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오토바이가 오지 않던 날』을 읽고 : 노현아

제5회 독서감상문 대회 어린이부 우수상
노현아
 

 
며칠 전, 놀이터를 지날 때였다. 또래로 보이는 몇몇의 아이들이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신나게 축구를 하고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려다가 유난히 눈에 띄는 아이가 있어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목발을 짚고 요리조리 공을 굴리며 축구를 하는 아이였다. 그 아이는 다친 것이 아니라 한쪽 다리가 짧은 듯 목발에 의지하여 움직이고 있었다. 주변의 시선에는 관심이 없는 듯 다른 친구들과 열심히 뛰고 있었다. 다만 길을 가던 사람들만이 안쓰러운 듯 쳐다볼 뿐이었다. 다리가 불구인 장애자가 축구를 하니 참 안됐다는 그런 표정이었다. 그 광경을 보고 있노라니 방학 중에 읽었던 『경찰 오토바이가 오지 않던 날』이라는 책에 나오는 동수가 갑자기 생각났다.

이 책은 가평에 있는 작은 시골 학교에서 서울로 전학 오게 된 다리가 불구인 동수가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반 친구들과 어울려 간다는 내용의 이야기다. 전학 온 첫날, 정상인 친구들과 똑같이 수업에 동참하기 위해 칠판 앞으로 기어 나가 수학 문제를 풀면서 겪게 되는 동수의 이야기가 눈물겨웠다. 동수는 시골에서 겪지 못했던 장애자를 대하는 편견에 차츰 가슴앓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수는 끝없이 놀리는 반 친구 창진이보다 자신의 출세를 위해 자기를 이용한 경찰 아저씨가 더욱 동수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경찰 오토바이를 타게 됨으로써 졸지에 학교의 스타가 된 동수였지만 동수를 돕는다는 이유 아래 자기의 출세를 꾀한 오토바이 순찰대 아저씨와 학교의 이름이 알려지는 데만 마음을 썼던 교장 선생님 등 어른들의 이기심이 동수를 더욱 슬프게 했다.

동수의 외로움과 가슴앓이를 보면서 나 자신도 혹시 이 책에 나오는 어른들처럼 장애자에 대한 좋지 않은 편견은 없었는지 반성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장애인에 대해 가졌던 고정관념을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은 장애인이라서 머리도 우리보다 나쁘고, 아는 것도 없는 어디 한 곳이 고장 난 기계처럼 사회에서 소외되는 그런 존재일 거라는 막연한 나의 고정관념이 동수를 통해서 얼마나 어리석은 편견이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이기적인 어른들에 비해 고운이를 비롯한 동수네 반 친구들의 동수를 위한 맑은 마음씨가 내 마음까지 깨끗하게 정화시켜 주는 듯했다.

동수를 이용하여 자신의 승진을 달성한 후 한마디 연락도 없이 기다리는 동수를 외면한 경찰 아저씨를 끝까지 추적하여 그 아저씨의 좋지 않은 행위를 폭로한 반 친구들의 용기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리고 자신의 행위가 안 좋게 비쳐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가식적인 선물 하나를 들고 와 동수와 반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여 보려 했던 경찰 아저씨를 꾸짖어 보내는 그들의 용기에 머리가 숙여졌다.

동수는 비록 몸은 장애아였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도 강하였다. 몸이 불편하면서도 엄마가 힘들까 봐 염려하던 효자였다. 그런 동수의 마음이 자기를 놀리던 창진이를 비롯한 친구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목발을 짚고 열심히 축구를 하던 아이를 보면서 동수가 생각나는 것은 아마도 어느 새 나도 동수의 친구가 되어 버렸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이제 동수는 결코 외롭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놀리는 친구들도 없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동수가 꿋꿋이 사회와 맞서가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장애자를 얼마나 사회에서 소외시켜 가는지를 깨달았으며 앞으론 내 주위의 장애자도 결코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난 축구를 하고 있는 아이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동수야, 파이팅. 힘 내.” 하고 살며시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