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이는 (사계절 중학년문고 23)
- 1353
저자소개
지은이 : 이수경
그린이 : 허구
책정보 및 내용요약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에서는 엄마를 소재로 한 시, 2부에서는 집(가족)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시들이 이어진다. 또 3부와 4부는 학교 친구들과 동네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은 시들로 엮었다. 시집 한 권을 천천히 다 읽고 나면 독자들의 마음속에는 어느새 ‘우리’가 들어와 신 나게 뛰어 놀고 있을 것이다.
목차
1부 우리 엄마
갯벌에 사는……│엄마 마음 내 마음│반달│엄마 없는 날│잠 안 오는 밤│엄마 속에 사는 아이│한숨│흥!│무얼 사도│엄마가 주는 힘
2부. 우리 집
내 동생│통역│둘 중에│마음에 꼭 드나 봐│빈집│배추벌레야│단팥 빵 하나│다 아시고도│낮잠│아빠에게
3부. 우리 학교
미안해│고민│서울 촌놈│포옹│선생님은 아실까?│빤히 보는 별빛이│말도 안 돼!│그다음은 내 차례│용서한다│기분 좋은 날
4부. 우리 동네
정다운 인사│밴드 붙인 톳나무│꾀병│방방 놀이터│바보 영식이│명자네 명자꽃│정순이 동생│승경이│바람맞은 바람개비│외로워서│이사 가는 날│눈물은 따뜻해
시집을 읽고 - 한 편의 동화 같은 맑고 따스운 우리 이야기 (시인 이준관)
편집자 추천글
재미와 감동이 어우러진, 한 편의 동화 같은 동시집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 아동문학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 왔다. 또 그만큼 많은 독자들의 지지와 사랑도 받았다. 특히 청소년소설을 포함한 동화 분야는 폭넓은 작가군과 독자층이 형성될 정도로 급성장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그에 비해 동시는 출판계와 독자들의 관심권에서 살짝 벗어나 있던 것이 사실이다. 최근 들어 시어의 반복 등을 통해 운율을 최대한 살린 ‘말놀이 동시’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문학적인 측면에서 볼 땐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남아 있다.
그런 점에서 사계절 중학년문고의 스물세 번째 책 『우리 사이는』은 침체되어 있는 국내 동시 문학계에 긴장과 활력을 불어 넣어 줄 의미 있는 동시집이 될 것이다. 『우리 사이는』은 2009년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수경 시인의 첫 동시집으로, 시집 전체를 아우르는 큰 뼈대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동시집들과 차별성을 갖는다. 시 한 편 한 편이 그 자체로 완성도 있는 문학 작품이면서 서로 인과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하나의 이야기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 사이는』을 읽다 보면 마치 재미있는 동화책을 읽는 듯 책 속 주인공인 열한 살 소녀 ‘우리’의 삶과 ‘우리’가 관계 맺고 있는 세계가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이것이 바로 이 동시집의 가장 큰 매력이다.
『우리 사이는』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엄마를 소재로 한 시, 2부에서는 집(가족)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시들이 이어진다. 또 3부와 4부는 학교 친구들과 동네 이웃들의 이야기를 담은 시들로 엮었다. 시집 한 권을 천천히 다 읽고 나면 독자들의 마음속에는 어느새 ‘우리’가 들어와 신 나게 뛰어 놀고 있을 것이다.
자, 그럼 지금부터 ‘우리’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안녕! 난 ‘우리’라고 해. 우리 동네에 놀러 올래?
‘우리’는 명랑하고 씩씩한 시골 소녀다. 사랑하는 엄마와 할머니, 동생들과 함께 “뒤로는 무뚝뚝한 산이 있고, 앞으로는 햇살에 반짝이는 바다가 보이는” 아름다운 곳에서 살고 있다. 비록 아빠는 하늘나라에 계시지만 외롭거나 슬프지 않다. ‘우리’의 곁에는 하루 종일 갯벌에 나가 조개를 캐는 엄마(「갯벌에 사는……」)가 있고, 나비 잡으러 나가서는 채집통에 꽃향기만 가득 담아 오는 개구쟁이 동생(「내 동생」), 이어달리기를 하다가 넘어져 무릎을 다친 자신을 위해 수리수리 마하수리 마법을 걸어 주는 친구들(「기분 좋은 날」)이 있기 때문이다. 엄마가 애써 기른 배추를 야금야금 갉아먹는 배추벌레도 ‘우리’에겐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친구이다.
배추는 / 조금만 먹고 / 아주 / 쪼금만 먹고 // 명아주도 먹고 / 질경이도 먹으면 / 안 될까? // 숭숭 / 구멍 뚫린 / 배춧잎 / 엄마가 보시면 / 너, / 큰일 난다. (「배추벌레야」 중에서)
첫 번째 이야기 ‘우리 엄마’에는 엄마를 향한 사랑과 고마움을 표현한 시들이 담겨 있다. ‘우리’에게 엄마는 혼자 세 아이를 키우느라 늘 바쁜 사람이지만, 용기와 힘을 주는 존재이다. 야단치는 엄마한테 흥! 하고 저도 모르게 콧방귀를 뀔 때도 있지만(「흥!」), 엄마 없는 집에 들어가기 싫어 일부러 빙 돌아갈 만큼(「빈집」) 누구보다 엄마를 아끼고 사랑한다.
엄마가 조금만 / 웃어 준다면 // 엄마가 고개를 / 끄덕여 준다면 // 잘할 수 있겠다. / 힘낼 수 있겠다. // 불끈불끈 / 힘이 나서 / 못할 게 없겠다. // 엄마가 / 고개 들어 / 눈길만 주어도 // 살포시 / 살며시 / 미소만 지어도 (「엄마가 주는 힘」 전문)
두 번째 이야기 ‘우리 집’에서는 ‘우리’의 다른 가족들을 만날 수 있다. ‘우리’는 바쁜 엄마 대신 동생들을 돌보는 의젓한 딸이자, 윗목에서 낮잠 든 할머니가 혹시라도 추울까 봐 아랫목 청국장 덮어 놓은 이불을 끌어다 덮어 드리는 속 깊은 손녀이기도 하다. 하지만 “공부하고 있다 보면 / 동생 보는 게 낫고 // 동생 보고 있다 보면 / 공부하는 게 낫고”(「둘 중에」) 해서 고민인 영락없는 그 또래 아이이기도 하다.
세 번째 이야기는 ‘우리 학교’. 티 없이 맑은 ‘우리’와 그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다. 아까시 꽃이나 고욤을 먹어본 적 없다는 이유로 서울에서 전학 온 친구에게 당당히 ‘촌놈’이라고 말하는(「서울 촌놈」) 순박한 아이들의 모습은 입가에 저절로 웃음을 머금게 한다.
‘우리 동네’에 사는 이웃들 역시 남을 배려하는 따스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 밖에 놀러 나가면 할머니 다친 다리는 좀 어떠냐고, 밥 안 먹는 송아지는 좀 먹더냐고 걱정스런 눈길로 물어봐 주는 아저씨(「정다운 이웃」), “불어난 도랑 건너는 / 애들 손 / 다 잡아 주던”(「바보 영식이」) 바보 영식이처럼 넉넉하고 푸근한 이웃사촌이다. 할머니는 공부 못하면 영식이한테 시집간다고 툭하면 겁을 주지만, ‘우리’는 별로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그럼 뭐 어떠냐고 대수롭지 않게 받아넘긴다. ‘공부 잘하는 머리’보다 ‘누군가를 도와주는 따뜻한 마음’이 더 소중하다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우리’는 우리에게 자신의 친한 친구를 소개하듯 애정 어린 눈길로 사람들을 바라보고 그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래서 시집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은 이미 우리가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친근하게 다가온다.
물론 ‘우리’의 이웃들이 다 밝고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승경이는 이 년 동안 연락이 없는 엄마를 기다리고 있고(「승경이」), 정순이는 갓난쟁이 동생을 업고 돌보느라 좋아하는 고무줄뛰기를 하지 못한다(「정순이 동생」). 고향을 떠난 순정이네 빈집엔 거미도 거미줄을 두고 떠나간 지 오래이다(「외로워서」).
이야기는 결국 ‘우리’가 이사를 가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무슨 이유로 정든 동네를 떠나는지, 어디로 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시집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이 이야기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곳이 어디든 간에 ‘우리’가 마음속에 묻어 놓은 긍정과 희망의 씨앗이 훗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울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우리’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진짜 우리 이야기
동시집에 실린 마흔두 편의 시는 대부분 소소한 일상을 노래하고 있다. 살면서 누구나 겪을 법한 일들이라서 마치 나의 이야기처럼 공감하며 즐겁게 읽을 수 있다. 누군가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는 것처럼 재미있고 실감 난다. 그것은 저 시골 마을에 사는 ‘우리’의 삶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여러 복잡다단한 감정들이 결국 우리 모두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시인의 깊은 통찰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작고 소소한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사금파리처럼 반짝거린다. 우리의 삶이 그러하듯이.
시인은 ‘우리’의 일상을 세밀하게 들여다보지만, 그것들을 보이는 그대로 늘어놓지 않는다. 문학적이고 압축적인 자신만의 언어로 재구성한다. 그래서 모든 시에는 운율이 살아 있다. 입으로 가만히 흥얼거리면 그대로 노래가 된다. 이 책에는 실리지 않았지만 「엄마표 거짓말」이라는 시는 실제 동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또 전체적으로 시의 길이가 짧고 간결한 편이어서 암송하기에도 좋다.
이 책을 쓴 이수경 시인은 200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듬해에는 황금펜문학상을 받으며 기본기가 탄탄한 신인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그는 사실 꽤 오래 전부터 아이들의 눈과 마음에서 건져 낸 것들로 동시를 빚어 왔다.
“시의 소재는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느낌을 나누고 그것을 글로 표현하는 일을 하면서 자연스레 얻게 된 선물입니다. 아이들이 준 선물이니, 그것을 다시 예쁘게 포장해 돌려줘야죠. 제가 쓴 시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서로 부대끼며 사는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시인은 말한다.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너와 나 그 ‘사이’의 관계라고. 그 가치를 일워 주는 것이 점점 각박해져 가는 우리 시대에서 문학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이수경 시인의 다음 행보를 기대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