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네가 남긴 것 (사계절1318문고 25)
- 1436
• 지은이 : 지크프리트 렌츠
• 옮긴이 : 박종대
• 가격 : 8,000원
• 책꼴/쪽수 :
225*145mm, 234쪽
• 펴낸날 : 2002-12-28
• ISBN : 9788971969298
• 십진분류 : 문학 > 독일문학 (850)
• 도서상태 : 절판
• 추천기관 :
한국출판인회의, 어린이도서연구회, 아침햇살, 열린어린이
한국출판인회의 선정도서, 어린이도서연구회 권장도서, 열린어린이 2003 여름방학 권장도서, 제12차 아침햇살 선정 좋은 어린이책
한국출판인회의 선정도서, 어린이도서연구회 권장도서, 열린어린이 2003 여름방학 권장도서, 제12차 아침햇살 선정 좋은 어린이책
• 태그 : #청소년 #1318 #소설 #죽음 #불행 #고독 #자아 #성장
저자소개
지은이 : 지크프리트 렌츠
하인리히 뵐, 귄터 그라스 등과 함께 전후 독일문학을 대표하는 렌츠는 1926년 북부 독일의 마주렌 지방에서 태어났다. 김나지움에 다니던 17세 때 2차 대전에 징집되어 해군으로 참전했으나 패망해 가는 독일군의 실상에 환멸을 느끼고 탈영을 감행하다가 연합군의 포로가 되어 수용소 생활을 하였다. 전쟁이 끝난 뒤 서독으로 귀환하여 함부르크 대학에서 영문학, 철학, 문학을 공부하고 「디벨트 Die Welt」지의 문화·정치부 기자를 거쳐 문예란 책임 편집위원을 지냈다.
렌츠는 스스로도 인정하듯이 도스토예프스키, 포크너, 헤밍웨이의 영향 아래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51년에 첫 장편소설 『창공의 보라매』로 작가적 명성을 얻은 뒤 주로 극한 상황에 처한 고독한 인간의 운명, 사회 상황에 대한 개인의 적응 문제, 권력과 대립된 인간 문제 등 보기 드물게 폭넓은 사회 상황을 담은 작품을 발표해 왔다. 1968년에 발표한 『독일어 시간』은 권력과 예술의 갈등을 그린 소설로 출간되자마자 독일 출판계를 뒤흔들었다.
렌츠는 비단 소설뿐 아니라 희곡과 방송극 영역에서도 문학적 성공을 거두었고, 그런 성과를 바탕으로 레싱 문학상, 브레멘 문학상, 게르하르트 하우프트만 상, 동독 문학상, 게오르크 마켄젠 문학상, 괴테 상 등을 수상했다.
국내에 소개된 작품으로는 『독일어 시간』을 비롯해 『아르네가 남긴 것』, 『줄라이켄 사람들』 등이 있다.
렌츠는 스스로도 인정하듯이 도스토예프스키, 포크너, 헤밍웨이의 영향 아래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51년에 첫 장편소설 『창공의 보라매』로 작가적 명성을 얻은 뒤 주로 극한 상황에 처한 고독한 인간의 운명, 사회 상황에 대한 개인의 적응 문제, 권력과 대립된 인간 문제 등 보기 드물게 폭넓은 사회 상황을 담은 작품을 발표해 왔다. 1968년에 발표한 『독일어 시간』은 권력과 예술의 갈등을 그린 소설로 출간되자마자 독일 출판계를 뒤흔들었다.
렌츠는 비단 소설뿐 아니라 희곡과 방송극 영역에서도 문학적 성공을 거두었고, 그런 성과를 바탕으로 레싱 문학상, 브레멘 문학상, 게르하르트 하우프트만 상, 동독 문학상, 게오르크 마켄젠 문학상, 괴테 상 등을 수상했다.
국내에 소개된 작품으로는 『독일어 시간』을 비롯해 『아르네가 남긴 것』, 『줄라이켄 사람들』 등이 있다.
옮긴이 : 박종대
성균관대학교 독문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쾰른 대학교에 서 문학·철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 재 전 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여우가 잠 든 숲』 『위대한 패배자』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 『데미안 』 『수레바퀴 아래서』 『바타비아호의 소년, 얀 』 등이 있다.
책정보 및 내용요약
하인리히 뵐, 권터 그라스 등과 함께 전후 독일문학을 대표하는 렌츠의 최근작
렌츠는 스스로도 인정하듯이 도스토예프스키, 포크너, 헤밍웨이의 영향 아래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첫 장편소설 『창공의 보라매』(1951)로 작가적 명성을 얻은 뒤 명쾌한 문체와 짙은 시대성을 기반으로 극한 상황에 처한 고독한 인간의 운명과 사회에 대한 개인의 적응 문제, 권력과 대립된 인간 문제 등 보기 드물게 폭넓은 사회 상황을 담은 작품을 발표해 왔다. 출간되자마자 독일 출판계를 뒤흔들었던 『독일어 시간』(1968)은 권력과 예술의 갈등을 그린 소설로서 히틀러 집권 말기라는 역사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현실에도 의미 있는 문제를 제기한다.
1999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귄터 그라스와 함께 매년 독일어권의 유력한 노벨 문학상 후보로 지명된 렌츠가 말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아르네가 남긴 것』(1999) 또한 개인과 집단의 문제를 다룬 것으로, 현실을 벼텨 내지 못하는 한 소년의 비애를 통해 우리 시대의 잠재적 불안과 희망을 그리고 있다.
아직 살아 있다고 하면 고개가 갸웃거려질 정도로 고전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렌츠의 이 작품은 이미 9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독일의 「포쿠스(Focus)」지가 ”1990년대 10년 동안 나온 독일어권 소설 가운데 가장 감동적인 작품”이라고 평했듯이, 순수한 영혼의 좌절과 절망, 꿈과 동경을 절제된 문체로 차분하고 격조 높게 그려 깊은 울림을 전해 준다.
예민한 감수성과 뛰어난 재능을 지녔지만, 가족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열두 살에 이미 불행과 친숙해진 고독한 소년 아르네, 좋아하는 여자아이와 그 또래들의 무리에 그토록 끼고 싶어했지만 끝내 외돌톨이로 삶을 등져 버린 아르네, 맑디맑은 순수한 영혼으로는 도저히 타인의 편견과 몰이해 그리고 배타성을 떨쳐 버릴 수 없었던 여리디여린 아르네. 렌츠는 이 불행한 소년의 초상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이웃들에게 마음이 닫혀 있는지, 편견과 차별로 똘똘 뭉친 집단이 개인에게 가하는 폭력이 얼마나 가혹한지 가슴 깊이 성찰하게 한다. 만 13세에서 18세까지 10대들은 물론, 초등학교 고학년과 성인 모두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1318문고> 25권째 작품이다.
렌츠는 스스로도 인정하듯이 도스토예프스키, 포크너, 헤밍웨이의 영향 아래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첫 장편소설 『창공의 보라매』(1951)로 작가적 명성을 얻은 뒤 명쾌한 문체와 짙은 시대성을 기반으로 극한 상황에 처한 고독한 인간의 운명과 사회에 대한 개인의 적응 문제, 권력과 대립된 인간 문제 등 보기 드물게 폭넓은 사회 상황을 담은 작품을 발표해 왔다. 출간되자마자 독일 출판계를 뒤흔들었던 『독일어 시간』(1968)은 권력과 예술의 갈등을 그린 소설로서 히틀러 집권 말기라는 역사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현실에도 의미 있는 문제를 제기한다.
1999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귄터 그라스와 함께 매년 독일어권의 유력한 노벨 문학상 후보로 지명된 렌츠가 말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아르네가 남긴 것』(1999) 또한 개인과 집단의 문제를 다룬 것으로, 현실을 벼텨 내지 못하는 한 소년의 비애를 통해 우리 시대의 잠재적 불안과 희망을 그리고 있다.
아직 살아 있다고 하면 고개가 갸웃거려질 정도로 고전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렌츠의 이 작품은 이미 9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독일의 「포쿠스(Focus)」지가 ”1990년대 10년 동안 나온 독일어권 소설 가운데 가장 감동적인 작품”이라고 평했듯이, 순수한 영혼의 좌절과 절망, 꿈과 동경을 절제된 문체로 차분하고 격조 높게 그려 깊은 울림을 전해 준다.
예민한 감수성과 뛰어난 재능을 지녔지만, 가족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열두 살에 이미 불행과 친숙해진 고독한 소년 아르네, 좋아하는 여자아이와 그 또래들의 무리에 그토록 끼고 싶어했지만 끝내 외돌톨이로 삶을 등져 버린 아르네, 맑디맑은 순수한 영혼으로는 도저히 타인의 편견과 몰이해 그리고 배타성을 떨쳐 버릴 수 없었던 여리디여린 아르네. 렌츠는 이 불행한 소년의 초상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이웃들에게 마음이 닫혀 있는지, 편견과 차별로 똘똘 뭉친 집단이 개인에게 가하는 폭력이 얼마나 가혹한지 가슴 깊이 성찰하게 한다. 만 13세에서 18세까지 10대들은 물론, 초등학교 고학년과 성인 모두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1318문고> 25권째 작품이다.
편집자 추천글
>>작품 소개
일인칭 화자 한스의 회상을 통해 드러나는 진실 이 소설은 아르네와 한방을 쓰며 우정을 나눈 한스가 아르네의 유품을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떠오르는 기억을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나이답지 않게 세심하고 꼼꼼하게 정리되어 있는 아르네의 유품에는 어느 것 하나 무심히 지나칠 수 없는 의미와 사연과 비밀이 숨어 있다. 한스는 유품을 정리하면서 아르네가 바로 옆에 살아 있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어느 날 작은 배를 타고 떠난 아르네는 돌아오지 않는다.
이미 한 달이 넘도록 엘베 강을 샅샅이 뒤졌지만 시신조차 찾을 수 없다. 당혹함과 놀라움 속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기다려 보았지만, 이제 그만 아르네의 유품을 정리하라는 어른들의 주문만이 한스의 의무처럼 다가온다. 한스는 아르네가 남긴 것들을 살펴보고 정리하면서 점점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한방을 쓰면서도 아르네는 한 번도 한스의 물건을 몰래 뒤지거나 비밀을 엿보거나 은밀한 영역을 침범한 적이 없었다. 둘 사이의 암묵적인 합의를 어기고 있는 듯한 느낌. 한스는 아르네의 물건들을 건드리면서 자신이 마치 아르네의 세계, 아르네의 꿈, 아르네의 감춰진 희망 속으로 몰래 들어간 침입자가 된 것만 같아 괴롭다. 하지만 한스는 힘겹게 아르네에 대한 기억의 사다리를 끌어올린다.
아, 아르네! 내가 아니면 누가 네 진실을 이야기해 주겠니? 슬픈 이야기, 담담한 묘사 어느 날 겨울, 한스네 집으로 열두 살 소년 아르네가 찾아온다. 감당할 수 없는 빚에 못 이겨 온 가족이 자살을 시도하고 이웃 사람에 의해 아르네만이 홀로 살아남자 아버지의 옛 친구 집에 맡겨지게 된 것이다. 일찍부터 불행을 경험하고 두려움에 떠는 가냘픈 소년 아르네를 그보다 다섯 살 위인 한스가 따뜻하게 감싸 준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려 깊고 내면의 깊이를 지닌 한스와 말없고 조용한 성품에 뛰어난 언어 재능과 글솜씨, 예민한 감수성과 순수함을 지닌 아르네 사이에 정신적인 유대감이 싹튼다. 침착하고 듬직하게 아르네를 보살펴 주는 한스 아버지, 자상하고 따뜻한 한스 어머니, 말수 적고 무뚝뚝하지만 아르네에게만큼은 마음을 여는 칼룩 씨, 아르네의 언어 재능을 높이 평가하고 키워 주려는 룽비츠 선생, 아르네의 특이한 면모를 알아보는 올라프 돌츠의 아버지 등 여러 사람들의 관심과 보호를 받으며 아르네는 조금씩 불행하고 끔찍했던 과거의 아픔을 극복해 가는 듯하지만, 고집스럽고, 남에게 쉽게 자신을 열지 못하고, 세상에 대해 머뭇거리는 성격으로 인해 현실 세계에 쉬이 다가가지 못한다.
때로 한스조차 아르네의 지나칠 정도로 예민한 감수성과 감각적 인식으로 세상을 보는 특별한 방법이 이해하기 힘들다. 융통성도 없는데다 주사위놀이에서 연달아 돈을 잃어도 화를 낼 줄 모르며, 남의 요구를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한스의 남동생 라르스와 여동생 비프케, 그리고 비프케의 남자 친구 페터 브룬스빅과 올라프 돌츠 등 또래 아이들은 아르네를 자기들 무리에 끼워 주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따돌림과 배타성은 점점 커져 가고, 더구나 아르네가 좋아하는 두 살 연상의 비프케는 아르네의 지극한 정성과 애정을 모른 척하며 페터 브룬스빅과 불장난 같은 사랑을 키워 나간다. 아르네는 비프케와 그 또래들과 어울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지만 일은 점점 더 어긋나고, 아르네에 대한 다른 친구들의 오해와 편견은 더욱더 쌓여 간다. 친구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그들의 배타적 태도로 의해 점점 멀어지자 마침내 아르네는 나쁜 의도가 숨어 있는 줄 알면서도 친구들과 함께 행동하기로 약속한다. 보트를 사기 위해 한스 아버지가 관리 책임자로 있는 폐선 처리장 주물 공장에서 물건을 빼내는 일이었다. 이 과정에서 아르네는 폐선 처리장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칼룩 씨의 순찰을 지체시키는 일을 맡게 된다. 그러나 예기치 않게 인간적 교감을 갖고 있던 칼룩 씨가 다치고, 아르네가 짐작했던 것보다 엄청난 일이 벌어진다. 또래 아이들과 현실 세계에 다가가기 위한 시도가 오히려 자신이 사랑하던 사람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기자 아르네는 심한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용서를 구하는 아르네의 청을 들어주지 않는 한스와 한스 아버지, 그리고 칼룩 씨의 묵묵부답, 공모 주범자인 페터 브룬스빅과 비프케, 라르스의 냉정한 태도와 거부의 몸짓……. 아르네는 작은 배를 타고 강물 속으로 사라진다. 그토록 돌아가고 싶어했던 바다로 돌아갔으리라 한스는 짐작한다.
한스가 아르네와 함께 지낸 2년 여의 세월 속에 켜켜이 쌓여 있는 추억과 아픔과 진실을 유품과 함께 정리하는 동안 아버지와 비프케, 라르스가 차례차례 아르네를 떠올린다. 그리고 그리워한다. 라르스는 한스가 막 정리를 마친 아르네의 유품을 낡은 트렁크와 상자 속에서 하나하나 끄집어 내서 놀랍게도 아르네가 원래 두었던 곳에 고스란히 가져다 놓는다. 한스는 라르스에게 야단을 치지도, 왜 그런 짓을 하느냐고 묻지 않는다. 오히려 라르스의 손길이 머뭇거릴 때는 내심 라르스가 그 일을 더 해 주기를 바라기까지 한다. 물건들을 원래 자리로 옮겨 놓음으로써 예기치 않은 소망이 생겼기 때문이다. 말을 하지 않고도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한스와 라르스 중 누구도 아르네의 이름을 입에 담지는 않았지만, 한스는 둘 다 아르네가 다시 돌아오길 바라고 있음을 깨닫는다.
아, 아르네! 이 책을 읽는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내내 새어나오는 탄식이다. 그러나 이 책의 작가 렌츠는 아르네의 등장에서부터 행방불명되기까지의 과정을 잔잔하고 세세하고 담담하게 그려 나간다. 함부르크 항구와 눈 덮인 쓸쓸한 폐선 처리장, 차고 눅눅한 기운이 감돌고 구름이 무겁게 내려앉은 겨울날을 배경으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그 배경만큼이나 쓸쓸하고 슬프고 가슴 저민다. 그러나 렌츠는 이 음울한 배경 속에서도 다양한 사건과 인물들을 정교하게 배치하여 신중하고 세심하게 묘사해 나간다. 성장기에 있는 아르네의내면 심리가 특징적으로 잘 드러나며 비프케를 비롯한 또래 아이들의 성격 또한 생생하게 살아 있어, 과장하거나 비약시키지 않고 우리로 하여금 우리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보게 한다. 렌츠는 '깊은 슬픔' 속에 우리가 아프게 건져올려야 할 진실 하나를 남겨 놓았다. 유럽에서 거장의 반열에 드는 개성적인 작가, 말년에 접어든 렌츠의 문학적 면모를 여실히 느낄 수 있는 격조 높은 작품이다.
일인칭 화자 한스의 회상을 통해 드러나는 진실 이 소설은 아르네와 한방을 쓰며 우정을 나눈 한스가 아르네의 유품을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떠오르는 기억을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나이답지 않게 세심하고 꼼꼼하게 정리되어 있는 아르네의 유품에는 어느 것 하나 무심히 지나칠 수 없는 의미와 사연과 비밀이 숨어 있다. 한스는 유품을 정리하면서 아르네가 바로 옆에 살아 있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어느 날 작은 배를 타고 떠난 아르네는 돌아오지 않는다.
이미 한 달이 넘도록 엘베 강을 샅샅이 뒤졌지만 시신조차 찾을 수 없다. 당혹함과 놀라움 속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기다려 보았지만, 이제 그만 아르네의 유품을 정리하라는 어른들의 주문만이 한스의 의무처럼 다가온다. 한스는 아르네가 남긴 것들을 살펴보고 정리하면서 점점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한방을 쓰면서도 아르네는 한 번도 한스의 물건을 몰래 뒤지거나 비밀을 엿보거나 은밀한 영역을 침범한 적이 없었다. 둘 사이의 암묵적인 합의를 어기고 있는 듯한 느낌. 한스는 아르네의 물건들을 건드리면서 자신이 마치 아르네의 세계, 아르네의 꿈, 아르네의 감춰진 희망 속으로 몰래 들어간 침입자가 된 것만 같아 괴롭다. 하지만 한스는 힘겹게 아르네에 대한 기억의 사다리를 끌어올린다.
아, 아르네! 내가 아니면 누가 네 진실을 이야기해 주겠니? 슬픈 이야기, 담담한 묘사 어느 날 겨울, 한스네 집으로 열두 살 소년 아르네가 찾아온다. 감당할 수 없는 빚에 못 이겨 온 가족이 자살을 시도하고 이웃 사람에 의해 아르네만이 홀로 살아남자 아버지의 옛 친구 집에 맡겨지게 된 것이다. 일찍부터 불행을 경험하고 두려움에 떠는 가냘픈 소년 아르네를 그보다 다섯 살 위인 한스가 따뜻하게 감싸 준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려 깊고 내면의 깊이를 지닌 한스와 말없고 조용한 성품에 뛰어난 언어 재능과 글솜씨, 예민한 감수성과 순수함을 지닌 아르네 사이에 정신적인 유대감이 싹튼다. 침착하고 듬직하게 아르네를 보살펴 주는 한스 아버지, 자상하고 따뜻한 한스 어머니, 말수 적고 무뚝뚝하지만 아르네에게만큼은 마음을 여는 칼룩 씨, 아르네의 언어 재능을 높이 평가하고 키워 주려는 룽비츠 선생, 아르네의 특이한 면모를 알아보는 올라프 돌츠의 아버지 등 여러 사람들의 관심과 보호를 받으며 아르네는 조금씩 불행하고 끔찍했던 과거의 아픔을 극복해 가는 듯하지만, 고집스럽고, 남에게 쉽게 자신을 열지 못하고, 세상에 대해 머뭇거리는 성격으로 인해 현실 세계에 쉬이 다가가지 못한다.
때로 한스조차 아르네의 지나칠 정도로 예민한 감수성과 감각적 인식으로 세상을 보는 특별한 방법이 이해하기 힘들다. 융통성도 없는데다 주사위놀이에서 연달아 돈을 잃어도 화를 낼 줄 모르며, 남의 요구를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한스의 남동생 라르스와 여동생 비프케, 그리고 비프케의 남자 친구 페터 브룬스빅과 올라프 돌츠 등 또래 아이들은 아르네를 자기들 무리에 끼워 주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따돌림과 배타성은 점점 커져 가고, 더구나 아르네가 좋아하는 두 살 연상의 비프케는 아르네의 지극한 정성과 애정을 모른 척하며 페터 브룬스빅과 불장난 같은 사랑을 키워 나간다. 아르네는 비프케와 그 또래들과 어울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지만 일은 점점 더 어긋나고, 아르네에 대한 다른 친구들의 오해와 편견은 더욱더 쌓여 간다. 친구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그들의 배타적 태도로 의해 점점 멀어지자 마침내 아르네는 나쁜 의도가 숨어 있는 줄 알면서도 친구들과 함께 행동하기로 약속한다. 보트를 사기 위해 한스 아버지가 관리 책임자로 있는 폐선 처리장 주물 공장에서 물건을 빼내는 일이었다. 이 과정에서 아르네는 폐선 처리장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칼룩 씨의 순찰을 지체시키는 일을 맡게 된다. 그러나 예기치 않게 인간적 교감을 갖고 있던 칼룩 씨가 다치고, 아르네가 짐작했던 것보다 엄청난 일이 벌어진다. 또래 아이들과 현실 세계에 다가가기 위한 시도가 오히려 자신이 사랑하던 사람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기자 아르네는 심한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용서를 구하는 아르네의 청을 들어주지 않는 한스와 한스 아버지, 그리고 칼룩 씨의 묵묵부답, 공모 주범자인 페터 브룬스빅과 비프케, 라르스의 냉정한 태도와 거부의 몸짓……. 아르네는 작은 배를 타고 강물 속으로 사라진다. 그토록 돌아가고 싶어했던 바다로 돌아갔으리라 한스는 짐작한다.
한스가 아르네와 함께 지낸 2년 여의 세월 속에 켜켜이 쌓여 있는 추억과 아픔과 진실을 유품과 함께 정리하는 동안 아버지와 비프케, 라르스가 차례차례 아르네를 떠올린다. 그리고 그리워한다. 라르스는 한스가 막 정리를 마친 아르네의 유품을 낡은 트렁크와 상자 속에서 하나하나 끄집어 내서 놀랍게도 아르네가 원래 두었던 곳에 고스란히 가져다 놓는다. 한스는 라르스에게 야단을 치지도, 왜 그런 짓을 하느냐고 묻지 않는다. 오히려 라르스의 손길이 머뭇거릴 때는 내심 라르스가 그 일을 더 해 주기를 바라기까지 한다. 물건들을 원래 자리로 옮겨 놓음으로써 예기치 않은 소망이 생겼기 때문이다. 말을 하지 않고도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한스와 라르스 중 누구도 아르네의 이름을 입에 담지는 않았지만, 한스는 둘 다 아르네가 다시 돌아오길 바라고 있음을 깨닫는다.
아, 아르네! 이 책을 읽는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내내 새어나오는 탄식이다. 그러나 이 책의 작가 렌츠는 아르네의 등장에서부터 행방불명되기까지의 과정을 잔잔하고 세세하고 담담하게 그려 나간다. 함부르크 항구와 눈 덮인 쓸쓸한 폐선 처리장, 차고 눅눅한 기운이 감돌고 구름이 무겁게 내려앉은 겨울날을 배경으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그 배경만큼이나 쓸쓸하고 슬프고 가슴 저민다. 그러나 렌츠는 이 음울한 배경 속에서도 다양한 사건과 인물들을 정교하게 배치하여 신중하고 세심하게 묘사해 나간다. 성장기에 있는 아르네의내면 심리가 특징적으로 잘 드러나며 비프케를 비롯한 또래 아이들의 성격 또한 생생하게 살아 있어, 과장하거나 비약시키지 않고 우리로 하여금 우리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보게 한다. 렌츠는 '깊은 슬픔' 속에 우리가 아프게 건져올려야 할 진실 하나를 남겨 놓았다. 유럽에서 거장의 반열에 드는 개성적인 작가, 말년에 접어든 렌츠의 문학적 면모를 여실히 느낄 수 있는 격조 높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