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후기] 『단단한 고고학』 김상태 작가와 국립중앙박물관 구석기실 탐방



[행사 후기] 『단단한 고고학』 김상태 작가와 국립중앙박물관 구석기실 탐방


무엇이든 질문하면 곧바로 답이 나오는 구석기 자판기 김상태 선생님과 국립중앙박물관 구석기실에 다녀왔어요! 국립중앙박물관 고고역사부장인 김상태 작가와 함께 30명의 청소년, 성인 독자가 구석기실을 관람하며, 고인류가 남긴 돌과 뼈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박물관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돌과 뼈들에 관한 이야기! 국립중앙박물관 구석기실 탐방 후기입니다.

 

“수백만 년 전, 자연계의 나약한 종 중 하나였던 인간이 돌조각 하나를 집어 들었습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인류는 많은 것을 이루었습니다. 그리고 그 힘은 바로 도구에서 나왔습니다.”
_김상태





이번에 김상태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신기한 것을 많이 알게 되었다. 예를 들면 호모 에렉투스가 인간 중 최초로 완벽한 2족 보행을 하고 최초로 아프리카를 탈출했다거나, 호모 에렉투스로 진화했을 때부터 돌도끼의 대칭과 돌의 성질을 알았다거나,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이제 없다는 설명을 듣고 나니 『단단한 고고학』을 완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안 봤거나 국립중앙박물관 구석기실을 아직 안 온 사람이 있으면 꼭 읽고 방문해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김상태 작가님은 궁금한 질문을 넣으면 완벽한 답이 나오는 자판기 같았다. _이승민 청소년

 

국립중앙박물관 고고역사부장인 김상태 작가의 『단단한 고고학』 강연을 들으러 국립중앙박물관에 갔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여러 번 왔지만, 구석기실을 방문한 적은 없었기에 호기심이 생겼고, 또한 전문가와 함께하는 탐방이라 기대가 많이 되었다. 강연은 찰스 다윈의 ‘살아남은 자가 결국에 강한 자’라는 말로 시작되었으며 호모 사피엔스가 결국 살아남은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 가능한 듯했다. 본격적인 탐방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호모 에렉투스, 네안데르탈인, 호모 사피엔스까지의 인류의 역사에 대해 간단한 배경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이후 발걸음을 옮긴 구석기실은 우리나라 박물관 중 유일하게 구석기로만 꾸민 방이라고 했는데, 꼼꼼하고 전문성 있으면서도 대중들의 이해를 도우려고 한 노력이 돋보였다. 작가와 함께찍개, 주먹도끼의 다양한 종류를 꼼꼼히 보고, 한반도 지도 위에 배치된 구석기 유물들을 실제로 바라보니 책에서 배운 지식이 보다 생생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단단한 고고학』도 다양한 사진과 쉬운 설명으로 이해를 도왔는데, 이 책과 함께 구석기실을 탐방한다면 역사책의 제일 처음에 나오는 구석기 시대라는 인식보다는 인류 역사의 시작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보다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이다. _박꽃잎




지구의 역사에서 그리 긴 시간을 차지하지 않는 ‘인간의 역사’, 그중에서도 문자로 기록되어 있지 않은 선사 시대. 돌과 뼈로 읽는 고고학에서 핵심이 되는 구석기실 탐방 여행은 그야말로 새로운 경험이었다. 우연으로 시작해서 오랜 경험의 축적과 뇌의 발달로 도구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원시 인류의 삶이 과학기술이 발달한 현재로, 다시 더욱 진일보한 미래 사회로 이어짐을 실감하게 되었다. 돌로부터 시작된 도구 사용 덕분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는 행운에 감사하게 되었다. 그동안 어쩌면 다소 무심하게 지나쳤을 인류의 가장 중요한 핵심 시대를 주의 깊게 보게 되었다는 점에서 탐방이 매우 뜻 깊었고, 학생들이 많이 와서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질문하는 모습을 보면서 살아 있는 역사 공부가 된 것 같아 학생을 가르치는 한 사람으로, 그리고 부모로 뿌듯하고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단단한 고고학』을 읽고 가니 강연 내용이 귀에 쏙쏙 들어와서 더욱 좋았고, 다녀와서 책을 다시 보니 박물관에서 보고 들은 것들이 더 잘 이해되었다. 국립중앙박물관 구석기실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읽고 가시길 추천 드린다. 더불어 학생들이 필독하면 역사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이 급상승할 거라고 믿는다. _정은미



보통 중세 시대를 ‘dark age’라고 규정한다. 로마의 멸망과 르네상스 사이에 서양의(‘인류의’라는 건 서양 사람들의 생각이고) 지적 발전이 중단됐던 시절. 그런데 국립중앙박물관 야간 개장 시간에 구석기실을 돌면서 이보다 훨씬 더 큰, 인류의 ‘다크 에이지’라고 볼 수 있는 시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류의 시작이 700만 년 전, 뗀석기가 발견되기 시작한 것은 400만 년 전. 그 사이엔 인간으로 존재했으나 인간의 흔적을 남길 수 없었던 300만 년의 시간이 있다. 그 기간 동안의 인류의 역사는 사실 자연사의 일부일 뿐이다. 인류가 문자를 사용하기 시작한 건 지금으로부터 3500년 전쯤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299.65만 년의 세월은 소위 ‘선사시대’이다. 이 기간을 완전한 ‘어둠’에서 구원해주는 것은 석기들이다.
그런데 이 커다란 박물관에 구석기실은 단지 방 하나다. 김상태 작가님은 이 방을 어떻게 채울지 고민하셨다고 한다. 다른 곳은 온갖 유물과 사료가 가득한데, 구석기실에는 돌만 가득하다. 구석기실 중앙에는 한반도 지도와 각 지역에서 발견된 주먹도끼 여러 점을 배치한 유리관이 있는데, 그것이 50만 년 전부터 1만 년 전까지 한반도에서 사용한 구석기시대의 도구들이라는 설명을 듣고 그 세월의 깊이에 잠시 숨이 멈춰졌다. 석기들을 떼고, 몸돌에서 쪼개고, 연마하며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일까. 우리나라에서 만든 슴베찌르개는 어떻게 수출(또는 이동)한 것일까? 왜 흑요석이 있는데도 슴베찌르개를 혼펠스로 만든 걸까? 다양한 질문과 답변이 늦은 시간까지 이어졌다. 한반도 구석기 시대의 대표 유물이 주먹도끼로 선정된 사연을 듣고 ‘전곡리에서 발견된 주먹도끼가 동아시아에 없다고 단언했던 서양인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 것처럼 언젠가 우리나라에서도 네안데르탈인의 흔적이 발견될 수도 있는 거 아냐?’라는 엉뚱한 생각도 해 보았다. 구석기실 투어는 아직까지는 그 용도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수양개 눈금 돌에 대한 설명으로 끝이 났다. 저 돌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다면……. 언젠가 수양개 돌이 하는 이야기를 해독할 사람이 나타나면 좋겠다. 그런데 한 시간 반 동안 돌들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나니, 어쩌면 그 이야기를 알 듯도 한 기분이 든다. _조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