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이 왔다 (사계절 그림책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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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지은이 : 김재희
책정보 및 내용요약
편집자 추천글
새침하게 속을 감춘 아이들, 정작은 외로운 우리 시대 아파트 키드 이야기
맞벌이하는 부모가 집을 비운 낮 시간, 아이의 일상은 똑같습니다. 아이는 혼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지루해 하지요. 심심한 아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건 아마도 같이 시간을 보내고, 아이의 감정을 나눠 주는 누군가일 것입니다. 바로 그 누군가의 역할을 어느 날 문득 찾아온 삼촌이 합니다. 새침한 아이와 털털한 삼촌은 절대 친해질 것 같지 않지만, 점차 서로를 알아갑니다. 이 이야기는 아파트에 살고, 맞벌이 부모 아래 외동인, 수많은 요즘 아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어른 같은 조카, 아이 같은 삼촌, 서로 통하는 친구가 되다
여름방학이지만 주인공 동희는 지루합니다. 집안에서 하는 놀이는 새로울 게 없지요. 엄마는 시시때때로 전화해서 이것저것 시키기만 하지요. 동희를 돌보는 사촌 언니도 자기 할 일만 하지요. 이런 모습은 동희 또래 아이들에게는 익숙한 풍경입니다. 맞벌이 나간 부모를 대신하는 사람들이 할머니 할아버지, 옆집 아줌마 등으로 바뀌기는 하겠지만요.
그때 삼촌이 온다고 합니다. 문을 열어 주자, 커다란 검은 그림자가 동희를 덮습니다. 동희는 첫눈에 삼촌이 맘에 들지 않습니다. 털북숭이 삼촌은 덩치가 커다래서 동희 눈에는 괴물처럼 보입니다. 더욱이 까칠한 수염으로 얼굴을 비비는 통에 줄행랑이라도 치고 싶지요.
독자는 동희의 속마음을 인형들의 표정을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인형들은 동희와 같이 지루해하고 깜짝 놀라는 등, 감정을 공유하며 동희의 감정을 더욱 증폭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벽에 걸린 메모, 액자 속 사진에서도 동희의 상황과 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림을 꼼꼼히 살펴보면 거실 벽면에서 ‘아빠 늦는다’ ‘엄마도 늦는다!’라고 쓰인 쪽지가 보입니다. 액자에 담긴 사진 속 동희 표정도 잘 살펴보면 시무룩해 보입니다. 아이는 바쁜 엄마 아빠 탓에 일찍이 혼자 노는 법을 터득했지만, 마음 깊숙이 섭섭함이 있었을 테지요. 괜찮아 보이지만 실상은 괜찮지 않은 아이. 괜찮은 척부터 배워 버린 아이는 어떻게 아이다움을 찾고 즐거워질 수 있을까요?
어느 날 동희는 면도하는 삼촌을 우연히 보게 됩니다. 삼촌은 비누 거품을 동희 코에 콕 묻히며 장난을 겁니다. 동희도 삼촌에게 거품을 ‘콕’ 묻혀 봅니다. 이번만큼은 동희도 삼촌의 장난에 마음을 활짝 열고, 삼촌에게 다가갑니다. 유쾌한 거품 놀이를 통해 동희와 삼촌이 친해지게 되지요. 더더욱 놀라운 점은 거품 놀이 후, 삼촌 얼굴의 변화가 계속 이어지는 것입니다. 삼촌은 동희를 위해 까칠까칠하던 수염을 밀고 말끔한 모습이 되었지요. 동희를 배려하는 삼촌의 작은 변화로, 동희와 삼촌은 서로 속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됩니다.
동희는 삼촌 앞에서 해맑은 아이가 되었습니다. 삼촌이랑 소꿉놀이도 같이 하고, 내내 집안에서 노는 것에서 벗어나서 놀이터에도 나갑니다. 삼촌에게 학원에 가기 싫은 마음도 은근히 내비치며, 응석도 부려보지요. 화단에 들어가는 소소한 일탈도 삼촌과 함께하지요. 롤러스케이트를 탄 삼촌에 이끌려, 한강을 달릴 때는 답답했던 마음이 풀리며 시원해졌을 겁니다.
이제, 삼촌은 동희에게 둘도 없는 단짝 친구입니다. 동희는 삼촌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습니다. 삼촌은 언젠가는 별나라까지 여행을 할 거라고 합니다. 허황된 바람 같지만, 동희는 삼촌을 응원합니다. 통하는 친구가 되었다는 건 서로 속마음을 열어 보여도 부끄럽지 않은 거겠지요. 삼촌은 동희에게 ‘우리 삼촌’이 되었습니다.
그림책으로 읽는, 진정한 ‘관계 맺기’
여름방학이 끝나고 삼촌은 다시 여행을 떠납니다. 동희에게는 선물을 남겨 두었다고 하는데, 좀처럼 선물을 찾지 못하지요. 그러다가 잠자리에 들어서야 방 한가득 붙여 놓은 야광별을 보게 됩니다. 동희는 잠자리에 들 때면 어딘가 여행을 하고 있는 삼촌을 그리워하겠지요.
유쾌하게 그려진 동희와 삼촌의 좌충우돌 여름 이야기는, 작은 감동을 남깁니다. 아이들은 지금도 함께 있는 시간을 기다리며 엄마 아빠를, 다른 가족을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요? 우리 아이들은 어쩌면 그냥 괜찮은 척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온 가족이 함께 읽으며, 동희 이야기를 통해 속마음을 나눌 수 있는, 따뜻하고 유쾌한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