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대왕’과의 가상 인터뷰 : 양채민

2011 1318독후활동대회  글쓰기 부문 장려상
광주 숭일고등학교 1학년 양채민


 
인터뷰 기자 : 땡땡 & 밀루
 
땡땡과 오이대왕이 의자에 앉아 있다. 땡땡의 의자 아래에는 땡땡의 개 밀루가 있고, 카메라 녹화가 시작된다.
 
땡   땡  네, 땡땡 기자입니다! 이번 인터뷰 시간에는 호겔만 씨 가족들을 진땀 빼게 했던 ‘오이대왕’을 인터뷰하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구미-오리 2세 대왕님?
 
오이대왕 안녕하지 못하다! (불쑥 손을 내밀며)짐은 트레페리덴 왕조의 구미-오리 2세 대왕이다. 짐의 손에 입을 맞추라!
 
그때 밀루가 다가와서 오이대왕의 손 냄새를 맡는 바람에 오이대왕이 깜짝 놀라 의자에서 펄쩍 뛴다. 오이대왕의 몸이 창백해져 마치 크림색처럼 보인다. 땡땡이 의자에서 떨어지는 오이대왕을 잡는 데 성공한다. 오이대왕의 밀가루 반죽 같은 불쾌한 촉감 때문에 순간적으로 땡땡의 얼굴이 찌푸려졌지만, 카메라를 의식해 애써 침착한 표정으로 의자에 다시 앉힌다.
 
오이대왕 지, 짐을 감히 해치려고 하다니! 이건 역모야! 반란이다! 이렇게 철저하고 치밀하게 암살을 계획하다니! (꼬르륵)

땡    땡 흥분은 가라앉히시고……. 배가 고프신가 보군요?
 
오이대왕 짐,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먹었다. 지금 당장 싹이 난 감자를 대령하라!
 
땡    땡 싹이 난 감자라고요? 그냥 감자가 아니라? 
 
오이대왕 그렇다. 짐은 싹이 난 감자를 빨리 먹고 싶다. 서둘러 대령하지 않으면 인터뷰인지 뭔지 아무튼 더 이상 하지 않겠다!
 
오이대왕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과 밀루, 그리고 지나가던 개미 한 마리가 황당해하는 가운데, 인터뷰를 재개하기 위해 하는 수 없이 몇몇 스태프들이 싹이 난 감자를 찾아 나선다. 잠시 후, 한 스태프가 근처 집에서 싹이 난 감자 여섯 개를 구해 온다. 그중 하나를 오이대왕에게 주자, 게걸스럽게 먹어 치운다.
 
오이대왕 감자를 더 달라! 짐은 아직 배고프다. 
 
땡    땡 먼저 제 질문에 솔직한 대답을 해 주신다면 그때마다 감자를 하나씩 드릴게요. 동의하시나요? (오이대왕, 툴툴거리지만 동의한다.) 첫 번째 질문입니다. 주로 먹는 음식은 무엇입니까? 싹이 난 감자인가요?
 
오이대왕 짐, 아무거나 먹지 않는다. 싹이 난 감자만 먹는다. 싹이 길면 길수록 맛있다.
 
땡    땡 그럼 싹이 난 감자 말고 다른 음식은 아무것도 안 드시나요?

오이대왕 호겔만 씨가 줬던 썩기 시작한 마늘도 먹어 보고 다른 것도 먹어 보긴 했다. 하지만 싹이 난 감자가 제일 맛있다.
 
땡    땡 흠,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여기 싹이 난 감자를 드리겠습니다. (오이대왕, 금세 또 다 먹어 치운다.) 그럼 두 번째 질문입니다. 닉키가 데려다 준 집에서는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오이대왕 짐, 매우 불쾌했다! 그곳 구미-오리들은 사흘 만에 짐을 내쫓았다. 그리고 그곳 가족들은 짐을 보자마자 빗자루로 공격했다! (훌쩍거리며) 그 이후로 고달픈 나날이었다. 사람들은 짐을 보면 소리를 지르고 공격을 했으므로 낮에는 수풀에 숨어 있다가 밤에만 다녀야했다. 그리고 트레페리덴 왕조의 역사상 치욕스럽게도 짐의 손으로 쓰레기통을 뒤져야 했다! 짐을 내쫓은 그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자, 이제 감자를 달라.
 
땡    땡 아, 여기 있습니다. 그럼, 세 번째 질문입니다. 호겔만 씨가 다니는 자동차 보험 회사에 정말로 구미-오리 황제 친구가 있습니까?

오이대왕 음…… 그게…… 진짜다! 그래서 호겔만 가족이 계속 나를 데리고 살았다면 정말로 호겔만 씨는 사장이 되었을 거다! 그곳 회장은 내 황제 친구한테 꼼짝도 못한다!
 
땡    땡 하지만 대왕님, 솔직하게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아요. 
 
오이대왕 아니다! 정말 있다! 정말 있다! (대왕의 몸이 점점 빨개지고 부풀어 오른다.) 그는 실제로 존재한다! 그한테 회장이 쩔쩔맨다! 진짜로 있다!
 
땡    땡 자, 자, 진정하세요, 오이대왕님. 제가 이렇게 단정 지어서 말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요. 첫째, 그곳 지하실에서 빠져나온 구미-오리의 얘기가 있었죠. 그는 그곳에서는 구미-오리들이 정상적으로 살 수 없다고 했어요. 그리고 구미-오리들의 말에 의하면 이 세상에 구미-오리 황제가 없다고 했습니다. 구미-오리 왕도 당신이 마지막이라더군요.

오이대왕 그들이 거짓말한 거야! 거짓말이라고! 감히 짐의 말에 반하는 말을 하다니!
 
땡    땡 그리고 둘째! 호겔만 씨가 직접 지하실에서 그들을 목격하셨어요. 나중에 개인적으로 호겔만 씨께 찾아가서 이야기를 들었지요. 지하실에서 도망 왔다는 구미-오리의 말과 일치했어요. 말라비틀어지고, 몸 색깔도 하얀색이었고, 서류 뭉치를 먹고 있었다던데요? 먹을 감자가 자라지 않아서 말이에요. 말도 못하고 비명만 깩깩 지르더라고 하더군요.
 
오이대왕 아니야……. 그들이 틀렸다. 짐의 말이 무조건 옳다!
 
갑자기 밀루가 “멍!” 하고 짖더니 오이대왕을 노려본다. 오이대왕, 갑자기 움츠러든다.
 
오이대왕 그, 그래! 짐이…… 거짓말을 했다. (울상으로) 그래, 황제는 없다.
 
땡    땡 왜 거짓말을 했습니까? 또 왜 남의 말을 엿듣고, 남의 물건을 슬쩍했습니까? 네 번째 질문입니다.
 
오이대왕 짐, 머리가 아프다. 그만하고 싶다. 가고 싶다.
 
밀루가 오이대왕의 코앞까지 다가와 다시 짖기 시작한다. 다시 온몸이 뻣뻣해지고 창백해진 오이대왕. 그런데 밀루가 짖는 것을 열심히 듣더니, 오이대왕이 밀루에게 개의 언어로 말하기 시작한다. 이런 식으로. “멍. 멍 멍멍멍멍. 끼이잉…… 왈 멍멍 멍 멍멍…… 왈?” 밀루도 놀라다가 오이대왕의 말을 듣고 대답을 해 준다. 이렇게 밀루와 오이대왕이 대화하는 동안, 땡땡과 스태프들은 어안이 벙벙해진다. 결국 땡땡이 둘 사이에 끼어든다.
 
땡    땡 저, 실례지만 무슨 이야기 중이십니까? 밀루, 무슨 얘기야?
 
땡땡이 끼어들자, 그들은 대화를 멈춘다. 밀루가 땡땡에게로 돌아가면서 다시 짖는다.
 
밀    루 멍! 멍멍! 왈 와알 멍! 킁킁 왈!
 
잠시 후, 망설이는 듯 뜸들이던 오이대왕이 짖는다.
 
오이대왕 왈왈왈!
 
땡    땡 무슨 얘기를 나누셨습니까?

오이대왕 참 좋은 친구로군.

땡    땡 밀루 말입니까?

오이대왕 어리석은 짐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앞으로 짐은 솔직해지겠다! 그러니까…… 솔직하게 말하자면……. (오이대왕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그러자, 화낼 때 부풀어 올랐던 몸이 점점 다시 줄어든다.)

땡    땡 (놀라서) 괜찮으십니까?

오이대왕 그러니까…… 솔직히 말하자면……두려웠다. (훌쩍! 킁!) 남의…… 약점을…… 알지 못하면 그들이 나를…… 내쫓을까 봐 걱정이 됐다. 그런데 저 친구가 (훌쩍! 훌쩍!) 그렇게 하면 더 싫어진다는데…… 맞나?

땡    땡 그런 것 같습니다만…….

오이대왕 짐이 거드름을 피우지 않는다면 짐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생길 거라던데 그것도 맞나?

땡    땡 그것도 맞는 것 같습니다만…….

오이대왕 구미-오리들에게 쫓겨난 이유도 짐이 너무 과한 욕심을 부려서 그런 것 같구나. 또한 그들에게 쫓겨나서 호겔만 씨 댁에 왔을 때 처음 한 거짓말도 다…… 짐의 자존심 때문……. (다시 눈물이 흐른다.) 호겔만 씨에게…… 한 거짓말도…… 물건을 훔친 것도…… 라일락 나무 아래서 남의 말을 몰래 엿들은 것도…… 그러면 나를 내쫓지 못할 것 같아서…… 다 짐의 잘못이구나. 흑흑!

땡    땡 진정하세요. 이제부터 그러지 않으시면 되잖아요. 후회만 한다고 변하는 건 없으니까 앞으로 그러지 않으시면 되는 거예요.

오이대왕 그들에게 용서를 받고 싶구나!

땡    땡 저, 근데…… 죄송하지만 지금 질문 하나 해도 괜찮습니까?
 
오이대왕 그것도 질문 같지만 하나쯤 더 해도 상관없소.
 
땡    땡 아, 그렇군요. 다섯 번째, 마지막 질문인 것 같네요. 만약 호겔만 씨 댁 아래쪽 지하실의 구미-오리들이 당신을 받아들여 준다면, 대신 왕이 아니라 평민들의 삶을 살아야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오이대왕 그들이 짐에게 다시 기회를 준다면…… 어렵겠지만 도전해 볼 것이다.
 
땡    땡 잘됐네요! 제가 볼프강 호겔만 군에게 구미-오리들에게 ‘만약 당신들의 옛 왕이 평민으로 이곳에서 다시 살기를 원한다면 받아들여 줄 것인가’ 하고 물어봐 달라고 했는데 인터뷰 직전에 ‘다시 한 번 기회를 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덧붙여서 트레페리덴 역사를 가르칠 선생님이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개들의 언어도 수준급이던데, 둘 다 가르치실 수 있겠어요!
 
오이대왕 고양이 언어도 할 줄 아네만……. 흠흠, 하여튼 매우 경사스러운 일이로군. 짐의 백성들이…… 아니, 이제는 나의 친구들이 나를 다시 한 번 믿어 주겠다니 정말 기쁜 일이야. 내가 최선을 다해 가르치겠다고 전해 주시오. 아니, 전해 주게? 아니,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땡    땡 물론이죠! 그럼 새로운 삶에 잘 적응하시길 바랍니다! 대왕님께서 눈물을 흘리고 나니까 구미-오리들과 생김새가 비슷해졌어요! 색깔이 진녹색이긴 하지만요.
 
땡땡과 오이대왕은 악수를 하고, 오이대왕과 밀루도 악수를 함으로써 인터뷰가 끝난다.
 
스 태 프 땡땡, 그런데요……. 녹화된 장면 전부에서 오이대왕이 한 컷도 찍히질 않았어요.
 
땡    땡 뭐라고? 맙소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