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추천] 다윈 영의 악의 기원 _ 인간 진화에 관한 미싱 링크를 찾아서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박지리 장편소설(2016년 9월 20일 출간) 인간 진화에 관한 미싱 링크를 찾아서 “분명 모두의 마음속에 존재하는데, 아무도 서로의 내면에 그런 인간이 존재하는지 모르는 인간. 모두의 인간이면서, 오직 나 하나만의 인간!” 제목만으로 완벽한 책이 있다.

 니스 영이 말하길 다윈의 『종의 기원』은 그런 책이다. 그는 말한다. “읽지 말고 제목만 봐도 좋단다. 어떤 책들은 제목에 모든 게 담겨 있으니.”라고. 내겐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이 그런 책이다.

국가의 핵심 권력을 가진 자들이 거주하는 안정적인 1지구부터 60년 전 일어난 12월의 폭동으로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도태된 땅 9지구까지 완벽하게 구획된 사회. 그러나 아날로그적인 통신수단이 주로 쓰이던 시절. 과거인지 미래인지 알 수 없는 시간대에 이 책은 존재한다. 12월의 폭동 이후 9지구 후디 출신에서 1지구에 정착한 러너 영, 30년 동안 친구 제이의 추도식을 변함없이 열어 주고 있는 문교부 차관이자 프라임스쿨 위원장을 맡고 있는 아버지 니스 영, 1지구 최고의 기숙학교 프라임스쿨의 모범생 다윈 영, 그리고 끊임없이 1지구를 비판하는 프라임스쿨의 아웃사이더 레오, 그리고 열여섯 나이에 9지구 후디에게 살해당한 제이 삼촌 죽음의 진실을 밝히려는 루미 등. 이들의 사소한 버릇까지 알게 될 정도로 생생한 캐릭터들은 여기, 이곳이 아닌 세계를 세밀하게 그려나간다.

한 가지 알아둬야 할 것은 이것은 외국 소설이 아니다.『합체』『맨홀』『양춘단 대학 탐방기』등 탁월한 스토리텔링과 소설의 언어로 세상의 벽을 두드리는 박지리 작가의 신작이다.그럼에도 모든 것이 완벽해 읽고 나면 벤 헐크의 노래가 생각나고, 라디오 방송 미드나이트 뮤직을 듣고 싶고, 지붕에 올라간 빌리 조를 구경하고 싶어질 정도다. 3천매 분량에서 이건 정말 아주 소소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데도.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완전히 새롭고 낯선 세계를 그리고 있지만 비현실적이지 않다. 계급사회로 회귀한 미래 같기도 하고, 과거로부터 온 이야기 같기도 하다. 법의 효용과 사회 구조의 모순, 한 인물 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밝혀 나가는 과정은 법소설이 나 범죄소설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건 작가가 노리는 바가 아니다.

이 책은 다윈 영의 진화에 관한 미싱 링크를 추적해 나가는 과정이자 인간의 본질에 관한 실증적 보고서다. 동시에 이곳, 우리의 이야기이다. 모든 인간은 과거에서 유래했지만 자연과 달리 각자 너무나 새롭고 자기 자신조차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짙은 갈색 눈의 다윈 영을 만나면 우리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사계절출판사 편집부 김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