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사북 (사계절1318문고 34)
- 2302
• 지은이 : 이옥수
• 가격 : 10,000원
• 책꼴/쪽수 :
223*152mm, 201쪽
• 펴낸날 : 2005-04-25
• ISBN : 9788958280859
• 십진분류 : 문학 > 한국문학 (810)
• 추천기관 :
한국문화예술위원회(구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어린이도서연구회, 책으로따뜻한세상을여는교사들, 열린어린이, 학교도서관저널, 부산시교육청
책으로따뜻한세상만드는교사들 권장도서, 어린이도서연구회 권장도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문학도서 선정
책으로따뜻한세상만드는교사들 권장도서, 어린이도서연구회 권장도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문학도서 선정
• 태그 : #인권 #짝사랑 #청소년 #1318 #소설 #탄광촌
저자소개
지은이 : 이옥수
1962년 경북 울진에서 태어났다. 숭실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지금은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하고 있다. 대산문화재단의 창작 지원금을 받으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서초동 꽃마을 비닐하우스촌에서 살아가는 도시 빈민들의 애환을 비행소년으로 낙인 찍힌 주인공의 심리를 통해 예리하면서도 깊은 통찰력으로 꿰뚫은 소설『푸른 사다리』로 ‘제2회 사계절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아빠, 업어 줘』『똥 싼 할머니』등이 있다.
서초동 꽃마을 비닐하우스촌에서 살아가는 도시 빈민들의 애환을 비행소년으로 낙인 찍힌 주인공의 심리를 통해 예리하면서도 깊은 통찰력으로 꿰뚫은 소설『푸른 사다리』로 ‘제2회 사계절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아빠, 업어 줘』『똥 싼 할머니』등이 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1980년 4월, 강원도 사북 탄광촌에서 일어난 광부들의 인권항쟁을 소재로 당시 광산촌 사람들의 삶의 애환을 밀도 있게 그린 소설. 한창 이성에 눈뜰 나이인 16살 사북 소녀가 젊은 광부 오빠를 짝사랑하면서 겪게 되는 감정과 80년 당시 광부들과 그 가족들의 하루하루가 생생하게 다가온다.
편집자 추천글
>> 열여섯 소녀의 눈으로 본 사북항쟁
『내 사랑, 사북』은 흔히 민주화의 상징으로 일컬어지는 80년 5월 광주항쟁보다 한달 더 먼저 일어난 강원도 사북, 탄광촌의 민중봉기인 ‘사북항쟁’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현재 사북의 광산들은 폐광이 되었고, 광부들 사택이 있던 자리에는 거대한 카지노촌이 형성되어 있다. 최근 광주항쟁이나 제주 4·3항쟁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 소설들은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아직 사북항쟁을 정면으로 다룬 소설은 한편도 없는 상태이다.
이 책을 쓴 이옥수는 역사적인 굵직한 사건으로 기억되지는 않지만 우리의 소소한 일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작고 의미있는 현대사에 꾸준한 관심을 갖고 글을 써왔다. 제2회 사계절문학상을 수상한 『푸른 사다리』도 ‘서초동 법원단지 앞 꽃마을 비닐하우스촌’이라는 이름만큼이나 복잡하고 역설적인 동네에 사는 도시 빈민들의 삶의 실상을 그곳에서 성장하는 청소년들의 눈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내 사랑, 사북』에서는 사랑에 눈뜨게 된 주인공 소녀가 사춘기 소녀 특유의 걷잡을 수 없이 설레는 마음과 탄가루를 뒤집어쓰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광산촌을 벗어나려는 열망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하늘 두 꺼풀을 덮어쓰고 살아가는” 광부들의 애환과 투쟁을 마음속 깊이 느끼고 이해하는 모습을 80년 4월 사북항쟁 기간(21~24일)을 전후로 이십여일 동안에 농밀하게 담아냈다.
우리나라 최대의 민영탄광인 동원탄좌 사북광업소의 광부와 가족들이 어용노조와 열악한 노동환경에 항거, 4일 동안 사북을 점거한 ‘사북항쟁’은 그동안 당한 억압과 착취 속에 신음해 오던 노동자와 민중의 집단적 분노가 표출된 것이다. 앞으로 카지노촌으로만 인식될 사북과 현대사에서 아직까지도 복원되지 않은 사북 사람들의 진실을 젊은 사람들과 청소년들에게 알리고 싶어서 이 작품을 썼다는 작가의 뜻도 높이 사줄 만하지만, 이 책에는 당시 광부들의 삶과 광산촌의 하루하루가 고스란히 녹아 있어 색다른 체험을 하게 해준다. 또한 감수성 풍부한 열여섯 살 소녀의 짝사랑이 때로는 광기 어리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펼쳐진다.
>> 젊은 광부 오빠를 사랑했네
영국 시인 T. S. 엘리엇의 ‘황무지’라는 시처럼 이 작품에서는 광부들과 사북 사람들에게는 평생 잔인한 4월으로 기억될 한 달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 마른 구근 (球根)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주었다 (……) 하지만 열여섯, 중3 소녀 주인공 김수하에게 4월은 짝사랑이라는 달콤함과 함께 찾아온다.
수하는 아직 막장에서 잘나가는 선산부는 아니지만 한달 만근을 꼬박꼬박 채워오는 후산부, 이른바 아다무끼로 일하는 성실한 아빠와 아빠가 만근을 채울 수 있도록 끊임없이 잔소리를 해대고 자식들만큼은 광산촌에서 벗어나게 하고파 부업으로 홀치기를 하고 왕소금 절약정신에 불타는 엄마와 어리숙하기 짝이 없는 남동생 수한이와 함께 지장산 사택에서 산다. 벽돌 한 장으로 벽을 해넣어 이웃집에서 나는 소리가 제 집 안방처럼 들리고, 발이 방 밖으로 뻗어나갈 만큼 좁고 옹색한 토끼장 같은 사택이지만 식구들끼리 알쿵달쿵 사는 모습만큼은 남들과 똑같다. 수하는 ‘미운오리새끼’처럼 자기 스스로는 백조이지만 아직 때가 되지 않아 이곳 강제수용소 같은 사택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늘 탈출을 꿈꾼다.
공중수돗가에서 우연히 마주친 젊은 광부 오빠한테 첫눈에 반해서는 병반에 나가는 오빠 얼굴을 혹시라도 볼 수 있을까 싶어 밤이 되면 양동이를 들고 수돗가로 향하고, 자기네 옆동에 산다는 것을 안 이후로는 그 집 앞을 날마다 서성거린다. 그런 수하의 마음을 광부 오빠 정욱은 몰라주고, 사끼야마(선산부)가 되고 싶어하는 광호는 이런 수하의 속도 모르고 수하에게 애정공세를 퍼붓는다. 수하가 자신의 짝사랑을 상담할 유일한 상대는 유부남을 짝사랑했다가 집에서 쫓겨난 적이 있는 미영 언니이다.
>> “하늘 두 꺼풀 덮어쓰고 사는” 우리 이웃 이야기
어느날 막장에 사고가 나 수하 아빠를 비롯해 광부들이 갱 안에 갇히게 된다. 아빠는 무사히 구조되었지만 주검으로 들것에 실려나오는 다른 광부와 그 가족들의 오열을 목도하고 수하는 광부들의 삶과 광산촌에 다시 한번 진저리를 친다. 하지만 이 사고로 인해 광부 오빠 정욱과 친해지게 되고 수하의 짝사랑엔 불이 붙는다.
아빠와 이웃사촌인 춘배 아저씨는 이 사고를 계기로 자기네들이 받는 부당대우와 안전은 생각지도 않고 무조건 두더지처럼 탄만 캐내라는 회사측의 요구에 다시 한번 발끈하게 되고, 암행독찰대라는 감시반의 감시를 받으면서까지 살아야 하는 자기네 처지를 다가오는 노조지부장 선거를 통해 어떻게든 바꿔보려 한다. 엄마의 잔소리에도 불구하고 아빠는 다른 광부들과 함께 서울로 내려가고 드디어 사북에서는 대단위 집회가 일어난다.
수하는 집회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는 정욱 오빠를 보며 비겁자라고 미워하며 괴로워하다가 자신이 오해했음을 알고 더욱 좋아하게 되고, 하루 시위에 나갔다가 겁이 나서 옷장 안에 숨어 있다가 불행 중 다행으로 동생 수한이가 맹장수술을 받게 되어 병원에 있게 된 엄마는 시위가 마무리되자 우물 방송에서 아빠 자랑과 자기를 정당화하는 작업에 열심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광산촌 사람들의 애환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5월이 되어 아빠는 다시 출근을 하고 사람들도 다시 우물가에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평온한 상태가 되는가 싶더니 어느 날 갑자기 아빠를 비롯하여 정욱 오빠, 춘배 아저씨, 그리고 동네 사람들이 커다란 차에 실려 하나둘씩 사라진다. 하지만 이들이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지 그들이, 그리고 사북 사람들이 빨갱이라는 소문 말고는 들리는 소식이 없다. 그 해 겨울 수하네 가족은 만신창이가 되어 사북을 떠나고 수하는 다시는 그곳을 찾지 않는다.
“철 모르던 그 시절, 다행히도 나에게는 풋풋한 첫사랑이 있어 그 잔혹했던 봄날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회상하는 수하는 한때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았던 ‘사북사태’의 한가운데에서 피할 수 없는 사랑과 투쟁을 자신이 감당해야 할 삶으로 충실히 거두어들였다. 그리고 수하에겐 사랑하는 정욱 오빠뿐만 아니라 “무협지를 손에 잡았다 하면 아예 식음을 전폐하고” 살지만 동생 수한이를 업고 한달음에 병원으로 내달릴 줄 아는 정 많은 춘배 아저씨, “남의 말은 떡 먹고 참으라고 해도 못 참”는 성격이지만 시위 때 열심히 나선 떠버리 아줌마, 그리고 ‘많이 배웠지만 연좌제 때문에 출셋길이 꽉 막혀버린’ 순태 아빠 등 서로 다른 사연을 안고 모여 든 광산촌 이웃들이 있다. 또한 손에 잡힐 듯이 그려진 지장산 사택과 안경다리, 언덕과 공동 수돗가 등 사북의 모든 것이 세월의 더께를 안고 정겹게 다가온다.
『내 사랑, 사북』은 흔히 민주화의 상징으로 일컬어지는 80년 5월 광주항쟁보다 한달 더 먼저 일어난 강원도 사북, 탄광촌의 민중봉기인 ‘사북항쟁’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 현재 사북의 광산들은 폐광이 되었고, 광부들 사택이 있던 자리에는 거대한 카지노촌이 형성되어 있다. 최근 광주항쟁이나 제주 4·3항쟁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 소설들은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아직 사북항쟁을 정면으로 다룬 소설은 한편도 없는 상태이다.
이 책을 쓴 이옥수는 역사적인 굵직한 사건으로 기억되지는 않지만 우리의 소소한 일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작고 의미있는 현대사에 꾸준한 관심을 갖고 글을 써왔다. 제2회 사계절문학상을 수상한 『푸른 사다리』도 ‘서초동 법원단지 앞 꽃마을 비닐하우스촌’이라는 이름만큼이나 복잡하고 역설적인 동네에 사는 도시 빈민들의 삶의 실상을 그곳에서 성장하는 청소년들의 눈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내 사랑, 사북』에서는 사랑에 눈뜨게 된 주인공 소녀가 사춘기 소녀 특유의 걷잡을 수 없이 설레는 마음과 탄가루를 뒤집어쓰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광산촌을 벗어나려는 열망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하늘 두 꺼풀을 덮어쓰고 살아가는” 광부들의 애환과 투쟁을 마음속 깊이 느끼고 이해하는 모습을 80년 4월 사북항쟁 기간(21~24일)을 전후로 이십여일 동안에 농밀하게 담아냈다.
우리나라 최대의 민영탄광인 동원탄좌 사북광업소의 광부와 가족들이 어용노조와 열악한 노동환경에 항거, 4일 동안 사북을 점거한 ‘사북항쟁’은 그동안 당한 억압과 착취 속에 신음해 오던 노동자와 민중의 집단적 분노가 표출된 것이다. 앞으로 카지노촌으로만 인식될 사북과 현대사에서 아직까지도 복원되지 않은 사북 사람들의 진실을 젊은 사람들과 청소년들에게 알리고 싶어서 이 작품을 썼다는 작가의 뜻도 높이 사줄 만하지만, 이 책에는 당시 광부들의 삶과 광산촌의 하루하루가 고스란히 녹아 있어 색다른 체험을 하게 해준다. 또한 감수성 풍부한 열여섯 살 소녀의 짝사랑이 때로는 광기 어리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펼쳐진다.
>> 젊은 광부 오빠를 사랑했네
영국 시인 T. S. 엘리엇의 ‘황무지’라는 시처럼 이 작품에서는 광부들과 사북 사람들에게는 평생 잔인한 4월으로 기억될 한 달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 / 마른 구근 (球根)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어주었다 (……) 하지만 열여섯, 중3 소녀 주인공 김수하에게 4월은 짝사랑이라는 달콤함과 함께 찾아온다.
수하는 아직 막장에서 잘나가는 선산부는 아니지만 한달 만근을 꼬박꼬박 채워오는 후산부, 이른바 아다무끼로 일하는 성실한 아빠와 아빠가 만근을 채울 수 있도록 끊임없이 잔소리를 해대고 자식들만큼은 광산촌에서 벗어나게 하고파 부업으로 홀치기를 하고 왕소금 절약정신에 불타는 엄마와 어리숙하기 짝이 없는 남동생 수한이와 함께 지장산 사택에서 산다. 벽돌 한 장으로 벽을 해넣어 이웃집에서 나는 소리가 제 집 안방처럼 들리고, 발이 방 밖으로 뻗어나갈 만큼 좁고 옹색한 토끼장 같은 사택이지만 식구들끼리 알쿵달쿵 사는 모습만큼은 남들과 똑같다. 수하는 ‘미운오리새끼’처럼 자기 스스로는 백조이지만 아직 때가 되지 않아 이곳 강제수용소 같은 사택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늘 탈출을 꿈꾼다.
공중수돗가에서 우연히 마주친 젊은 광부 오빠한테 첫눈에 반해서는 병반에 나가는 오빠 얼굴을 혹시라도 볼 수 있을까 싶어 밤이 되면 양동이를 들고 수돗가로 향하고, 자기네 옆동에 산다는 것을 안 이후로는 그 집 앞을 날마다 서성거린다. 그런 수하의 마음을 광부 오빠 정욱은 몰라주고, 사끼야마(선산부)가 되고 싶어하는 광호는 이런 수하의 속도 모르고 수하에게 애정공세를 퍼붓는다. 수하가 자신의 짝사랑을 상담할 유일한 상대는 유부남을 짝사랑했다가 집에서 쫓겨난 적이 있는 미영 언니이다.
>> “하늘 두 꺼풀 덮어쓰고 사는” 우리 이웃 이야기
어느날 막장에 사고가 나 수하 아빠를 비롯해 광부들이 갱 안에 갇히게 된다. 아빠는 무사히 구조되었지만 주검으로 들것에 실려나오는 다른 광부와 그 가족들의 오열을 목도하고 수하는 광부들의 삶과 광산촌에 다시 한번 진저리를 친다. 하지만 이 사고로 인해 광부 오빠 정욱과 친해지게 되고 수하의 짝사랑엔 불이 붙는다.
아빠와 이웃사촌인 춘배 아저씨는 이 사고를 계기로 자기네들이 받는 부당대우와 안전은 생각지도 않고 무조건 두더지처럼 탄만 캐내라는 회사측의 요구에 다시 한번 발끈하게 되고, 암행독찰대라는 감시반의 감시를 받으면서까지 살아야 하는 자기네 처지를 다가오는 노조지부장 선거를 통해 어떻게든 바꿔보려 한다. 엄마의 잔소리에도 불구하고 아빠는 다른 광부들과 함께 서울로 내려가고 드디어 사북에서는 대단위 집회가 일어난다.
수하는 집회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는 정욱 오빠를 보며 비겁자라고 미워하며 괴로워하다가 자신이 오해했음을 알고 더욱 좋아하게 되고, 하루 시위에 나갔다가 겁이 나서 옷장 안에 숨어 있다가 불행 중 다행으로 동생 수한이가 맹장수술을 받게 되어 병원에 있게 된 엄마는 시위가 마무리되자 우물 방송에서 아빠 자랑과 자기를 정당화하는 작업에 열심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광산촌 사람들의 애환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5월이 되어 아빠는 다시 출근을 하고 사람들도 다시 우물가에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평온한 상태가 되는가 싶더니 어느 날 갑자기 아빠를 비롯하여 정욱 오빠, 춘배 아저씨, 그리고 동네 사람들이 커다란 차에 실려 하나둘씩 사라진다. 하지만 이들이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지 그들이, 그리고 사북 사람들이 빨갱이라는 소문 말고는 들리는 소식이 없다. 그 해 겨울 수하네 가족은 만신창이가 되어 사북을 떠나고 수하는 다시는 그곳을 찾지 않는다.
“철 모르던 그 시절, 다행히도 나에게는 풋풋한 첫사랑이 있어 그 잔혹했던 봄날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회상하는 수하는 한때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았던 ‘사북사태’의 한가운데에서 피할 수 없는 사랑과 투쟁을 자신이 감당해야 할 삶으로 충실히 거두어들였다. 그리고 수하에겐 사랑하는 정욱 오빠뿐만 아니라 “무협지를 손에 잡았다 하면 아예 식음을 전폐하고” 살지만 동생 수한이를 업고 한달음에 병원으로 내달릴 줄 아는 정 많은 춘배 아저씨, “남의 말은 떡 먹고 참으라고 해도 못 참”는 성격이지만 시위 때 열심히 나선 떠버리 아줌마, 그리고 ‘많이 배웠지만 연좌제 때문에 출셋길이 꽉 막혀버린’ 순태 아빠 등 서로 다른 사연을 안고 모여 든 광산촌 이웃들이 있다. 또한 손에 잡힐 듯이 그려진 지장산 사택과 안경다리, 언덕과 공동 수돗가 등 사북의 모든 것이 세월의 더께를 안고 정겹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