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 팔지 마세요! (사계절 그림책 38)
- 711
저자소개
지은이 : 이주용
그린이 : 이주용
책정보 및 내용요약
편집자 추천글
시골집 이야기에서 마음의 고향을 찾습니다
작가는 콘크리트에서 자라고 있는 요새 아이들이 가엾다고 합니다. 어른들은 옛 고향을 기억 속에서 간직하고 있는 반면 요새 아이들은 마음속 추억도 없고, 마치 고향 그 자체를 잃어버린 것 같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린 독자들에게 때 묻지 않는 자연의 순수한 모습을 어느 봄날 벌어지는 아이와 아기 염소의 이야기를 통해 들려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염소 팔지 마세요!』는 봄날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고, 해맑은 소녀가 아기 염소와 친구가 되는 이야기로 아름다운 자연과 순수한 동심을 보여주는 그림책입니다. 어른에게는 복고풍의 익숙한 그림일 수 있지만, 시골에서 살아 본 경험이 없는 아이들은 그림을 보며 봄날 햇살을 느끼듯이,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주는 따뜻함을 눈으로 마음으로 느낄 것입니다.
영이와 아기 염소 흰둥이가 보여주는 따뜻한 우정
초가집에 사는 영이네 식구들은 봄날 아침을 맞아 바쁩니다. 아빠는 새롭게 밭도 일궈야 하고, 오빠와 영이는 송아지와 아기 염소를 돌봐야 합니다. 아빠가 일하는 사이, 아이들은 물수제비도 뜨고 꽃을 따서 꽃관도 만듭니다. 한낮은 너무나 평화롭습니다. 마치 그림 속 영이가 꽃을 따며 콧노래를 부르고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영이가 봄날을 보내고 있을 때, 그 옆에는 항상 아기 염소 흰둥이가 있습니다.
밭갈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처음 어미 염소를 몰아본 영이는 뒤따라오던 염소가 뿔로 자신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며 내달리게 됩니다. 영이가 달리니 염소도 달리고, 영이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울음보를 터뜨립니다. 이 모든 일이 일어날 때, 흰둥이는 언제나 영이를 졸졸졸 따라다닙니다.
어느 날, 아빠와 삼촌은 장에 나갈 채비를 하며 어미 염소를 수레에 묶습니다. 영이는 어미와 떨어지는 흰둥이가 안쓰럽기만 합니다. 영이는 지난겨울 홀로 빈집을 지키며, 엄마를 기다리다가 울다 잠이 든 적이 있습니다. 그 일이 떠오르자, 영이는 어미 염소가 그렇게 장에 팔려가게 두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영이는 동구 밖에서 겨우 수레를 따라잡습니다. 영이는 흰둥이와 어미 염소를 떨어뜨릴 수 없다고 떼를 씁니다. 결국 가족들은 영이가 원하는 대로 어미 염소를 장에 내다 파는 걸 포기합니다.
장에서 돌아온 아버지에게 영이는 까치들이 새끼를 깠다고 알려 줍니다. 초가집은 넉넉하게 온 생명을 품고 있는 것이지요. 영이네 식구뿐만 아니라, 까치, 소, 닭, 염소 등 동물들까지도요. 저녁 밥상을 기다리는 영이네 모습에서 소박한 행복이 피어납니다.
전체 이야기에서 큰 사건은 영이가 흰둥이와 어미 염소가 헤어지지 않게 막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작가는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영이와 흰둥이의 우정에 대해 소란스럽게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저 늘 항상 붙어 있게 그릴 뿐입니다. 그보다 작가는 자연 속 모든 생명에 눈을 돌립니다. 아름답게 피어난 꽃, 날아드는 새들, 영이네 식구들, 동네 사람들 등, 많은 조연들을 따뜻하게 그려냅니다. 영이의 시선에서, 작가의 시선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바로 무심한 듯 챙겨주는 따뜻함이지요. 그것이야말로, 언제나 고향을 떠올릴 때마다 마음 한구석을 파고드는 것일 겁니다.
섬세한 그림이 독자를 자연으로 초대합니다
꼼꼼하게 색칠된 그림을 보면 눈이 부십니다. 마치 책 속에서 햇살이 쏟아져 나오는 듯합니다. 작가는 봄의 아름다움과 햇살을 표현하고자, 수채 위에 색연필로 꼼꼼하게 마무리를 했습니다. 봄 햇살에 길게 늘어진 그림자, 분홍빛 벚꽃, 붉은 철쭉, 밥풀이 엉긴 듯한 조팝나무 등, 봄철에 볼 수 있는 꽃과 둥글고 다정한 산을 보고만 있어도 평화로운 기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색연필로 표현한 질감도 뛰어납니다. 반질반질한 흙바닥과 초가집 볏짚도 하나하나 살아 있습니다. 또한 수많은 새와 동물들도 눈길을 잡아끕니다. 화면마다 작은 동물들을 찾아가는 재미도 쏠쏠하고 화면 여기저기 조연으로 등장한 사람들과 동물들을 보고 있노라면, 바쁜 시골 생활이 온몸으로 느껴집니다. 새들의 짹짹거림이 귀를 간질이는 것 같고, 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그림을 하나하나 보고 있노라면 실제로 양지 쪽 툇마루에서 봄 햇살을 즐기는 마음이 됩니다. 자연이 주는 행복과 그 속에서 소박하게 피어나는 인정이 솟아납니다. 아마 작가는 그 마음을 그림책에서뿐만 아니라, 실제 삶에서 느끼게 되기를 바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