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를 만나다] 『과자가게의 왕자님』 요안나 콘세이요


그 먼 어린 시절의 기억 깊숙한 곳으로부터
 
바쁜 삶을 잠시 돌아보게 해주는 그림책 <잃어버린 영혼>. 그리고 행복을 달콤쌉싸름하게 이야기하는 그림책 <과자가게의 왕자님>을 출간하며 문득, 이토록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 작가에게 궁금한 것들이 많아졌습니다. 그 마음을 담아, 폴란드에 계신 요안나 콘세이요 작가에게 몇 가지 질문을 드렸습니다. 얼마간 두근두근하며 기다렸더니 정성스러운 답장이 와서 사계절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눕니다. 서면 인터뷰였지만, 마치 목소리가 들리는 듯 솔직담백한 이야기들이 도착했답니다.
 
 
- 행복에 관한 그림책, <과자가게의 왕자님>이 한국어판이 출간되었어요. 작가님께 어떤 작품으로 기억되어 있는지 궁금해요.
글이 너무 마음에 들어 꼭 그림을 그리고 싶은 작품이었어요. 아코디언 북의 아이디어도 흥미로웠고요. 쉽지는 않았어요. 긴 프레스코화처럼, 하나의 긴 일러스트레이션이면서도 고전적인 책의 형태로 한 장씩 책장을 넘길 수 있어야 했으니까요. 작업 중에 차고 정리 세일에서 오래된 신문들을 발견했어요. 거기엔 여러 가지 물건들의 작은 사진이 정말 많았고, 그 일부를 작업에 이용했죠. 저에겐 가끔 그런 행운이 있어요. 꼭 필요한 순간에 바로 필요한 것이 나타나는 일이요. 그 후에 곰이나 개와 같은 동물들을 떠올리면서 이야기 전체를 끌어올릴 수 있었어요. 그리고는 정말 빠르게 작업을 마칠 수 있었죠. 저로서도 기록이에요.
 
- 언제나 어릴 적에 살았던 폴란드의 시골이 작품의 원천이 된다고 하셨는데요. 어떤 곳이었나요?
저는 제가 그림을 통해 이야기하는 일을 하는 것, 그러니까 제 작업 모두가 폴란드 북쪽 포모졔 지방에 있는 저희 시골에서 기원했다고 생각해요. 이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 자체도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서 지냈던 시골에서의 어린 시절로부터 나온 것이 아닌가 싶어요. 할머니는, 항상 동화를 비롯한 여러 이야기를 해 주시고 노래를 불러 주셨죠. 할머니의 이야기는 아무리 들어도 지루하지 않았어요, 같은 이야기가 반복될 때도 있었지만, 또 해달라고 조르곤 했어요.
제가 살던 시골 마을은 숲과 호수 사이에 있었어요. 눈 쌓인 아름다운 겨울과 햇볕이 잘 드는 여름, 익어가는 곡식의 색깔을 기억해요. 건초 냄새와 익어가는 딸기 냄새, 저는 고향을 정말로 사랑해요.
 
- 폴란드의 자연이 너무 아름다울 것 같아요. 국내 독자들은 작품에 그려진 식물 그림들을 보면서 위안을 받기도 하고 행복함을 느끼기도 했다고 해요. 식물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신 것 같은데, 혹 정성 들여 키우고 있는 식물이 있나요?
네, 저는 모든 종류의 식물들을 아주 좋아하고, 집에서도 화분을 많이 길러요. 사실 작은 아파트치고는 화분이 너무 많아서, 자리가 있는 데마다 화분이 차지하고 있어요. 무언가가 자라는 것, 피어나는 것을 보는 것이 좋아요. 작은 식물에서 점점 커다란 것이 자라 나오죠. 기르는 화분에서 꽃이 피는 것은 정말 좋아요. 그것이 정말 큰 기쁨을 주죠. 물론 시들거나 죽어버리면 싫고요. 제가 꽃을 잘 기르는 편은 아니어서, 어떤 화분들은 죽기도 해요. 식물을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를 때도 있지요.

 
 

- 작가님의 작품을 보면, 낡은 느낌이랄까요. 빈티지한 감성으로부터 추억이나 잊고 살았던 감정들이 자연스레 되살아나는 것 같아요. 연필 선이 주는 느낌이 전부는 아닌 것 같은데요. 어디서부터 비롯된 감성일까요?
저도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는 말씀드리기 어려워요. 그건 마치 목소리의 색 같은 것이에요. 누구나 자기 목소리의 색이 있고, 그걸 어떻게 바꿀 수는 없잖아요. 제 그림이 ‘빈티지’처럼 보이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어쩌면, 이 모든 책을 작업할 때 옛날의 나였던 아이의 입장에서 만들기 때문일지도 모르죠. 조금은 그 아이를 위해서, 그리고 그 먼 옛 어린 시절의 기억 깊숙한 곳에서부터요.
 
- 연필을 잘 사용하시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작가님 작품들은 주로 모노톤으로 기억에 남곤 하지만, <과자가게의 왕자님> 경우 노란색을 바탕으로 하는 따스한 색감도 인상적이었는데요. 색을 이용한 작업도 좋아하시나요?
저는 연필의 회색선만 가지고도 아주 편안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어요. 제가 아주 좋아하는 방식이고, 저는 연필이 모든 것을 다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색깔까지도요. 하지만 가끔은 색연필의 색이 꼭 쓰고 싶을 때도 있어요. 저는 색연필도 좋아해요.
하지만 저는 색이 좀 어려워요. 제가 쓴 색에 대해서 끝까지, 과연 이 색을 쓰는 게 맞았을까, 하고 확신이 들지 않아요. 이미 작업이 다 끝난 마당에도 가끔은, 다르게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잃어버린 영혼>도 그랬어요. 이 책 맨 마지막 부분에 쓴 색깔에 대해서 굉장히 자신이 없었어요. 하지만 결국에는 받아들였지요. 사실, 더 이상 고칠 시간도 없었어요.
 
- 전시에서 메모와 그림이 빼곡하게 적힌 작업 노트를 보았어요. 작가님의 작업에 있어 꼭 필요한 파트너이자 가장 가까운 친구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로 어떤 내용을 담으세요?
그야말로 모든 것이 다 들어 있어요. 저는 글도 쓰고, 그림도 그려요. 아이디어를 기록하고, 화면 구성을 시험해 보고, 일러스트레이션 장면들을 여러 가지로 만들어 보기도 하죠. 저는 스케치를 하며 인물들을 발견해 내고, 그들의 성격이나 어떤 옷을 입을 것인지 등도 알아내곤 해요. 그들 사이의 관계도요. 신문에서 오린, 제 마음에 드는 것들을 붙여놓기도 하고, 그런 것들은 언젠가 쓸모가 있기도 하지요. 혼자서 여러 가지 표시와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 문장들을 써 놓기도 해요. 어쩔 때는 이야기 전체에 대한 아이디어이기도 하고, 나중에 발전해서 책이 될 수도 있는 어떤 시작점들이기도 하죠.
 
- 일러스트 외에 다른 개인 작업들도 많이 하시는 편인가요? 취미를 말씀해 주셔도 좋아요.
네, 가끔은 다른 걸 하기도 해요. 접시 위에 그림을 그리거나, 냅킨이나 베개 덮개 위에 인쇄될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요. 전 손으로 하는 일들을 다 좋아해요. 그중에서도 뜨개질과 코바늘뜨기가 특히 좋아요. 아플리케 같은 바느질도 좋고요. 매년 가을, 날씨가 쌀쌀해지면 뜨개질이 무척 하고 싶어져요. 무언가 양모로 따뜻한 것을 뜨고 싶은, 그런 욕망이 있어요. 그러면 양말을 뜨기도 하고, 장갑도 뜨고, 모자도 뜨고...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 스웨터처럼 큰 건 못 뜨지만 옛날에는 옷들도 많이 떴어요.
 
- 최근 한국에서는 작가님의 작품을 기다리고 찾는 독자들이 많아졌어요. 한국의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한국에는 1년 조금 전에 가 보았어요. 저에게는 큰 모험이었고,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어요. 한국에서의 시간들이 아주 좋았어요. 열광적인 환영을 받기도 했고, 무언가 다른 데에서 느껴보지 못한 따뜻함과 존중의 기분을 느꼈어요. 제 책들이 한국에서 계속 출간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말씀하신 한국의 독자들을 위해서도, 그리고 제 자신을 위해서도요. 지금도 새 책을 열심히 작업하고 있는데, 곧 한국에도 소개할 수 있었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