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우주 입학식 (사계절 저학년문고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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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지은이 : 심윤경
그린이 : 윤정주
책정보 및 내용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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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심윤경, 동화작가로 다시 한 번 주목받다!
작년 가을, 소설가 심윤경이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다. 2002년 제7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나온 뒤 근 10년 만에 처음으로 아이들을 위한 동화를 발표한 것이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 『달의 제단』 등 묵직한 주제를 탄탄한 서사 안에 녹여낸 작품들로 고정 독자층을 형성해 온 그의 첫 동화는 출간 전부터 세간의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일반 소설가가 동화를 내는 경우는 그 전부터 있어 왔다. 하지만 처음 쓴 작품으로 단번에 성공적인 자리매김을 하기는 쉽지 않다. 소설과 동화는 소재 선정에서부터 문체, 작가의 시선 등 기본적인 글쓰기의 형태가 다른 분야라서 소설가의 동화 쓰기는 초기 적응기를 거치기 마련이다. 그런데 심윤경은 달랐다. 처음 쓴 동화 ‘은지와 호찬이’ 시리즈 가운데 먼저 낸 은지 이야기 세 권으로 아동문학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은지라는 아이는 아마도 아동문학 내에서 아이의 생각을 가장 잘 표현한 아이로 기억될 것이다.” _아동문학 평론가 김지은
“훌륭한 동화작가의 탄생!” _아동문학 평론가 김서정
최고의 창의성은 순수함이다
‘은지와 호찬이’ 시리즈는 고집 세고 자기주장 강한 은지와 엉뚱한 말썽꾸러기 호찬이를 중심으로 항상 자기 자랑에 여념이 없는 규태, 착하고 얌전한 지수, 잘생기고 키 큰 민우 등 개성 넘치는 다섯 아이들의 유쾌 발랄한 이야기이다. 지금까지 출간된 『화해하기 보고서』, 『개구리 폭탄 대결투』, 『반짝 구두 대소동』이 은지와 은지의 가족을 둘러싸고 펼쳐졌다면, 이번에 나온 『슈퍼스타 우주 입학식』은 은지와 환상의 콤비를 이루는 말썽쟁이 남자아이 호찬이의 이야기이다.
작가 심윤경은 ‘최고의 창의성은 순수함’이라고 했다. 요즘은 아이들도 자신이 얼마나 창의적인지 스스로 뽐내야 하는 시대이다. 각종 대회에서 상을 받으면 창의성이 올라간다고 믿는 규태 같은 아이들을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많은 아이들이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틀 안에 딱 맞게 자라는 것이 칭찬받는 지름길이라고 배우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의 주인공 은지와 호찬이의 창의성은 쉽게 ‘네’라고 하지 않는 부분에서 발휘된다. 은지와 호찬이는 어른들이 쉽게 교정하거나 길들일 수 없는, 한마디로 ‘야성미’가 살아 있는 아이들이다. 남들이 좋다고 할 때 ‘진짜일까?’ 한 번쯤 생각해 보고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결론을 내는 아이들. 작가는 ‘엄친아’, ‘엄친딸’을 최고로 여기는 요즘 시대에 은지와 호찬이가 지닌 ‘순수함’이 가장 매력적인 창의성이라고 말한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호찬이를 위한 엄마의 특별훈련
호찬이는 둘째다. 보통 첫째는 초등학교 입학 전에 한글과 알파벳, 숫자 등 기본적인 것들을 어느 정도는 익힌 다음 학교를 보내는데, 둘째는 아무래도 신경을 덜 쓰게 된다. 둘째인 호찬이 역시 한글을 잘 모른다. 영어나 숫자도 두려움의 대상일 뿐이다. 그런데 막상 입학식이 코앞에 다가오자 엄마는 마음이 급하다. 또래 친구 규태와 비교하면 호찬이는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다. 그래서 엄마는 예비 입학생 호찬이를 위한 특별훈련을 감행하기로 결심한다. 로봇 장난감을 당근으로 준 다음 그림일기 쓰기, 덧셈 뺄셈 익히기 같은 채찍을 주기로 한 것.
하지만 엄마 말을 고분고분 따를 호찬이가 아니다. 그림일기를 쓰려고만 하면, 물 마시고 싶고, 똥 누고 싶고, 연필을 깎고 싶다. 정신없이 방과 화장실, 부엌을 왔다 갔다 할 뿐 그림일기는 영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그러다가 결국 엄마에게 야단을 맞고 만다. 호찬이라고 멋진 그림일기를 쓰고 싶지 않을까? 하지만 호찬이에겐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다. 사실은 어려운 글자를 쓸 자신이 없어서이다. 맞춤법 다 틀린 엉망진창 일기 두 줄 겨우 쓰고 엄마의 항복을 간단히 얻어낸 호찬이는 더 이상 그림일기를 쓰지 않아도 돼 좋다.
김호찬, 입학식의 슈퍼스타가 되다!
입학식 전날, 호찬이는 할머니에게 새 옷을 선물받는다. 흰 셔츠에 빨간 넥타이가 달린 검정색 양복에 같은 색 코트, 구두까지 완벽한 정장이다. 할머니가 큰맘 먹고 백화점에서 산 야심작이다. 보통 아이라면 ‘멋지다!’ 할 텐데 호찬이는 다르다. 실망도 이런 실망이 없다. 온통 시커멓기만 한 옷이 뭐가 멋지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생애 한 번뿐인 초등학교 입학식에 까마귀 같은 꼴로 갈 순 없다. 그래서 호찬이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결심한다. 방문을 걸어 잠근 호찬이는 만들기 상자에서 종이와 가위를 꺼내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온갖 별 모양을 만들어 반짝이 풀로 옷에 붙이기 시작한다. 무지개별과 날개 달린 별, 테두리가 빛나는 토성까지, 새옷은 금세 ‘슈퍼스타 우주 김호찬’만이 소화할 수 있는 옷으로 탈바꿈한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옷이 완성된 것이다.
검은 코트로 깜짝 의상을 가린 채 학교에 간 호찬이는 같은 반 친구 중에 유난히 예쁜 여자아이를 발견한다. 목둘레에 복슬복슬한 털이 달린 검정 옷을 입고 새침하게 앉아 있는 여자아이는 바로 강은지다. 은지는 옆에 앉은 호찬이에게 다른 자리에 앉으라며 무안을 준다. 은지 역시 어쩔 수 없이 검정색 옷을 입고 왔는데, 똑같이 검정 외투를 입은 호찬이가 옆에 앉으면 자신의 옷이 더 도드라져 보이기 때문이다. 은지가 하도 툴툴거리자 호찬이는 그때가 바로 자신의 멋진 옷을 선보일 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벌떡 일어나 검은 코트를 벗고 슈퍼스타 우주 양복을 짜잔~ 하고 만천하에 공개한다.
순간 입학식장 안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진다. 축하 연설을 하던 교장 선생님마저 얼음이 된다. 그러나 침묵도 잠시, 식장 안은 금세 웃음바다가 되고, 호찬이의 기막힌 패션 덕분에 입학식은 모두에게 유쾌한 날로 기억된다.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 하는 호찬이네 가족만 빼고.
학교는 편안하고 즐거운 공간
초등학교 입학식은 아이에게나 부모에게나 긴장감을 주는 일종의 ‘사건’이다. 부모는 부모대로 입학 전 아이의 기초 학습 실력이 떨어지면 어쩌나 불안하고, 아이는 아이대로 새로운 공간, 새로운 친구, 새로운 공부 때문에 긴장할 수밖에 없다. 그런 아이들에게 작가는 “학교에 간다는 게 아주 자연스럽고 편안한 경험”이라고 말한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엄습하는 불안감, 또 아이들이 자연스레 학교생활에 적응해 갈 수 있겠다는 안도감을 다 경험해 본 부모로서 입학식을 앞둔 또는 막 학교생활을 시작한 아이와 그 부모에게 안심해도 된다는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했다.
『슈퍼스타 우주 입학식』뿐만 아니라 ‘은지와 호찬이’ 시리즈는 은지와 호찬이 같은 평범한 아이들이 학교에 처음 입학해서 겪는 경험을 다채로운 에피소드로 유머러스하게 펼쳐 놓는다. 작가는 일반적으로 여자아이들보다 남자아이들이 책읽기에 흥미를 못 붙이는 경우가 있어 그런 점도 바꿔 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은지 이야기와 호찬이 이야기를 나란히 선보이게 되었다. 책보다 공놀이가 더 좋은 남자아이들에게 주인공 호찬이를 또래친구처럼 느끼며 자연스레 책에 흥미를 가지게 하려는 것이다. 『슈퍼스타 우주 입학식』은 글 양이 꽤 되는 책에 지레 겁을 먹는 아이들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그런 책이 될 것이다. 웃지 않고는 못 배길 만큼 기상천외한 호찬이의 학교생활 분투기는 올여름에 출간될 『세상에서 제일 센 우리 아빠』와 『화산 폭발 생일 파티』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