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암살 - 수학적 사고가 있다면 범하지 않을 오류들
- 2754
저자소개
지은이 : 클라우디 알시나
옮긴이 : 김영주
책정보 및 내용요약
목차
서문
1. “네 명 중 다섯은 분수를 어려워한다.”
-모두의 수학 오류
2. “모든 지방 자치 단체가 평균 이상이 될 것이다.”
-정치계의 수학 오류
3. 건강한 사람은 진단이 잘못된 환자?
-수학 오류와 건강
4. “21세기는 2000년에 시작된다.”
-미디어의 수학 오류
5. “1유로 또는 그 이상에 팝니다.”
-경제계의 수학 오류
6. 헨리 8세의 부인이 6명이면, 헨리 4세의 부인은 몇 명?
-교육계의 수학 오류
7. 요동치는 타코마 다리
-과학 기술계의 수학 오류
8. 수학자의 두 유형, 잘못 계산하는 사람과 실수하지 않는 사람
-수학자의 오류
에필로그
편집자 추천글
재치와 익살로 익히는 수학적 사고
이 책은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수학 오류 사례를 모아 분석한 교양서다. ‘수학 오류’라고 하면 복잡한 수식을 떠올리며 어렵게 느끼는 이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책이라면 전혀 겁먹을 필요가 없다. 뛰어난 유머 감각을 지닌 저자는 일상생활 속 사례들을 재치와 익살로 버무려 놓았다. 덕분에 웃음 지으며 가볍게 읽다가 “아, 나도 이런 걸 놓쳤구나.” 하고 자신의 수학적 사고와 논리 감각을 돌아보게 된다.
저자는 수학 오류를 낳는 이를 ‘수학 암살범’이라고 부른다. 그들의 반복되는 오류는 서서히 수학을 죽이기 때문이다. 수학 암살범은 다양하다. 수학과 친하지 않은 일반인을 비롯해 정치인, 사업가, 기자, 의사, 교사, 과학자, 심지어 수학자까지. 모두가 수학을 활용하는 시대이기에 이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명예의 전당’에 오른 주옥같은 오류 사례들
수학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오류 사례는 널려 있다. 문제는 주옥같은 사례를 모으는 것. 이 책은 ‘명예의 전당’에 올릴 만한 사례들을 모았다. 그 중에는 심슨의 패러독스*, 앨러배마 패러독스** 등 고전적인 사례도 있다. 저자가 유명 고전에서 찾아낸 사례도 있다. 문학 작품 『돈 후안 테노리오』에서 정확하지 않은 계산을 찾아내기도 하고, 구약 성경 열왕기 편에서 지름과 둘레에 대한 언급을 보고 잘못된 원주율을 지적하기도 한다. 또 생일이 겹칠 확률, 삶의 행복 지수를 측정하는 공식, 크기와 면적을 혼동하는 오류, 허위로 가득한 광고 등도 소개해 색다른 재미를 준다.
이 책이 다루는 사례들은 대개 일상생활과 밀접하고 실제로 벌어진 것들이다. 이들 사례는 수학적 사고를 할 줄 모르면 잘못된 생각을 가질 뿐만 아니라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예를 들어, 저자는 복권의 기댓값을 따져본 뒤 복권은 ‘수학을 못 하는 사람들에게 부과하는 세금’이라고 지적한다. 심지어 1억 2500만 달러가 투입된 거대 프로젝트를 ‘사소한’(?) 수학 오류로 인해 망친 사례도 보여 준다.
*각 부분에 대해 성립한 성질이 그 부분들을 종합한 전체에 대해서는 성립하지 않는 모순적인 경우
**비례 대표제에서 전체 의석수가 증가했는데도 배분 의석이 줄어드는 정당이 발생하는 모순
일상생활에 적용된 수학적 사고의 힘
이 책은 여러 분야에 걸친 오류 사례를 소개하면서 왜 그러한 오류가 생기는지, 그 해결책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만든다. 독자는 그 과정에서 수학적?논리적 사고의 힘을 키우게 된다. 이 책이 진정 가치를 발하는 지점이라 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집 주소를 부여하는 좋지 않은 방식을 소개한다. 과거 일본과 한국은 집을 지은 순서대로 번호를 매겼다. 이런 방식이라면 집을 찾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집의 위치가 집을 지은 순서대로 있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이는 우리의 일상을 불편하게 하는 오류다. 만약 도로를 따라 차례로 번호를 매기는 방식이라면 어떨까? 이 방식이라면 집을 찾기가 무척 쉬워진다. 집 주소만이 아니다. 나아가 지하철역의 출구 번호를 매기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규칙 없는 출구는 사람들을 헤매게 만든다. 지하철이 들어오는 지점부터 시계 방향으로 순서대로 출구 번호를 매긴다면 출구를 찾기도 쉬워질 것이다. 이렇게 오류를 극복하는 수학적 사고는 일상을 훨씬 편리하고 합리적으로 만든다.
정치가와 언론의 잘못 날카롭게 지적하며 비꼰다
일상생활에 적용된 수학적 사고는 다양한 분야에서 힘을 발휘한다. 정책을 선전하는 정치가와 좋지 않은 의도를 지닌 언론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태도를 키워 준다. 실제로 저자는 정치가와 언론이 여론 조사와 통계를 다룬 여러 사례를 든다.
오늘날에는 여론 조사를 자주 하고 많은 통계 자료를 수집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을 수립하며 언론은 자신들의 주장의 근거로 삼곤 한다. 문제는 자료 수집 방식과 그것을 통해서 주장을 이끌어내는 방식이다. 이 책은 잘못된 표본을 선택하는 사례, 시대 변화를 따르지 못하는 통계 방식의 사례, 여론 조사에서 오차 범위를 무시하거나 무응답을 고려하지 않는 사례, 조사 결과를 넘어서는 주장을 하는 사례 등을 소개한다.
이러한 오류 사례를 통해 독자는 데이터를 제대로 읽는 법과 논리적인 결론을 이끌어 내는 법을 알게 된다. 따라서 정치가나 언론의 주장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게 된다. 결국 이 책은 정치가나 언론의 잘못된 선동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도, 건강하고 합리적인 시민을 길러내기 위해서도 수학적 사고의 힘이 필요함을 보여 준다.
수학의 눈으로 일상을 새롭게 보게 한다
한편 이 책은 교육계의 수학 오류를 지적하며 실생활에 유용한 수학을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며 은근히 비판하기도 하고, 수학을 잘 알아야 경제 위기도 잘 극복할 수 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사실 저자가 드러내고 말하지 않지만, 재치와 익살로 넘어가는 사례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곳곳에 수론, 기하학, 통계 수학, 보험 수학, 확률 이론, 게임 이론 등이 숨어 있다. 이 책은 그러한 이론적 바탕 위에서 수학 개념을 올바로 쓰게 하며, 수학과 논리의 중요성을 깨우쳐 준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상품 광고, 정책 선전, 여론 조사 결과, 언론 기사 등 일상을 수학의 시각에서 새롭게 보게 될 것이다. 중고등학생과 그간 수학을 멀리했던 어른까지 쉽게 읽을 수 있다.
인상적인 구절
아직 유네스코에서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하지는 않았지만, 수학 오류를 범하는 인간의 능력은 충분히 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하다. 이러한 인간의 능력은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범위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이 책은 ‘수학 암살범’을 염두에 두고 주제별로 나누어 구성했다. 우리 모두 암살범 명단에 들어가 있다. 어떠한 문화권에 속하든지, 어떠한 직업에 종사하든지 수학을 활용하면서 실수를 저지르기 때문이다. ‘오류의 세계화’를 보여 주는 멋진 예랄까? 그런데 유독 남들보다 실수를 많이 하기로 유명한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명예의 전당에 올릴 가치가 있다. -10쪽
내 친구 이베가 한 번은 A4 크기의 잡지 표지를 A3 크기로 두 배 늘렸는데 글자는 두 배가 되지 않았다며 놀라워했다. 나는 두 배의 면적과 두 배의 길이를 혼동하는 실수는 흔하다며 그를 달랬다. 보통 면적이 두 배가 되면 길이는 루트 2, 다시 말해 141퍼센트의 비율로 늘어난다. A4 크기의 잡지를 A2 크기로 확대해야 글자가 두 배가 된다. -41~42쪽
100명이 모여 있는데 이 중 두 명의 생일이 같을 확률은 얼마일까? 대부분 이러한 확률이 적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간단한 계산만으로도 100명이 있을 경우 생일이 같은 사람이 두 명 이상일 확률이 90퍼센트가 넘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결국 생일이 겹칠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 친한 사람이 100명 정도 있다면, ‘반드시’ 두 명의 생일을 한꺼번에 축하해야 하는 날이 있을 것이다. -51~52쪽
흔히 우연한 상황에 놓이면 경우에 따라 매우 다른 태도를 보이게 된다. 복권과 교통사고를 예로 들어보자. 복권에 당첨되는 것보다 자동차 사고가 날 확률이 더 높다. 만약 복권에서 ‘내가 당첨되겠지.’하는 순진한 생각을 교통사고에도 적용한다면(‘내가 사고를 당할 수 있겠지.’), 집에만 틀어박혀 있을 사람이 꽤 많을 것이다. -54쪽
정치가, 스포츠 기자, 기상학자, 경제학자 등은 현 상황의 좋고 나쁨을 강조하기 위해 현재를 과거와 비교하여 자신의 견해를 밝히기 좋아한다. “가뭄이 심각하지 않단 말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수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가뭄이 더 심각했던 해를 찾는다. 어떤 스포츠 팀이 이번 시즌에 유독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한 것을 강조하고 싶다면, 득점을 더 많이 했던 시즌을 예로 든다. 실업률이 낮아졌다고 홍보하고 싶다고? 마찬가지로 실업률이 더 높았던 때를 찾아 비교하면 된다. 과거의 데이터가 있고 원하는 정보를 잘 고르기만 하면 쉽게 현재를 비판하거나 칭찬할 수 있다. -78쪽
스포츠 비평가들은 보통 어떤 경기가 시작하기 전에 과거에 있었던 비슷한 경기 결과 자료를 분석하고 곧 벌어질 경기의 전망을 말한다. 그런데 이런 유형의 기사는, 예를 들어 한 팀이 최근 참여한 경기 20회에서 15회를 이겼다면 또 이길 확률이 높다는 인식을 심어 준다. (……) ‘1962~1963 시즌 동안 무승부 경기가 없었다.’ 또는 ‘20회 이상의 시합에서 세 골 이상 기록했다.’ 같은 것은 그저 과거의 기록을 들춰내는 일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124쪽
연간 기준으로 작성된 데이터를 하루나 시간, 초 단위로 나눠 보면 놀라운 결과가 나온다. 예를 들어, 전 세계에서 특정 질병으로 사망하는 인구가 한 해에 1만 명(굉장히 적은 수지만)이라고 할 때 하루에 해당 질병으로 사망하는 인구는 27명이다. 이는 다시 말해 거의 한 시간마다 한 명이 죽는다는 뜻이다. 이렇게 보니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질병이 꽤 심각해 보인다. 이것이 바로 언론에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수법이다. -12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