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몬스터_이해받지 못한 이 세상 모든 선생님들과 모든 아이들에게



‘바비’라는 아이가 공부 시간에 종이비행기를 날렸습니다. 이것이 과연 잘못된 일인가. 어느 나라에서나 흔히 일어날 법한 일이고, 아이들에겐 몹시 재미있는 일이며, 그렇기 때문에 놀랄 일은 결코 아닌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칭찬받을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학교라는 답답한 생활 공간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켜 기쁨을 선사했으니까요. 공부 시간에 종이비행기를 날린 바비는 반 아이들의 억압된 정서를 대변한 것이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아이들에게 썩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어느 나라에서든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고,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몹시 불쾌한 일이며, 그렇기 때문에 선생님이 기겁할 만큼 놀랄 일인 것입니다. 따라서 칭찬받기는커녕 벌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왜냐하면 공부 시간에 불필요한 파문을 일으켜 신성한 학교를 모독했으니까요. 공부 시간에 종이비행기를 날린 바비는 본보기로 교실 밖으로 추방당할 수도 있습니다.
 
과연 아이들은 어떤 학교를 원할까요? 공부 시간에 종이비행기 날리는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 주는 너그러운 학교를 원하지 않을까요? 즉 바비가 선생님에게 이해받는 아이가 되기를 간절히 원할 게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바비네 담임인 커비 선생님은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별것도 아닌 일인데 펄쩍 뛰며 화를 냅니다. 바로 그 순간 커비 선생님은 몬스터로 돌변합니다. 바비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참담한 결과를 불러온 것입니다.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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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이 아닙니다. 커비 선생님은 벌을 세워서라도 바비의 행동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학교에서 선생님이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믿는 까닭입니다. 문제는 바비 역시 그런 선생님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선생님이 바비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데 어린 바비가 선생님의 행동을 이해하기를 바란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바비는 학교에 다니는 것이 힘이 듭니다. 비극의 탄생이지요. 그림책 『선생님은 몬스터!』는 이렇듯 바비와 커비 선생님 마음이 서로 어긋나는 지점에서 시작합니다.
 
어느 토요일 아침, 바비는 공원에 있는 비밀 기지로 갑니다. 학교가 바비에게 불행한 공간이라면 공원의 비밀 기지는 행복한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그곳에서 바비는 뜻밖에도 커비 선생님을 만납니다. 바비와 커비 선생님은 공원의 나무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습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본 선생님 모습과 왠지 좀 다릅니다. 그래서 바비가 말합니다. “학교 바깥에서 선생님을 만나니까 기분이 진짜 이상해요.”라고. 커비 선생님도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학교 바깥에서 만난 바비가 색다른 아이로 다가온 것입니다. 그러니까 뭐랄까, 바비와
커비 선생님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건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 갇혔기 때문이었습니다.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자 마음 편안하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요. 왜 학교는 선생님과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것일까요.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즐겁게 생활하는 곳이 학교라고 생각하면 그만일 것 같은데. 함께 뛰놀고, 노래하고, 춤추고, 공부하면 될 것 같은데. 아무튼 바비와 커비 선생님은 학교가 아닌 공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아마 그래서였을 것입니다. 그때까지 괴물처럼 무섭게 그려진 커비 선생님 모습이 온순한여자 선생님으로 돌아온 것은. 그것은 바비나 커비 선생님에게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다시 월요일이 되었습니다. 바비는 힘들지만 학교에 갔습니다. 커비 선생님도 당연히 학교에 왔습니다. 괴물의 모습이 아니라 온순한 여자 선생님으로. 커비 선생님은 바비가 좀 달라졌으리라 기대합니다. 하지만 바비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아이라고 해서 하루아침에 달라지기야 할까요. 바비는 선생님이 나눠 준 시험지로 종이비행기를 만들어 교실에서 날립니다. 그 순간 커비 선생님은 다시 괴물로 돌변하기 일보 직전이 됩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게 이토록 힘든 일일까요? 아이들을 이해하는 학교, 아이들을 사랑하는 선생님이 많은 세상이면 좋겠습니다. 이 책을 쓰고 그린 피터 브라운은 책의 맨 앞쪽에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그 말이 의미심장하게 가슴을 칩니다.
 
“이해받지 못한 이 세상 모든 선생님들과 이해받지 못한 이 세상 모든 어린이들에게”  
송언(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