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한의원』 이소영 작가 인터뷰



Q1. 오랫동안 시나리오 작업을 하시다가 소설책 출간은 처음이신데요. 첫 책 『알래스카 한의원』을 내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기쁩니다. 그리고 막 지나간 30대가 갈무리되는 느낌이기도 합니다.



Q2. 시나리오와 소설 작업 사이에 차이점이 있을까요?

시나리오의 경우, 초고에 들어가기 전 기획이 흐릿하진 않은지 방향성은 분명한지 등을 체크한 뒤에 시놉시스를 써보고 어느 정도의 확신이 생기면 대본을 씁니다. 반면, 소설은 (초고까지는) 이 이야기가 쓰고 싶다는 충동 자체를 존중하며 자유롭게 써봅니다. 계약 후부터도 차이가 있어요. 영화 투자와 캐스팅 단계가 통과되어야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 단계를 뚫기 위해서 제작자님, 감독님, 피디님과 많은 회의를 합니다. 의견을 조율하고 대본을 쓰고, 나온 대본을 보고 다시 회의하고 또 수정하고, 그런 과정이 계속 반복됩니다. 거대 자본이 투입되어야 하는 프로젝트를 성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팀이 있고, 그 팀 속에 작가라는 존재가 있다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반면 소설의 경우, 편집자님과의 일대일 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이번 책 『알래스카 한의원』의 수정 과정에서 편집자님과 교정지를 3번 주고받았는데, 원고가 점점 더 좋아진다는 점에 쾌감이 있었어요. 그리고 상영과 출간의 차이점이라면, 영화의 경우에는 상영이 되면 작가가 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제발 흥행이 되길!' 하며 바랄 뿐입니다. 반면, 출간 과정에서 작가는 편집자님과의 계속 소통하면서 인쇄에 들어가기 전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는 거 같아요.



Q3. 「작가의 말」을 보면 『알래스카 한의원』의 초고는 2015년에 완성되었다고 알 수 있는데요. 당시 소설을 쓰시게 된 상황이나 계기에 대해 들려주세요.

당시 '감이당'이라는 인문학 공부공동체에서 공부하고 있었어요.(고전 평론가 고미숙 선생님 책들을 아주 좋아했거든요) 그전까지는 한의학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는데, 강좌 중에 동의보감을 기반으로 몸과 마음, 병의 관계성을 탐구하는 수업이 있었습니다. 동양 의학의 이런 관점이 신선했어요. 저는 픽션을 쓰는 사람이기 때문에 재밌는 이야기로 써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국에서는 치유되지 못하는 병을 가지게 된 여자가 자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알래스카에 가게 된다'라는 로그라인이 떠오르게 되었고, 소설을 썼습니다. 왜 시나리오가 아니라 소설로 썼냐면, 일단 알래스카 여정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었고, 홀로 조금씩 꾸준히 소설을 습작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Q4. 『알래스카 한의원』은 주인공이 한국에서 알래스카로, 다시 알래스카 이곳저곳으로 이동하며 다니는 일종의 로드 무비 같은 이야기입니다. 이지가 종착지라고 생각했던 '알래스카 한의원'에서 만난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아마 '어디에도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고통을 마주하고 치유한' 사람의 당당함이 아닐까요. 앞으로 소설 속 주인공 이지는 더 잘살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Q5. 『알래스카 한의원』은 인종도, 직업도, 병명까지도 다양한 여러 인물들이 알래스카에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데요. 가장 애정하는 인물 그리고 인물들이 탄생하게 된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20, 30대에 여러 나라를 여행했습니다. 1년여를 영국에서 살기도 했고요. 그 과정에서 다양한 나라의 친구들을 만났고, 그런 경험들이 이 소설 속 다양한 인물과 직업을 묘사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모두 창조된 인물들이지만, 여행 중에 만났던 친구들의 미묘한 느낌과 행동이 섞여 있습니다. 이 소설을 쓰는 내내 그들을 떠올렸습니다.

가장 애정하는 인물은, 아무래도 주인공 '이지'입니다. 소설 속 '이지'와 현실의 저는 다른 상황이고 다른 인물이지만, 소설 전반에 흐르는 '소속되지 못하고 부유하는, 혼란스럽고 막막한, 하지만 멈출 수 없어 꾸역꾸역 뚜벅뚜벅 가는 정서'는 비슷했거든요. 주인공 이지처럼 저 역시 다음 챕터로 잘 넘어가길 바라고 있습니다.



Q6. 『알래스카 한의원』에는 유령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합니다. 복합통증증후군을 앓고 있는 이지의 오른팔에 붙은 유령, 그리고 작품에만 등장하는 동화책 '시차 유령'에 대한 이야기까지. 독자들에게 소설 속 유령에 대한 힌트를 주실 수 있을까요?

스포가 되지 않는 선에서 말씀을 드리자면, 시차 유령은 이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이지의 오른팔의 세포들은 기억하고 있는 고통과 관계가 있습니다.



Q7. 『알래스카 한의원』은 현재 영화 판권 계약이 되어 있는 작품인데요. 먼저 책으로 이야기를 만나보게 될 독자들에게 한마디 건네주신다면요?

호두앤유픽쳐스에서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스크린 속에서 이지가 걸어간 치유의 여정과 함께 알래스카의 대자연과 고래, 무스 같은 경이로운 동물들의 생명력을 생생히 느끼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소설에서는 이지가 오직 자신만 기억하고 있던 이야기를 동화책으로 보게 되면서, 병의 근원을 찾아가는 미스터리한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으실 거예요. 더불어 알래스카 한의원을 통해 만나게 되는 친구들의 따뜻한 호의와 예측 불허한 우정의 전개 과정을, 그리고 약간의 티키타카가 있는 담백한 로맨스도 기대하셔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