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휴전 (Dear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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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지은이 : 존 패트릭 루이스
옮긴이 : 서애경
그린이 : 게리 켈리
책정보 및 내용요약
1차 세계 대전 중이었던 1914년 크리스마스 전날 밤, 영국군과 독일군이 서로 대치하고 있습니다. 가장 격전을 벌이던 서부전선, 벨기에 이프르 근처입니다. 그곳에 기적 같은 평화가 찾아옵니다. 양쪽 군대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휴전을 맺습니다. 이 책은 실화를 바탕으로, 막 스무 살이 된 한 청년의 눈으로 처참했던 전쟁과 감동적인 인간애를 그리고 있습니다. 단 하루뿐인 크리스마스 휴전이었지만, 그 감동은 약 백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편집자 추천글
1914년 크리스마스에 일어난 감동 실화
1차 세계 대전 중이었던 1914년 크리스마스 전날 밤, 영국군과 독일군이 서로 대치하고 있습니다. 가장 격전을 벌이던 서부전선, 벨기에 이프르 근처입니다. 그곳에 기적 같은 평화가 찾아옵니다. 양쪽 군대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휴전을 맺습니다. 이 책은 실화를 바탕으로, 막 스무 살이 된 한 청년의 눈으로 처참했던 전쟁과 감동적인 인간애를 그리고 있습니다. 단 하루뿐인 크리스마스 휴전이었지만, 그 감동은 약 백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문장으로 그린 전쟁의 고통과 그 가운데 꽃핀 인간애
이야기는 포스터 한 장을 보고 있는 주인공, 오웬 데이비스의 뒷모습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그 포스터는 1914년 영국의 전쟁부 장관이었던 키치너 경이 그려진 신병 모집 포스터입니다. 다음 장에서 그 청년은 군복이 입고 정면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여름의 기운이 넘치는 푸른 배경은 젊은이가 군대에 입대하는 계절을 알려 주는 것 같기도 하고 전쟁의 실상을 모르는 젊은이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오웬 데이비스가 도착한 곳은 1차 세계 대전 내내 사망자가 가장 많았던 서부전선입니다. 서부전선에서 병사들은 ‘평화로운 세상은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전쟁을 치르며, 죽음과 맞서야 했습니다. 더욱이 환경도 너무 열악합니다. 추위에 얼어서 썩는 발을 견뎌야 하고, 밤낮으로 물어뜯는 들쥐를 견뎌야 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와도 달라질 것은 없었습니다. 정부에서 보낸 위문품도 가족들의 편지도 얼어붙은 병사들의 마음을 위로할 수 없었습니다.
절망 가운데, 1914년 크리스마스이브에 희망의 작은 촛불이 타올랐습니다. 독일 진영에서 병사 한 명이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릅니다. 이에 오웬 데이비스도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릅니다. 그리고 독일 병사 하나가 “쏘지 마라, 우리도 쏘지 않겠다.”라고 쓰인 깃발을 들고 무인지대로 들어옵니다. 병사들은 서로 무인지대에 만나 휴전을 맺습니다. 이제 병사들은 가족사진을 돌려 보고, 노래를 부릅니다. 또한 무인지대에 널브러져 있던 죽은 병사들의 장례도 치르고, 크리스마스 만찬을 나누고, 축구도 합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휴전은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곧 전쟁이 시작됩니다.
『크리스마스 휴전』은 오웬 데이비스라는 가상의 인물을 내세웠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크리스마스 휴전에 대한 기록은 참전 병사들의 일기장과 편지로 지금까지 남겨져 있습니다. 또한 키치너 경이 그려진 신병 모집 포스터, 메리 공주의 선물 상자와 같은 작은 소품도 모두 원래 모습 그대로 잘 재현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크리스마스 휴전』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서정적인 문장입니다. 아름다운 문장은 단연코 글 작가인 존 패트릭 루이스의 내공이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작가는 구체적인 묘사 대신에 감상이 짙게 담긴, 시적인 문장만으로 전쟁터의 비극적인 상황을 전합니다.
1차 세계 대전 동안 전사한 병사들은 모두 천만 명이 가깝다고 합니다. 그들은 얼마나 간절하게 전쟁이 끝나기를, ‘크리스마스 휴전’ 같은 소박한 평화가 지속되기를 바랐을까요? 그 깊은 울림이 책을 덮은 뒤에도 마음속에 오래 남아 있습니다.
숨결 하나에도 애잔함이 담긴 그림
그림은 글보다, 즉각적이고 강하게 인상을 남기는 힘이 있습니다. 그러한 그림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 『크리스마스 휴전』이 아닐까 합니다. 그림 작가인 게리 켈리는 전쟁의 처절함을 병사들의 작은 움직임과 표정에 담아냈습니다. 두려움으로 동그랗게 치켜뜬 눈동자, 축 처진 어깨, 부상당한 병사의 절망스러운 얼굴,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는 오웬 데이비스의 간절한 눈빛 등, 찬찬히 그림을 감상하다 보면 전쟁으로 일그러진 병사들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합니다. 또한 탁한 잿빛과 청색으로 이뤄진 색조도 암울한 느낌을 잘 전달합니다. 그림만 보고 있어도 스산한 한기와 전쟁의 공포가 스미는 듯합니다.
딱 한 번 화면이 환하게 바뀔 때가 있습니다. 바로 오웬 데이비스가 적진을 바라보면서 고향을 생각하는 장면입니다. 햇살이 따사롭게 내려쬐는 푸른 벌판은 잿빛 전쟁터와 대조를 이룹니다. 그 극한 차이는 마치 거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고향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알려 주는 것 같습니다. 고향을 그리는 오웬 데이비스의 마음은 작은 표지판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카디프까지 400km(Cardiff 400km)"라고 쓰인 표지판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 표지판을 통해, 고향을 그리는 병사들의 마음이 읽힙니다. 특별한 설명이 없어도 표지판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 한편이 찡합니다. 이렇게 그림은 독자에게 글에서 느낄 수 없었던 감상까지 불러일으킵니다.
오늘을 생각하게 하는 진짜 크리스마스 이야기
지난 백 년간 지구에는 수많은 전쟁이 있었습니다. 두 번의 세계 대전, 베트남 전쟁, 한국 전쟁, 걸프 전, 이라크 전까지. 또한 이런 전쟁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는 전쟁 같은 일이 끊임없이 벌어집니다. 굶주리는 아이들, 추위와 싸우는 사람들, 직장을 구하지 못해 생계의 위협을 받는 사람들, 과도한 경쟁으로 마음의 상처를 받은 사람들……. 어쩌면 우리는 전쟁터에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고 전쟁을 치르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적군이 보이지 않는 전쟁은 더욱더 멈추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크리스마스 휴전』이 감동을 주는 이유는 가슴 아프게도, 우리에게 평화로운 세상이 여전히 멀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금, 보이지 않는 적군과 싸우고 있는 수많은 이들은 서부전선의 병사들처럼 지치고 희망이 없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크리스마스 휴전』은 그런 이들에게 용기를 주며,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모이면 전쟁을 멈출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 가장 절망스러운 순간에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병사들의 마음을 되새길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