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가족] 기소영의 친구들


책을 읽을때 제일 먼저 보는 것은 책 표지다. 책을 엎어서 앞표지와 뒷표지를 연결하여 본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그리 펴서 보았다. 그림은 따뜻하다. 해지는 저녁 노을, 어둠이 오고 기온이 내려가리라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지는 해에서 따뜻함이 흘러나오는 이 느낌은 무엇일까.

제목도 좀 특이하다. 기소영의 친구들. 기소영이 이름일까. 성이 기..작가가 작품의 캐릭터를 정할 때 이름을 의미있게 짓는데, 이 이름의 의미는 무엇일까. 소영이란 이름은 흔하지만 '기'라는 성은 좀 낯설고 희귀하다. 그렇게 궁금함과 호기심으로 책장을 넘겼다.

처음부터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같은 반 친구의 죽음으로 서두를 연 이야기는 뒤이어 그 죽음이 잘못된 소문(가짜 뉴스)라고. 휴 아무리 이야기여도 친구의 갑작스런 죽음은 너무하지하는 안도의 숨을 낸 순간도 잠시, 곧 그 죽음은 사실로 전개되었다. 이 책은 주인공(기소영)없이, 나(채린)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채린이가 친구들과 함께 소영이의 죽음을 두고 기억하고 기념해가는 치유의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 처음에는 약간의 판타지같은 것도 기대했는데(상상의 세계에서라도 소영이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서) 오히려 이야기는 현실감있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이들의 여러 모습들 보여주고 있었다. 내 나이 반백살, 나는 그리 짧지않은 세월동안 보았던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갑작스런 죽음 혹은 호상이라고 말하는 죽음이 하나 둘 떠올랐다. 그리고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지인 가족의 죽음, 장례식장에 갔던 일들...

그 때의 광경은 모두 달랐다. 목놓아 통곡하는 울음도 있었고, 숨죽여 우는 울음도 있었고, 울음소리없이 소근소근 이야기 소리만 들리는 죽음도 있었다. 모든 죽음은 갑작스럽게 닥치는 것이였지만, 그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 같지가 않았다.

이 책의 채린이도 이와 같았던 것 같다. 자신도 잘 알지 못하고 혼란스럽고 정의할 수 없는 감정속에서 채린이는 친구들과 함께 소영이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현실감있게 기술한 이야기가 따뜻하게 다가온다.

아이들 동화의 스토리로는 조금 충격적이지만, 죽음은 삶과 절대로 동떨어질 수 없고 우리가 어쩌든지 경험하고 맞이하게 되는 것이니 먼저 논픽션(가상 시물레이션)으로 접하는 것도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몇 년전 일어난 세월호 사건, 그리고 최근에 일어난 이태원 사건을 생각하면 우리 아이들도, 누구나 언제든 맞이할 수 있는 갑작스런 슬픔, 절망이라 더 가슴에 와 닿았던 이야기였다.

마침 책을 읽던 시점에 키우던 물고기 베타(이름을 내 동생 파검)가 죽어서 슬펐던 초5(남)아이는 물고기가 죽었는데도 이렇게 슬픈데 친한 친구가 죽으면 얼마나 슬플까하면서 책을 읽으며 깊이 공감하는 것 같았다.

책 표지를 덮으니 손에 따뜻함이 묻어온다.
이제 조금 여유있는 마음으로 소영, 기소영. 성씨 '기' 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우리나라 성씨중에 0.1%에 해당되는 성이며, 유명한 사람으로 기성용(축구선수), 기보배(양궁선수)가 있다. 그러고 보니, 기씨 성이 그리 기이한 성은 아니였네. 소영이란 이름도 흔한 이름.
죽음도 '기소영' 이름처럼 우리에게 기이한 듯 하지만, 결국엔 우리 모두 함께 맞이하고, 살아남은 '친구들'과 또 살아가며 살아내는 일이 아닐까.

소영아 그리고 친구들아
그래, 그렇게 서로 어깨동무하며 한 방향으로 함께 걸어가길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