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백두에서 한라까지 우리나라 지도여행_지리를 좋아하게 되는 지도책




“아빠, 지금 어디쯤 온 거야? 강릉은 지났어? 그럼 다음은 양양이겠네.”
몇 해 전 강원도로 가족 여행을 나섰습니다. 유난히도 지도 보는 것을 좋아하는 큰 아이는 차창 밖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아빠에게 묻습니다. 아이는 집에서 미리 준비해 온 우리나라 지도를 꺼내 놓고 울산에서 속초로 오는 동안 우리가 어디를 지나는지 도시별로 체크하고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중학교 1학년이 된 지금까지 지도에서 위치 찾는 것을 좋아하고, 여행을 즐기는 큰 아이는 지리가 가장 재미있는 과목이라고 합니다.
한편 인문계 고등학교 3학년 지리 시간에 있었던 일입니다. “우리 지난 시간에 배운 강원도 지방의 특색에 대해 다시 한 번 복습하기로 하죠.”
“여러분, 대관령과 정동진, 영월이 강원도 어디쯤에 위치해 있나요?”
학생들이 대답합니다.
“선생님, 지리는 위치 찾기가 가장 어려워요!”
 
 
역사가 시간을 공부하는 학문이라면 지리는 공간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초등학교 학생들이 사회 과목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게 ‘우리 고장 알아보기’입니다. 즉 공교육의 첫 단추는 정치, 경제, 역사가 아닌 지리입니다. 아이들에게 공간·지각 능력을 길러 주는 것이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의미입니다. 공간·지각 능력을 키우기 위해 가장 중요한 학습법이 바로 지도를 통해 공부하는 것입니다. 우리 집 아이들이 그랬듯이 대부분의 아이들은 어렸을 때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리고 지도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중학교,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학생들에게 지리는 더 이상 재미있는 과목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리지리한’ 과목으로 전락하고 있지요.
 
​이번에 출간된 『백두에서 한라까지 우리나라 지도 여행』은 기존에 나왔던 책과는 뚜렷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통일을 염원하며 북한을 가장 먼저 넣은 것 자체가 우선 눈에 띕니다. 바람직하고 참신한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도 에 각 지역의 특징을 간단한 그림과 단어 혹은 간단한 문장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누가 봐도 한눈에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지리의 시작이자 핵심은 지역의 특성을 구별하고 파악하는 것인데, 이에 아주 잘 부합되는 구성이지요. 또한 그곳에 가 본 적이 없다 하더라도 마치 그곳에 가 본 것처럼, 그곳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 만큼 알차고 흥미진진한 내용으로 잘 꾸려져 있습니다. 더불어 우리나라에 대한 정보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이슈를 주제별로 정리하여 실은 뒷부분의 구성은 아이들이 지역별 특성을 파악한 뒤에 우리나라를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초등학생을 위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읽으면 읽을수록 얼굴에 미소가 가시지 않을 만큼 참 재밌게 보았습니다. 중·고등학생도 이런 방식으로 지리에 접근한다면 참 재미있게 지리를 공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등학교 교단에 선 지 20년, EBS에서 지리 강의를 한 지도 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아이들이 유치원・초등학교 때 좋아하던 지리 과목을 중학교・고등학교에 가서도 여전히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바람을 『백두에서 한라까지 우리나라 지도 여행』이 충족시켜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책을 통해 지리 공부에 입문하는 우리 어린 학생들이 재미있게 지리 공부를 시작하고, 더불어 공간·지각 능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신승진 (삼일여자고등학교 교사 겸 EBS 지리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