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를 달리는 방법』 이필원 작가 x 이은빈 육상선수, 필담 인터뷰



이은빈 육상선수가 이필원 작가에게 

Q. 작가님도 우남우처럼 힘든 시기가 찾아올 때, 어떻게 극복했나요?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어요. 고양이가 허락하는 선에서 콧잔등과 머리를 쓰다듬을 때마다 힘을 얻어요. 그 외에 좋아하는 음식을 먹거나 산책을 하며 천천히 힘든 시기를 지나온 것 같아요. 지금도 다음 작품을 쓰며 어떤 종류의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데, 그동안의 작은 경험들로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이 시기도 잘 버티며 나아갈 수 있을 거라는 사실을요. 



Q. 왜 제목을 ‘코너를 달리는 방법’이라고 지었나요?
여러 후보 중에 편집부에서 골라 준 제목이 선정되었어요. 마침 주인공인 남우가 코너를 달리고 있는 상황과 어울려서 시간이 갈수록 마음이 붙는 제목입니다. 누구나 인생에서 빠르든, 늦든 꼭 코너를 만나게 되는 것 같아요. 코너를 돌면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알 수 없어 불안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또 그 코너를 지나고 싶기도 한 것 같아요.



Q. 허깨비는 무엇을 생각하며 이야기에 담은 건가요?
허깨비는 육체가 없는 괴생명체이지만, 괴물까지는 아닌 존재라고 상상하며 글을 썼어요. 사람의 몸을 갈망해서 두 발로 달리는 일에 심취하고 또 잘하리라 생각했어요. 영혼과 육체는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인 것 같아요. 선우진 몸속에 들어가 있는 허깨비를 보면 육체에서 벗어나 있다고 마냥 자유로운 것도 아니고, 또 우남우를 보면 육체가 있다고 내 마음이 원하는 대로 달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런 마음들이 허깨비에 담겨 있는 것 같아요.  

 

이필원 작가가 이은빈 육상선수에게 

Q. 스타트라인 앞에 서면 무척 떨릴 것 같아요. 은빈 선수는 어떻게 긴장감을 이겨내나요?
제가 집중을 하다 보면 긴장을 많이 하는데, 그럴 때 전 기도를 해요. 제가 열심히 준비한 만큼 절 도와주세요… 하면서요. 긍정적인 마인드로 시합에 임하고 긴장감을 이겨 내고 있어요. 



Q. 은빈 선수만의 코너를 잘 달리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일지 궁금해요.
인생도 늘 그렇게 직선처럼 쭉 갈 순 없는 거잖아요. 제 인생의 직선에서 처음 코너를 마주하고 돌 땐, 되게 많이 힘들었어요. 누구에게 기대기도 무섭고, 되게 외로웠어요. 그때 저는 제 자신을 믿었어요. 스스로를 믿지 않으면 모든 게 부정적이게 될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전 현재만 생각했어요. 현재 내 상태가 어떻든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나한테도 기회가 온다, 이런 생각이 있었어요. 그렇게 나를 믿으면서 훈련에 임했어요. 



Q. 트랙을 달리는 기분을 다섯 글자로 표현한다면?
쾌감이 있다. 



Q.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나 맞바람 같은 외부 조건에 흔들리지 않는 비결이 있나요?
뒤에서 불어오든, 맞바람이든 모든 선수들이 다 똑같은 상황에서 시합을 뛰는 거라 생각해서 외부 조건에 많이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에요. 



Q. 은빈 선수는 달리기가 왜 좋은가요?
이 책에서 주인공이 마지막에 육상선수라는 꿈을 포기하고 다른 꿈을 선택하는 걸 보고, 나도 내가 좋아하는 다른 꿈이 있을까? 생각해 봤어요. 저는 18년을 살면서 인생의 반을 가장 좋아했던 게 달리기였고, 출발선에서부터 달려 골인 지점에 도착했을 때의 그 쾌감과 뿌듯함이 너무 좋아서 난 달리기가 참 좋구나, 하고 생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