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구게? (사계절 동시집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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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예진흥기금 수혜작,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2012 여름방학 추천도서
저자소개
지은이 : 신현득
그린이 : 설은영
책정보 및 내용요약
『내가 누구게?』는 이제 여든을 바라보는 시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천진난만한 감성이 살아 숨 쉬는 동시집으로, 시 한 편 한 편을 소리 내어 읽다 보면 마치 외할아버지 무릎에 앉아 조곤조곤 수수께끼 놀이를 하는 것처럼 마음 한편이 뜨뜻하게 달궈진다. 무엇보다 늘 새로운 변화를 꾀하는 노 시인의 문학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느낄 수 있어 더욱 가치 있는 책이다.
목차
1부 내 꼬리 어디 갔지?
숨 쉬는 꼬마 비행기
나비의 왕 납신다!
그물을 발로 엮는 어부
집을 지고 다니지
내 꼬리 어디 갔지?
이놈은 작은 공룡
옆으로만 걷는 버릇
끌어라 영~차
2부 야문 부리 딱딱딱
야문 부리 딱딱딱
세상을 깨우는 목소리
악어네 치과 의사
밤송이 아니야!
좀 느리면 어때?
얼룩무늬 키다리
사막에서 오래 참기
물고기 같다고?
3부 아기안고 춤추는 엄마
애국가에 내 이름이
나무 가슴에 동그란 테
아기 안고 춤추는 엄마
떠돌이 나그네
날아다니는 물방울
일곱 빛깔 고운 다리
목소리 흉내쟁이
불에 타는 돌멩이
4부 하늘에서 파도타기
하늘에서 파도타기
발끝으로 글씨 쓰기
연필만 따라다녀
꼭꼭 잡아라, 춤추는 빨래
옷섶을 여며 주는
야문 머리 탕탕탕
콩닥콩닥 작은 방아
돈을 먹는 꿀꿀이
5부 하나는 알고 하나는 몰라
제주섬 거인 할머니
심술쟁이 버릇 고치기
저건 내 비단신이야!
다시 예뻐진 내 코
하나는 알고 하나는 몰라
내가 누군지 알려 줄까?
편집자 추천글
'동시 할아버지' 신현득 시인과 함께 떠나는 수수께끼 동시 여행
우리나라 동시문학의 거장, 신현득 시인의 스물네 번째 동시집.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출간되는 ‘수수께끼 동시집’이기도 하다. 크고 작은 동식물과 자연 현상, 인물 등을 소재로 한 37편의 수수께끼 동시가 실려 있다. 시인은 어린아이 특유의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작고 여린 생명, 하찮아 보이는 사물 하나하나에도 동심을 불어넣는다.
『내가 누구게?』는 이제 여든을 바라보는 시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천진난만한 감성이 살아 숨 쉬는 동시집으로, 시 한 편 한 편을 소리 내어 읽다 보면 마치 외할아버지 무릎에 앉아 조곤조곤 수수께끼 놀이를 하는 것처럼 마음 한편이 뜨뜻하게 달궈진다. 무엇보다 늘 새로운 변화를 꾀하는 노 시인의 문학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느낄 수 있어 더욱 가치 있는 책이다.
수수께끼 놀이와 동시의 특별한 만남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수수께끼를 맞히거나 직접 내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고 별다른 도구 없이도 즐길 수 있는 말놀이, 그것이 바로 수수께끼이다.
『내가 누구게?』(사계절 저학년문고 52)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든 사물을 수수께끼 형식으로 풀어낸 동시집으로, ‘수수께끼와 동시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시인이 오랜 시간 탐구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신현득 시인은 수수께끼라는 튼튼한 뼈대에 문학이라는 보드라운 살을 붙여 새로운 형식의 ‘수수께끼 동시’를 세상에 내놓았다.
신현득 시인은 “수수께끼는 생각하는 힘을 길러 주는 재미있는 말놀이”이며, “이런 수수께끼 형식을 빌려서 쓴 동시를 수수께끼 동시”라고 정의한다. 또한 “수수께끼 동시는 우리나라에서 첫 삽을 뜨는, 동시의 새로운 갈래”이며 비록 말놀이 형식을 띠고 있지만 엄연한 “문학작품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찍이 고(故) 윤석중 선생이 수수께끼 동시를 계획했으나 끝내 작품을 내어 놓지는 못했다. 따라서 『내가 누구게?』는 그가 살아생전 이루지 못한 뜻을 후배 시인이 이어나가는 의미 있는 작업이기도 하다.
어린이의 마음으로 작고 사소한 것들을 노래하다
『내가 누구게?』는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시의 소재는 동식물이나 무생물, 자연 현상, 역사나 동화 속 인물에서 가져왔다. 어린이들이 궁금해하는 것, 또 알면 도움이 되는 모든 것이 글감인 셈이다.
1부와 2부는 달팽이, 개구리, 개미, 고슴도치 등 동물에 관한 시들로, 주로 작고 약한 동물들을 다루고 있다. 몸집이 큰 동물이라 할지라도 기린이나 낙타처럼 남을 해치지 않는 초식 동물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시인은 동물들이 지닌 저마다의 고유한 특징을 포착해 내면서, 서로 배려하고 돕고 사는 삶의 아름다움에 대해 노래한다.
“크기로나, 모습으로나 대왕님이셔.” / 나비들이 받들어 줘, 나비 왕이 되었다. // 호랑 무늬 날개로 꽃밭에 가니 / “임금님 오셨네. 나비 임금님!” / 임금이라며 특별한 대접. // 나비 나라, 꽃 나라가 서로 돕고 있지. / 우린 열매를 맺게 해 주고 / 꽃은 우리에게 꿀을 주거든. // “평화롭게 삽시다. 호호호.” / 꽃 나라 꽃들이 모두 웃었지. // 나비의 왕, 내가 누구~게? (14~15쪽, 「나비의 왕 납신다!」에서)
눈이 크고 밝은 것도 자랑이야. / 잘 들리는 밝은 귀도 자랑이야. / 맹수의 나라에서 살아가는 방법. // 걸음이 겅중겅중 아주 빨라서 / 뒤따르는 맹수를 따돌릴 수 있지. / 맹수의 나라에서 살아가는 방법. // 낮은 나무 나뭇잎은 / 남들이 먹게 두고 / 높은 가지 나뭇잎만 따서 먹지. // 나뭇잎을 혀로 감아, / 먹기 좋게. / 반 미터나 되는 기다린 혀. // 얼룩무늬 키다리, 내가 누구~게? (44~45쪽, 「얼룩무늬 키다리」에서)
3부와 4부에서는 식물과 무생물, 자연 현상을 소재로 한 시들을 다룬다.
어느 나라, 어느 고장 / 안 가 본 데 없지. / 학교마다 국기 게양대 / 흔들어 보지 않은 깃발이 없지. // 어루만지지 않은 꼬마는 / 한 사람도 없을걸. / 쓰다듬지 않은 강아지는 / 한 마리도 없지. (58쪽, 「떠돌이 나그네」에서)
높은 산 중턱에 앉아 / 쉬기도 하지. / 산꼭대기를 휘감기도 하지. // 내가 하늘을 덮으면 흐린 날씨. / 쌓이면 비를 내리지. / 내가 빗방울 돼 / 떨어지는 거야. // “단비가 오네. 어 고마워.” / 사람도 푸나무도 좋아하지. (60~61쪽, 『날아다니는 물방울』에서)
세상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바람을 나그네에 빗대어 표현한 시 「떠돌이 나그네」에서도 시인의 따스한 마음을 느끼기란 어렵지 않다. 바람이 하는 일이란 셀 수 없이 많겠지만, 그는 꼬마의 뺨을 어루만지는, 강아지의 꼬리를 쓰다듬는 바람의 모습에 집중한다. 인간에게 해를 가하는 위협적인 존재로서의 자연이 아닌, 위로와 안식을 주는 자연인 것이다. 구름을 빗댄 시 「날아다니는 물방울」에서도 장마나 폭우가 아닌 단비를 내리게 해 “사람도 푸나무도 좋아하”는 구름을 이야기한다. 이렇듯 『내가 누구게?』를 관통하는 일관된 주제는 작고 여리고 사소한 것들에 대한 예찬이다. 이것이 바로 앞서 말했듯이 수수께끼 동시가 수수께끼이면서 엄연한 문학작품인 이유이다.
5부는 주로 신화나 역사, 동화 속 인물을 다룬 시들로 엮었다. 설문대 할망, 피노키오, 콜럼버스 등 우리와 친숙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흥미를 유발한다. 영화나 책을 통해 이미 인물에 대해 알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수수께끼를 맞히는 즐거움을 주고, 처음 접하는 아이들에겐 원래 이야기를 찾아 읽어 볼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한다.
제주섬에 거인 할머니가 살았대. / 낮에는 한라산에 걸터앉아 지냈대. // 밤에 한라산을 / 베고 누우면 / 발끝은 바다에 잠겨 있었대. // 아무리 깊은 바다도 / 할머니 무릎 아래 왔다지. // “할머니 할머니, / 육지까지 다리를 놓아 주세요. / 옷 한 벌 해 드리죠.” / 섬사람과 할머니가 약속을 했지. // 그날부터 아낙들은 베를 짰지. / 거인 옷 한 벌이 쉬운가, / 옷감으로 수천 필. / 그래도 부지런히 베를 짰지. (90~91쪽, 「제주섬 거인 할머니」에서)
시인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신현득 시인은 1933년에 태어났다. 올해 우리 나이로 일흔아홉이다. 하지만 물리적인 시간을 비웃기라도 하듯 시인의 정서는 점점 더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과 닮아가는 것 같다. 수수께끼다운 엉뚱하고 기발한 발상은 물론이거니와 하나의 대상을 응시하고 보듬어 안는 따뜻한 심성까지, 그의 시들은 하나같이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꼭 빼닮았다.
아기를 안고 / 춤을 추다니? // 그런 / 엄마들이 있다. // 산골짝 비탈밭에서 / 초록빛 소맷자락 흔들며, / 길다란 소맷자락 흔들며 / 줄을 서서 춤추는 엄마들이 있다. // 아기 두셋씩을 업고 안고 있다. / 그러니까 엄마다. / 머리털이 잘 자란 아기들. / 머리털이 노란 아기들. // 산마루 높은 바람 / 골짜기 깊은 바람이 / 춤으로 어우러졌다. // 산새들 노래가 / 어우러졌다. / 얼씨구절씨구 / 너울너울. // 춤추는 동안에 / 아기가 큰다. / 엄마가 춤을 춰야 / 아기가 잘 큰다. // 아기 안고 춤추는 엄마는 누구~게? (56~57쪽, 「아기 안고 춤추는 엄마」)
바람에 흔들리는 옥수수를 표현한 「아기 안고 춤추는 엄마」는 시인의 어린아이다운 상상력이 그대로 묻어나는 대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열매가 열린 옥수수나무를 갓난아기를 품에 안은 엄마로 바라보거나, 옥수수수염을 아기의 노란 머리털로 비유한 부분은 압권이라 할 수 있다. 또 “엄마가 춤을 춰야 아기가 잘 큰다.”라는 시적 진술은 내공 있는 작가만이 획득할 수 있는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인식이다.
시인은 “제목만 봐도 답을 알 수 있는 것, 몇 행만 읽어도 답이 생각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마지막 한 행까지 읽어 시가 주는 재미를 맛보아야 비로소 수수께끼 동시 읽기는 완성”된다고 이야기한다. 모든 시의 마지막 연이 “내가 누구~게?” 하는 질문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답을 맞히는 일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하나의 대상을 이런 관점으로도 들여다보고 풀어낼 수 있구나, 하는 짜릿한 쾌감을 느끼는 것이 수수께끼 동시 읽기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읽는 즐거움, 듣는 즐거움, 그리고 보는 즐거움까지
『내가 누구게?』는 할아버지가 손자를 품에 안고 수수께끼를 내듯 다정하면서도 익살스러운 구어체의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낭송’의 묘미를 살리기에는 더없이 좋은 시들이다. 세상 모든 것이 궁금한 것 투성이인 아이들과 함께 수수께끼 놀이를 즐기듯 시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문제를 맞히는 즐거움과 함께 동시가 주는 감동까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또한 『냠냠』, 『나도 편식할 거야』 등으로 어린이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화가 설은영의 발랄하고 재치 넘치는 그림은 수수께끼 동시를 더욱 빛나게 하는 요소이다. 시와 절묘하게 배치한 원색의 강렬한 일러스트는 읽는 즐거움과 듣는 즐거움을 넘어 보는 즐거움까지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