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조신선 ② - 어린이문화연대 이주영 선생님

두 번째로 만난 분은 어린이문화연대 이주영 선생님입니다. 이주영 선생님은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으로 재직하셨고, 어린이책 독서운동을 오랫동안 하고 계십니다.
 
우리 시대의 조신선 ②
어린이문화연대 이주영 선생님
 
안녕하세요, 이주영 선생님! 독서운동을 시작하신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신가요?
제가 어린이책 독서운동을 처음 시작하게 된 것 역시 1980년대라는 시대 상황 때문이었어요. 당시 어린이책 출판과 유통 시장에는 국내 창작동화책이 단행본으로 출판되지 못하는 상황이었거든요. 대형 전집출판사가 만드는, 20세기 이전에 나온 외국동화책을 세계명작동화전집으로 방문판매를 하고 있었고, 교보문고나 종로서적같은 대형 서점에서도 매장에 어린이책이 없었지요.
어린이문학작가들 대부분은 자비 출판으로 몇 백 부 찍어서 동료문학인들한테 돌려보는 정도였답니다. 당시 시민독서운동을 펼치고 있던 서울양서협동조합 이사였던 저는 서울양서협동조합 산하단체로 어린이도서연구회를 만들어 교사와 학부모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독서운동을 시작하였어요. 어린이 독서에 영향을 끼치는 초등학교 교사와 부모들한테 ‘어린이책을 읽는 어른’(동화읽는어른)이 되자고 한 것이지요.
 
어떤 활동을 하셨나요?
일주일에 한 번 모여서 두 시간동안 어린이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을 만들기 시작하였어요. 어린이와 함께 어린이책을 읽고, 전집을 사지 말고 단행본을 사서 읽고, 한 달에 한번은 서점에 나가서 어린이책 단행본을 한 권씩 사자는 운동을 펼쳤어요. 단행본 권장도서목록을 만들어서 교사와 학부모 회원들에게 배포하기도 했고요.
1990년대 들어서면서 동화읽는어른모임에서는 다양한 독서문화 만들기 활동을 창의적으로 펼쳤어요. 자신들이 권장하는 어린이책을 보급하기 위해서 작은 동네서점과 마을 어린이도서관, 그리고 어린이전문서점까지 만들었지요.
그 속에서 저도 30여 년 동안 좋은 어린이책을 권장하고 보급하고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는 독서문화를 만들기 위해 참 바쁘게 뛰어다녔네요. 지금은 2010년부터 어린이문화연대를 만들어서 활동하고 있어요. 어린이문화연대는 어린이책을 중심에 둔 마을문화와 학교문화와 사회문화 만들기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 어린이책을 바탕으로 하는 좋은 공연예술을 비롯한 문화 만들기를 지향하고 있고요.
 
 
 
한국 현대사에서 마치 조신선과 같은 역할을 하신 것 같으신데요, 선생님이 생각하는 조신선이 당시 어떤 역할을 하셨다고 생각하시나요?
조신선은 조선 시대 당시 책을 구입하고 싶은 사람들한테 필요한 책을 빠르게 구해다 주기도 하고, 또 사람에 따라 필요한 책에 대한 정보를 적극 알려주기도 했지요. 그러나 그 내용이 옳지 않다고 보는 책은 팔지 않았고, 동료 책장수들한테도 팔지 말라고 말렸어요. 책이 꼭 필요한데 가난해서 못 사는 학동한테는 조금씩 나누어서 낼 수 있도록 했고요. 나아가 책을 만드는 사람들한테 한글 소설을 방각본으로 만들어 팔라고 권유하기도 했다지요.
곧 조신선은 책 읽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좋은 책을 권유하고, 유통시키고, 한글 소설을 많이 읽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그 시대 풍토에 맞는 독서운동을 펼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늙을 시간도 없이 바쁠 정도로.
 
『기이한 책장수 조신선』에서 보면 조신선을 따라 다니며 조선시대의 책의 역사에 관심을 기울이는 '추재'라는 아이가 있습니다. 추재는 실제 조수삼이라는 조선의 유명한 문필가를 모델로 한 인물인데요, 이 책을 읽고 미래의 추재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추재는 자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이 많았고, 직접 보고 듣고 겪은 일을 글로 쓰기를 좋아한 사람입니다. 조생이라는 책장수도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높은 벼슬을 한 사람도 아니고, 부자도 아니지요. 그러나 조생을 자세히 살펴서 그 사람이 갖고 있는 특성을 잘 붙잡아 글로 썼습니다. 여러분도 주변을 잘 살펴서 보고 듣고 겪은 일을 글로 써 보세요. 세상을 보는 눈이 훨씬 넓어지고 깊어질 겁니다. 
 
이 책 『기이한 책장수 조신선』의 추천평을 200자 내외로 해주신다면요?
우리는 흔히 역사라고 하면 전쟁이나 큰 사건을 떠올립니다. 또 위인전이라고 하면 큰 공을 세운 임금이나 장군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책처럼 조선 시대 책을 중심으로 사람 사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것도 역사의 한 자락을 살펴보는 길입니다.
또 조생처럼 한낱 책장수라 할지라도 자기 삶을 즐겁게 온 힘을 다해서 살았던 사람 이야기도 좋은 인물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역사와 인물을 참 독특한 만나는 맛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라 하겠습니다.
 
독자들에게 꼭 읽어보라 권하고 싶으신 책이 있다면 두 권만 골라주세요.
『얼음 장수 엄기둥, 한양을 누비다』 이영서?이욱 글 / 김창희?김병하 그림 / 사계절
사계절 역사일기 시리즈 8권으로 조선 후기의 생활과 문화를 그 시대에 살았던 어린이 눈높이로 쓴 책입니다. 주인공 엄기둥이 쓰는 일기체로 그 시대 농사짓기, 장터, 보부상, 수원 화성, 청계천, 음식, 의학, 한강에서 얼음 뜨기, 세시 풍속, 한글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여러분이 쓰는 일기도 미래 어린이들한테 요즘 시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기록이 된다면 재미있겠지요?
 
『삐삐야 미안해』 이주영 글 / 류충렬 그림 / 고인돌
이 책은 제가 초등학교 5, 6학년 때 겪은 일을 쓴 글인데, 길게 쓴 일기라고 생각하면 되겠지요? 내가 맡아서 기르던 꽃노루 네 마리를 내 실수로 한 마리씩 죽이고 말았던 미안한 일이 오랫동안 마음에 맺혀 있었는데, 그 맺힌 마음을  풀기 위해 쓴 겁니다. 여러분도 동물이나 식물을 가르다 죽이게 된 일이 있다면 한번 읽어보세요. 그리고 여러분이 길렀던 동물이나 식물 이야기를 자세히 써 보세요.   

 
 어린이문화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