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의 시대 (사계절 만화가 열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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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지은이 : 박건웅
블로그 http://ppuu21.khan.kr
책정보 및 내용요약
그동안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삽질’을 해왔는가!
타임머신 없이도 1970년대로 회귀 가능한 최첨단 테크놀로지 판타지 사회, 대한민국. 그 속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삽질들을 만화가 박건웅이 선 굵은 만화로 깨알같이 기록했다. 섬뜩한 현실과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통렬한 풍자는 우리로 하여금 무엇을 기억하고,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에 대한 그 방향성을 제시한다.
편집자 추천글
모두가 정치를 말하는 사회
‘삽질’로 대변되는 이명박 대통령 정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 정권 들어서면서부터 눈에 띄는 변화가 몇 가지 있다. 정치는 과거로 계속 회귀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그 속에서도 앞으로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인, 유명인이 아닐지라도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은 너나할 것 없이 정치를 말한다. 현 정부를 공격하는 발언이건, 지지하는 발언이건 상관없이 모두가 정치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사회가 되어 버렸다. 이 시대 새로운 소통수단이 된 SNS 세계에서도 끊임없이 정치 이야기가 오가고, 정치 관련 팟캐스트도 여러 개 생겼다. 출판계의 변화도 있다. 경제 불황이면 늘 뒤따르게 마련인 출판 불황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인문서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호황을 누리고 있다. 모두가 “정의”에 목말라 하고, 대한민국 사회의 문제점을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비판하고, MB정부 말기에 임박해서는 정치관련 인문서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나는 기록한다, ‘삽질의 시대’를
박건웅 풍자만화 『삽질의 시대』역시 제목과 표지 그림에서부터 강하게 느껴지듯이, MB 정권 들어서면서부터 본격화된 엄한 삽질과 그 삽질로 고통 받는 시민들의 모습을 담아낸 책이다.
박건웅은 만화가이자 어린이 책 그림작가이다. 한국 현대사를 소재로 한 장편만화 『꽃』과 『노근리 이야기』 등을 펴냈고, 김용택 시인의 동시집『콩 너는 죽었다』, 『내 똥 내 밥』등에 그림을 그린, 자기 밥벌이를 건실히 하고 있는 평범한 대한민국 직업인인 셈이다. 그런 그가 어쩌다 풍자만화에 눈을 뜨게 되었을까. 그에게도 지금 ‘보통 시민’들이 그런 것처럼 분명한 계기가 있다. 2008년 광우병 사태로 촛불소녀, 유모차 부대, 직장인 부대 등 모두가 일어섰을 때 박건웅 역시 광화문 광장에 있었다. 경찰의 물대포를 막아서는 아주머니 옆에서 같이 막아섰을 뿐인데, 박건웅은 전경들의 군홧발 세례에 뇌진탕에 걸려 병원 신세를 졌다. 뇌진탕 후유증으로 오랫동안 무기력하게 지내면서도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것은 무방비 상태의 시민이 공권력에 희생당하는데도, 경찰이나 전경에겐 아무런 제재나 처벌이 가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소심하게 저항하기 시작한다. 그것이 바로 ‘삽질의 시대’를 기록하는 것이다. 2010년 가을부터 경향 블로그 ‘크로스’(KHross)에 낙서처럼 끼적끼적, 평범한 소시민으로서 느끼는 부조리한 사회의 모습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는데, 지금 벌써 연재 편 수가 80여 편이다. 이 책에는 그중에서도 좌우를 넘어 누구나 공감하는 보편적 이야기와 시대와 상관없이 우리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사건 16편을 담았고, 부록으로는 최근 첨예화된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관련’ 만화를 실었다.
「친서민 하스피럴」은 그 누구보다 ‘친서민’정책을 내세우며 나선 이명박 정권이 오히려 시민의 입과 귀와 눈을 모두 막아버리는 정책을 시행하는 것을 비꼰 것이며, 「페스트」는 그런 정책으로 시민들이 겪게 되는 고통을 다뤘다. 중세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몰살시킨 무서운 병, 페스트가 결국엔 사람들의 무지에서 비롯되었듯이, 작가는 지금 우리가 겪는 고통 역시 우리의 맹목적 믿음에서 시작되었으며 이 재앙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또 구제역 동물 살처분·생매장 사건을 인간에 빗대어 처지를 바꿔 생각게 해보는「역병(易炳)」은 우리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원자력 제로’를 꿈꾸는 21세기에 보란 듯이 시대에 역행하는 친원자력 정책을 감행하는 세태를 비꼰「괴물공장」과 「거꾸로 가는 세상」「바보상자」등은 도를 넘어선 공권력 남용과 언론 장악으로 국민의 기본 권리를 앗아갔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또 대형 기독교 집단의 전폭적 지지를 받으며 탄생한 정권답게 ‘고소영’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부(富)와 결탁한 일부 기독교 세력의 혼탁한 종교관을 비웃고, 진정한 종교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천국과 지옥」은 연재 당시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쓰레기 위의 도시」는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가 연대하면 조그마한 희망을 쏘아 올릴 수 있음을 보여주고, 「스쿨마트」역시 기업화되는 대학사회의 현실에서 학생들의 연대가 왜 중요한지를 명쾌하게 설명한다. 또「오아시스」「스파르타웁스」는 학벌사회, 스펙지상주의, 정글식 경쟁체제로 내모는 사회 시스템 속에서 우리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밖에도 친일파 청산 문제를 역사교과서에서 빼 버린 이 정부의 무모함과 관련한, 독도 외교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정부의 태도와 관계있는 친일파 역사를 다룬 「짱의 전설」도 눈여겨 볼 만하다. 또 MB정부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는 「가카주식회사」는 그야말로 ‘삽질의 시대’ 깨알 기록판이라고 할 수 있다.
너 그러다 잡혀간다
개성 뚜렷한 만화가들이 자신만의 감성으로 풀어내는 ‘1318만화가열전’은 십대부터 모든 연령대의 독자에게 촌철살인의 깨달음을 주는, 재미와 작품성을 고루 갖춘 시리즈이다. 이 시리즈 세 번째 권인 박건웅의『삽질의 시대』는 우리에게 친근한 도구인 까만 매직펜으로 선을 그리고 채색한 흑백대비가 선명한 목판화풍 만화 원본에 부분적으로 색을 더해 조금 더 친근하고 부드러운 만화로 탄생했다. 하지만 그 부드러움 속에 부조리한 한국 사회의 모습은 더 강하게 부각되고, 매일이 사건 사고라 그것들을 일일이 기억하기보다는 이제 망각하고 체념하고 무관심해지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하나의 강력한 이미지로 각인될 것이다. 또한 우리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박건웅 작가는 평범한 소시민의 입장에서 국민의 당연한 권리 찾기가 필요함을 말한다. 「작가의 말」에서 밝혔듯이 작가가 작업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그러다 잡혀간다’였다고 한다. “쥐 그림을 그렸다고 잡혀가고 정부를 비판했다고 명예훼손으로 신고 당하는” 세상에 살다 보니 이 말이 농담처럼 들리지는 않았을 듯하다. 생각해보면 우리 역시 노무현 정권 때와 달리 나도 모르게 ‘자기 검열’에 시달리고 있지 않은가. 작가는 말한다. “창작자에게 정말 무서운 건 잡혀가”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스스로의 감옥을 만드는 것”이라고. MB정권의 가장 무서운 힘은 바로 우리도 모르게 스스로 자기 검열을 하게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는 마치 타임머신 없이도 과거 군사독재정권시절로 회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사람들은 “우리 스스로가 변하지 않고서는 세상의 문제를 바로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쉽게 행동하지 못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
박건웅이 미키마우스를 뛰어넘는 초강력 막장 쥐 캐릭터를 사용해 『삽질의 시대』를 펴냈어도 잡혀가지 않는 이유가 있다. 그건 바로 이 책의 내용이 지극히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박건웅은 이렇게 말한다.
“만화 한 편으로 세상을 움직이거나 뒤집을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그러나 쥐가 병균을 옮기고 사람들의 식량을 빼앗아 먹는다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모른 체하는 불행의 원인은 명확히 한번 더 짚어 보고 싶었습니다.” (247쪽)
이제 대한민국은 곧 있을 총선과 12월 대선으로 새로운 정부의 출범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삽질’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회를 구성할지, 아니면 시곗바늘을 계속 거꾸로 돌려 친환경의 탈을 쓴 70년대식 ‘공구리’ 치기에 매진할지는 우리 손에 달려 있다. 구렁이의 정체를 알면서도 나서지 않는 마을 사람들 이야기를 다룬「구렁이 사는 마을」을 보면 왜 투표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이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