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바꾸는 정치 공부] 7강 - 정치의 폭주, 어떻게 막을 것인가

정치, 라고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대개는 TV 뉴스에 나오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그들을 뽑는 선거, 정치인들의 권모술수나 이전투구 따위일 것입니다. 그와 함께 어딘지 모르게 불쾌한 느낌, 나와는 동떨어진 세계의 일이라는 소외감 같은 감정도 따라올 것입니다. 하지만 정치를 무조건 싫어하거나 정치가 없는 세계로 도망치려 하는 태도는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할 것입니다. 정치는 모든 곳에 침투합니다. 우리가 정치로부터 도망쳤다고 해도 정치는 결코 우리를 놓아주지 않습니다.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많은 사람들이 투표장을 찾기보다는 산으로 들로 봄나들이를 떠나겠지요. 하지만 이렇게 기권을 해버리면 결과적으로 투표한 사람들의 발언권을 강화할 뿐입니다. 정당이나 정치인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투표하는 사람들의 의사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니까요. 그러니 기권은 정치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분명히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뽑을 사람이 없어서 투표를 안 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럴 경우에는 우선 정당이나 정치인들이 더 나은 선택지를 준비하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동시에 우리 일반 유권자도 중요한 정책이 쟁점이 되지 않는 것에 대해 여러 경로를 통해 호소해야 합니다. 우리의 의사를 전하는 방식에는 선거 이외에 여론조사도 있고, 거리의 시위도 있고, 직접투표도 있습니다.
 
 
 
선거나 정당정치가 충분히 기능하지 않는다면, 그 이외의 정치를 육성하여 정치인들을 포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고 그냥 도망쳐버린다면 정치인들에게 모든 것을 백지 위임하게 될 뿐입니다. 정치인의 지위를 직접적으로 좌우하는 선거 이외에 다른 방식은 효과가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만, 그렇지 않습니다. 큰 움직임은 반드시 정치를 움직입니다. _ <정치는 뉴스가 아니라 삶이다> 157쪽
 
정치에서 도망칠 수 없다는 말이 모든 것을 정치가 다 결정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물론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나서서 여론이나 민의에 반하는 정책을 결정하거나 군대가 폭주하여 전쟁을 일으키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정치의 역할을 확실하게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치를 절대화하고, 무슨 일이든 정치가 나서서 간섭하면 좋을까요? 군대나 관료의 일탈이 문제라면, 정치인의 일탈도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영역은 과감하게 정치의 대상에서 떼어놓거나, 정치에 대항하는 기구를 제도로서 짜 넣어두는 편이 정치가 건전하게 기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정치의 폭주를 막을 수 있을까요? 무엇으로 정치에 한계를 설정할 수 있을까요? 교육, 문화/과학/학술, 헌법, 미디어, 관료제 등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 철학이나 방향이 달라진다면 아이들은 안정적인 교육을 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교육이 지나치게 시장화되거나 교사의 전문성에 문제가 생긴다면 정치가 적절히 개입해야겠지만, 대개의 경우에는 전문가 집단의 적절한 합의를 통해 교육이 이루어지는 편이 좋을 것입니다. 문화나 과학, 학술 영역의 전문가들도 정치를 일정 정도 제어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영역들도 경제 논리로 무장한 정치에 의해 통제당하는 일이 많습니다. 이른바 '어용학자'들이 '전문성' 혹은 '중립'이라는 이름으로 정치인이나 관료가 필요로 하는 논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정치인이나 관료들은 그런 논리를 그대로 받아 결정을 내리고는 책임을 회피하거나 전문가들에게 떠넘기곤 합니다. 각각의 전문가가 자신의 지식으로 유효한 조언을 할 수 있는 범위를 분명하게 확정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영역에는 정치가 개입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존재 방식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정치가 결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원자력 발전소를 더 지을 것인가',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할 것인가'와 같이 우리 생활에 지극히 큰 영향을 미치는 일에 대해서는 정부가 마음대로 혹은 졸속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 전체가 진지하게 토론한 뒤에 결정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정치의 폭주를 막고, 정치에 한계를 설정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정치의 역할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정치가 모든 영역을 결정하고 통제하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됩니다.
 
민주정치를 선거로 일원화하고, 선거의 결과로 탄생한 정권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을 잡음이라고 표현하는 것에 나는 반대합니다. 민의를 체현하여 성립한 정권이라도 언제든 폭주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중지하라고 요구하는 존재는 귀중합니다. 정치에 제동을 걸 부분을 확보해두는 것, 정치의 한계를 제도화해두는 것이 정치를 건전하게 하고 오래 지속시키는 방법입니다. _ <정치는 뉴스가 아니라 삶이다> 17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