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음악이 생겨난 이야기 (옛이야기 그림책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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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지은이 : 여송연
여행에서 만난 원시 신앙의 흔적에 매료되어 신화 등에도 관심을 가졌습니다.
원시 신앙이 공부의 차원을 넘어서 생활 속으로 들어올수록 어린아이들의 세계가 새롭게 보였습니다.
신화적인 상상력으로 가득 차 있는 아이들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에서 그림책에 글을 썼습니다.
그린이 : 김솔미
어릴 적부터 그림을 그리고 만드는 일을 좋아했습니다.
그림 재료를 실험하고 탐색하던 중에 석판화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어, 이 그림책을 다색 석판화로 작업하였습니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처럼 엉뚱한 상상력과 생기 넘치는 에너지를 그림책 속에 담고 싶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강화도 시골마을 작업실에서 그림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차차차 아저씨를 만나러 갈 테야』가 있습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옛날 아주 먼 옛날부터 중국에는 먀오족이라는 민족이 살았더랍니다.
참으로 음악을 사랑하는 민족이었는데, 이 민족에게는 여와 신화라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창조신화가 있었답니다.
그림책 『세상에 음악이 생겨난 이야기』는 여와 신화를 재해석하여 다시 쓴 옛이야기 그림책입니다.
편집자 추천글
중국의 ‘여와 신화’를 바탕으로 다시 쓴 옛이야기 그림책
세상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내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로 끝도 없이 거슬러 올라가 보면 답을 알 수 있을까? 태초에 세상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 수 없기에, 더욱 더 신비롭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동양과 서양의 여러 민족들 사이에서 대대로 전해 내려옵니다.
그 가운데서도 이 그림책이 담고 있는 이야기는, 중국의 창조신화로 일컬어지는 ‘여와 신화’입니다.
여와 신화는, 지금은 중국의 소수민족인 먀오족이 아주 먼 옛날 대단히 강성한 민족이었을 때 생겨나 전해 내려온 이야기입니다. 먀오족이 살던 곳은 호리병박이 아주 잘 자라나는 곳이었는데, 쓰임이 많고 풍요로워서 이 지역 사람들한테는 매우 귀중한 식물이었다고 합니다. 더구나 커다란 호리병박의 품새가 여성의 몸을 꼭 닮아 있으니, 먀오족이 호리병박을 다산과 풍요의 상징인 어머니 신으로 숭배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환경이었던 셈입니다.
여와(女?)의 와(?)는 호리병박을 뜻합니다. 신화에서 호리병박 여신, 여와는 생명을 창조하는 역할을 맡아 인류를 창조하고 혼인 제도를 세우고 뚫린 하늘을 깁고 생황(호리병박 악기)을 만듭니다만, 후대에 가서는 복희여와 신화로 변형되어 오라비이자 남편인 복희가 여와보다 더 큰 힘을 행사하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시간이 흐르면서 모계의 신이 가부장 사회에 걸맞게 각색되고 소수민족의 문화가 더 힘센 문화에 흡수된 현상으로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림책 『세상에 음악이 생겨난 이야기』는 여신 여와에 초점을 맞추고, 그이를 어린이로 되살려내어 새롭게 다시 태어난 우주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신화에서 되살려 낸 어린이의 세계, 음악의 세계
그림책은 아주 먼 옛날, 우주가 태어났을 때로부터 시작합니다. 마치 엄마 배속에서 아이가 태어나듯 우주가 태어났다고 말하지요.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채 얼마가지 않아 욕심스러운 것들로 더렵혀지고 커다란 물이 우주를 삼키고 맙니다. 천만다행으로 호리병박 속에 여자아이 하나가 살아남습니다. 악을 물리쳐서 세상을 구원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가 아니기에, 이 책의 시작점을 여기에서부터라고 보아도 좋을 것입니다.
홀로 남은 아이는 바로, 호리병박 여신입니다. 하지만 그림책은 시종일관 여신을 아이로 그려내었고, 그렇기에 여신이 세상을 돌보고 하나하나에 생명을 불어넣는 모든 행동은 돌 하나에도 생명이 있음을 믿고 말을 거는 천진한 어린이의 모습으로 읽힙니다. 그리고 비로소 세상이 생명으로 가득 차게 되었을 때, 호리병박 여신은 사람들 사이에 사랑이 가득 차기를 소원합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면 세상이 더욱 풍요로워지겠지요.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는 아이도 생길 테고요. 그런데 어떻게 하면 사랑이 자연스레 샘솟을 수 있을까? 사랑을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호리병박 여신이 구한 답은 음악이었습니다. 세상이 음악으로 흘러넘치면 자연스럽게 사랑이 피어날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겁니다. 그리하여 세상에 음악이 생겨났고, 사랑하는 마음들이 차올랐습니다. 그 뒤로 사람들은 음악 없이는 살 수 없게 되었다고 합니다.
어린이의 세계관으로 본, 생명의 율동과 에너지
그리고 그렇게 생겨난 음악은 아름답고 따뜻한 석판화 그림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매 그림에서 독자는 웅크리고 있는 생명의 힘과 그것이 펼쳐 나올 때의 순진무구한 율동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한 색 한 색 판화로 찍어낸 순색의 어울림은 마치 새로운 세상에 흘러넘치는 음악처럼 자유로워 보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더럽고 타락한 것을 쓸어내고 본래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낙원으로 돌아가고픈 갈망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신화에 ‘새롭게 다시 태어난 우주’라는 주제가 흔히 나타나는 것일 겁니다. 급박해진 현대 사회에서야 이러한 이야기들이 먼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옛날에는 이러한 이야기들이 삶과 밀착되어 전해지며 삶에 생생한 활기를 보태었고, 아주 귀하게도 이러한 이야기는 어린이의 세계에서 살아남아 생생하게 실현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아주 단순하고 소박한 이야기이겠지만, 그 안에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원초적인 갈망과 모든 무생물에 생명을 불어넣고 대화하는 어린이의 세계관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그 귀중한 세계관이 지식이나 이성에 지배되지 않고 오래오래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