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린 시절의 북극 (초등학생이 보는 지식정보그림책 5)
- 2308
• 지은이 : 노르미 에쿠미악
• 옮긴이 : 이혜선
• 가격 : 9,500원
• 책꼴/쪽수 :
218*275mm, 30쪽
• 펴낸날 : 2005-12-24
• ISBN : 9788958281405
• 십진분류 : 역사 > 양극지방 (970)
• 태그 : #초등 #지식 #정보 #북극 #이누이트 #과학
저자소개
지은이 : 노르미 에쿠미악
캐나다 퀘벡 주 북극지방에서 태어난 이누이트이다. 이누이트족 고유의 생활을 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자라서는 캐나다 남부 도시에서 살았기 때문에 영어와 이누이트 언어를 함께 사용한다. 화가이자 자수 공예가로, 자기의 어린 시절을 그림과 벽걸이 작품에 담아 잊혀져 가는 이누이트의 삶과 문화를 보여 주고 있다.
옮긴이 : 이혜선
진도에서 태어나 전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레첸카의 알』, 『별난 바다 동물』, 『과학의 문을 연 아르키메데스』, 『마음나무』 들이 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이누이트가 쓰고 그린 최초의 이누이트 이야기
돌아갈 곳을 잃어버린 북극 사람들의 슬프고 아름다운 기억
아름다운 퀼트 속에 그리움으로 수놓은 북극의 모든 것
-미국영어교사협의회 선정 오르비스 픽투스 어린이 논픽션 상 수상
돌아갈 곳을 잃어버린 북극 사람들의 슬프고 아름다운 기억
아름다운 퀼트 속에 그리움으로 수놓은 북극의 모든 것
-미국영어교사협의회 선정 오르비스 픽투스 어린이 논픽션 상 수상
편집자 추천글
1. 출간 의의
>> 문명과 야만의 잘못된 기준
동물 가죽이나 나뭇잎을 두르고 사냥을 하며 살아가는 오지의 부족들을 접할 때, 우리는 쉽게 ‘미개하다’, ‘야만적이다’라고 한다. 그들을 우리와 대등한 또 하나의 인류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계몽시켜야 할 ‘미천한’ 존재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문명과 미개의 기준은 대체 어디에서 온 것일까?
근대 이후, 서구의 과학·기술과 자본은 문명과 미개를 판단하는 유일한 기준으로 자리 잡아왔다. 서구 중심의 이런 가치관에는 타문화를 쉽게 업신여기는 ‘폭력적인’ 태도가 깔려 있다. 지금도 우리는 이누이트를 ‘날고기를 잡아먹고 사는 사람들’이라는 뜻의 ‘에스키모’로 부르며, 털가죽을 걸치고 개썰매를 끄는 ‘미개한’ 사람들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 이누이트가 쓰고 그린 최초의 이누이트 이야기
이누이트는 이런 서구 중심의 가치관에 철저하게 희생된 종족이다. 북극이라는 극한의 환경을 이기며 수천 년 동안 다져온 이누이트의 고유한 문화와 생활 방식은 서구 문명이 들이닥치면서 불과 백여 년 만에 순식간에 파괴되었다. 오늘날 이누이트의 문화는 사실상 멸종해 버린 상태이다. 이누이트가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이누이트를 제대로 만날 수 있는 통로도 함께 사라졌다.
그동안 우리는 서구인의 눈을 통해 왜곡된 이누이트의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이누이트의 슬픈 역사를 모두 경험한 이누이트이다. 이누이트가 직접 이누이트를 이야기한 책은 어린이책은 물론 출판계 전체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들다.
2. 책의 저자
>> 노르미 에쿠미악은 이누이트이다
이누이트의 삶을 글과 그림으로 담아 낸 노르미 에쿠미악은 과연 누구인가? 그는 탐험가나 인류학자도, 이름난 화가나 작가도 아니다. 그는 북극에서 나고 자랐으며 북극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누이트이다. 그리고 그의 인생은 이누이트족의 슬픈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 알코올 중독자로 전락한 이누이트의 오늘
저작권 계약을 맺으려 했을 때 노르미 에쿠미악은 이미 ‘죽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몇 달 동안 수소문한 끝에 노르미 에쿠미악이 살아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는 캐나다 오타와에 있는 한 노숙자 보호 시설에서 발견되었다. 아름다운 퀼트에 북극을 담아 내던 솜씨 좋은 화가는 온데간데없고,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알코올 중독자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이누이트들이 종족의 뿌리를 잃고 정신적 상실감을 이기지 못해 도시의 부랑자로 떠돈다고 한다. 노르미 에쿠미악도 자기가 나고 자란 땅에서 이방인이 되어 버린 현실 앞에서 부랑자의 삶을 ‘선택’했다.
>> 노르미 에쿠미악의 슬픈 독백
노르미 에쿠미악이 병을 얻기 전에 쓴 이 책에는 이누이트로도 살지 못하고 도시인으로도 살 수 없었던 그의 마지막 독백이 담겨 있다.
나는 이누이트입니다. 나는 캐나다 동부 해안의 케이프존스라는 마법의 땅에서 태어났지요. 나는 어린 시절의 모든 것을 기억합니다. 부모님과 형제들, 누이들과 함께 포트조지에 있는 할아버지 댁에서 자랐는데 이누이트의 여러 풍습을 배우고 그림 그리는 법과 수놓는 법도 배웠지요. 나는 육지 동물, 새, 물고기, 바다 동물들의 영혼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올빼미와 북극곰의 울음소리, 세드나의 노랫소리도 들을 수 있지요. 어렸을 때 앓은 귓병 때문에 사람들의 말은 잘 알아듣지 못하지만 영혼의 소리는 잘 들린답니다. 하지만 1971년에 나는 포트조지를 떠나야 했습니다. 혼자가 된 나는 너무 외로웠습니다. 그 후 남부 도시의 생활에 조금씩 적응해 가며 대학과 미술학교를 다니기도 했지만, 나는 항상 그리운 포트조지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제임스 만 수력 발전 사업이 그 지역을 덮쳐 포트조지는 치사시비라는 새로운 보호 구역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 곳에는 더 이상 나의 북극이 없습니다. 나의 북극은 이제 추억 속에만 남아 있습니다. 나는 지금 캐나다 남부 지역에 살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나는 도시의 이누이트입니다. (저자의 글, ‘나는 누구인가?’에서 요약)
3. 책의 특징
>> 이누이트의 슬픈 자서전
이누이트는 곧잘 털가죽을 뒤집어쓴 신기하고 독특한 종족으로 소개된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여행가나 탐험가의 관점에서 이누이트의 풍물에 대한 호기심을 채워 주는 책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북극에서 직접 나고 자란 이누이트가 생생한 기억 속 어린 시절을 들려주는 진짜 이누이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사라져 버린 이누이트의 고유한 삶을 가장 가까이서, 가장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 전통 퀼트에 담은 이누이트 이야기
겹겹이 덧댄 천에 한 땀 한 땀 수놓은 모직 퀼트는 이누이트의 전통 예술이다. 노르미 에쿠미악은 어린 시절 할아버지로부터 배운 전통 자수를 이용해 북극의 풍경과 이누이트의 세계를 표현했다. 투박한 듯하지만 섬세하고, 소박한 듯하지만 화려한 퀼트 작품은 이누이트의 삶의 모습과 잘 닮아 있다. 이누이트의 예술 작품을 통해 만나는 이누이트 이야기는 그 어떤 장황한 설명보다 강렬하다.
>> 그림책과 논픽션의 만남
이 책은 그림과 캡션만으로 이루어진 간결하고 독특한 논픽션 그림책이다. 그림은 북극의 자연과 의식주, 놀이, 신화에 이르기까지 이누이트의 모든 것을 빠짐없이 담고 있다. 노르미 에쿠미악의 슬픔을 억누른 담담한 나레이션과 함께 어우러진 그림은 소리 없이 사라져 가는 한 종족의 비장한 슬픔을 표현한 것이다.
>> 사라져 가는 이누이트 글자를 만나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생소한 문자를 만날 수 있다. 바로 이누이트의 글자이다. 이누이트 말로는 ‘이눅티투트’라고 한다. 하지만 이누이트의 고유 문자는 문화가 파괴되는 속도보다 더 빨리 사라져 가고 있다. 오늘날 지구상에 남은 이누이트 가운데 약 8% 정도만이 고유한 이누이트의 글자를 쓸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소멸 위기에 처한 이눅티투트를 한글과 함께 실었다.
4. 책 소개
사람들은 북극지방의 원주민을 주로 ‘에스키모’라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이누이트’로 불리기를 원한다. 에스키모는 ‘날고기를 먹는 사람들’이라는 뜻이지만 이누이트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이누이트들은 북극이라는 극한 환경에서 수천 년 동안을 살아왔다. 하지만 그들의 북극은 더 이상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곳이 되었다. 서구의 기술과 문화가 들어오면서 이누이트 고유의 문화가 모두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누이트가 최초로 쓰고 그린 이누이트 이야기이다. 돌아갈 곳을 잃어버린 북극 사람들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가 그들의 문화, 신앙, 신화와 함께 펼쳐진다.
5. 책의 내용
>> 이누이트는 어디서든 집을 짓는다
이누이트들은 눈으로 지은 이글루에서만 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글루는 이누이트의 겨울용 가옥이다. 눈과 얼음이 녹는 여름에는 물범 가죽을 이어 붙여 천막을 친다. 최근에는 현대적인 집들도 많이 짓고 있다. 이글루는 눈더미로 벽돌을 만든 다음 돔처럼 쌓아올려 짓는다. 솜씨 좋은 이누이트들은 2시간 만에도 이글루를 완성할 수 있다. 여름에는 가죽을 가지고 다니면서 어디서든 천막을 친다. 이누이트는 사냥감을 찾아 끝없이 이동하기 때문에 여름이든 겨울이든 어디에서건 바로 짓고 허물 수 있는 집을 지어 왔다. (‘이글루’, ‘끝없는 여행’ 참조)
>> 최고의 이사 장소는 사냥감이 많은 곳
이누이트는 주로 동물이나 물고기를 사냥해 먹을거리를 구한다. 마을에서 더 이상 사냥감을 찾기 힘들 때는 마을 전체가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한다. 이누이트들은 이렇게 수천 년 동안 먹을거리를 찾아 이동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이누이트들은 동물을 함부로 사냥하지 않는다. 모든 동물과 사물에 생명과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으며 자기도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년 전 서구 문명인들은 동물 보호 운동을 내세워 이누이트의 기본적인 생계를 위협했다. 세계적인 환경 단체인 그린피스조차 이누이트 사회에 대한 몰이해로 바다표범 사냥을 금지시키는 법을 만들었다. 사냥을 할 수 없게 되자 이누이트의 식생활에는 큰 문제가 생겼으며, 더 이상 동물 가죽을 팔아 생계를 유지할 수도 없게 되었다. 바다표범을 구하기 위해 이누이트 사회를 근본부터 무너뜨린 꼴이 된 것이다. (‘새로운 마을 찾기’, ‘옥픽, 행운의 흰올빼미’ 참조)
>> 뛰고, 타고, 날아오르는 이누이트
아이들의 놀이 끊임없이 눈보라가 몰아치는 북극에서는 눈더미에 파묻히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극의 아이들은 밖에 나가 노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여럿이서 한 사람을 담요에 태워 하늘로 띄우는 놀이는 아찔한 즐거움과 용감한 심성을 길러 준다. 실로 동물이나 사물 모양을 뜨는 놀이는 그 종류가 200가지가 넘는다. 이누이트 아이들의 놀이는 세계의 어떤 다른 문명사회의 놀이 문화와 비교해 보아도 다르거나 ‘미개’하지 않다. 이누이트 아이들이 하는 실뜨기나 외발뛰기, 눈 미끄럼 타기 들은 오히려 우리 아이들의 놀이와 너무도 닮아 있다. (‘눈더미에서 미끄럼 타기’, ‘담요에 태워 공중으로 띄우기’, ‘실뜨기 놀이’ 참조)
>> 매머드 사냥
수천 년 전 이누이트 조상들은 지금보다 키가 훨씬 작았다. 하지만 지금보다 훨씬 거대한 동물을 사냥했다. 당시 북극에는 매머드 외에는 사냥감이 없었다. 이누이트 조상들은 생존을 위해 매머드라는 거대한 맹수와 싸워 이겨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족 모두의 힘이 필요했다. 이누이트들은 힘을 모아 크고 깊은 구덩이를 파고 매머드를 유인해 그 구덩이에 빠뜨렸다. 이누이트 조상의 매머드 사냥은 전설이 아니다.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이누이트의 강인한 역사의 한 장면이다. (‘매머드 사냥’ 참조)
>> 이누이트를 지배하는 힘, 자연
이누이트가 가장 크게 믿고 의지하는 것은 자연이다. 이누이트들은 북극곰, 올빼미와 영혼의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또한 ‘세드나’라는 여신을 믿고 따른다. 세드나는 북극의 동물들을 관장하는 우두머리이자 바다의 여신이다. 세드나는 북극지방의 자연과 이누이트들을 항상 보살펴 준다. 하지만 자연을 함부로 여기거나 해치면 큰 벌을 내린다. 이누이트들은 자연을 화나게 하면 자신들에게 불행한 일이 닥친다고 믿기 때문에 항상 자연을 소중히 여긴다. (‘옥픽. 행운의 흰올빼미’, ‘세드나의 전설’ 참조)
>> 이누이트의 크리스마스
운보 김기창 화백의 ‘아기 예수 탄생’은 예수의 탄생 장면을 한국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마찬가지로 이누이트에게도 이누이트식으로 표현한 예수 탄생화가 있다. 동방박사 대신 야생 동물들이 찾아오고 하늘에는 천사와 함께 흰올빼미가 지켜 본다. 사람들의 선물은 이누이트들이 신성하다고 생각하는 일각돌고래의 엄니, 사냥에 쓰는 창 들이다. 최근 이누이트 사회에는 로마 가톨릭교나 성공회, 개신교 들의 새로운 종교가 소개되고 있지만 이처럼 자연에 대한 믿음이 여전히 깔려 있다. (‘이누이트의 아기 예수’ 참조)
>> 문명과 야만의 잘못된 기준
동물 가죽이나 나뭇잎을 두르고 사냥을 하며 살아가는 오지의 부족들을 접할 때, 우리는 쉽게 ‘미개하다’, ‘야만적이다’라고 한다. 그들을 우리와 대등한 또 하나의 인류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계몽시켜야 할 ‘미천한’ 존재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문명과 미개의 기준은 대체 어디에서 온 것일까?
근대 이후, 서구의 과학·기술과 자본은 문명과 미개를 판단하는 유일한 기준으로 자리 잡아왔다. 서구 중심의 이런 가치관에는 타문화를 쉽게 업신여기는 ‘폭력적인’ 태도가 깔려 있다. 지금도 우리는 이누이트를 ‘날고기를 잡아먹고 사는 사람들’이라는 뜻의 ‘에스키모’로 부르며, 털가죽을 걸치고 개썰매를 끄는 ‘미개한’ 사람들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 이누이트가 쓰고 그린 최초의 이누이트 이야기
이누이트는 이런 서구 중심의 가치관에 철저하게 희생된 종족이다. 북극이라는 극한의 환경을 이기며 수천 년 동안 다져온 이누이트의 고유한 문화와 생활 방식은 서구 문명이 들이닥치면서 불과 백여 년 만에 순식간에 파괴되었다. 오늘날 이누이트의 문화는 사실상 멸종해 버린 상태이다. 이누이트가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이누이트를 제대로 만날 수 있는 통로도 함께 사라졌다.
그동안 우리는 서구인의 눈을 통해 왜곡된 이누이트의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이누이트의 슬픈 역사를 모두 경험한 이누이트이다. 이누이트가 직접 이누이트를 이야기한 책은 어린이책은 물론 출판계 전체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들다.
2. 책의 저자
>> 노르미 에쿠미악은 이누이트이다
이누이트의 삶을 글과 그림으로 담아 낸 노르미 에쿠미악은 과연 누구인가? 그는 탐험가나 인류학자도, 이름난 화가나 작가도 아니다. 그는 북극에서 나고 자랐으며 북극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누이트이다. 그리고 그의 인생은 이누이트족의 슬픈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 알코올 중독자로 전락한 이누이트의 오늘
저작권 계약을 맺으려 했을 때 노르미 에쿠미악은 이미 ‘죽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몇 달 동안 수소문한 끝에 노르미 에쿠미악이 살아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는 캐나다 오타와에 있는 한 노숙자 보호 시설에서 발견되었다. 아름다운 퀼트에 북극을 담아 내던 솜씨 좋은 화가는 온데간데없고,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알코올 중독자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이누이트들이 종족의 뿌리를 잃고 정신적 상실감을 이기지 못해 도시의 부랑자로 떠돈다고 한다. 노르미 에쿠미악도 자기가 나고 자란 땅에서 이방인이 되어 버린 현실 앞에서 부랑자의 삶을 ‘선택’했다.
>> 노르미 에쿠미악의 슬픈 독백
노르미 에쿠미악이 병을 얻기 전에 쓴 이 책에는 이누이트로도 살지 못하고 도시인으로도 살 수 없었던 그의 마지막 독백이 담겨 있다.
나는 이누이트입니다. 나는 캐나다 동부 해안의 케이프존스라는 마법의 땅에서 태어났지요. 나는 어린 시절의 모든 것을 기억합니다. 부모님과 형제들, 누이들과 함께 포트조지에 있는 할아버지 댁에서 자랐는데 이누이트의 여러 풍습을 배우고 그림 그리는 법과 수놓는 법도 배웠지요. 나는 육지 동물, 새, 물고기, 바다 동물들의 영혼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올빼미와 북극곰의 울음소리, 세드나의 노랫소리도 들을 수 있지요. 어렸을 때 앓은 귓병 때문에 사람들의 말은 잘 알아듣지 못하지만 영혼의 소리는 잘 들린답니다. 하지만 1971년에 나는 포트조지를 떠나야 했습니다. 혼자가 된 나는 너무 외로웠습니다. 그 후 남부 도시의 생활에 조금씩 적응해 가며 대학과 미술학교를 다니기도 했지만, 나는 항상 그리운 포트조지로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제임스 만 수력 발전 사업이 그 지역을 덮쳐 포트조지는 치사시비라는 새로운 보호 구역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 곳에는 더 이상 나의 북극이 없습니다. 나의 북극은 이제 추억 속에만 남아 있습니다. 나는 지금 캐나다 남부 지역에 살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나는 도시의 이누이트입니다. (저자의 글, ‘나는 누구인가?’에서 요약)
3. 책의 특징
>> 이누이트의 슬픈 자서전
이누이트는 곧잘 털가죽을 뒤집어쓴 신기하고 독특한 종족으로 소개된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여행가나 탐험가의 관점에서 이누이트의 풍물에 대한 호기심을 채워 주는 책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북극에서 직접 나고 자란 이누이트가 생생한 기억 속 어린 시절을 들려주는 진짜 이누이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사라져 버린 이누이트의 고유한 삶을 가장 가까이서, 가장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 전통 퀼트에 담은 이누이트 이야기
겹겹이 덧댄 천에 한 땀 한 땀 수놓은 모직 퀼트는 이누이트의 전통 예술이다. 노르미 에쿠미악은 어린 시절 할아버지로부터 배운 전통 자수를 이용해 북극의 풍경과 이누이트의 세계를 표현했다. 투박한 듯하지만 섬세하고, 소박한 듯하지만 화려한 퀼트 작품은 이누이트의 삶의 모습과 잘 닮아 있다. 이누이트의 예술 작품을 통해 만나는 이누이트 이야기는 그 어떤 장황한 설명보다 강렬하다.
>> 그림책과 논픽션의 만남
이 책은 그림과 캡션만으로 이루어진 간결하고 독특한 논픽션 그림책이다. 그림은 북극의 자연과 의식주, 놀이, 신화에 이르기까지 이누이트의 모든 것을 빠짐없이 담고 있다. 노르미 에쿠미악의 슬픔을 억누른 담담한 나레이션과 함께 어우러진 그림은 소리 없이 사라져 가는 한 종족의 비장한 슬픔을 표현한 것이다.
>> 사라져 가는 이누이트 글자를 만나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생소한 문자를 만날 수 있다. 바로 이누이트의 글자이다. 이누이트 말로는 ‘이눅티투트’라고 한다. 하지만 이누이트의 고유 문자는 문화가 파괴되는 속도보다 더 빨리 사라져 가고 있다. 오늘날 지구상에 남은 이누이트 가운데 약 8% 정도만이 고유한 이누이트의 글자를 쓸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소멸 위기에 처한 이눅티투트를 한글과 함께 실었다.
4. 책 소개
사람들은 북극지방의 원주민을 주로 ‘에스키모’라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이누이트’로 불리기를 원한다. 에스키모는 ‘날고기를 먹는 사람들’이라는 뜻이지만 이누이트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이누이트들은 북극이라는 극한 환경에서 수천 년 동안을 살아왔다. 하지만 그들의 북극은 더 이상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곳이 되었다. 서구의 기술과 문화가 들어오면서 이누이트 고유의 문화가 모두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누이트가 최초로 쓰고 그린 이누이트 이야기이다. 돌아갈 곳을 잃어버린 북극 사람들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가 그들의 문화, 신앙, 신화와 함께 펼쳐진다.
5. 책의 내용
>> 이누이트는 어디서든 집을 짓는다
이누이트들은 눈으로 지은 이글루에서만 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글루는 이누이트의 겨울용 가옥이다. 눈과 얼음이 녹는 여름에는 물범 가죽을 이어 붙여 천막을 친다. 최근에는 현대적인 집들도 많이 짓고 있다. 이글루는 눈더미로 벽돌을 만든 다음 돔처럼 쌓아올려 짓는다. 솜씨 좋은 이누이트들은 2시간 만에도 이글루를 완성할 수 있다. 여름에는 가죽을 가지고 다니면서 어디서든 천막을 친다. 이누이트는 사냥감을 찾아 끝없이 이동하기 때문에 여름이든 겨울이든 어디에서건 바로 짓고 허물 수 있는 집을 지어 왔다. (‘이글루’, ‘끝없는 여행’ 참조)
>> 최고의 이사 장소는 사냥감이 많은 곳
이누이트는 주로 동물이나 물고기를 사냥해 먹을거리를 구한다. 마을에서 더 이상 사냥감을 찾기 힘들 때는 마을 전체가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한다. 이누이트들은 이렇게 수천 년 동안 먹을거리를 찾아 이동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이누이트들은 동물을 함부로 사냥하지 않는다. 모든 동물과 사물에 생명과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으며 자기도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년 전 서구 문명인들은 동물 보호 운동을 내세워 이누이트의 기본적인 생계를 위협했다. 세계적인 환경 단체인 그린피스조차 이누이트 사회에 대한 몰이해로 바다표범 사냥을 금지시키는 법을 만들었다. 사냥을 할 수 없게 되자 이누이트의 식생활에는 큰 문제가 생겼으며, 더 이상 동물 가죽을 팔아 생계를 유지할 수도 없게 되었다. 바다표범을 구하기 위해 이누이트 사회를 근본부터 무너뜨린 꼴이 된 것이다. (‘새로운 마을 찾기’, ‘옥픽, 행운의 흰올빼미’ 참조)
>> 뛰고, 타고, 날아오르는 이누이트
아이들의 놀이 끊임없이 눈보라가 몰아치는 북극에서는 눈더미에 파묻히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극의 아이들은 밖에 나가 노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여럿이서 한 사람을 담요에 태워 하늘로 띄우는 놀이는 아찔한 즐거움과 용감한 심성을 길러 준다. 실로 동물이나 사물 모양을 뜨는 놀이는 그 종류가 200가지가 넘는다. 이누이트 아이들의 놀이는 세계의 어떤 다른 문명사회의 놀이 문화와 비교해 보아도 다르거나 ‘미개’하지 않다. 이누이트 아이들이 하는 실뜨기나 외발뛰기, 눈 미끄럼 타기 들은 오히려 우리 아이들의 놀이와 너무도 닮아 있다. (‘눈더미에서 미끄럼 타기’, ‘담요에 태워 공중으로 띄우기’, ‘실뜨기 놀이’ 참조)
>> 매머드 사냥
수천 년 전 이누이트 조상들은 지금보다 키가 훨씬 작았다. 하지만 지금보다 훨씬 거대한 동물을 사냥했다. 당시 북극에는 매머드 외에는 사냥감이 없었다. 이누이트 조상들은 생존을 위해 매머드라는 거대한 맹수와 싸워 이겨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족 모두의 힘이 필요했다. 이누이트들은 힘을 모아 크고 깊은 구덩이를 파고 매머드를 유인해 그 구덩이에 빠뜨렸다. 이누이트 조상의 매머드 사냥은 전설이 아니다.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이누이트의 강인한 역사의 한 장면이다. (‘매머드 사냥’ 참조)
>> 이누이트를 지배하는 힘, 자연
이누이트가 가장 크게 믿고 의지하는 것은 자연이다. 이누이트들은 북극곰, 올빼미와 영혼의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또한 ‘세드나’라는 여신을 믿고 따른다. 세드나는 북극의 동물들을 관장하는 우두머리이자 바다의 여신이다. 세드나는 북극지방의 자연과 이누이트들을 항상 보살펴 준다. 하지만 자연을 함부로 여기거나 해치면 큰 벌을 내린다. 이누이트들은 자연을 화나게 하면 자신들에게 불행한 일이 닥친다고 믿기 때문에 항상 자연을 소중히 여긴다. (‘옥픽. 행운의 흰올빼미’, ‘세드나의 전설’ 참조)
>> 이누이트의 크리스마스
운보 김기창 화백의 ‘아기 예수 탄생’은 예수의 탄생 장면을 한국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마찬가지로 이누이트에게도 이누이트식으로 표현한 예수 탄생화가 있다. 동방박사 대신 야생 동물들이 찾아오고 하늘에는 천사와 함께 흰올빼미가 지켜 본다. 사람들의 선물은 이누이트들이 신성하다고 생각하는 일각돌고래의 엄니, 사냥에 쓰는 창 들이다. 최근 이누이트 사회에는 로마 가톨릭교나 성공회, 개신교 들의 새로운 종교가 소개되고 있지만 이처럼 자연에 대한 믿음이 여전히 깔려 있다. (‘이누이트의 아기 예수’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