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마음의 정치학』 미리 보기 2 : 삼강과 오륜은 다르다!(3~4)



읽기 전에 
삼강과 오륜은 다르다!(3. 삼강, 4. 오륜)



3. 삼강

​삼강은 한제국의 국가 운영 프로그램이다. 한제국 초기의 정치 사상가들은 앞서 법가를 취해 건설한 진시황의 제국이 효율적이긴 했지만 단명한 사실을 두고 고민하였다(진나라는 고작 14년 만에 망했다). 진秦나라는 한비자韓非子의 법가를 통치 이념으로 했다. 법가의 형벌주의는 천하를 통일한 힘이자, 그 천하가 하루아침에 무너진 원인이기도 했다. 제국의 영속성을 고민하던 사상가들은 법가와 유가를 융합한 이른바 삼강오상三綱五常이라는 일종의 ‘하이브리드 통치 이론’을 구성한다. 법가의 효율성과 유가의 지속성을 결합하고자 한 것이다. 상반되는 사조를 한데 섞어 제3의 사상을 만드는 짓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상사에서 빈번하게 일어났다. 이때 불쑥 등장한 삼강오상은 정치적 하이브리드의 전형이다. 오상이 유교를 발원지로 한다는 점은 명백하다. 맹자의 인성론인 4단四端, 즉 인仁·의義·예禮·지智에다 공자의 덕목인 신信을 끌어 모아 다섯 가지 인성을 구성한 것이 오상이다. 유의할 점은 ‘5’의 수비학數秘學이다. 당시 유행하던 음양오행설에 호응하려는 의도가 오상의 구성 밑에 깔려 있다. 즉 오상이라는 간단한 단어에 유가와 음양가라는 두 사상이 끼어 있다. 한편 삼강오상의 핵심인 삼강의 기원은 흥미롭게도 법가다. 전국시대의 법가 사상가 한비자는 이렇게 논한 바다.

신하가 임금을 모시고, 자식이 아비를 섬기고, 아내는 지아비를 섬겨야 한다. 이 세 가지를 거스르지 않으면 천하가 편안해진다. 반면 세 가지가 어긋나면 천하가 혼란에 빠진다. 저 세 가지는 언제나 어디서나 통용되는 천하 통치의 떳떳한 방도다.3

한비자가 논하는 세 가지가 삼강의 소재인 군신・부자・부부와 동일함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순서도 같다(군신-부자-부부). 내용상으로도 삼강의 군위신강과 한비자의 ‘신하가 임금을 모신다(臣事君)’가 같다. 또 부위자강과 한비자의 ‘자식이 아버지를 섬긴다(子事父)’가 다를 바 없고, 부위부강과 한비자의 ‘아내는 지아비를 섬긴다(妻事夫)’ 역시 전혀 다르지 않다. 

이렇게 서로 기원도 다르고, 적대적이기까지 한 법가 출신의 삼강과 유가를 기원으로 하는 오상을 결합한 사상가는 동중서董仲舒였다. 그는 한제국 초기 한무제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제국 통치를 보필한 정치 이데올로그였다. 차후 한나라와 당나라는 물론 명나라와 청나라까지 이어질 ‘제국 유교’의 통치 이념과 프로그램이 그에게서 시작되었다. 그의 통치사상은 요컨대 일통론一統論과 삼강오상이다. 일통은 통일 제국의 이념이요, 삼강오상은 정치 경영론이다. 곧 천자(황제)를 중심으로 천하를 수직적으로 결합하고 사회를 피라미드 형태로 계열화하는 체제론이 일통이요, 그 통치 체제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가 삼강오상이다.​4 동중서는 삼강의 논리를 이렇게 말한다.

군신・부자・부부의 도리는 모두 음양의 도에서 취했다. 

임금은 양이고 신하는 음이며, 아버지는 양이고 아들은 음이며, 지아비는 양이고 지어미는 음이다.5

지금 동중서는 삼강의 구조가 음양론에 기초하였음을 토로하고 있다.6 이에 대해 현대 중국의 철학자 풍우란馮友蘭은 다음과 같이 해설한다. 

동중서에 따르면 하나의 사물이 있으면 반드시 또 다른 하나의 사물이 그것과 짝을 이룬다. 그 사물이 주主(주도적인 것)이고 그것과 짝을 이룬 사물은 종從(종속적인 것)이다. 양은 주이고 음은 종이며, 임금은 주이고 신하는 종이며, 아버지는 주이고 아들은 종이며, 남편은 주이고 아내는 종이다. 이 주종 관계는 서로 바뀔 수 없는 것이고 영원히 변경할 수 없는 것이다. 7 

곧 삼강은 군신・부자・부부를 다루지만 각각의 관계는 상호적이 아니라 상하 차등적이요, 쌍방적이 아니라 일방적인 특징을 갖는다. 요컨대 군주·아비·남편이 벼릿줄(주인)이고, 그 상대인 신민·자식·아내는 그 물눈(종)이다. 이 주종 관계는 불변한다.

무엇보다 삼강 체제의 정점에는 군주가 있다. 동중서는 통일 제국 시대에 걸맞게 군주 독점의 유일 체제로 천하를 디자인했다. 곧 삼강 이론의 핵심은 군위신강이라는 정치 이념이고, 나머지 부위자강과 부위부강이라는 가족 이념은 군위신강에서 파생된 것이다. 결국 삼강은 군주 독재의 정치 논리를 사회의 기본 단위인 가족으로 침투시키려는 이데올로기였다. 오륜의 첫 번째가 부자유친이었던 데 반해 삼강의 첫머리가 군위신강인 데서도 그런 사정을 엿볼 수 있다. 군신 관계와 마찬가지로 가족 내의 부부 사이와 부모 자식 관계조차 지배 복종, 상명하복의 수직 구도로 기획한 것이 삼강이다.8



3 臣事君, 子事父, 妻事夫. 三者順, 則天下治; 三者逆, 則天下亂. 此天下之常道也(『한비자』, 「충효忠孝」).



4 삼강오상은 주희도 중시했다. 주희는 “삼강오상은 예법의 대체다. 하·은·주 삼대가 계승하며 체제의 근거로 삼았으니 변동할 수 없다三綱五常, 禮之大體, 三代相繼, 皆因之而不能變”라고 했다(『논어집주論語集註』). 동중서의 사상을 주희가 계승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주희의 사상사적 기여는 『맹자』를 발굴하고 복원하여 한당대의 삼강 이론을 맹자 본연의 오륜 사상으로 혁신한 것이다. 그는 오륜을 ‘사람의 큰 윤리(人之大倫)’라고 강조하기도 했다(『논어집주』 및 『대학장구大學章句』). 나아가 맹자의 오륜을 『백록동규白鹿洞規』에 규범으로서 게시했다. 조선의 이황이 맹자·주희의 오륜을 계승하여 『성학십도聖學十圖』의 제5도에서 표창하고 있음도 특기할 만하다.



5 君臣·父子·夫婦之義, 皆取諸陰陽之道. 君爲陽, 臣爲陰, 父爲陽, 子爲陰. 夫爲陽, 妻爲陰(동중서, 『춘추번로春秋繁露』, 「기의基義」).



6 삼강 아래 음양의 구조가 깔려 있고, 오상은 또 오행에서 비롯했다. 동중서의 삼강오상설이 음양오행설의 토대 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7 풍우란, 박성규 옮김, 『중국철학사 하』, 까치, 1999, 39쪽.



8  주희가 삼강오상을 거론한 이래 훗날 특히 조선에서는 삼강오상의 줄임말인 강상綱常이 상대방을 사상범으로 몰아 처단하는 이념적 무기가 된다. 삼강이 얼마나 폭압적인 정치적 도구였던가를 보여주는 사례다. 『조선왕조실록』에서 강상으로 검색하면 5000건이 넘는 결과를 찾을 수 있다. 더욱이 삼강오상은 삼강오륜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된다. 삼강오상과 삼강오륜 사이 발음의 유사성이 그 계기다. 삼강오륜은 삼강오상과 질적으로 다른데, 여하튼 또 한 차례 변질된 것임을 기억하자. 조선 땅에서 삼강이 유교의 대명사가 된 데는 세종대왕이 펴낸 『삼강행실도』의 영향이 컸다. 삼강은 단순한 윤리가 아니라 형벌을 동반한 통치 규범이다.



 



4. 오륜

유교에서 인륜人倫의 중요성은 이미 공자부터도 강조한 터이지만, 다섯 가지 구체적인 덕목으로 제시된 것은 전국시대 맹자에 의해서다(곧 삼강보다 오륜이 시대적으로 앞선다). 맹자는 인간다움의 구성 요소로서 의·식·주의 물질적 환경과 함께 인륜을 필수 요건으로 든다. 오륜, 곧 다섯 가지 관계를 갖추지 못한 사람은 옳은 인간이 아니라는 뜻이다. 고독에 빠진 인간은 구제해야 할 대상이지 자립한 인간일 수 없다. 유교의 ‘인간’이란 서구의 개인이 아니라 그야말로 ‘人間’, 곧 관계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에 맹자는 오륜을 아래와 같이 말한다.

사람에겐 사람다움의 도리가 있으니, 배불리 먹고 따뜻한 옷 입으며 편안한 집에서 살더라도 가르침이 없으면 금수나 진배없는 것. 성인께서 또 이를 근심하여 설을 사도로 삼아 인륜을 가르치게 하였으니

— 부자간의 친밀함, 군신 간의 의로움, 부부 사이의 각별함, 어른과 아이 간의 차례, 벗들 사이의 신뢰 등이 그것이외다.9
_ 5:4

여기서 논의할 점은 삼강과 오륜의 차이다. 특히 삼강과 오륜이 겹치는 군신・부자・부부 관계에 나타나는 차이에 주목하자는 것. 첫째 부자유친이란 ‘부모와 자식 사이는 친親의 원리에 따라 움직인다’라는 뜻으로 읽어야 한다. 두 번째 덕목인 군신유의도 마찬가지다. ‘군주와 신하 사이를 여는 열쇠가 의義에 있다’는 뜻이다. 여기 원리 또는 열쇠로 표현한 친과 의는(나머지도 마찬가지다) 삼강처럼 어느 일방에게만 적용되는 규범이 아니라 부모와 자식, 군주와 신하 쌍방에 똑같이 적용된다. 오륜은 쌍방에게 동시에 적용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를 주희는 도道와 기器의 체계로 설명한다.

부자유친을 놓고 보자면 친親은 도道요, 부자 관계는 그릇(器)이다. 군신유의를 놓고 보자면 의義는 도요, 군신 관계는 그릇이다. 부부에게는 부부 사이의 분별(別)이 있고, 장유에게는 어른과 어린이의 순서(序)가 있고, 붕우에게는 붕우 간의 믿음(信)이 있다.10

여기 주희의 논설이 의미하는 것은 부자간에는 친親이 부모와 자식 쌍방에 적용되는 원리요, 군신 간에는 의義가 군주와 신하 쌍방의 관계를 여는 열쇠라는 것이다. 나머지 부부와 장유, 붕우 역시 어느 일방이 아닌 상호 제어의 원리가 별別과 서序, 신信이 된다. 요지는 오륜은 호혜적이고 상호적이라는 점이다. 군주가 신하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이 의가 아니요, 아비가 자식에게 효를 강요하는 것이 부자유친이 아니라는 것.

그렇다면 서두에 인용한 신문기사 가운데 “오륜은 그 상하 관계 때문에 유교의 보수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진다”는 대목의 오륜을 삼강으로 바꿔 써야 옳은 진술이 된다. 오륜은 삼강과 달리 상하 관계를 상정하지

않으며, 도리어 상호 관계와 호혜성을 필수 요건으로 하기 때문이다.



자, 그러면 오륜의 군신・부자・부부 관계를 낱낱이 살펴보자. 이 와중에 삼강론과의 차이도 드러날 것이다.



9 人之有道也, 飽食·煖衣·逸居而無敎, 則近於禽獸. 聖人有憂之, 使契爲司徒, 敎以人倫, 
        — 父子有親, 君臣有義, 夫婦有別, 長幼有序, 朋友有信.


10 황간, 강호석 옮김, 『주자행장』, 을유문화사, 19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