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


하얀 사람(김남진)

빨간 머리 빨간 콧수염의 남자는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보면서
예전에 갔던 하얀 나라를 떠올립니다.

그날도 일터로 가는 도중에
뭔가 '반짝'하는 걸 보았지요.
파란 나무 아래 있는 새하얀 문!
남자는 그 문을 열고 들어갔어요.

마치 새하얀 빛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듯한 느낌.
남자는 홀린 듯이 점점 하얀 색으로 빨려들어갔지요.

그런데 자꾸 누가 쫓아오는 듯했어요.
하지만, 남자의 눈엔 파란 점들만 보일 뿐이었죠.
남자는 도대체 어떤 세계로 들어간 걸까요?
.....

1. 작가는 눈사람이 처음에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상상해 보았던 것 같아요.
눈이 처음 왔을 때 사람들이 '눈'이라고 처음 불렀다고 했으니까 눈사람도 그전에는 없었겠지요?

남자는 하얀 세상과 그곳에 살고 있는 하얀 사람들을 상상 속에서 만나지요.
그들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고 파란 눈만 보이는 사람들이에요.
부끄러운 일이 있거나 감동받을 일이 있으면 코가 빨개지지요.
남자의 머리 색깔처럼 말이에요.

남자가 만들어 준 무지개나무 단추를 한두 개씩 가슴에 달고서 그들은 수줍게 남자와 인사해요.
만두나 아이스크림 엎어놓은 듯한 그들 중에 한 명은 남자를 따라 남자의 세상으로 온 것 같아요.
눈이 내리기 시작한 게 그때부터였을까요?^^

작가는 "모험이 넘치는 큰 세상을 동경했지만 작은 세상에서 살 수밖에 없었던 아름다운 나의 어머니와 세상보다 더 큰 마음을 가진 외할머니에게" 이 책을 바친다고 했네요.
사람들에게 꿈과 동화적 상상력을 갖게 만드는 하얀 눈, 그 눈이 내리지 않는 세상에서 눈이 가득한 하얀 세상을 꿈꾼다는 것은 작가가 말한 '큰 세상'을 동경하는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2. 이 세상에도 수많은 하얀 사람들이 살고 있어요.
겁이 많고 잘 놀라는 사람들 말이죠.
예전에 '히키코모리'라고 해서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사람들에 대해 이슈가 된 적이 있었어요.

어떠한 이유든 간에 세상과의 관계를 끊고 사는 사람들, 자기만의 공간에 숨어 밖으로 나오지 않는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지만 하얀 사람들처럼 잘 보이지 않지요.

그런 사람들에게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격려하고 따뜻하게 배려해 줄 수 있다면, 하얀 눈이 포근하게 내리는 세상처럼 아름다울 거예요.

남자를 따라 남자의 세상으로 나온 작은 하얀 사람은 나무에서 떨어지다가 남자에 의해 구출되지요.
그때 남자의 모자가 하얀 사람에게 씌어진 것인지 하얀 사람은 그 후로 남자를 계속 따라다니다가 남자의 세계에 발을 디디죠.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하얀 사람이지만,
유난히 작은 하얀 사람이지만,
그로 인해 세상에 눈이 내릴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거에요.

로자 파크스 같은 분이 생각나는군요.
우리는 작고 연약한 사람들의 작은 용기와 걸음이 세상을 더 환하고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 알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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