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코 부도리의 전기』 작품해설 : 삶의 두 갈래 길 (2)「구스코 부도리의 전기」와 「펜넨넨넨넨 네네무의 전기」견주어 읽기 3

삶의 두 갈래 길
-‘구스코 부도리의 길’과 ‘펜넨넨넨넨 네네무의 길’
 
 
(2)「구스코 부도리의 전기」와 「펜넨넨넨넨 네네무의 전기」견주어 읽기
 
 
3. 작품의 시공간
이번에는 작품 속에 나타난 시공간, 즉 작품의 배경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를 봅시다. 이 작품에서 중요한 시공간은 ‘숲’과 ‘수렁논’과 ‘이하토부 시’입니다. 이 세 곳이 작품에서 어떻게 표현되는지 살펴보도록 하지요.
‘숲’은 어떻게 표현되고 있을까요? 기근이 들자 나무꾼인 아버지와 어머니는 숲으로 사라집니다. 며칠 뒤, ‘이 지방의 기근을 구하러 온 사람’이라는 남자가 나타나는데, 이 남자는 여동생 네리를 바구니에 넣어 사라지고 맙니다. 혼자 남은 부도리는 천잠사 공장에서 힘겨운 노동을 합니다. 부도리는 책을 발견하고 글을 쓰거나 그림들을 베끼면서 겨울을 보냅니다. 그러던 중 화산이 분화하여 천잠사 일을 못 하게 되자 숲을 떠나지요. 이 작품에서 ‘숲’은 살아가기 힘든 ‘냉혹한 자연’의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채집 경제를 갓 벗어난 수준인 것이지요. 그러나 부도리는 이 ‘숲’에서 힘든 노동을 하면서 글과 그림이 담긴 책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하여 공부라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지요.  

숲을 나온 부도리는 시내 쪽으로 가다가 ‘수렁논’에 머물게 됩니다. 이 논의 주인인 붉은 수염은 기근에도 포기하지 않고 기근을 물리칠 방법을 찾으면서 계속 농사를 짓는 인물입니다. 부도리는 붉은 수염의 주인집에서 6년 동안 농사를 지으면서, 그의 아들이 남긴 책으로 공부를 합니다. 그 결과로 나중에 병충해를 막기도 하지요. 하지만 기근이 심해져서 더 나아질 기미가 없자, 농부는 부도리에게 돈을 얼마 주면서 새 길을 찾아가라고 합니다. 여기서 ‘수렁논’은 ‘인간화한 자연’, 즉 농촌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는데, 이 곳은 숲과는 다른 곳입니다. 인간이 자연에 일정한 노동을 가함으로써 변화시킨 자연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정도의 노동과 지식으로는 냉혹한 자연을 이해하고 통제할 수가 없기 때문에 부도리는 이 곳을 떠나는 것이지요.

‘이하토부 시’는 어떤 곳일까요? 부도리는 붉은 수염 농부의 집에서 구보 대박사의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제 부도리는 이하토부 시에서 구보 대박사를 만나 공부를 합니다. 농부가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일도 하고 공부도 하고 싶다고 부도리가 말하자, 구보 대박사는 부도리를 화산국에 소개해 줍니다. 화산국에서 부도리는 펜넨 노기사와 함께 화산을 관찰하여 폭발을 막기도 하고, 구보 대박사와 함께 조력발전소를 건설하여 필요한 만큼 비도 내리게 하고 비료도 줄 수 있게 되지요. 이하토부 시는 문명화되고 지식인이 모여 있는 도시입니다. 그러나 ‘수렁논’으로 지칭되는 농촌과 무관한 곳이 아닙니다. 이 곳에 있는 사람들은 지식과 기술을 사용해 시골 사람들이 농사를 잘 지을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에서 ‘숲’과 ‘수렁논’과 ‘이하토부 시’는 완전히 따로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부도리는 이러한 세 가지 시공간을 거치면서 세 공간을 하나로 잇는 역할을 하지요. 냉혹한 자연과 싸워 가며 살았던 경험,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자연과 부딪혔던 경험, 도시에서 기사로 일하면서 화산이며 비 같은 자연 현상을 연구하여 자연에 대처했던 경험, 이 모두가 부도리에게서 하나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펜넨넨넨넨 네네무의 전기」에 나타난 시공간을 살펴보도록 하지요. 이 작품에서 주요한 시공간은 ‘숲’과 요괴의 수도인 ‘한문문문문 무무네 시’입니다. ‘숲’은 네네무가 독립하기 전까지 살았던 시공간이고, ‘무무네 시’는 독립한 네네무가 공부를 하고 일을 하며 살아가는 시공간입니다.

그렇다면 ‘숲’은 어떻게 표현되고 있을까요? 기근으로 부모가 사라지고 난 뒤, 집에 ‘기근을 구하러 온 사람’이라는 남자가 나타납니다. 이 남자는 네네무와 여동생에게 먹을 것을 주지만, 곧 여동생을 과자 바구니에 넣어 사라지지요. 얼마 뒤 이 숲에 신사 요괴가 나타나는데, 이 신사는 네네무에게 나무에 올라가 다시마 따는 일을 시킵니다. 얼마나 힘든 일인지 처음에는 땅바닥에 떨어져 죽을 뻔하기도 하지요. 신사는 하루에 품삯을 일 달러씩 주지만, 빵값을 치르고 나면 남는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네네무는 십 년 동안 일합니다. 처음 4년은 빚을 지고, 그 다음 5년 동안은 빚을 갚고, 그 다음에 약간의 돈을 모아 도시로 가는 것이지요. 숲은 네네무가 자연에 의지하여 간신히 생존하는 장소로 나타납니다.

‘한문문문문 무무네 시’는 어떠한 곳일까요? 세계 재판장이 된 네네무는 시찰을 하다가 후쿠지로를 만납니다. 그런데 후쿠지로는 사람에게 겁을 주어서 십 전짜리 성냥을 십 엔씩에 팔지요. 사람들은 부당하다고 생각해도 무서워서 이 일을 그냥 받아들입니다. 이것을 본 네네무가 후쿠지로를 다그치자 후쿠지로는 자기 탓이 아니라고 합니다. 사정을 알아보니 서른두 명이나 되는 사람이 이 일에 관련되어 있는데, 직접적인 관련도 없고 모두 자기 탓은 아니라고 합니다. 이에 네네무는 이렇게 말하지요. “좋다. 이제 알겠어. 너희들에게 말하겠다. 이건 서서히 나쁜 짓이 쌓여 온 것이다. 백 년, 이백 년 전에 빌려 준 돈의 이자를 그렇게 멋진 차림새를 하고 날마다 따라다니며 받는다는 것은 당치 않아. 특히 그게 서른 명이나 이어져 있다는 것은 정말로 있을 수 없는 일이지.”(120쪽) 후쿠지로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무무네 시는 모두가 자기에게는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나쁜 짓을 하는 곳입니다. 아니, 나쁜 짓을 시키는 곳입니다.

서커스도 마찬가지지요. 인기 있는 공연이라는 것이, 내기에서 이긴 요괴가 내기에서 진 요괴를 먹어 버리는 것이니까요. 피가 낭자한 볼거리에 요괴들은 박수를 치며 즐거워하고, 먹혔던 요괴도 어느새 다시 살아나는 기묘한 세계인 것입니다. 무무네 시는 서로 먹고 먹히는 곳이며, 강자가 약자를 유린하는 시공간인 것입니다. 도시에 대한 겐지의 부정적인 시각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각주1)
 
 
각주1) 이 작품에서 겐지는 도시에 대해 반감을 표현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주목할 만한 것은 1921년에 쓴 「주문이 많은 요리점」이다. 겐지는 1924년 작품집 『주문이 많은 요리점』을 자비로 출판하면서, 스스로 「주문이 많은 요리점」은 “먹을 식량도 모자라는 시골 아이들이 갖는, 도회 문명과 방자한 계급에 대한 감추려야 감출 수 없는 반감”이 표현된 작품이라는 내용의 광고 전단을 만든다. 「오츠벨과 코끼리」, 「나메코토 산의 곰」 등에서도 겐지는 이렇게 구조적으로 맞물려 있는 착취와 억압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글 - 엄혜숙 (아동청소년문학 기획·번역·평론가, 그림책 작가)
 
※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에 실린 작품해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