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란 어떤 걸까? (평화그림책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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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지은이 : 하마다 게이코
옮긴이 : 박종진
책정보 및 내용요약
우리는 누구나 평화를 바랍니다. 역설적이게도 그 까닭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평화롭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어디선가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부당한 착취와 폭력이 행해지고 있으며, 크고 작은 사고와 범죄와 다툼 들이 끊이지 않고 있으니까요.
모두가 바라는, ‘평화’란 과연 어떤 걸까요? 사전은 평화를 ‘전쟁, 분쟁 또는 일체의 갈등이 없이 평온함. 또는 그런 상태.(『표준국어대사전』, 국립국어원)’라 정의하고 있습니다. 지극히 당연한 정의입니다만, 그것만으로는 어쩐지 공허한 느낌입니다. 왜냐하면 평화란 그저 객관적으로 정의되는 어떤 상태일 뿐만 아니라, 꿈꾸고 실천하여 이루어 가야 할 이상이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평화를 이루기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꿈꾸고 어떻게 실천하여야 할까요? 『평화란 어떤 걸까?』는 바로 그 문제를 어린이들과 함께 생각해 보는 그림책입니다. 올해 예순넷이 된 일본의 할머니 작가 하마다 게이코가 ‘한중일 공동기획 평화그림책 시리즈’라는 마당에서 세 나라의 그림책 작가들과 의논하면서 빚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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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평화를 꿈꾸고, 실천하고, 이루어 가기
1. 아이가 되어 평화를 생각하기
알록달록 색색의 제목 글자가 “평화란 어떤 걸까?” 하고 묻고 있는 표지를 넘기면, 노란 풍선을 불고 있는 아이가 “평화란 분명 이런 거야.” 하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작가는 아이가 되어, 아이의 입을 통해 평화를 말하려는 것입니다. 예수는 “하늘나라는 어린아이와 같은 사람들의 것”(마태복음 19장)이라 했고, 맹자는 “대인이란 아이 때의 마음을 잃지 않는 사람”(맹자 이루하(離婁下)편)이라 했으며, 노자 또한 “두터운 덕을 가진 사람은 어린아이와 같다”(도덕경 55장)고 했거니와, 아이의 마음으로 말하는 평화야말로 진짜 평화일 테니까요.
그것은 단순하고 명료합니다. “전쟁을 하지 않는 것”, “폭탄 따위는 떨어뜨리지 않는 것”, “집과 마을을 파괴하지 않는 것”! 그리고 그 이유 또한 명쾌합니다. “왜냐면, 사랑하는 사람과 언제까지나 함께 있고 싶으니까.” 이보다 더 또렷하고도 절실한 이유가 또 있을까요?
2. 타인이 되어 평화를 생각하기
아이가 말하는 평화는 이렇게 이어집니다. “배가 고프면 누구든 밥을 먹을 수 있고, 친구들과 함께 공부도 할 수 있는 것”, “사람들 앞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맘껏 부를 수 있는 것”, “싫은 건 싫다고 혼자서라도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것”…….
아이의 시선이 타인의 시선을 얻은 것입니다. 배고프면 밥을 먹고,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며, 자기 마음을 맘껏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권리이자 일상이지만, 이 지구상에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수많은 ‘누군가’들에게 그것은 너무나 어렵고 절실한 바람이기도 한 것이 엄연한 현실이니까요. 나만 평화롭다고 평화로운 게 결코 아니니까요.
3. 어우러져 평화를 이루기
아이는 이제 ‘관계’ 속에 섭니다. “잘못을 저질렀다면 잘못했다고 사과하는 것”, “어떤 신을 믿더라도, 신을 믿지 않더라도, 서로서로 화를 내지 않는 것”…….
누구든 실수할 수 있고 잘못을 저지를 수 있습니다. 누구든 서로 다른 신념이나 신앙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인정하지 않을 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타인의 개성을 존중하지 않을 때 평화는 요원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너와 나의 관계 속에서 반성과 존중은 평화를 위해 꼭 필요한 전제일 터입니다.
사실 이러한 인식은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 속에서 이 대목은, 그것이 ‘한중일 공동 기획’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매우 각별합니다. 작가의 처음 구상 속에 이 대목은 들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특수한 역사적 관계를 공유한 세 나라의 작가들과 논의를 통해 이 대목을 함께 만들었던 것이지요. ‘잘못에 대한 인정과 사과’가 평화를 위해 필요한 ‘과거에 대한 태도’라면, ‘다름에 대한 관용과 존중’은 평화를 위해 필요한 ‘미래를 열어가는 자세’라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반성과 존중으로 너와 나는 ‘우리’가 됩니다. 어우러진 ‘우리’가 평화를 이루어갑니다. 어우러져 마음껏 뛰어놀고, 아침까지 푹 잠을 잡니다. 그리고 입을 모아 외칩니다. “목숨은 한 사람에 하나씩, 오직 하나뿐인 귀중한 목숨”이니, “절대 죽여서는 안 돼. 죽임을 당해서도 안 돼. 무기 따위는 필요 없어.” 그리고 무기를 만들어 싸우는 대신 “모두 함께 잔치를 준비하자.”라고 권유합니다. 그리하여 기다리고 기다리던 평화로운 날에 다 같이 신 나게 행진을 합니다.
이제 아이는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평화란 내가 태어나길 잘했다고 하는 것. 네가 태어나길 잘했다고 하는 것. 그리고 너와 내가 친구가 될 수 있는 것.”
4. 그림이 하는 이야기들
『평화란 어떤 걸까?』는 ‘노랑’의 책입니다. 표지도 노랑, 면지도 노랑, 본문의 주조색도 온통 노랑입니다. 노랑은 밝고 따뜻하며 명랑하고 쾌활한, ‘어린이의 색’이지요. 어린이의 색은 또한 평화의 색이기도 합니다.
책장을 넘기면 이 평화의 기운을 전쟁의 잿빛이 깨뜨립니다. 몰려온 폭격기들이 폭탄을 떨어뜨리고, 하얗게 질린 대지에 자전거며 가방, 신발, 차양모자, 곰 인형 같은 일상들이 부서져 널브러집니다.
그러나 엄마 품에 꼬옥 안긴 아이는 그 사랑의 힘으로 다시 평화를 꿈꿉니다. 노란 평화의 꿈속에서 아이들은 밥을 나누어 먹고 함께 공부를 하고 노래를 부릅니다. 다 같이 소풍을 가고 마음껏 뛰어놀고 아침까지 푹 잠을 잡니다. 피부색이 하얀 아이도 노란 아이도 검은 아이도, 휠체어를 탄 아이도, 차도르를 쓴 아이도 다 같이 어우러집니다.
다음 장면에서 아이는 목숨에 대해 생각합니다. ‘한 사람에게 하나씩, 오직 하나뿐인 귀중한 목숨’에 대해. 도입부에서 폭격으로 죽어간, 자전거와 가방과 신발과 모자와 곰 인형의 주인들이 생각 속으로 떠오릅니다. 그 귀한 목숨을 앗아간 잿빛 무기들은 평화의 힘으로 해체해야 합니다. 그 무기들이 있던 자리에서 힘을 모아 평화의 행진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기다리던 그날, 다 같이 신 나게 행진을 해야 합니다.
그 평화의 꿈을 꾸고 난 아이가 말합니다. “평화란 내가 태어나길 잘했다고 하는 것.” 책 속 아이의 시선은 책 밖 어른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마치 “내가 태어나길 잘했다고 말할 수 있게 해 주세요!” 하고 청하는 것처럼.
마지막 장면, 아이는 이제 한 소녀와 눈을 마주칩니다. 오가는 눈길은 이런 말을 주고받습니다. ‘네가 태어나길 정말 잘했다고 할 수 있어야 해. 그리고 너와 내가 친구가 될 수 있어야 해.’…… 그 장면에서 작가는 아프가니스탄의 소녀를 생각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