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지구 돔을 구하라_여섯 번째 대멸종기를 살아가는 인류의 자세는?

멸종이란 단어를 들으면 기분이 좋을 리 없습니다. 하지만 멸종이 그리 험한 말은 아닙니다. 멸종은 끊임없이 변하는 환경에 맞추어 새로운 생명이 등장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주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려면 누군가가 그 자리를 비워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어떤 생명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다른 생명이 대신 채워 주는 것에 대해 묘한 기대마저 가질 수도 있죠. 그런데 우리가 그 멸종의 대상이라면 말이 달라집니다.
 
지금은 여섯 번째 대멸종기입니다. 대멸종이라고 해서 모두가 다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지구 역사상 가장 끔찍한 대멸종이었던 고생대 페름기-중생대 트라이아스기 멸종 때도 5퍼센트의 생명은 살아남아 다양한 생명으로 진화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여섯 번째 대멸종에서 인류가 살아남을 거라고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까지 다섯 번의 대멸종을 보면 최고 포식자는 늘 멸종했습니다. 인류는 지금 최고 포식자입니다.
 
그렇다면 인류가 조금이라도 더 지속하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영화 <인터스텔라>는 태양계 바깥의 미지의 행성들을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그들은 인간 수정란 수천 개를 가지고 인류가 살 수 있는 행성을 찾아갑니다. 온갖 물리학의 요소를 도입해서 연출한 화려한 장면을 보고 수많은 사람들이 찬사를 보냈지만,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했습니다. 과학 자문을 한 물리학자 킵 손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물리학에는 뛰어난 사람인지 몰라도 생태학에는 아주 깜깜해 보였던 것이죠.
​영화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우리는 개인이 아니라 종으로서 인류를 생각해야 한다.” 개인보다는 인류라는 종을 구하기 위한 모험을 떠나라는 말입니다. 그럴듯해 보이는 말이기는 하지만 성공할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인류는 전체 생태계에서 작은 구석 하나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며, 우리는 다른 미생물과 식물 그리고 동물들과 함께 어울려 있는 ‘생태계 안에서’ 살 수 있기 때문이죠. 난 이 영화를 보고서 ‘인류는 결코 구할 수 없구나.’ 하는 절망에 빠졌습니다.  
 
 
그에 비해 이한음의 생태학 지식소설 『위기의 지구 돔을 구하라』는 현실적인 고민을 하게 합니다. 이 작품은 인공 생태계를 조성하여 인류의 생존을 실험했으나 실패로 돌아간 ‘바이오스피어2’ 실험의 새로운 버전을 그리고 있습니다.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의 말대로, 화성에 새로운 인류의 터전을 건설하기 전에 예비 단계로 사막에 거대한 유리 돔을 지어 놓고 생태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실험하는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 했습니다. 소설 속 거대한 돔에는 사막에서바다에 이르는 다양한 환경 조건뿐만 아니라 열대 우림에 사는 식물에서 인간의 경작지와 가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명들이 함께 삽니다. 생명의 분해와 광합성을 담당할 미생물도 중요한 주인공이죠. 물론 여기에는 사람들도 중요한 구성원입니다. 가장 뛰어난 식물학자, 기후학자, 토양학자, 곤충학자 등이 모였습니다. 그렇지만 위기가 닥치자 그들은 갈등합니다. 갈등을 겪으면서 그들은 진정한 협업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오늘날 과학자의 역할과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 통섭이 무엇인지 보여 주는 장면이죠. 
 
이한음은 <위기의 지구 돔을 구하라>에서 이렇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한 종이 아니라 생태계의 한 구석을 빚진 인류를 생각해야 한다.’ 인류가 조금 더 지속하기 위해서는 더욱더 환경을 보존하고 다른 생명과 어울려 사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위기의 지구 돔을 구하라>는 소설로서도 무척 흥미진진합니다. 지구 생태계를 그대로담은 거대한 돔, 기후 변화로 인해 갑자기 닥친 위기, 그것을 극복해 가는 모험담, 어려운 상황에서도 웃음을 자아내는 발랄한 주인공 남매의 유머와 활약은 유쾌한 독서로 이끕니다. 소설 속 위기 상황과 그것의 극복은 오늘날 지구 환경과 생태계 안에서 인간의 역할에 대한 재치 있는 비유입니다.

재미난 이야기를 읽어 나가다 보면, 어느새 생태학 지식도 알차게 익히게 됩니다. 특히 다른 책에서는 접할 수 없는 고급 생태학 지식을 쉽고 명쾌하게 설명합니다. 흥미로운 이야기에 최신 생태학 지식을 엮어 내는 새로운 시도를 이토록 훌륭하게 해낸 이한음 저자를 놀라운 눈으로 보게 됩니다. 위기에 빠진 지구를 구해야 하는 운명에 놓인 청소년과 그들을 이끄는 학부모와 교사들, 나아가 지구 환경을 걱정하는 모든 이들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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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  이정모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