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은 알고 있다!(작가의 책상 들여다보기)

여러분의 책상엔 지금 어떤 물건들이 놓여 있나요?
책상은 그 사람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도구입니다. 작가의 책상은 그 자체로 완벽한 하나의 작업실이죠. 그래서 편집자들은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하면 늘 등 너머로 책상을 훔쳐보곤 합니다.(이건 몰랐죠? 작가님들. 마감을 체크하는 과학적인 방법!) 셜록 홈즈가 아니더라도 작가의 책상을 보면 지금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진도는 잘 나가는지 등등 모든 단서를 찾을 수 있습니다.(초콜릿이나 사탕 같은 군것질거리가 많다면 창작의 고통으로 심신이 지친 상태이니 되도록 안 건드리시는 게 좋습니다.)   작가 생활 30년 만에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라는 첫 역사소설에 도전한 이금이 작가의 책상은 어떨까요?
  
저에게는 두 장의 사진이 있습니다. 하나는 20151월에 『청춘기담』으로 인터뷰를 하다가 작업 공간이 궁금하다고 책상 사진을 하나 보내달라고 요청해 받은 겁니다. 그때는 그냥 깔끔하게 정돈이 되어 있다 생각했는데, 지금 사진을 확대해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때도 이미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 원고 작업을 열심히 하고 계셨네요. 모니터 화면에 원고 내용이 보이네요. 컴퓨터 오른쪽 메모지에도 뭔가 선생님이 관련 내용을 열심히 적어 놓은 걸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사진은 20164, 그러니까 얼마 전에 받은 사진입니다.


딱 봐도 뭔가 엄청난 작업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오지요? 이금이 작가의 작업 비밀을 파헤치는 탐정이 되어 볼까요? 지구본에 세계지도, 또 어느 나라인가의 지도……. 마치 미지의 여행을 꿈꾸는 탐험가의 책상 같기도 하고요, 제본까지 한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 1부 교정지가 보이고요, 그 옆에 있는 건 아마 2부 교정지인가 봅니다. 연필과 분홍색 펜으로 엄청나게 교정을 보셨네요. (이거 수정하다 죽는 줄 알았다는!) 시놉시스도 그 옆에 놓여 있고요. , 저렇게 뭔가 사건 전개도를 짜놓고, 거기에 맞춰 구체적인 이야기를 써 나가시나 보군요
메모판에서는 좀 더 중요한 단서들이 포착됩니다. 인물들의 출생년도와 가계도, 가옥 구조 같은 것들이 보이시죠? 군 위안부 할머니 별세 소식이 담긴 신문 기사도 오려서 붙여놓았고요. , 그 기사 왼쪽 옆에 배우들 사진과 인물들 이름은 뭔가요? 이금이 작가가 혼자서 캐스팅 작업까지 마치셨나 봐요. 이건 또 굉장히 재미있는 창작방법인데요? (이금이 작가 인물 캐스팅 이야기는 면밀히 조사해 조만간 다시 올릴게요~!)
이금이 작가의 책상을 보니 어떤 생각이 드나요? 구석구석 자세히 찾아보세요.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를 통해 작가가 우리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무엇인지 조금씩 단서가 보일 거예요.
오랜 시간 구상하고 열심히 공부해가며 정확하고 세심하게 세상을 창조해 내는 작업, 그게 바로 작가의 일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습니다. 작가의 고독한 글쓰기 작업은 독자들의 손에 책이라는 완성된 세계로 쥐어져야 비로소 끝이 나지요. 독자들이 그 세계에 빨려 들어가 작가와 함께 숨쉴 때, 그때 작가는 작업실 밖으로 나와 세상에 호출되는 게 아닐까요?
이제 우리가 응답할 때입니다. 일단 출간 전 연재를 열심히 읽어 봅시다!