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연구
- 1679
• 지은이 : 박상률
• 가격 : 9,800원
• 책꼴/쪽수 :
195*140mm, 266쪽
• 펴낸날 : 2006-05-18
• ISBN : 9788958281672
• 십진분류 : 문학 > 한국문학 (810)
• 태그 : #문학 #수필 #광주민주화운동 #청소년 #한국소설
저자소개
지은이 : 박상률
전남 진도에서 태어나 전남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1990년 ”한길문학”에 시를, ”동양문학”에 희곡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1996년엔 ”문학의 해 기념 불교문학상” 희곡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지금은 여러 형태의 글쓰기를 통해 인간의 다양한 삶을 그려 내기 위해 애쓰는 한편, 숭의여자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지도하는 일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시집 『진도아리랑』, 장편소설 『봄바람』『나는 아름답다』『밥이 끓는 시간』, 희곡집 『풍경 소리』, 동화책 『바람으로 남은 엄마』『까치학교』『구멍 속 나라』『미리 쓰는 방학 일기』 들을 썼습니다.
시집 『진도아리랑』, 장편소설 『봄바람』『나는 아름답다』『밥이 끓는 시간』, 희곡집 『풍경 소리』, 동화책 『바람으로 남은 엄마』『까치학교』『구멍 속 나라』『미리 쓰는 방학 일기』 들을 썼습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우리 문단에서 광주는 다루어질 만큼 다루어졌다는 평가가 공감을 얻고 있는 시점에서, 박상률이 다시 광주를 문제삼았다.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날 운명에 처한 광주의 기억을 다시 일상의 현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나를 위한 연구』에는 광주를 다룬 세 편의 작품이 묶여 있다. 여기에서 작가는 일상 속으로 스며든 광주의 의미를 추적하고 되새기고 있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박제가 될 위험에 처해 있던 광주가, 두터운 역사의 껍데기를 벗고 살아 움직이는 속살을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광주는 우리에게 새로운 삶의 자양분이 되어 줄 것이다. 작가가 ‘지금 여기’에서 다시 광주를 화두로 삼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편집자 추천글
>> 쉽게 말할 수 없는 것들
1980년 5ㆍ18 광주민주화항쟁이 있은 뒤 해를 거듭하여 벌써 26년이 흘렀다. 그사이 아이는 어른이 되었고, 빈터에는 높은 건물들이 들어찼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대가 바뀌었다. 그래서일까, 이제 광주의 아픔은 지난 역사의 아픔일 뿐인 듯하다. 망월동 묘지는 그저 역사 기행의 한 코스로, 도청광장은 유적지로 남았다. 그러나 작가 박상률은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그에게 광주는 잊혀지기는커녕 덮어 두려 해도 덮어지지 않는 원죄 같은 것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자신의 내면에 묶어 두었던 광주의 실타래를 어떻게든 풀어낼 수밖에 없다.
“‘그 해 봄날’이 있은 뒤 해마다 봄이면 들춰 보다가 묻어 두고, 다시 봄이면 들춰 보다가 묻어 둔 이야기들이다. 그 해 봄날을 겪은 뒤 막무가내로 나를 찾아온 이야기들이다. 그럼에도 나는 묻어 두고 싶었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이었기 때문이다.” - ‘작가의 말’에서
그가 아무리 묻어 두려 해도 묻어 둘 수 없었던 이야기는 어떤 것들일까. 박상률은 ‘광주’ 이후 십 년이 지난 시점에 서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인물들은 하나같이 이 땅에 단단히 발붙이고 살아가지 못하는 인물들이다.
>> 일상 속에 스며든 광주의 의미
「아기 업은 소녀」의 ‘나’는 초등학교 시절 광주 사건을 겪은 뒤로 서울에 올라와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20대 여성이다. ‘외지 수컷들’(작전 수행차 광주로 들어온 군인들)에게서 성추행을 당했고, 엄마가 군인들의 총에 맞아, 아기를 낳은 뒤에 숨졌으며 그 충격으로 아빠 역시 현실과 동떨어진 삶을 살게 되었다. ‘나’는 문득 신문에서 본 박수근의 그림 <아기 업은 소녀>를 보고 그 모습이 그때의 자신과 똑 닮았음을 느끼고 그 그림에 사로잡힌다.
표제작 「나를 위한 연구」는 5·18 현장에 참가했다가 부상을 당해 팔이 잘린 사내 ‘나’의 이야기이다. 나는 기억상실증세에 피해망상증세까지 겹쳐 있다. 나는 희미한 기억을 바탕으로 잘려나간 팔을 다시 찾으려는 노력을 한다. 하지만 이미 잘려나간 팔을 어디서 찾을 수 있겠는가? 팔을 찾는 과정에서 나는 5·18 때 여고생의 꿈이 담겨 있던 가슴 한쪽을 잃고 나중에 간호원이 된 아가씨를 만난다. 간호원 아가씨는 한쪽 가슴을 잃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꿈은 남은 한쪽 가슴에도 담겨 있다며 열심히 산다. 아가씨는 ‘나’의 기억을 되살려 주기 위해 무척 애를 쓴다. 아가씨와의 만남을 통해 나는 마침내 잃어버린 팔보다 더 소중한 것을 찾게 된다. 그건 ‘사랑’이다. 그 사랑은 그 거리에서의 그 날을 기억하게도 해주고 삶의 의욕을 되찾게 해주기도 한다. 또 사랑은 ‘나’와 아가씨 사이에 아이가 태어나게 함으로써 ‘나’로 하여금 세월의 한 매듭을 짓게 하고 새 날을 시작하게 해 준다. 아이는 튼튼한 왼팔을 달고 태어났다.
마지막 작품 「그와 또 그」는 두 소시민의 이야기이다. ‘그’와 ‘또 그’는 서로 모르는 사람이다. ‘그’는 세상을 들끓게 하는 시위가 벌어져도 감히 함께 끼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런 성격인데도 얼결에 떠밀려 노조 간부 일을 떠맡기도 했다. ‘또 그’는 소매치기꾼이다. 한번도 남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고, 오히려 남들에게서 ‘밥’을 훔쳐냄으로써 자신과 가족을 지켜나가는 사람이다. ‘또 그’는 버스에서 ‘그’의 호주머니를 턴다. 그 일로 인해 ‘그’는 회사를 결근하고선 거리를 떠돌다 공금횡령사건에까지 말려든다. 그러다 ‘그’는 시위대를 만나 얼결에 합류한 뒤 부상을 당한다. 한 건을 올린 ‘또 그’는 소매치기 대상을 찾기 어려운 낮 시간을 때우려고 한강변으로 나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들은 우연히 같은 병원에 입원한다. 그 병원에서 ‘그’는 ‘또 그’를 알아보지 못하나, ‘또 그’는 ‘그’를 알아본다. 병원에서 그들은 서로 친구가 된다. 그들이 퇴원할 무렵 세상은 6월 시위로 한창이다. 거리로 나간 ‘그’와 ‘또 그’는 시위대에 자연스레 합류한다.
『나를 위한 연구』에는 이렇게 광주를 다룬 세 편의 작품이 묶여 있다. 여기에서 작가는 일상 속으로 스며든 광주의 의미를 추적하고 되새기고 있다. 거대한 역사의 물결은 한 소녀로 하여금 부서진 가정을 기우며 근대적 일상을 견디게 하고, 생업이 급한 청년으로 하여금 잃어버린 왼팔을 찾아 집요하게 추적하게도 하고, 소극적인 소시민과 남의 삶을 파먹고 사는 범죄자의 삶을 서로 뒤바뀌게도 한다.
작가는 말한다. “이야기 속 인물들은 모두 구체적인 이름 없이 등장한다. 그건 개인의 이름을 따로 드러낼 필요가 없을 만큼, 지난 그 시절엔 누구나 비슷한 삶의 궤적을 그렸기 때문이다.”라고. 그것은 작가의 말대로 누구의 이름을 앞세우건 이 땅의 지난 시대는 모든 사람들에게 서로 엇비슷한 삶을 요구했기 때문일 것이다.
>> 일상의 빛으로 되살아나는 ‘5월 광주’
박상률은 시, 소설, 창극, 청소년문학, 동화 등 문학의 테두리에서 가능한 모든 방식을 동원해 광주의 의미를 곱씹고 있다. 『나를 위한 연구』 출간 바로 전에는 청소년들에게 광주의 의미를 일깨우고자 『너는 스무 살, 아니 만 열아홉 살』이라는 작품을 출간하기도 하였다. 작가 박상률에게 광주는 확실히 원죄적 화두인 셈이다.
우리 문단에서 광주는 다루어질 만큼 다루어졌다는 평가가 공감을 얻고 있는 시점에서, 박상률은 이렇게 다시 광주를 문제삼았다.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날 운명에 처한 광주의 기억을 다시 일상의 현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박제가 될 위험에 처해 있던 광주가, 두터운 역사의 껍데기를 벗고 살아 움직이는 속살을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광주는 우리에게 새로운 삶의 자양분이 되어 줄 것이다. 작가가 ‘지금 여기’에서 다시 광주를 화두로 삼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1980년 5ㆍ18 광주민주화항쟁이 있은 뒤 해를 거듭하여 벌써 26년이 흘렀다. 그사이 아이는 어른이 되었고, 빈터에는 높은 건물들이 들어찼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대가 바뀌었다. 그래서일까, 이제 광주의 아픔은 지난 역사의 아픔일 뿐인 듯하다. 망월동 묘지는 그저 역사 기행의 한 코스로, 도청광장은 유적지로 남았다. 그러나 작가 박상률은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그에게 광주는 잊혀지기는커녕 덮어 두려 해도 덮어지지 않는 원죄 같은 것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자신의 내면에 묶어 두었던 광주의 실타래를 어떻게든 풀어낼 수밖에 없다.
“‘그 해 봄날’이 있은 뒤 해마다 봄이면 들춰 보다가 묻어 두고, 다시 봄이면 들춰 보다가 묻어 둔 이야기들이다. 그 해 봄날을 겪은 뒤 막무가내로 나를 찾아온 이야기들이다. 그럼에도 나는 묻어 두고 싶었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이었기 때문이다.” - ‘작가의 말’에서
그가 아무리 묻어 두려 해도 묻어 둘 수 없었던 이야기는 어떤 것들일까. 박상률은 ‘광주’ 이후 십 년이 지난 시점에 서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인물들은 하나같이 이 땅에 단단히 발붙이고 살아가지 못하는 인물들이다.
>> 일상 속에 스며든 광주의 의미
「아기 업은 소녀」의 ‘나’는 초등학교 시절 광주 사건을 겪은 뒤로 서울에 올라와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20대 여성이다. ‘외지 수컷들’(작전 수행차 광주로 들어온 군인들)에게서 성추행을 당했고, 엄마가 군인들의 총에 맞아, 아기를 낳은 뒤에 숨졌으며 그 충격으로 아빠 역시 현실과 동떨어진 삶을 살게 되었다. ‘나’는 문득 신문에서 본 박수근의 그림 <아기 업은 소녀>를 보고 그 모습이 그때의 자신과 똑 닮았음을 느끼고 그 그림에 사로잡힌다.
표제작 「나를 위한 연구」는 5·18 현장에 참가했다가 부상을 당해 팔이 잘린 사내 ‘나’의 이야기이다. 나는 기억상실증세에 피해망상증세까지 겹쳐 있다. 나는 희미한 기억을 바탕으로 잘려나간 팔을 다시 찾으려는 노력을 한다. 하지만 이미 잘려나간 팔을 어디서 찾을 수 있겠는가? 팔을 찾는 과정에서 나는 5·18 때 여고생의 꿈이 담겨 있던 가슴 한쪽을 잃고 나중에 간호원이 된 아가씨를 만난다. 간호원 아가씨는 한쪽 가슴을 잃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꿈은 남은 한쪽 가슴에도 담겨 있다며 열심히 산다. 아가씨는 ‘나’의 기억을 되살려 주기 위해 무척 애를 쓴다. 아가씨와의 만남을 통해 나는 마침내 잃어버린 팔보다 더 소중한 것을 찾게 된다. 그건 ‘사랑’이다. 그 사랑은 그 거리에서의 그 날을 기억하게도 해주고 삶의 의욕을 되찾게 해주기도 한다. 또 사랑은 ‘나’와 아가씨 사이에 아이가 태어나게 함으로써 ‘나’로 하여금 세월의 한 매듭을 짓게 하고 새 날을 시작하게 해 준다. 아이는 튼튼한 왼팔을 달고 태어났다.
마지막 작품 「그와 또 그」는 두 소시민의 이야기이다. ‘그’와 ‘또 그’는 서로 모르는 사람이다. ‘그’는 세상을 들끓게 하는 시위가 벌어져도 감히 함께 끼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런 성격인데도 얼결에 떠밀려 노조 간부 일을 떠맡기도 했다. ‘또 그’는 소매치기꾼이다. 한번도 남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고, 오히려 남들에게서 ‘밥’을 훔쳐냄으로써 자신과 가족을 지켜나가는 사람이다. ‘또 그’는 버스에서 ‘그’의 호주머니를 턴다. 그 일로 인해 ‘그’는 회사를 결근하고선 거리를 떠돌다 공금횡령사건에까지 말려든다. 그러다 ‘그’는 시위대를 만나 얼결에 합류한 뒤 부상을 당한다. 한 건을 올린 ‘또 그’는 소매치기 대상을 찾기 어려운 낮 시간을 때우려고 한강변으로 나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들은 우연히 같은 병원에 입원한다. 그 병원에서 ‘그’는 ‘또 그’를 알아보지 못하나, ‘또 그’는 ‘그’를 알아본다. 병원에서 그들은 서로 친구가 된다. 그들이 퇴원할 무렵 세상은 6월 시위로 한창이다. 거리로 나간 ‘그’와 ‘또 그’는 시위대에 자연스레 합류한다.
『나를 위한 연구』에는 이렇게 광주를 다룬 세 편의 작품이 묶여 있다. 여기에서 작가는 일상 속으로 스며든 광주의 의미를 추적하고 되새기고 있다. 거대한 역사의 물결은 한 소녀로 하여금 부서진 가정을 기우며 근대적 일상을 견디게 하고, 생업이 급한 청년으로 하여금 잃어버린 왼팔을 찾아 집요하게 추적하게도 하고, 소극적인 소시민과 남의 삶을 파먹고 사는 범죄자의 삶을 서로 뒤바뀌게도 한다.
작가는 말한다. “이야기 속 인물들은 모두 구체적인 이름 없이 등장한다. 그건 개인의 이름을 따로 드러낼 필요가 없을 만큼, 지난 그 시절엔 누구나 비슷한 삶의 궤적을 그렸기 때문이다.”라고. 그것은 작가의 말대로 누구의 이름을 앞세우건 이 땅의 지난 시대는 모든 사람들에게 서로 엇비슷한 삶을 요구했기 때문일 것이다.
>> 일상의 빛으로 되살아나는 ‘5월 광주’
박상률은 시, 소설, 창극, 청소년문학, 동화 등 문학의 테두리에서 가능한 모든 방식을 동원해 광주의 의미를 곱씹고 있다. 『나를 위한 연구』 출간 바로 전에는 청소년들에게 광주의 의미를 일깨우고자 『너는 스무 살, 아니 만 열아홉 살』이라는 작품을 출간하기도 하였다. 작가 박상률에게 광주는 확실히 원죄적 화두인 셈이다.
우리 문단에서 광주는 다루어질 만큼 다루어졌다는 평가가 공감을 얻고 있는 시점에서, 박상률은 이렇게 다시 광주를 문제삼았다.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날 운명에 처한 광주의 기억을 다시 일상의 현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박제가 될 위험에 처해 있던 광주가, 두터운 역사의 껍데기를 벗고 살아 움직이는 속살을 보여줄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광주는 우리에게 새로운 삶의 자양분이 되어 줄 것이다. 작가가 ‘지금 여기’에서 다시 광주를 화두로 삼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