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잘 있어요? (사계절 그림책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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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지은이 : 하세가와 요시후미
하세가와 요시후미의 개인 블로그는 다음과 같습니다. 여러 자료 중에 그림일기도 있는데, 작가가 얼마나 유쾌한 사람인지 그 일면을 볼 수 있습니다.
http://www.eonet.ne.jp/~mousebbb/hasegawahp/prf.html
옮긴이 : 고향옥
책정보 및 내용요약
아빠, 잘 있어요?
아빠가 돌아가시고
이제 저랑 누나랑 엄마,
이렇게 세 식구뿐이에요.
하지만 저희는
잘 지내고 있어요.
편집자 추천글
하늘나라에 계신 아빠에게
아빠, 잘 있어요?
아빠가 돌아가시고
이제 저랑 누나랑 엄마,
이렇게 세 식구뿐이에요.
하지만 저희는
잘 지내고 있어요.
하늘나라에 계신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
아이는 돌아가신 아빠에게 편지를 쓰며 지난 추억을 하나하나 꺼내 봅니다. 아빠가 살아 있을 때 차마 말하지 못한 일을 고백하기도 하고, 아빠가 돌아가신 뒤 주변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지 살짝 털어놓기도 합니다. 물건을 훔칠 뻔한 일, 미술 시간에 아빠를 그린 일 등, 아빠를 떠올린 일들을 이야기합니다. 이제는 다시 만날 수 없는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 그 속에는 아빠를 향한 아이의 그리움이 짙게 담겨 있습니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담하게 뒤쫓는 글
죽음을 다룬 그림책 가운데는 주로 할아버지나 할머니의 죽음, 애완동물의 죽음을 다룬 책이 많습니다. 직접적으로 부모의 죽음을 다룬 책은 많지 않지요. 죽음에 대해서 이해한다고 해도, 부모의 죽음을 받아들이기는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고, 특히나 어린 독자들에게는 더욱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꼭 필요하지만 섣불리 위로를 건네기도 어려울 때, 『아빠, 잘 있어요?』는 부모의 죽음을 경험한 아이들을 따뜻하게 보듬어 줄 수 있는 책입니다.『아빠, 잘 있어요?』는 어려운 이야기를 무겁지 않고 담담하게 그려내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담담하고 따뜻한 느낌으로 작품을 끌어갈 수 있는 힘은 바로 아이의 눈높이에서 죽음을 바라보고 있는 데서 나옵니다. 죽음에 대해 설명하기보다, 아빠의 죽음을 경험한 아이의 일상을 뒤쫓으면서, 아이의 마음을 같이 보듬고 있습니다.
아빠가 돌아가신 뒤, 아이는 가장 먼저 일상에서 아빠의 빈자리를 느끼고 아빠와의 추억을 떠올리지요. 아빠랑 캐치볼한 일, 비행기 쇼 구경간 일, 아빠 몰래 우쿨렐레를 부서뜨리고 시치미 뗀 일. 아빠와의 추억은 일상에서 아기자기하게 벌어진 일들입니다. 아이는 이제 그런 추억을 되새기면서 아빠의 빈자리를 견딜 수 있지요.
또한 아이는 돌아가신 아빠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 합니다. 아이는 분명 아빠는 하늘나라에 있으리라 믿고, 착하게 살다가 죽으면 아빠를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시선에서 죽음을 바라보는 아이다움이 엿보입니다. 아빠가 잘 있을 거라고 기대하면서 아빠를 만나려면 나쁜 짓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하지요. 늘 아빠를 떠올리며 자신의 행동을 판단하는 아이의 여린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집 앞길에서 “얘야 괜찮니?” 하고 물어보는 사람이 아빠였다고 여깁니다. 논리적으로 따졌을 때 이 장면은 아이의 착각이 분명합니다. 갈색 톤으로 짙게 눌린 채색이 아이의 착각임을 암시하고 있지요. 그럼에도 멋진 자동차를 타고 와서 아이의 안부를 묻는 사람을 아빠라고 여기며, 아이는 아빠도 그렇게 잘 있으리라고 스스로 다독이는 것 같습니다.
부모를 잃은 아이는 부모의 죽음을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생각합니다. 추억을 곱씹고, 돌아가시던 날을 떠올리고, 사람들이 던지는 말에 상처받기도 하고, 때로는 비슷하게 생긴 사람을 보며 돌아가신 부모를 떠올립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천천히 죽음을 받아들일 겁니다. 작가는 섣불리 아이의 슬픔을 위로하려 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런 과정을 보여주면서 죽음을 받아들이는 모든 과정이 그러함을 알려 주고 있습니다. 무거운 주제를 아이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이 작품은 부모의 죽음으로 혼란스러울 아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넵니다.
끊임없이 이야기를 건네는 그림
『아빠, 잘 있어요?』는 일상의 모습을 포착한 그림책으로, 마치 가족 앨범을 보는 듯합니다. 낡은 사진에 얽힌 추억이 많듯이, 여러 장면이 겹쳐지면서 아빠를 그리는 아이의 마음이 독자에게 전해집니다.
표지에서 아빠는 글러브를 쫙 펴고 야구공을 받고 있지요. 제목과 연관 지어 생각하면 “아빠 잘 있어요?” 하고 묻는 아이의 물음에 아빠는 글러브를 활짝 펴 들고 인사를 건네는 것 같습니다. 뒤표지에는 흑백 가족사진이 보입니다. 아이가 아기였을 때의 가족사진이요. 그렇게 모두가 함께 있었던 시절은 흑백 사진처럼 이미 지나가 버렸음을 알려 주는 것 같습니다.
사실적인 표정은 작품을 한층 깊이 있게 만듭니다. 길거리 핫도그를 먹고 신 나는 아이들의 표정, 이를 보고 기뻐하는 아빠 표정. 그렇게 단란했던 느낌은 흐뭇하게 올라간 아빠의 입꼬리만으로도 충분하게 느껴집니다. 또 사람들한테 “쯧쯧 불상해라.”라는 말을 들은 아이는 도로 반사경을 보며 혀를 쏙 내보입니다. 마치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툭 하고 던진 한마디에 상처를 받았는지 조금은 골이 난 것 같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자유롭게 그린 그림 같지만, 작은 표정 하나까지 세밀하게 표현한 그림입니다. 감정 하나하나 섬세하게 포착한 장면들은 위로가 필요한 독자에게는 위로를, 경험이 없는 독자에게는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바로 가족과 함께하는 지금이 언젠가는 소중한 추억이 될 수 있음을 넌지시 알려 주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