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보고 경험하고 : 파브르가 풀어낸 식물에 관한 아름답고 놀라운 이야기!

아직은 꽃샘추위가 머물고 있는 이른 봄, 서둘러 봄을 맞이하러 사계절 친구들과 숲으로 향합니다. 헤르만하우스 좁은 길목을 지나니 낮은 언덕 위로 들판이 보이고, 작년 여름 고추밭의 쓰러진 고춧대 사이로 냉이꽃이 봄바람에 물결칩니다. 고추밭을 지나, 물오른 버드나무 가지로 버들피리를 만들어 불어 보니, 겨우내 움츠렸던 몸이 쭈-욱-쭉 펴지고 봄바람이 코밑을 간질이며 지나갑니다.
 
 
냉이
 
들판엔 푸르스름한 풀색이 배어 나오고 앞서 가던 친구들을 양지꽃이 불러 모읍니다. 왁자지껄 소란스런 친구들을 마주하니 양지꽃에게도, 친구들에게도 햇살처럼 노란 웃음이 번져 갑니다.
하늘빛을 닮은 꽃마리, 솜털이 보송보송 이름도 예쁜 꽃다지, 개 불알 닮은 큰개불알풀, 쑥, 쑥 잘도 자라 쑤-욱 쑥,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봄에 핀다 하여 제비꽃, 하늘의 별을 닮은 별꽃 등 키 작은 봄꽃들이 서둘러 들판을 메워 갑니다.
루페로 봄꽃의 솜털을 관찰해 보니, 따뜻한 솜털이 찬바람을 견디게 해 준 걸 알았습니다.
숲으로 드는 길목, 즐겁게 겨울 눈썰매를 타던 언덕길 옆, 휘어진 가지에 개나리의 꽃망울이 봄을 기다립니다.
마냥 부푼 꽃눈은 노르스름하여 꽃이 될 꽃눈인지 잎이 될 잎눈인지를 살포시 내비치지요.
 
 
꽃마리
 

파브르는 제일 먼저 나무의 눈을 이야기했답니다. 나무에 왠‘눈’이냐고요?
개나리의 가지를 자세히 살펴보세요. 가을에 잎이 떨어지고 그 자리에 잎자국이 남아 있어요. 그 잎자국 바로 위가 잎겨드랑이랍니다. 여기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갈색 비늘에 쌓여 있는 어떤 것이 보일 거예요. 이것이 바로 개나리의‘눈’입니다. 이 눈은 봄이 되면 꽃이 될 부분입니다. 꽃눈은 잎눈에 비해 모양이 둥글어요. 잎이 될 잎눈은 끝이 꽃눈보다 뾰족하지요. 잎, 가지, 꽃 등 모든 기관은 눈에서 생겨나고, 반드시 눈의 시절을 거치기 때문에 파브르는 눈 이야기를 제일 먼저 했답니다. 동물들이 겨울잠을 자는 것처럼 식물들도 잠을 자지요. 이렇게 겨울을 나는 눈을 특별히‘겨울눈’이라고 해요.
“관우 친구는 지금은 털옷을 벗었지만, 추운 겨울엔 몇 겹의 옷을 입었나요?”
몇 개의 옷을 입었는지 잘 생각해 보세요. 하나, 모자에 털이 달린 두꺼운 오리털 겉옷, 둘, 짧은 털을 가진 지퍼 달린 얇은 후드 점퍼, 셋, 그 안에는 보들보들 티셔츠, 또 넷, 토끼 모양 귀여운 내복, 거기다 털모자랑 장갑까지…….
우리 친구처럼 나무는 봄에 피울 꽃이나 잎을 눈과 얼음, 추위로부터 지키기 위해 특별한 준비를 한답니다. 파브르는 겨울눈을 보여 주기 위해 칠엽수를 골랐는데, 선생님도 파브르처럼 칠엽수의 겨울눈을 준비했어요. 나무는 추운 겨울‘눈’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 알아볼까요?
 
 
 

겨울눈 바깥쪽을 살펴보아요. 루페로 자세히 보세요. 파브르는 이 겨울눈을 지붕에 솜씨 좋게 얹어 놓은 기왓장 같다고 하였어요. 친구들이 보기에는 어떤가요? 기왓장 모양 같나요?
겨울눈 가장 바깥쪽에는 그 안에 있는 어린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비늘처럼 생긴 조각들이 둘러싸고 있어요. 이것을 ‘눈비늘’조각이라고 합니다. 추운 겨울, 눈이나 비, 찬바람이 들어갈 틈이 없겠지요.
“선생님! 겨울눈에서 끈적끈적 뭐가 묻어나요!”
잘 보았어요. 겨울눈은 습기를 막기 위해 하나하나의 눈비늘에 완벽하게 나뭇진을 덮었어요. 가구나 나무, 공예품에 바르는 바니시나 소나무 가지를 꺾으면 흘러나오는 송진처럼요.
“바깥쪽을 살펴봤으니 안쪽도 한번 볼까요? 부드러운 솜털이 친구들 입었던 겨울옷을 닮았지요?”
부드럽고 약한 어린 싹이 따뜻하게 겨울을 지낼 수 있어요. 그럼 “털옷을 걷어 내 볼까요?” 온통 끈끈한 나뭇진으로 뒤덮인 연두색이 나타나고, 그 안에 어린 싹이 가지런히 놓여 있어요.
겨울눈은 나뭇가지의 갓난아기 시절이라고 할 수 있어요. 나무는 슬기로운 방법으로 겨울 동안 겨울눈을 잘 보호하였어요. 겨울눈 속에 차곡차곡 들어 있는 잎과 꽃을 꺼내 다시 눈 속으로 챙겨 넣는 일을 할 수 있을까요? 눈 속에서 어린 잎과 꽃은 어떤 모습으로 있을까요?
나무에 따라 겨울눈은 서로 다른 모양을 하고 있어요. 함께 다른 겨울눈을 찾아보아요.
뾰족뾰족 사이좋은 형제 같아요! 수줍은 작은 눈이 엄마 등에 업혀 있어요! 잘 보이지 않아요! 신갈나무, 갈참나무, 싸리나무, 아까시나무, 동글동글 개암나무, 밤나무, 떡갈나무, 생강나무, 국수나무…….
오늘 하루는 친구들이 파브르가 되었습니다. 와글와글 아이들이 겨울눈을 깨우고, 바람은 나무를 다정하게 안아 줍니다. 바람은 곧 잎과 꽃을 피워 나무를 키웁니다. 보일 듯 말 듯 작은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숲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아이들은 조금씩 조금씩 알아갑니다.
 
 

최인희│도시에서 자라는 두 아이에게 생태적 감수성을 키워 주기 위해 숲과 함께하는 인연을 맺었다. 별꽃은 왜 5장의 꽃잎을 10장의 갈라진 꽃잎으로 보이게 하는지, 제비꽃의 꿀주머니는 왜 뒤에 있고 기다란지, 곤충은 그 많은 식물 중에 어떻게‘먹이식물’을 선택하는지 등 궁금하고 신기한 것이 너무 많다. 숲을 찾는 아이들과 자연과 함께 하고 싶은 이들에게 숲에 대한 안내를 하며 자연한테 배운 것을 나누고 있다.
 
 
 
사계절 즐거운 책 읽기 2011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