이무기 승천하기, 이보다 어려울 순 없다?
치과 의사 임욱이 선생은 사실 천 년 묵은 이무기이다. 21세기에 무슨 이무기냐고? 모르시는 말씀! 예전부터 이무기는 실제로 존재했고, 지금도 여전히 우리와 함께 살고 있다. 그것도 아이들의 마지막 젖니를 얻기 위해 동네마다 버젓이 치과까지 차려 놓고서 말이다. 임욱이 선생 역시 용이 되고 싶어 안달 난 이무기 중 하나이다. 멋진 황룡이 되어 보란 듯이 승천하는 것은 그가 오랫동안 품어 온 꿈이다. 그런데 용이 되는 일, 거 참 어렵다. 오륙백 년 밖에 안 된 새파란 이무기들은 하늘로 잘만 올라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용이 되지 못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여의주도 빛만 안 날뿐, 이미 동그래졌는데. 임욱이 선생은 아이들의 마지막 젖니를 최대한 많이 모으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치과를 연 지 며칠이 지나도 사람은커녕 강아지 그림자도 얼씬하지 않는다. 형편이 어려운 이 동네 사람들에게 진료비가 비싼 치과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니 그럴 수밖에. 게다가 아이들 젖니쯤이야 문고리에 실을 매달아 잡아 당겨 뽑는 전통 방식으로도 충분하다. 임욱이 선생은 ‘용 치과 협회’ 대표 꽝순이를 찾아가 불만을 털어놓지만, 꽝순이는 그곳에서라면 용이 되지 못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거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얘, 너 언제 철들래? 이무기가 승천하는 건 다 하늘의 뜻이야. 네가 천 년이 다 돼도 용이 못 되는 데는 이유가 있는 거라고. 쯧쯧쯧.”
“그러니까 그 이유가 뭐냐고? 너 일부러 나 윗동네에 보낸 거지? 네가 용이 되기 싫으니까 나까지 땅에 잡아 놓으려는 거잖아. 그래서 이 뽑으러 오는 사람 하나 없는 후진 산동네 치과에 보낸 거지?”
“말도 안 돼. 물론 여의주를 만들려면 아이들의 마지막 젖니가 필요하긴 하지. 하지만 네 여의주는 이미 동그래졌잖아. 빛이 안 날 뿐이지.”
“그래, 내 여의주 빛 안 난다! 그래서 뭐? 뭐 보태준 거 있어?”
임욱이 선생은 마구마구 발을 굴렀다. 생글거리는 꽝순이를 보니 꾹꾹 눌렀던 화가 폭발했다. 화를 너무 내서일까. 감춰 두었던 뱀 꼬리가 톡 튀어나와 버렸다. - 본문 23~24쪽
상황이 이러하니 밀려드는 건 짜증과 허기뿐이다. 그런데 그때, 어디선가 강아지 한 마리가 나타나 임욱이 선생의 치과 안으로 유유히 들어오는 것 아닌가. 당장이라도 잡아먹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용이 되기 위해 천 년 동안 물만 마시며 버텨온 노력이 아까워 차마 그럴 순 없다. 결국 임욱이 선생은 살짝 맛만(?) 보기로 하고 강아지를 핥다가 강아지 주인 진철에게 들키고 만다. 인간에게 정체를 들키는 날엔 죽임을 당한다는 것은 이무기 세계의 철칙. 당장 죽을 위기에 처한 임욱이 선생은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진철이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힌다.
“난 이무기야.”
진철이는 눈을 깜박였다. 이무기라니. 진철이는 치과 안을 휙 둘러보았다. 몰래카메라라도 찍는 걸까? 진철이는 앞에 앉은 임욱이 선생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장난기라곤 먼지 한 톨만큼도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니까, 아저씨가 이, 무, 기, 라고요? 옛이야기에 나오는 그 이무기요?”
임욱이 선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철이는 자꾸만 벌어지는 입을 꾹 다물고 임욱이 선생에게 바짝 다가앉았다. 무서움이 삽시간에 사라졌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무기가 여기서 뭐 해요? 사람으로 변신해서는. 숨어서 아이들이나 강아지 잡아먹으려는 거죠?”
“아니라니까!”
못된 성질이 스멀스멀 고개를 쳐들었다. 임욱이 선생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 본문 55~56쪽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진철이의 눈에는 두려움 대신 호기심이 어려 있는 것 아닌가. 더군다나 자기가 용이 될 수 있도록 옆에서 돕겠다며 큰소리까지 뻥뻥 친다. 임욱이 선생은 그런 진철이가 영 내키지 않지만, 정체를 들킨 이상 다른 뾰족한 수가 없으니 믿고 따르기로 한다.
임욱이 선생은 진철이의 제안대로 광대 옷을 입고 치과 홍보도 하고, 동네 어르신들에게 공짜로 치료도 해 준다. 그 덕에 치과는 하루아침에 노인정으로 변하고, 심지어 임욱이 선생을 아끼는 동네 할머니들의 은밀한 계획으로 방송에까지 나가게 된다. 그러는 동안 굳게 닫혀 있던 임욱이 선생의 마음이 조금씩 열리고, 어느새 둘만의 우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이 빠졌어요.”
진철이가 헤 웃었다. 임욱이 선생은 입을 딱 벌렸다.
“에? 이가?”
진철이는 혀로 이 빠진 곳을 살살 더듬었다. 조그만 구멍 틈으로 머리를 내민 새 이가 느껴졌다. 진철이는 조심스럽게 호박엿에서 젖니를 떼었다.
“자요, 선생님. 보세요.”
임욱이 선생은 떨리는 손으로 진철이의 이를 받았다. 투명하고 하얀 이. 젖니였다.
“이, 이건…….”
임욱이 선생은 말을 잇지 못했다. 마지막 젖니. 몇 달 만에 겨우 얻은 마지막 젖니였다. 자꾸만 눈앞이 흐려졌다.
- 본문 148?149쪽
진철이의 마지막 젖니까지 동원했지만 임욱이 선생의 여의주는 요지부동. 화가 머리끝까지 난 임욱이 선생은 애꿎은 진철이에게 화풀이를 하고 속이 상한 진철이는 치과를 뛰쳐나간다.
한편 티브이에서 임욱이 선생을 본 꽝순이는 사람들에게 정체를 노출한 임욱이 선생을 처단하기 위해 찾아온다. 도망가려던 임욱이 선생은 꽝순이 옆에 진철이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꽝순이와의 힘겨운 결투를 받아들인다. 진철이를 위험에서 구하기 위해 영원히 용이 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선택을 한 것이다. 오직 자신만 생각할 줄 알았던 그에게 어느 순간 마음이라는 씨앗이 자라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꽝순이의 말처럼 용이 되는 비법은 따로 있는 걸까? 임욱이 선생의 파란만장 승천 대작전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소용없어. 어디에 숨어도 꽝순이는 찾아낼 거야. 게다가 너를 다치게 하면서까지 용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어.”
진철이가 울먹였다.
“선생님답지 않게 왜 그래요? 이때까지 그런 거 신경 안 썼잖아요. 아직 안 늦었어요. 어서 도망가요.”
“그러게. 이런 거 나답지 않은데 말이야. 도망가지 않는 것도, 친구를 만드는 것도 말이야.”
진철이는 울먹이다 말고 임욱이 선생을 빤히 바라보았다.
“친……친구라고요?”
“그래, 친구. 하나밖에 없는 인간 친구 말이야.”
임욱이 선생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너 그거 아니? 천년 동안 살면서 지난 일주일이 가장 재미있었다는 거?”
- 본문 177쪽에서
용이 되는 진짜 비법은 따로 있다!
무한 경쟁 사회 속에서 요즘 아이들은 남보다 한 발이라도 빨리 정해 놓은 목표에 다다르기 위해 노력한다. 정작 그 목표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말이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학교는 왜 다녀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하지 않은 채 그저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정말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 책을 쓴 김영주 작가는 임욱이 선생이 목표를 이루는 과정에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을 동시에 보여준다. 그리고 ‘꿈’이라고 믿게 되어 버린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달려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말한다. 한 번쯤 멈춰 서서 자신의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라고. 목표를 이루는 것만이 다가 아니라고, 정말 소중한 건 그 과정에서 함께하는 가족과 친구, 그리고 처음 가졌던 스스로의 마음이라고.
묵직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은 경쾌하고 발랄하다. 참신하고 기발한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막힘없이 이끌어내면서, 감동이나 교훈적인 메시지는 아이들 스스로가 느낄 수 있도록 살짝 숨겨 두는 재능은 작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좀비의 시간』, 『을식이는 재수 없어』 등으로 잘 알려진 만화가 이경석의 그림은 마치 만화영화를 보듯 이야기에 속도감을 불어넣는다.
여러분도 하고 싶은 일, 되고 싶은 것이 있겠지요? 열심히만 하면 뭐든 잘할 수 있을까요? 아마 그럴 거예요. 하지만 열심히 노력하면서도 진짜 중요한 게 뭔지,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는 꼭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즐거우니까요. - ‘글쓴이의 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