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가족] 열세살의 걷기 클럽 ♡ 알럽

 
열세 살의 걷기 클럽.
표지부터 봄바람이 살랑 부는듯 설렘이 가득했다.
사계절이 느껴지는 듯한 배경에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
그리고 형광핑크색의 글씨에서 '이 클럽, 나도 함께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열두 살의 큰 딸 아이가 '열세 살'이라는 제목부터 호기심을 가지는 듯 했다.
아니나 다를까 단숨에 다 읽고 또 읽고, 대여섯번은 읽은 것 같다.
또래의 이야기.
전학의 추억이 있는 아이라, 더 집중하고 읽었던 것 같다.
아이는 머리띠 시스터즈의 이야기부터 이야기 했다.
친구들 사이에 늘 있는 모습이라고.
어느 날 갑자기 한 아이를 따돌리기도 하고 금새 화해하고 또 영영 멀어지기도 하는...
어쩌면 아이들이 가장 큰 고민을 하는 친구 관계의 이야기라 많이 와닿는다고 했다.
별 것 아닌 일에 한 아이 의견에 휩쓸리기도 하고, 후회하기도 하는 '관계'의 이야기다.
아이는 자신이 전학왔을 때의 이야기를 꺼냈다.
주인공 윤서와 마찬가지로 학년이 바뀌기 며칠 전 전학을 와서
혼자 벤치에 앉아있던 윤서의 모습에 오래 머물렀다고 했다.
혼자있는 것이 편하기도 하지만 쓸쓸하기도 하고, '새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두려움.
그 두려움을 읽었을 강은이의 등장이 참 반가웠단다.
친구 관계에서는 이런 오지랖 넓은 아이가 한 명씩 있어야 사건의 빠른 해결을 만날 수 있으리라.
강은이의 오지랖이 없었다면 걷기 클럽의 시작도 없었을 것이고, 윤서의 친구 사귐도, 혜윤이의 따돌림 극복도,
재희의 외모에 대한 열등감 해소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또 전학오기전 학교의 집단괴롭힘 문제도,할머니의 피싱 사건도 막지 못했을 것이다.
또 윤서가 채민이의 멍에 관심을 갖고 용기내어 어른들에게 이야기를 꺼낸 것도 오지랖이다.
오지랖이라고 표현된 이들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주변으로의 관심'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모른척 할 수도 있는 문제, 그러나 모른척 하면 안 되는 문제.

실제로 이 책을 읽고, 아이가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아이들의 왕따 문제 뿐 아니라 '학폭위'가 열리면 어떤 절차를 밟게 되는지, 다양한 피싱 수법, 아동학대, 이혼 가정과 재혼 가정의 문제, 악플 등의 사이버 폭력의 문제에 이르기까지아이와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나눠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친한 친구 중에 재혼 가정의 아이가 있었는데, 성이 다른 동생들, 새 아빠와의 불편한 관계를 옆에서 가까이 지켜보면서도 아이가 한번도 입밖으로 꺼내지 않았던 주제였다.
그리고 한참 떠들썩했던 아동학대 사건들 덕에 여러 매체를 통해 이야기는 들어왔지만, 생긴 시기가 다른 듯한 여러개의 멍자국을 자신이 목격하게 된다면 절대 모른척 하지 않겠다는 말도 꺼냈다. 또 피싱사기에 걸려든 것 같은 할머니를 만나더라도, 딸에게 얼른 전화해보시라고 선뜻 말할 용기가 '겨우 초등학생인 자신'에게 있을지도 생각해보게 됐다고 한다.
"한시가 급한 상황에 초등학생의 말을 믿을지 안믿을지는 모르지만, 일단 막고 봐야 되는 거겠지?"
아이의 이 한마디에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초등학생이라고 용기를 내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겨우 초등학생이 뭘 알겠나라는 생각이 나를 비롯한 많은 어른들의 선입견이 아닐까 싶다.
초등학생의 작은 용기가 친구들을 살리고, 할머니의 재산도 지켰는데 말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아이와 내가 동일했다.
강은이의 현관문 앞에 붙여진 수많은 쪽지들, 그리고 그 쪽지에 적힌 말들을 줄줄 꿰고 있던 강은이.
죽을 것 같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힘을 주는 건 대단한 것이 아닌, 진실한 마음이 담긴 작은 액션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마지막 그림에서 '열세 살의 걷기 클럽' 아이들이 넷이 아닌 다섯인 이유는 제일 왼쪽 아이가 '채민이 였어!'라는 말을 동시에 하며 한참 웃게 됐다.
친구란 그런 것이다. 한참 멀어졌다가도 진심이 전해지는 순간 다시 착붙할 수 있는 강력한 관계. 그렇기 때문에 학창시절에 친구가 가장 소중한 보물이 아닌가 싶다.
그 소중한 보물을 아끼고 사랑하고, 지키는 방법은 '사랑어린 관심'이라는 사실을 아이가 깊이 깨달은 것 같아 정말 감사했다.
정말 중요한 주제의 이야기들이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할까 조심스러운 문제인데 (어쩌면 윤서 엄마처럼 맘까페에 물어봤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재미있는 동화를 통해 쉽게 풀어낼 수 있어 또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순간, 이 말을 다시한번 되새겨본다.
"다들 착각하고 있어, 화면에 대고 말하니까 괜찮은 줄 아는데, 사실 내가 쓴 글을 보는 건 컴퓨터나 휴대폰이 아니라 그 너머의 사람이잖아."
재희야! 역시 넌 멋진 아니였어. 외모 넘어 이런 멋짐이 숨어있는 넌 내 스타일이야! 어때? (주머니 속에서 조커카드를 꺼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