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를 넘어선 종교
- 1979
• 지은이 : 최준식
• 가격 : 13,800원
• 책꼴/쪽수 :
223*152mm, 292쪽
• 펴낸날 : 2005-02-28
• ISBN : 9788958280743
• 십진분류 : 종교 > 종교 (200)
• 태그 : #교양 #종교 #종교학
저자소개
지은이 : 최준식
충북 음성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템플 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종교학)를 받았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한국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며, 국제 한국학회 회장과 한국문화표현단 단장을 역임하고 있다.
우리 문화를 여러 각도에서 흥미롭게 분석·진단함으로써 독자들로부터 상당한 호흥을 받아왔으며, 특히 한국인의 천민성과 집단 이기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한 『한국인에게 문화는 있는가』(1997)는 장안의 화젯거리가 되었다. 그 외에도 우리 문화 전통의 장단점을 재조명한 「한국인에게 문화는 없다고?」를 비롯하여 『한국의 종교, 문화로 읽는다』1, 2(1998), 『한국미 그 자유분방함의 미학』(2000),「한국인은 왜 틀을 거부하는가?」등의 저서가 있으며, 공저로는 『한국문화와 한국인』(1989), 『한국인에게 밥은 무엇인가』(2004)가 있으며, 편저로는 『개벽시대를 여는 사람들』(1998), 역서로는 『도교란 무엇인가』(1990), 『종교 심리학』상, 하(1993), 『사후생(死後生)』(2002) 등이 있다. 그외 논문으로는 「한국인의 생사관-전통적 이해와 새로운 형식」, 「조상 숭배가 전통 사회에서 갖는 두세 가지 의미에 대해」 등 다수가 있다.
우리 문화를 여러 각도에서 흥미롭게 분석·진단함으로써 독자들로부터 상당한 호흥을 받아왔으며, 특히 한국인의 천민성과 집단 이기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한 『한국인에게 문화는 있는가』(1997)는 장안의 화젯거리가 되었다. 그 외에도 우리 문화 전통의 장단점을 재조명한 「한국인에게 문화는 없다고?」를 비롯하여 『한국의 종교, 문화로 읽는다』1, 2(1998), 『한국미 그 자유분방함의 미학』(2000),「한국인은 왜 틀을 거부하는가?」등의 저서가 있으며, 공저로는 『한국문화와 한국인』(1989), 『한국인에게 밥은 무엇인가』(2004)가 있으며, 편저로는 『개벽시대를 여는 사람들』(1998), 역서로는 『도교란 무엇인가』(1990), 『종교 심리학』상, 하(1993), 『사후생(死後生)』(2002) 등이 있다. 그외 논문으로는 「한국인의 생사관-전통적 이해와 새로운 형식」, 「조상 숭배가 전통 사회에서 갖는 두세 가지 의미에 대해」 등 다수가 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최준식 교수가 아우르는 연구의 폭은 대단히 넓다고 정평이 나 있다. 저자는 『한국의 종교, 문화로 읽는다』1·2·3 으로 전통 무교, 유교, 불교, 도교를 거쳐 동학, 증산교, 원불교까지 기독교를 제외하고 한국의 모든 종교를 정리했다. 여기에 기반하여 종교학자로서 세계 종교를 수십 년 동안 연구한 결과물이 더해져 한국적 종교학의 단초를 세운 것이다. 저자는 책의 전반부에서 종교학 일반에 대한 개론적인 지식을 제공한 다음 후반부에서 세계의 다양한 종교를 한꺼번에 다룰 수 있는 핵심적 주제 세 가지를 내놓는다.
편집자 추천글
1. 기획 의도
◎ 세계 종교 아울러 쉽게 풀어 쓴 최초의 종교학 입문서
종교학 책은 대부분 개별 종교를 각각 설명하거나 여러 종교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한편 종교라는 것이 인간에게 도대체 무엇인지를 묻는, 종교의 본질에 대한 일반론을 서술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작업은 개별 종교에 대한 연구가 성숙되고 그 성과를 종합하는 단계에 가야 나올 수 있다. 이화여대 한국학과 최준식 교수는 30여 년 간 한국 종교를 중심으로 세계 종교를 아우르는 연구를 해왔는데, 이번에 그 동안의 성과를 집약하여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어 내놓았다. 이제까지 종교 일반론에 대한 책은 더러 있었지만 학술적 차원에 머물렀던 것에 비추어 보면 이 책은 최초의 대중적 종교학 입문서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2. 주요 내용
― 서설 ― 序說 ― 종교학의 주요 문제
1. 우리나라 종교인들의 두 가지 태도 - 모르거나 혹은 너무 잘(?) 알거나 저자는 우리나라 종교인의 태도를 둘로 나눈다. 먼저 자신의 종교에 대해 별 의문이 없는 사람들로서 그냥 구원받고 마음의 평화를 얻으면 되는 거지 복잡한 내용이야 알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 또 한 부류는 자기 종교에 대해 너무나 강한 확신을 갖고 있는 사람들로서 주로 개신교를 믿는 사람들 중에 있는데, 다른 종교를 인정할 수 없다는 배타적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몰이해적이거나 배타적인 사람들이 많은 한국 종교계의 배경에는 종교에 대한 이성적이고 역사적인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보수적인 종교계가 있다고 한다.
2. 가족닮은꼴 이론을 이용한 종교의 정의 - 종교에 대한 단선적 이해 비판 세계의 종교는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어떤 한 가지 특성으로 설명할 수 없다. 저자는 비트겐슈타인의 가족닮은꼴 이론을 적용하여 종교의 포괄적인 정의를 시도했다. 먼저 세계 종교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12가지로 뽑아낸 다음 어느 한 가지라도 공유하고 있는 종교를 한데 묶는 작업을 반복하면 세계의 거의 모든 종교가 포괄된다. 이것은 종교의 정의를 내리려는 이제까지의 시도가 매우 단선적이고 자문화중심적이었음을 비판하는 데 목적이 있다. 다양한 종교를 정의하기 위해서는 그 방법 또한 다면적, 다층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 본설 ― 本說 ― 인간과 종교 : 종교는 인간의 필요에 의해 생겨난 문화적 현상
1. 인간에게 종교가 필요한 이유는?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죽음이다. 이것은 새삼 재론할 여지도 없다. 더불어 살아 있는 동안에도 인간은 끊임없이 여러 가지 고통에 직면하는데 이것도 너무나 두렵다. 종교는 바로 이러한 두려움에 대한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다. 세계의 종교를 보면 죽음과 삶의 고통에 대응하는 법에 대해 각자 대안을 내놓고 있다. 기독교는 구원을 통한 영생을 주장했고 불교는 해탈에 이르러 윤회의 굴레를 벗어나는 경지를 설파했다. 삶의 고통에 대해서는 그 고통의 원인을 공히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고 욕망을 버리는 것이야말로 살아 있는 동안 받는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했다. 이는 바로 종교의 근원이 신 같은 절대적 존재가 아닌 인간 자신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2. 종교를 통해 인간이 다다르고자 했던 경지는? 세계의 모든 종교는 사람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존재 혹은 경지를 제시했다. 동북아시아 종교에서는 천(天), 도(道)가 그것이고 힌두교에서는 브라만(Brahman), 불교는 공(空)이라고 불렀다. 또 중근동에서는 야훼(Yahweh), 혹은 알라(alla)라고 했다.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절대적 실재 혹은 신(神)을 지칭했다. 이것은 현재 세계의 모든 종교들이 절대적인 것으로 제시하는 것이 그 나라의 문화적 산물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하지만 사람들은 끊임없는 수련과 고행을 해서라도 이러한 절대적 실재와 가까워지고 결국엔 하나가 되고자 한다. 이는 모든 고통의 근원인 자의식을 버리고 자신을 완전히 의탁할 수 있는 존재에게 모든 것을 맏기고 평안을 얻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3. 그러한 경지에 들어가기 위한 방법은? 종교마다 다양한 절대적 실재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 실재에 이르는 방법 또한 다양한데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지혜의 길. 이는 매우 소수의 특별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인데 엄청난 명상과 수련을 통해 절대 실재와 하나가 되는 것이다. 둘째, 헌신의 길. 이것도 쉬운 길은 아닌데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무조건 신께 감사하다고 해야 한다. 모든 일은 신의 뜻으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행위의 길. 이 가운데 가장 대중적인 방법이다. 특별한 것은 없고 다만 신을 숭배하고 신의 뜻대로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은 자신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고통에서 완전히 벗어난 상태를 설정했고, 스스로 만든 그러한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어떨 때는 목숨까지 아끼지 않는 노력을 했다.
3. 본문 맛보기
◎'종교(religion'라는 단어 자체가 서양적인 관점 사람들은 우리나라에는 무교, 불교, 유교 등 유수한 전통을 자랑하는 '종교'가 있었으니까 종교라는 말은 원래부터 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종교'란 서양의 유일신론에서 파생한 개념으로서 라틴어의 'religio', 즉 '다시 읽는다'라는 뜻에서 나왔다. 성전(聖典)을 반복해서 낭송하는 종교의식에서 비롯된 말이라는 것이다. 이 말은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겨우 100년밖에 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서양의 시각으로 우리의 무교, 불교, 유교를 해석해 온 것이다.(본문 23쪽)
◎ 무당의 굿 = 개신교의 부흥회 = 김일성에게 열광하는 북한 사람 과거 독일 TV에서 우리나라의 종교를 취재하러 와서는 무당이 굿하는 모습과 개신교의 부흥회 장면, 그리고 김일성에게 열광하는 북한 사람들의 모습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고 찍었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화이다. 서양인들에게는 김일성에게 열광하는 모습이 무당이 굿할 때 신명 내는 것이나 부흥회 때 망아경에 빠져들어 방언을 하는 모습과 별반 다르게 보이지 않게 보았다.(본문 31쪽)
◎ 아담과 이브 - 죄인인가 반역자인가? 유대 - 기독교에서는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은 이후 인간이 타락했다고 해석해왔다. 그런데 그들이 내린 해석의 의미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그들의 해석은 다소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아담과 이브가 신의 말씀을 거역했기 때문에 그 벌로 낙원인 에덴 동산에서 쫓겨났다고 본 것인데, 이 해석에는 큰 문제가 있다. 사람이 죄를 저지르려면 우선 자의식이 있어야 한다. 죄는 내가 있은 다음에 지을 수 있는 것이지 자기란 개념 자체가 없는데 무슨 죄를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통상적으로 기독교에서는 아담과 이브가 자유의지를 갖고 있으면서 그 의지를 사용하여 신의 말씀을 거역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엄밀하 게 따지면 열매를 따먹기 전의 아담과 이브에게 신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자의식이 없는 상태에서는 타자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에덴 동산 사건은 인간의 타락이라고 해석할 게 아니라 인간의 자의식이 발현된 사건으로 해석해야 한다.(본문 143쪽)
◎ 각 종교의 다양한 명상법 (본문 216쪽) ① 불교의 참선 결가부좌를 취하고 간략한 방법으로 호흡을 하면서 내적으로는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생각들을 관찰자의 입장에서 바라만 봄으로써 어떤 생각이 일어나든 그것에 이끌려 가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까 마음속에 화가 생기면 그 화의 기운을 타면서 정말로 화를 내는 게 아니라 단지'나는 화가 났다'하는 식으로 스스로에게 알리면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것이다. ② 힌두교의 만다라 명상법 일정한 그림을 보면서 하는 시각적 명상법이다. 수많은 기하학적 도형으로 구성되어 있는 만다라를 주시하는 것이 이 명상법의 주된 내용이다. 이 만다라는 가장 완전한 도형이라 할 수 있는 원이 가장 많이 나오고, 그 다음으로 사각형과 삼각형 등이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는데, 흔히들 만다라는 각자(覺者)의 깨달음의 상태를 그림으로 옮긴 것이라고들 한다. ③ 도교의 도인법 몸을 유연하게 하는 일종의 체조법으로 초기에는 주로 호랑이나 곰 같은 동물들의 자세를 흉내내서 많이 행했다. 이것이 계속 발달해서 무가(武家) 쪽에서는 무술로 나아가게 되었는데 현대에 가장 흔한 도인술로는 태극권이나 기공법을 들 수 있다. ④ 이슬람의 춤추는 명상법 명상법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것은 이슬람의 신비주의자인 수피(Sufi)교도들이 하는 명상법이다. 이들 중 마우라비파는 사람들이 치마를 입고 여럿이 모여 원을 만들어 빙글빙글 돌면서 춤을 춘다고 한다. 주문도 함께 외운다. 이 춤은 회전을 하는 동안 사람들의 망아경을 이끌어 내기 위한 것인데 춤의 속도가 절정에 이르면 내가 존재한다는 생각이 없어지고 그저 큰 원의 일부로만 느껴진다고 한다.
◎ 일부 종교인들의 비이성적인 태도 기독교와 같은 유신론을 믿는 사람들의 일부는 스스로 종교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그들은 종교를 잘 알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이 진리라고 쉽사리 확신한다. (…) 그런 사람들에게 그들이 믿는 교리의 모순을 지적하면, 그들은 곧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다. (…) '당신은 믿음이 없기 때문에 그 놀라운 하느님의 신비를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종교는 그렇게 이성을 가지고 접근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종교를 많이 안다고 생각하는 신앙인들이 사실은 별 생각 없이 종교를 신봉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기 위함이다. 종교가 그렇게 간단한 주제라면 예수나 붓다 같은 인류 최고의 천재들이 그렇게 오랫 동안 골머리를 썩지는 않았을 게다(본문 16쪽).
◎ 세속의 학문과 노자의 학문 세속의 학문이 나날이 더해가는 것(익지우익, 益之又益)이라면 자기의 배움은 나날이 덜어내는 것(손지우손, 損之又損)이라 한다.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더 새로운 것을 배워서 이전 것을 대치하거나 그 위에 축적하는 일이 아니라 지금까지 잘못 프로그램된 것을 덜어내는 일뿐이다. (…) 노자의 대표 상표인 무위(無爲)는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리라(본문 208쪽).
◎ 단전의 원리 도교에서는 중단전의 원리인 기(氣)를 이용하여 상단전의 원리인 신(神)과 하단전의 원리인 정(精)을 합하는 것이 도교적 명상의 최고 목적이라고 주장한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기로 정의 힘을 끌어와 상단전에서 신과 합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본문 213쪽).
◎ 세계 종교 아울러 쉽게 풀어 쓴 최초의 종교학 입문서
종교학 책은 대부분 개별 종교를 각각 설명하거나 여러 종교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한편 종교라는 것이 인간에게 도대체 무엇인지를 묻는, 종교의 본질에 대한 일반론을 서술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작업은 개별 종교에 대한 연구가 성숙되고 그 성과를 종합하는 단계에 가야 나올 수 있다. 이화여대 한국학과 최준식 교수는 30여 년 간 한국 종교를 중심으로 세계 종교를 아우르는 연구를 해왔는데, 이번에 그 동안의 성과를 집약하여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어 내놓았다. 이제까지 종교 일반론에 대한 책은 더러 있었지만 학술적 차원에 머물렀던 것에 비추어 보면 이 책은 최초의 대중적 종교학 입문서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2. 주요 내용
― 서설 ― 序說 ― 종교학의 주요 문제
1. 우리나라 종교인들의 두 가지 태도 - 모르거나 혹은 너무 잘(?) 알거나 저자는 우리나라 종교인의 태도를 둘로 나눈다. 먼저 자신의 종교에 대해 별 의문이 없는 사람들로서 그냥 구원받고 마음의 평화를 얻으면 되는 거지 복잡한 내용이야 알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 또 한 부류는 자기 종교에 대해 너무나 강한 확신을 갖고 있는 사람들로서 주로 개신교를 믿는 사람들 중에 있는데, 다른 종교를 인정할 수 없다는 배타적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몰이해적이거나 배타적인 사람들이 많은 한국 종교계의 배경에는 종교에 대한 이성적이고 역사적인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보수적인 종교계가 있다고 한다.
2. 가족닮은꼴 이론을 이용한 종교의 정의 - 종교에 대한 단선적 이해 비판 세계의 종교는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어떤 한 가지 특성으로 설명할 수 없다. 저자는 비트겐슈타인의 가족닮은꼴 이론을 적용하여 종교의 포괄적인 정의를 시도했다. 먼저 세계 종교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12가지로 뽑아낸 다음 어느 한 가지라도 공유하고 있는 종교를 한데 묶는 작업을 반복하면 세계의 거의 모든 종교가 포괄된다. 이것은 종교의 정의를 내리려는 이제까지의 시도가 매우 단선적이고 자문화중심적이었음을 비판하는 데 목적이 있다. 다양한 종교를 정의하기 위해서는 그 방법 또한 다면적, 다층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 본설 ― 本說 ― 인간과 종교 : 종교는 인간의 필요에 의해 생겨난 문화적 현상
1. 인간에게 종교가 필요한 이유는?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죽음이다. 이것은 새삼 재론할 여지도 없다. 더불어 살아 있는 동안에도 인간은 끊임없이 여러 가지 고통에 직면하는데 이것도 너무나 두렵다. 종교는 바로 이러한 두려움에 대한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다. 세계의 종교를 보면 죽음과 삶의 고통에 대응하는 법에 대해 각자 대안을 내놓고 있다. 기독교는 구원을 통한 영생을 주장했고 불교는 해탈에 이르러 윤회의 굴레를 벗어나는 경지를 설파했다. 삶의 고통에 대해서는 그 고통의 원인을 공히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고 욕망을 버리는 것이야말로 살아 있는 동안 받는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했다. 이는 바로 종교의 근원이 신 같은 절대적 존재가 아닌 인간 자신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2. 종교를 통해 인간이 다다르고자 했던 경지는? 세계의 모든 종교는 사람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존재 혹은 경지를 제시했다. 동북아시아 종교에서는 천(天), 도(道)가 그것이고 힌두교에서는 브라만(Brahman), 불교는 공(空)이라고 불렀다. 또 중근동에서는 야훼(Yahweh), 혹은 알라(alla)라고 했다.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절대적 실재 혹은 신(神)을 지칭했다. 이것은 현재 세계의 모든 종교들이 절대적인 것으로 제시하는 것이 그 나라의 문화적 산물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하지만 사람들은 끊임없는 수련과 고행을 해서라도 이러한 절대적 실재와 가까워지고 결국엔 하나가 되고자 한다. 이는 모든 고통의 근원인 자의식을 버리고 자신을 완전히 의탁할 수 있는 존재에게 모든 것을 맏기고 평안을 얻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3. 그러한 경지에 들어가기 위한 방법은? 종교마다 다양한 절대적 실재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 실재에 이르는 방법 또한 다양한데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지혜의 길. 이는 매우 소수의 특별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인데 엄청난 명상과 수련을 통해 절대 실재와 하나가 되는 것이다. 둘째, 헌신의 길. 이것도 쉬운 길은 아닌데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무조건 신께 감사하다고 해야 한다. 모든 일은 신의 뜻으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행위의 길. 이 가운데 가장 대중적인 방법이다. 특별한 것은 없고 다만 신을 숭배하고 신의 뜻대로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은 자신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고통에서 완전히 벗어난 상태를 설정했고, 스스로 만든 그러한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 어떨 때는 목숨까지 아끼지 않는 노력을 했다.
3. 본문 맛보기
◎'종교(religion'라는 단어 자체가 서양적인 관점 사람들은 우리나라에는 무교, 불교, 유교 등 유수한 전통을 자랑하는 '종교'가 있었으니까 종교라는 말은 원래부터 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종교'란 서양의 유일신론에서 파생한 개념으로서 라틴어의 'religio', 즉 '다시 읽는다'라는 뜻에서 나왔다. 성전(聖典)을 반복해서 낭송하는 종교의식에서 비롯된 말이라는 것이다. 이 말은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겨우 100년밖에 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서양의 시각으로 우리의 무교, 불교, 유교를 해석해 온 것이다.(본문 23쪽)
◎ 무당의 굿 = 개신교의 부흥회 = 김일성에게 열광하는 북한 사람 과거 독일 TV에서 우리나라의 종교를 취재하러 와서는 무당이 굿하는 모습과 개신교의 부흥회 장면, 그리고 김일성에게 열광하는 북한 사람들의 모습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고 찍었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화이다. 서양인들에게는 김일성에게 열광하는 모습이 무당이 굿할 때 신명 내는 것이나 부흥회 때 망아경에 빠져들어 방언을 하는 모습과 별반 다르게 보이지 않게 보았다.(본문 31쪽)
◎ 아담과 이브 - 죄인인가 반역자인가? 유대 - 기독교에서는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은 이후 인간이 타락했다고 해석해왔다. 그런데 그들이 내린 해석의 의미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그들의 해석은 다소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아담과 이브가 신의 말씀을 거역했기 때문에 그 벌로 낙원인 에덴 동산에서 쫓겨났다고 본 것인데, 이 해석에는 큰 문제가 있다. 사람이 죄를 저지르려면 우선 자의식이 있어야 한다. 죄는 내가 있은 다음에 지을 수 있는 것이지 자기란 개념 자체가 없는데 무슨 죄를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통상적으로 기독교에서는 아담과 이브가 자유의지를 갖고 있으면서 그 의지를 사용하여 신의 말씀을 거역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엄밀하 게 따지면 열매를 따먹기 전의 아담과 이브에게 신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자의식이 없는 상태에서는 타자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에덴 동산 사건은 인간의 타락이라고 해석할 게 아니라 인간의 자의식이 발현된 사건으로 해석해야 한다.(본문 143쪽)
◎ 각 종교의 다양한 명상법 (본문 216쪽) ① 불교의 참선 결가부좌를 취하고 간략한 방법으로 호흡을 하면서 내적으로는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생각들을 관찰자의 입장에서 바라만 봄으로써 어떤 생각이 일어나든 그것에 이끌려 가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까 마음속에 화가 생기면 그 화의 기운을 타면서 정말로 화를 내는 게 아니라 단지'나는 화가 났다'하는 식으로 스스로에게 알리면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것이다. ② 힌두교의 만다라 명상법 일정한 그림을 보면서 하는 시각적 명상법이다. 수많은 기하학적 도형으로 구성되어 있는 만다라를 주시하는 것이 이 명상법의 주된 내용이다. 이 만다라는 가장 완전한 도형이라 할 수 있는 원이 가장 많이 나오고, 그 다음으로 사각형과 삼각형 등이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는데, 흔히들 만다라는 각자(覺者)의 깨달음의 상태를 그림으로 옮긴 것이라고들 한다. ③ 도교의 도인법 몸을 유연하게 하는 일종의 체조법으로 초기에는 주로 호랑이나 곰 같은 동물들의 자세를 흉내내서 많이 행했다. 이것이 계속 발달해서 무가(武家) 쪽에서는 무술로 나아가게 되었는데 현대에 가장 흔한 도인술로는 태극권이나 기공법을 들 수 있다. ④ 이슬람의 춤추는 명상법 명상법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것은 이슬람의 신비주의자인 수피(Sufi)교도들이 하는 명상법이다. 이들 중 마우라비파는 사람들이 치마를 입고 여럿이 모여 원을 만들어 빙글빙글 돌면서 춤을 춘다고 한다. 주문도 함께 외운다. 이 춤은 회전을 하는 동안 사람들의 망아경을 이끌어 내기 위한 것인데 춤의 속도가 절정에 이르면 내가 존재한다는 생각이 없어지고 그저 큰 원의 일부로만 느껴진다고 한다.
◎ 일부 종교인들의 비이성적인 태도 기독교와 같은 유신론을 믿는 사람들의 일부는 스스로 종교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그들은 종교를 잘 알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이 진리라고 쉽사리 확신한다. (…) 그런 사람들에게 그들이 믿는 교리의 모순을 지적하면, 그들은 곧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다. (…) '당신은 믿음이 없기 때문에 그 놀라운 하느님의 신비를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종교는 그렇게 이성을 가지고 접근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종교를 많이 안다고 생각하는 신앙인들이 사실은 별 생각 없이 종교를 신봉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기 위함이다. 종교가 그렇게 간단한 주제라면 예수나 붓다 같은 인류 최고의 천재들이 그렇게 오랫 동안 골머리를 썩지는 않았을 게다(본문 16쪽).
◎ 세속의 학문과 노자의 학문 세속의 학문이 나날이 더해가는 것(익지우익, 益之又益)이라면 자기의 배움은 나날이 덜어내는 것(손지우손, 損之又損)이라 한다.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더 새로운 것을 배워서 이전 것을 대치하거나 그 위에 축적하는 일이 아니라 지금까지 잘못 프로그램된 것을 덜어내는 일뿐이다. (…) 노자의 대표 상표인 무위(無爲)는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리라(본문 208쪽).
◎ 단전의 원리 도교에서는 중단전의 원리인 기(氣)를 이용하여 상단전의 원리인 신(神)과 하단전의 원리인 정(精)을 합하는 것이 도교적 명상의 최고 목적이라고 주장한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기로 정의 힘을 끌어와 상단전에서 신과 합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본문 21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